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8장. 10캐럿은 너무 가볍다
3.
“이……. 이놈! 내가 누구인 줄 알고!?”
“누구 이긴 누구야? 손님 대접도 모르는 쓰레기지!”
- 슥!
“다가오지 마! 경비원! 경비원! 어디에 있어!?”
창수가 딱히 위협적인 동작을 취한 것은 아니다. 단지 일어나서 다가서자 40대 남자가 경기를 일으켰다.
전형적인 비겁자의 모습.
다루기 쉬울 거라 여길 때는 목소리를 높이고, 창수가 강하게 나오자 꼬리를 내리며, 조력자를 애타게 불렀다.
- 덜컥!
“쿠치니 이사님! 괜찮으십니까!?”
“나는 괜찮아! 어서 이자를 체포해! 우다운공업이 보낸 첩자야!”
묵떤산업의 경비원 4명이 나타나자, 쿠치니라 불리는 자의 태도가 다시 한번 바뀌었다.
창수의 기세가 두려워 경비원이 쫓아내기 바랐으나, 이제 숫자가 4명이나 되니 힘의 우위를 가졌다고 생각한 것.
“우다운공업이 뭐 하는 곳인지 모릅니다. 나는 단지 금강석을 높은 가격에 매입하려 한 것뿐입니다. 그런데 이자가 갑자기 시비를 건 거죠. 경고하는 데 나를 계속해서 적대시하면, 전투를 각오해야 할 겁니다.”
“전투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그만 나가주시지요. 여기는 사기업입니다.”
창수는 경비원들에게 침착한 모습으로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경비 조장은 창수의 범상치 않은 기세를 보고, 정중하게 축객령을 내렸다. 자신들이 상대할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것.
“이것들이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당장 첩자를 잡아!”
“이사님. 저 사람이 우다운공업의 첩자라는 증거가 없습니다. 조용히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짝!
“이 새끼가! 어디서 말대꾸야!? 짤리고 싶어!?”
쿠치니가 광분하기 시작했다.
묵떤산업에서 이사와 경비원의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 정도로 크다. 명령 불복종은 매우 드문 일.
쿠치니는 경비원들이 반복해서 자신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자,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며 경비 조장의 뺨을 때렸다.
- 확!
“이 뻔뻔한 첩자 놈!”
반항하지 못하는 상대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나니 자신감이 생긴 것일까?
쿠치니는 경비 조장의 곤봉을 낚아챈 뒤, 창수를 향해 휘둘렀다.
창수는 쿠시누의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그저 가소롭다는 듯이 바라볼 뿐.
- 턱!
“헉! 마법방어구!?”
창수의 왼팔을 가격한 곤봉은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했다. 물리방어력을 높이는 마법방어구에 막힌 것.
경비원들은 중급 마법무구의 등장에 놀라며, 창수에 대한 두려움이 깊어졌다. 현재 자신들이 가지고 능력과 장비로 창수를 상대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반면 공격이 저지당한 쿠치니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 퍽!
“쿠악!”
공격을 당했으면 응징하는 것이 창수가 가진 기본 원칙. 창수는 멍때리고 있는 쿠치니의 안면에 오른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는 쿠치니. 그리고 무지막지한 매타작이 시작됐다.
- 팍! 팍! 팍!
“끄아악!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다시 비굴 모드로 돌아선 쿠치니가 애원했지만, 창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주먹질을 가했다.
묵떤산업 경비원들은 창수를 말리지 않았다. 창수가 두려운 것이 절반, 쿠치니가 맞아도 싸다는 생각이 절반 영향을 미친 것.
“그만하십시오! 이렇다가 사람 죽이겠습니다!”
‘누구야! 나를 방해하는게!?’
20번 정도 주먹질을 했을 무렵,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창수에게 만류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짜증이 난 상황에서 고개를 돌렸는데.
“어!? 타무 님. 여긴 웬일입니까?”
창수의 눈에 열차에서 자신을 돕던 타무의 모습이 들어왔다.
