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25화 (25/200)

25화 8장. 10캐럿은 너무 가볍다

5.

‘헐! 야구공보다 더 큰 다이아몬드 원석이 있다니!? 이거 몇 캐럿이나 나가는 거지?’

창수가 놀란 것은 다이아몬드 원석을 담은 자루에 대물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보츠나와에서 발견된 레세디 라 로나(우리의 빛)이라는 다이아몬드 원석이 1,109캐럿이었고, 602억 원에 판매됐다.

레세디 라 로나는 지름 6.5cm로 테니스공과 유사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자루 속 다이아몬드 원석은 지름이 족히 10cm는 돼 보였다. 레세디 라 로나보다 월등히 큰 다이아몬드 원석이 분명하다.

- 슥!

- 턱!

창수는 언치엉이 옆에서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법자루에서 정밀 저울을 꺼냈다. 대형 다이아몬드의 무게를 재려는 것.

정보 유출을 경계하는 마음보다, 당장 원석 크기를 알고 싶은 호기심이 더 강하다.

창수는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저울에 원석을 올렸다.

‘451그램! 세계에서 2번째로 큰 다이아몬드! 대박!’

저울에 표시된 원석이 무게를 보고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는 창수.

지구에서 발견된 가장 큰 다이아몬드 원석은 컬리넌 다이아몬드다. 3,106캐럿의 크기를 가진 이 다이아몬드 원석은 1905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채굴됐고, 영국 왕실에 진상됐다.

컬리넌 다이아몬드는 9개 보석으로 가공됐다. 가장 큰 ‘컬리넌I’은 영국 국왕 대관식에 사용하는 지휘봉에 장식돼 있고, 두 번째로 큰 ‘컬리넌 II’는 영국 왕관에 장착돼 있다.

창수가 소유하게 된 대형 다이아몬드 원석의 무게는 451g, 2,255캐럿이다. 레세디 라 로나보다 2배 이상 크고, 컬리넌보다 851캐럿 작다.

돈벼락을 맞은 거다. 대박을 외치지 않으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할 터.

‘하하하! 이거 하나로 최소 1,800억 원은 받을 수 있을 거야! 고생한 보람이 있군!’

창수는 레세디 라 로나의 중량과 판매 가격을 알고 있다. 다이아몬드 특성상 크기가 클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걸 고려하면, 2,255캐럿 다이아몬드 원석 가격이 레세디 라 로나보다 3배 이상은 나가리라.

압록강 국경을 넘고 선양으로 온 과정, 선양에서 광산업체를 돌아다니고, 묵떤산업에서 충돌을 일으켰던 모든 일의 피로감이 삽시간에 사라졌다.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돼서 온몸을 돌고 있는 짜릿한 기분이다.

“어험. 김창수 님. 마음에 드십니까?”

“당연히 마음에 들죠! 대표님! 좋은 금강석을 판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웅께서 마음에 드신다니 저도 흡족하군요.”

창수가 대형 다아이몬드 원석을 손에 들고 희희낙락하자 언치엉이 끼어들었다.

그는 자신이 판매한 다이아몬드의 진정한 가치를 모른 채, 창수가 기뻐하는 것에 만족했다.

언치엉의 입장에서 은 12냥 가치는 있으나 마나 하다. 특이한 취미를 가진 창수의 행동이 이상해 보이기는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맞장구쳐 주면 될 일.

창수와 언치엉은 엇갈린 생각을 가진 채, 한참 동안 다이아몬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김창수 님은 역시 영웅답게 큰 것을 좋아하시는군요. 저것보다 더 큰 금강석이 있는데 드릴까요?”

“더 큰 걸 가지고 계신다고요!?”

“예. 별로 돈 되는 건 아니지만, 워낙 특이한 놈들이라, 5개 정도 모아놓은 것이 있습니다.”

“판매해 주신다면, 구매하겠습니다! 큰 건 좋은 거니까요! 무조건 구매해야죠!”

‘지화자! 한번 대박이 터지니! 연속으로 터지는구나!’

금나라 기술 수준에서 대형 다이아몬드 원석은 애물단지다. 너무 커서 용처가 마땅치 않고, 분해하자니 자르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언치엉은 처치 곤란한 초대형 다이아몬드 원석을 기념품 삼아 가지고 있었다.

창수가 큰 다이아몬드를 좋아하니, 넘겨주려 한 것. 그리고 이건 창수에게 또 다른 행운이다.

