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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28화 (28/200)

28화 9장. 비싸게 더 비싸게

4.

2022년 3월 12일, 자미르가 현실적인 협상안을 가지고 왔다. 치열한 밀당 끝에 합의한 슈퍼노바 매매가는 33억 달러.

이로써 창수는 대형 다이아몬드 원석 2개를 매각해 48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중 김근홍에게 지불한 수수료 2억 4,000만 달러를 제외한 45억 6,000만 달러가 순수익.

이 금액은 한국 부자 순위 7위에 해당하고, 전 세계 부자 순위 700위에 해당한다.

평행우주를 오가게 된 지 두 달도 안 돼서 거둔 기적과 같은 성과.

“선배님, 당분간 금과 다이아몬드 매각을 중단해야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어.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재물만 해도 충분하고도 넘쳐. 여기서 더 욕심을 부리면 탈 나는 거야.”

5조 원이 넘는 돈을 확보한 상황에서 금-은 재정거래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 신분 노출의 위험에 비해 벌어들이는 재물의 양이 미미하니까.

다이아몬드도 마찬가지, 아직 대형 다이아몬드 원석 4개가 남아 있지만, 짧은 시간에 매물을 풀면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최소 반년은 기다리는 것이 옳다.

창수는 돈벌이를 잠시 중단하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맞습니다. 그리고 선배님도 조심하세요. 큰 거래를 연거푸 주선해 타깃이 될 수 있습니다.”

“하하하. 날 걱정하는 거냐? 이 정도 난이도 일은 숱하게 처리했어. 내 걱정하지 마라.”

“아니요. 돈벌이 단위가 다릅니다. 그리고 중국 쪽을 경계해야 합니다.”

부자가 된 건 창수만이 아니다. 김근홍도 단기간에 4억 8천만 달러라는 거액을 벌었다. 창수의 말대로 돈이 많을수록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리고 2,255캐럿 다이아몬드 원석을 팔면서 상하이방과 깊숙이 연관된 것도 위험하다. 앞으로 거래를 중단하려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위험이 사라지지 않는다.

“중국 정부가 나를 노릴 거로 생각하는 거니?”

“가능성이 크죠. 게다가 상하이방도 느낌이 싸합니다. 특별히 조심해야 할 겁니다. 언제 뒤통수칠지 모릅니다.”

“흠……. 네가 그렇게 느낄 정도면 정말 조심해야겠구나.”

“이참에 좀 더 안전한 저택을 구해 보세요. 비용이 많이 들면 제가 지원할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하지만 나는 이 집이 좋아. 주변 주택 사들여 개조하고 고용인도 늘리면, 좀 더 안전해지겠지.”

김근홍은 창수의 조언을 무시하지 않았다. 가끔 던지는 뜬금없는 한마디가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 여러 번이니까.

김근홍은 경호 시설을 확충하고 경호원을 늘리는 것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그리고 여자 조심하십시오. 돈 많이 벌었다고 여친들과 시…….”

“시끄러워! 인마! 여자는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에혀! 내가 말을 말아야지! 알겠습니다. 선배님 마음대로 하세요. 다음에 볼 때 삐쩍 말라서 미이라가 돼도 나는 모릅니다.”

“커커커. 그것도 해 볼 만하겠는데.”

다른 조언 다 들어줘도 김근홍에게 통하지 않는 한 가지가 여자 관련 문제다.

창수는 여자 친구들과 거리를 두라고 조언하려 했으나, 김근홍이 말을 잘라 버렸다.

한참을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술상을 차리고 밤새도록 마셨다.

그것은 천문학적인 재물을 손에 넣은 승리의 세리머니였다.

* * *

슈퍼노바를 매각한 뒤 창수는 곧바로 한국으로 귀국하지 않고 태국 촌부리에서 휴식시간을 가졌다.

엉뚱한 로또 발언으로 면접에서 떨어졌던 일.

999회차 로또를 사고 998회차에 당첨됐다고 착각한 일.

당첨 안 된 로또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위험한 산기슭으로 뛰어든 일.

산기슭에서 미끄러져 평행우주로 이동한 일.

그리고 조선 한양으로 넘어가 숱한 모험을 벌인 일.