“묵떤산업은 우리 가문이 투자한 회사입니다. 오늘 경영실적 보고받으려고 온 겁니다.”
“음……. 그렇군요…….”
‘젠장! 다이아몬드 원석 매입은 이것으로 끝인가?’
창수가 묵떤산업과 타무의 관계를 알았다면, 쿠치니가 건방지게 나왔다 해도, 원만하게 수습하려고 노력했을 거다.
좀 더 앞서 생각하면, 쿠치니와 엮일 일 없이 타무를 통해 다이아몬드 구매를 시도했을 터.
창수는 다이아몬드 구매에 스텝이 꼬여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쿠치니 이사가 경솔하게 김창수 님을 우다운공업 사람이라고 착각한 거군요.”
“우다운공업이 어떤 업체인가요?”
“굴착기 후방 부분에 들어가는 기계를 제작하는 회사입니다.”
“묵떤산업의 경쟁업체와 협력하는 관계인가요?”
“아니요. 묵떤산업의 협력업체였습니다. 다만, 최근 자체적으로 굴착기를 만들려고 시도하는 중입니다.”
“아하. 미래 경쟁자를 견제하려고 신경이 날카로워진 거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김창수 님에게 무례를 저지른 것은, 쿠치니 이사의 명백한 실책입니다. 상벌위원회를 열어서 문책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쿠치니 이사가 직접 사과하도록 만들겠습니다.”
자세한 설명을 들은 타무는 쿠치니가 지레짐작으로 일을 벌여 사달이 났다는 걸 알게 됐다.
창수의 무서움을 알고 있는 타무는 쿠치니를 징계하는 것으로 사건을 수습하려 했다.
“사과는 안 받아도 괜찮습니다. 서로 불편해질 것 같아서요.”
“알겠습니다. 김창수 님의 말씀대로 하죠. 그리고 금강석은 묵떤산업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거하게 충돌이 있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경영진이 우다운공업의 등장에 매우 예민한 상태입니다. 제가 나선다고 해도 금강석 매매를 성사시키기 쉽지 않을 겁니다. 대신 제가 다른 업체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타무의 아이신 가문이 묵떤산업의 대주주이기는 하지만,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지 15년이 넘는다. 개별 사안에 압력을 넣는 데 한계가 있다.
타무는 묵떤산업의 복잡한 내부사정을 말하면서, 대안을 마련해 주겠다고 말했다.
“저는 엄지손톱보다 큰 금강석 원석을 구하고 있습니다. 대형 광산업체들이 모두 묵떤산업과 장기계약을 맺었는데, 다른 곳에서 구할 수 있을 까요?”
“최근에 아오툰산업에서 대형 광산을 개발했습니다. 그곳에서 나오는 금강석이 기존 업체 합한 양보다 많습니다.”
“그곳과 계약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하지만 묵떤산업과 우다운공업이 구매를 시도하지 않을까요?”
“여러 번 했죠. 그러나 모두 실패했습니다. 아오툰산업 대표가 보통 깐깐한 사람이 아니라 서요.”
“그렇다면 저도 어렵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아오툰산업은 김창수님에게 금강석을 팔 겁니다. 그 이유는…….”
타무 덕분에 아오툰산업이라는 업체를 알게 된 건 큰 소득이다. 하지만 선양에서 잔뼈가 굵은 회사들과 거래를 거부한 업체다. 외지인 창수와 거래를 할지 미지수.
그럼에도 타무는 아오툰산업이 창수의 요청을 거부하지 못할 거라 말했다.
4.
“만나서 영광입니다! 김창수 님!”
“환대 감사합니다. 대표님.”
“당연히 환영받으셔야 합니다! 악랄한 와르카 마적단을 홀로 처단한 영웅이시니까요!”
아오툰산업의 대표 언치엉은 조카뻘 되는 창수를 과하게 떠받들었다.
그가 창수를 격하게 환영하는 것은 그의 아들과 며느리가 와르카 마적단에 인질로 잡혔다가 끔찍하게 살해당했기 때문이다.