2,255캐럿보다 더 큰 다이아몬드 원석 5개면, 최소 1조 원의 가치가 있다.

창수는 연이어 닥친 돈벼락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6.

언치엉은 약속대로 창수에게 초대형 다이아몬드 원석 5개를 건네줬다. 그리고 창수를 위해 3일간 성대한 잔치를 열었다.

값비싼 귀물을 손쉽게 얻은 창수는 느긋한 마음으로 언치엉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그 덕분에 시간이 지체되고, 조선으로 복귀하는 길에 압록강 물이 녹아 고생했으나, 선양지역 전통 음식을 충분히 즐겼다는 점에서 만족하고도 남는다.

2022년 3월 1일, 서울로 복귀한 창수는 호캉스를 즐기려던 계획을 뒤로 미루고, 다음 날 태국으로 향했다.

“창수야. 얼굴이 점점 좋아지는데? 여자라도 사귀냐?”

“커험. 선배님은 모든 일을 여자와 관련시키나요?”

“당연한 거 아니냐?”

“전혀 당연하지 않은데요. 저는 여자에 관심 없습니다. 영양가 없는 이야기는 그만하고, 사업 이야기 하시죠.”

김근홍은 역시 김근홍이다. 창수와 금 위탁판매로 엮여 있으면서도 김근홍의 관심은 온통 여자였다.

창수는 만나자마자 샛길로 빠지는 김근홍의 말머리를 단호하게 잘라버렸다. 김근홍의 페이스에 말려들면, 언제 본론으로 들어갈지 모르니까.

“흠. 흠. 넌 낭만이 없어. 낭만이. 남자의 로망은 미녀라고.”

“그건 선배님. 생각이고요.”

“알았다. 알았어. 그래 비즈니스 시작하자. 오늘은 얼마만큼 가져온 거냐?”

“금원보 600개, 225kg입니다.”

“오~ 대단하구나. 어디 은행이라도 턴 거냐? 한 번으로 끝날 줄 알았더니, 물량이 더 늘었어.”

“출처는 알아서 생각하시고요. 언제까지 매각될까요?”

“이틀이면 다 정리할 수 있어. 저번에 만들어 놓은 네트워크가 살아 있으니까.”

일처리 하나는 똑 부러진다. 지난번 7일 걸리던 매각 기간이 2일로 단축된다고 한다.

이건 김근홍의 능력이 탁월하다는 걸 나타낸다.

“좋습니다. 금은 그렇게 처리하고요. 이번에 다른 걸 좀 이야기해 보죠.”

“껄껄껄. 창수야. 방금 1,500만 달러짜리 사업 이야기를 끝냈어. 무슨 이야기를 더하려고?”

“이 건에 비하면, 1,500만 달러는 소소하죠.”

“엉? 소소해? 너 요새 허풍 교습학원이라도 다니냐?”

1,500만 달러는 한화 165억 원이다.

일반인은 평생 만져 볼 수 없는 거금이고, 김근홍 같은 전문투자가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김근홍은 1,500만 달러를 별거 아닌 것처럼 여기는 창수의 말에 황당함을 느꼈다.

- 슥!

“응!? 그거 큐빅이야? 아니면 모이사나이트?”

“직접 확인해 보세요.”

창수가 2,255캐럿 다이아몬드 원석을 꺼내 보이자, 김근홍의 눈이 커지면서 대표적인 다이아몬드 대용품의 이름을 불러댔다. 그만큼 놀랐다는 의미.

큐빅은 큐빅지르코니아의 약칭으로 산화지르코늄을 합성해 다이아몬드와 유사하게 만든 것이다.

모이사나이트는 1892년 앙리 무아상이 운석 크레이터에서 발견한 광물이다. 탄화규소 결정체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보석으로 판매하고 있다.

“굴절률을 보면 큐빅은 아닌 것 같고, 비중 검사를 해봐야겠군.”

큐빅지르코니아는 다이아몬드와 비교해 굴절률이 현저하게 낮다. 보석에 식견이 있는 사람이면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

문제는 모이사나이트. 이 광물은 경도 9.5로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강하고, 굴절률은 오히려 다이아몬드보다 높다.

보석이 생소한 사람에게 다이아몬드와 모이사나이트를 나란히 보여주면, 모이사나이트를 진품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양자를 구분하는 확실한 방법은 옥화메틸렌에 집어넣어 비중 차이를 체크하는 것이다.