모두 2달이 안 돼서 벌어진 일이지만, 창수에게는 몇 년은 족히 지나간 것처럼 느껴졌다.

‘가진 돈으로 편히 먹고살까?’

촌부리에 위치한 5성급 호텔에서 5일간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니, 새삼 돈이 좋다는 말이 떠올랐다.

깨우는 사람이 없고 급하게 해야 할 일도 없다. 피곤이 풀릴 때까지 늦은 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배고프면 룸서비스를 시키면 된다.

룸서비스로 양이 안 차면 호텔 내부에 위치한 뷔페와 전문 식당에 간다. 식후에 스파에서 몸을 푸는 것도 좋고.

창수는 안락한 서비스를 평생 받고도 남을 재력을 가지고 있다. 아니 후손 10대도 대대손손 가능하다.

‘그래도 새로운 세상을 여행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짜릿한 느낌은 있지.’

창수가 평행우주를 이동해 방문한 곳은 조선의 한양과 의주, 그리고 금나라의 선양과 펑창, 4개 도시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창수가 느낀 여행의 즐거움은 지구 71개국 어디를 가도 느껴 보지 못했던 거다.

여행이 취미이자 직업인 창수에게 새로운 세계의 존재는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휴식은 휴식으로 끝내자. 연희를 찾아야 하고, 판자촌 사람들에게도 아직 갚을 게 남아 있어.’

은원이 분명한 창수에게 찜찜함으로 남은 것이 송연희에게 보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박금래가 운영하는 만두가게에 들렀고 시장과 뒷골목도 살펴봤으나, 여전히 송연희의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이대로 포기할 수 없는 일.

‘자금이 넉넉하고 시간도 충분해. 이제 확실하게 준비하고 평행우주로 넘어가야 해. 그리고 그 전에 먼저 정리할 일이 남아 있어.’

차분한 시간을 가지니,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뚜렷하게 그려졌다.

생각을 정리한 창수는 짧은 휴식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더 쉬면 엉덩이가 무거워져 일어나지 못할 수 있으니까.

5.

“선장님,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사장님은 어떠세요?”

3월 18일 오후 6시, 창수는 방콕에 위치한 음식점 특실에서 쁘라슥과 만났다.

그를 마지막 본 날이 2월 10일이니 한 달 하고도 8일이 지난 후에 재회한 것이다.

그사이 창수는 쁘라슥의 사생아를 직원으로 채용하고 월급도 정상적으로 지불했다. 쁘라슥에게 근심거리가 없는 상황.

쁘라슥은 창수가 던진 인사말에 상투적으로 답했다.

“불행히도 저는 잘 지내지 못했습니다.”

“예?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정말 저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겁니까?”

“그……. 글쎄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흠……. 이 양반은 러시아 놈들이 배신한 걸 모르는 건가?’

지난 2월 11일, 창수는 러시아 로스토프 온 돈에 갔고 거기서 무기를 구매했다.

무기 대금을 완납했지만, 로스토프 민병대에게 추격당했다. 창수는 그 일에 쁘라슥이 관련돼 있는지 탐문하고 있는 거다.

뿌라슥의 태도를 봐서는 모르는 듯하다. 알고도 저런 반응을 보이면, 배우 해도 되겠네.

“솔직히 말하죠. 러시아인과 무기 거래를 하다가 뒤통수 맞았습니다.”

“제가 소개해 준 사람에게요!?”

“그 사람이 연관돼 있는지? 아닌지? 아직 모릅니다. 다만, 러시아 현지에서 무기를 판매하던 자들이 저를 노리더군요.”

“저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선장님을 믿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와 같은 피해자니까요. 그리고 도움이 필요합니다.”

“말씀하십시오! 사장님!”

창수는 쁘라슥을 완전히 믿지 않았다. 그래도 믿는다고 말한 건 정보를 털어놓으라는 압박이다.

쁘라슥은 창수의 압박을 떨칠 수 없었다. 아들의 장래와 집안의 평화가 창수의 손에 달려 있기에.

* * *

밤 11시, 창수는 태국 방콕의 대표적인 유흥가 소이 카우보이에 모습을 드러냈다.