“저는 영웅이 아닙니다. 상행위를 위해 선양에 오던 중에 열차를 공격한 마적단과 싸운 거니까요. 그리고 저 혼자 싸운 것이 아니고, 많은 승객이 마적단과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겸손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아들과 며느리를 잃고 도저히 울분을 참을 수 없어, 그놈들을 응징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온갖 방법을 시도해도 하나같이 참담한 실패였습니다. 살아생전에 크루카 그 악마 놈이 죽은 것 자체만으로 저는 여한이 없습니다.”
언치엉은 복수에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용했다. 선양 군부대와 용병을 동원해 와르카 마적단 토벌을 여러 번 시도했으나, 결과는 모두 실패.
울분에 술로 밤을 새우던 언치엉은 자신의 경제적 근거 아오툰산업이 흔들리는 상황을 목격하게 됐다.
조부가 창업한 아오툰산업을 살려야 한다고 판단한 언치엉. 그는 복수의 꿈을 접고 사업에 전념했다.
그리고 덧없이 3년이 흐른 바로 어제, 와르카 마적단이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부두목 크루카가 처단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기쁨을 느꼈다.
언치엉은 혼자서 마적단 82명을 처치한 용자에게 보답하려 했다. 하지만 신분 노출을 꺼린 창수의 정보 차단으로 누구인지 파악도 못 했다.
이제 자신의 원수를 갚아준 당사자를 만났다. 영웅으로 대접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직 강건한 모습이신데 여한이 없어서는 안 되죠. 지금도 와르카 마적단은 두목을 포함해 절반 이상이 살아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마적단도 설치고 다니죠. 그자들을 모두 처단할 때까지 대표님이 선양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합니다.”
“맞습니다! 맞습니다! 김창수 님의 말씀을 들으니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을 알겠습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사람을 모아서, 선양 인근에 날뛰는 마적단을 쓸어버리겠습니다!”
염원하던 복수에 성공한 사람이 급사하거나, 급격히 쇠약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창수는 언치엉이 그런 부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전의를 고양하는 것이 필요한 상태.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언치엉은 스스로 응징을 해보지도 못했다.
자신의 처지를 깨달은 언치엉은 남은 생에서 해야 할 목표가 마적단 청소라 생각하며, 창수와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언치엉에게는 무엇보다 기쁜 시간.
“김창수 님. 대형 금강석 원석을 구하신다고요?”
“그렇습니다. 아오툰산업에 재고가 있다면 구매하고 싶습니다.”
“구매라니요? 그냥 드려야죠.”
“아닙니다. 공과 사는 분명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저는 장기계약을 원합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금강석을 거래하려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정상적인 매매가 바람직합니다.”
“알겠습니다. 장기계약을 원하시면 그리하죠.”
금나라에서 다이아몬드의 가치는 같은 무게의 은과 같다. 1캐럿에 1.4환(한화 1,400원)에 불과하다.
이걸 아끼자고 공짜로 받았다가 소탐대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언치엉이 급사할 수도 있고, 아오툰산업의 대표에서 물러날 수도 있으니까.
정당한 가격을 주고, 20년 이상 장기간 매매계약 하는 것이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최선의 방안이다.
성공한 사업가인 안치엉도 창수가 무엇을 원하는지 바로 알아들었다.
그가 운영하는 사업에 금강석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약하다. 자신의 전 재산을 줘도 아깝지 않을 영웅이 원하는 것을 안겨 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척!
“모두 3관입니다. 앞으로 3개월이 지나면 같은 수량이 모일 겁니다.”
1관은 3.75kg, 3관은 11.25kg이며, 56,250캐럿에 해당한다. 이런 귀물을 금 30냥(1,125g)으로 구매했다.
이건 거저나 다름없는 횡재다. 게다가 앞으로 1분기마다 같은 양을 공급받을 수 있다.
창수는 기쁜 마음으로 언치엉이 건네주는 다이아몬드 자루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자루를 열어 다이아몬드 원석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려 했다.
- 슥!
“미친! 이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