- 퐁!

- 스르륵!

“가라앉는군! 모이사나이트는 아니야!”

비중이 3.32인 모이사나이트는 옥화메틸렌에 집어넣으면 위로 뜬다. 옥화메틸렌의 비중이 3.4이기 때문이다.

반면, 비중이 3.52인 다이아몬드는 옥화메틸렌에 집어넣으면 가라앉는다.

김근홍은 거대한 원석이 다이아몬드일 가능성을 생각하고 저도 모르게 목소리 톤을 올렸다.

“전문가를 불러서 정밀 감정하는 것이 어떨까요?”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이건 함부로 판단할 대상이 아니야.”

김근홍도 보석에 대해 해박한 지식이 있으나, 전문가는 아니다. 자칫 실수로 천문학적인 거액이 뒤틀어지는 사건에 휘말릴 수 있다.

만사 불여튼튼. 보석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는 냉철하게 머리를 식힌 뒤, 감정 전문가 리스트를 뇌리에 떠올렸다.

* * *

“천연 다이아몬드가 확실합니다.”

감정을 위해 초빙한 전문가는 홍콩 출신 에릭 찬. 그는 10가지가 넘는 테스트를 실행한 뒤 2,255캐럿 다이아몬드 원석이 진품이라고 결론 내렸다.

“품질은 어떤가요?”

“크기는 세계에서 2번째이니 언급할 필요 없을 겁니다. 당연히 최상급이고요. 투명도와 컬러도 좋습니다.”

“세공만 잘하면 쓸 만한 다이아몬드 나석이 나오겠군요.”

“아하하……. 그렇다고 봐야죠.”

에릭 찬은 창수의 무심한 평가에 어이가 없었다. 다시없을 최상급 다이아몬드를 쓸 만하다고 표현하다니. 세상에나. 저런 막말을…….

다이아몬드는 크게 4가지 요소로 품질이 평가된다.

[Clarity(투명도), Color(색), Carat(중량), Cut(세공)]

흔히 4C라고 말하는 것.

2,255캐럿 다이아몬드 원석은 세공을 제외하고 전 분야 최상급이다. 세공만 정상적으로 하면, 역사상 최고 다이아몬드는 반열에 오를 것이 분명하다.

이런 국보급 보물을 길가에 돌멩이 취급하는 창수를 에릭 찬은 이해할 수 없었다.

“가격이 얼마나 나갈 것 같습니까?”

“원석 자체를 매각하면, 2억 5,000만 달러는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세공하면, 4억 달러까지 가능할 겁니다.”

“뭐. 그저 그렇네요.”

“예!? 그저 그…….”

- 척!

“아무튼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건 감정비입니다. 살펴 돌아가십시오.”

황당함의 연속이다. 최소 2억 5,000만 달러가 그저 그렇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포가 큰 것인가?

창수가 건넨 감정비를 보면 큰손인 것이 분명하다.

일반적으로 다이아몬드 감정비는 첨단 장비를 동원해도 100달러 고작이다. 지금처럼 출장 나와 감정해 주면, 2,000달러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 창수는 그 10배인 2만 달러를 감정비로 지불했다.

에릭 찬은 창수가 허풍쟁이인지? 세상 물정 모르는 큰손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선배님. 이 가면 벗어도 되는 건가요?”

에릭 찬과 면담한 창수는 긴 로브를 입고 얼굴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창피함과 어색함 그리고 불편함을 느낀 창수는 한시라도 빨리 마스크를 내리고 싶었다.

“응. 이제 벗어도 돼. 세공사가 문밖으로 나갔으니까.”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가면 쓰는 건 이해하겠는데요. 하필이면 황금색 가면인가요? 유치하게.”

“부자가 철 마스크 쓰리? 졸부 행세하는 데는 황금마스크가 최고야. 토 달지 말고 내 말을 따라. 이 분야는 내가 전문가야.”

“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들이 정말 미끼를 물까요?”

“넉넉잡고 5일만 기다려 봐. 분명히 연락해 올 거니까.”

사실 에릭 찬은 2,255캐럿 다이아몬드 원석을 처음 감정한 전문가가 아니다. 김근홍과 절친한 전문가 2명이 이미 감정을 마친 상태.

그런데도 에릭 찬을 부른 것은 떡밥을 던지기 위함이다.

창수와 김근홍은 누구를 낚으려고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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