화려하게 빛을 뿜어내는 업소들. 그리고 비키니와 란제리 차림으로 손님을 유혹하는 푸잉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진 창수가 유흥을 즐기러 온 것일까?

아니다. 창수는 분내 나는 화려함을 뒤로하고, 어두운 골목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 덜컥!

“이봐! 여기는 동양인 출입 금지 구역이야! 어서 나가!”

한참 들어가니 모퉁이에 허름한 술집이 보였고, 창수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험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라고? 파랑이 언제부터 태국을 접수했지?”

“이 노랭이 자식! 말귀를 못 알아듣네! 주먹맛을 봐야 알겠어!?”

키 190cm 정도, 건장한 체구를 가진 서양인이 거칠게 다가왔다.

태국은 동남아에 위치한 아시아 국가지만, 서양인이 다수 거주한다. 해외관광이 주요 수입원인 나라이기에 나타나는 현상.

태국인들은 서양인을 ‘파랑’이라 부른다.

파랑이 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동시에 태국인들을 업신여기며, 무례한 행동을 하는 부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창수에게 시비를 건 파랑의 심리도 비슷하다. 창수와 일면식도 없으면서 단지 동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욕설하며 고압적으로 나왔다.

- 휙!

창수의 면전으로 다가온 파랑이 예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오른손 주먹을 날렸다. 마치 노예를 향해 거침없이 채찍을 휘두르는 농장주의 모습.

기습 공격을 피하려는 창수. 그러나 파랑의 공격이 빨라 온전히 피하지 못했고, 파랑의 주먹에 얼굴 광대뼈 부위를 타격당했다.

- 드륵!

“헉!”

파랑은 조금 빗맞았지만, 자기 주먹이 동양인의 얼굴을 박살 낼 거라 믿었다. 하지만 주먹은 마치 미끄러지듯 창수의 얼굴을 타고 흘러갔다.

기이한 현상에 어리둥절하다. 그리고 몸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앞으로 꼬꾸라지는 상황.

- 팍!

“컥!”

- 쿠당탕!

창수는 가까스로 몸의 균형을 잡으려는 파랑의 얼굴에 오른발 차기를 먹였다.

창수의 킥이 파랑의 왼쪽 턱에 정확히 꽂혔다. 낭패의 비명을 토하며 굴러 쓰러지는 양아치 파랑.

- 퍽! 퍽!

그리고 창수의 구타가 시작됐다.

전의를 상실한 파랑은 허우적거리며 자비를 구했으나, 열받은 창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었다.

- 저 새끼 뭐야!?

- 노랭이가 여기서 설쳐!?

- 당장 그만두지 못해!?

아시아인은 서양인에게 매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던 술집 안의 파랑 무리가 파르르 몸을 떨었다.

자기들 사이에서 힘깨나 쓰는 파랑이 이름 모를 아시아인에게 일방적으로 구타당하는 장면을 견딜 수 없는 거다.

창수가 선제공격당한 뒤 응징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감히 아시아인이 파랑을 공격한다는 것 자체를 참을 수 없었다.

그러나 창수는 파랑들의 욕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한 놈만 팬다는 자세로 구타를 계속했다.

- 저 새끼 죽여!

- 우르르!

욕설로 창수를 말릴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파랑 무리가 집단행동에 나섰다.

손에 몽둥이와 쇠 파이프를 들고 창수에게 달려든 것.

1 : 1 싸움에 다수가 끼어드는 건 비겁한 일이다. 더구나 맨손인 상대에게 연장질을 한다는 건 더더욱 비겁한 짓이다.

술집 안에 모여 있던 파랑 무리는 최소한의 긍지도 없는 양아치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공격은 창수에게 전혀 먹히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돼 간다는 걸 알게 된 파랑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해간다.

그리고 창수의 반격이 시작됐다.

- 팍! 팍! 팍!

“끄아아악!”

“우아악!”

창수는 자신을 공격하는 파랑의 몽둥이를 빼앗은 뒤, 무리 전체를 향해 휘둘렀다.

삽시간에 술집이 비명과 곡소리로 가득하게 됐다.

- 짝! 짝! 짝!

“김창수! 대단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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