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7장. 마법의 힘
4.
마적 2명을 처단한 건 창수였다. 그는 마적들에게 마법방어구가 있다는 것을 알자, 투명망토를 사용해 몸을 숨긴 뒤, 기회를 노려 4호 객차로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용감한 승객들이 마적들과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며, 혼자 도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독검을 가진 승객의 말이 거짓일 가능성이 있으나, 과감하게 공격을 선택한 것은 일종의 리스펙트.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이다.
하지만 이제 고작 마적 2명만 제거했을 뿐. 창수는 마적단과 싸우기 위해 마법 방어구를 사용해야 한다 판단하고, 시체를 벗겨 확보에 나섰다.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는데 작동이 되려나? 이건 휼기아귀금속에 가져가서 수리를 알아봐야겠군. 시간 없다. 멀쩡한 것으로 빨리 갈아입자.’
마법방어구는 천옥금이 묘사한 것처럼 조끼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창수는 확보한 방어구 2개 중 마법칼이 관통한 것을 마법자루에 집어넣고, 상태가 양호한 방어구를 선택했다.
투명망토는 가장 나중에 입어야 제대로 작동된다. 창수는 방어벽 안으로 들어가 투명망토를 벗고 조끼를 착용했다.
‘좋아. 준비 완료. 마적단 놈들아 각오해라.’
투명망토를 다시 가동한 창수는 방어벽에서 고개를 내밀어, 열차 창문으로 넘어오는 마적단을 바라봤다.
- 탕! 탕! 탕!
“크악!”
“쿠아악!”
창문으로 막 넘어오던 마적이 창수의 총에 맞아 즉사한 뒤, 차단봉에 걸렸다.
연이어 발사된 총알은 열차 창문 밖에 매달려 있던 마적들을 타격했고, 마적들은 비명을 지르며 철로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마적단을 일단 제압했습니다. 통로 열고 4호차로 부상자 챙겨 나가세요.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순식간에 5호 객차 내부와 창문을 장악한 창수는 승객들에게 대피하라고 말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이 싸우죠!”
“여기서는 저 혼자 싸우는 게 유리합니다. 그리고 먼저 생명을 구해야죠.”
“알겠습니다! 그리하죠!”
창수가 5명을 처단했으나, 아직도 밖에는 수많은 마적이 설치고 있었다.
독검을 소유한 승객 타무가 5호 객차에 남아서 같이 싸우겠다고 했으나, 창수가 거절했다.
창수는 마법 방어구와 투명망토를 가지고 있다. 마적단에 어떤 공격 수단이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터.
그러나 다른 승객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
창수는 타무가 마적과 싸움에서 충분히 자기 몫을 했다 생각하고, 안전한 장소에 대피하기를 바랐다.
* * *
5호차 승객들을 4호차로 대피시킨 뒤, 창수는 창가를 이동하며 마적단 사냥을 시작했다.
최근 연이은 실전으로 사격 솜씨가 급상승한 창수는 말을 타고 이동하는 마적에 80%의 적중률을 보였다.
- 탕! 탕! 탕!
- 팍! 틱! 팍!
‘방어구를 착용한 놈들이 적지 않아. AK-201로 대응하기 한계가 있어.’
성가신 건 마법방어구를 착용한 마적의 수가 10%에 이른다는 점.
마적단의 규모가 150여 명이라는 걸 고려하면, AK-201이 통하지 않는 마적이 15명에 달할 가능성이 높다.
소총 이외에 마땅한 무기가 없는 창수에게 상대하기 난감한 적이다.
- 탕! 탕! 탕!
- 틱! 툭! 틱!
‘가볍게 두드리는 느낌이군, 이것이 마법의 힘인가?’
투명망토를 사용하며 수시로 이동 사격하는 창수. 마적단은 그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애를 먹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되는 피해를 감내할 수 없었던 마적단의 선택은 집중사격이었다.
100발이 넘는 총탄이 5호차 창가에 몰리니, 창수도 피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창수가 노획한 마법방어구는 마적단의 총탄을 가볍게 막아냈다. 적의 장비를 사용해 적의 공격을 무력화한 것.
창수는 든든함을 느끼면서, 다시 한번 마법의 위력을 실감하게 됐다.
- 두두두!
“이 쥐새끼 같은 놈! 내가 네놈의 사지를 잘라주마!”
창수가 처단한 마적 수가 50명에 이를 때, 갑자기 마적 한 명이 호통을 지르며 빠르게 다가왔다.
창수보다 키가 작아 보이지만, 몸 둘레가 족히 2배는 나갈 듯 보이는 기형적인 체구를 가진 자였다. 속칭 근돼(근육돼지) 스타일.
위협을 느낀 창수가 연이어 총탄을 발사했으나, 모두 튕겨 나갔다. 크루카라 불리는 자가 마법방어구를 착용한 것이 분명하다.
‘저놈이 뚫린 곳으로 들어오려는 건가?’
5호 객차 창가에 도달한 크루카가 구멍 난 차단봉에 끼어 있던 마적 사체를 끄집어 내렸다. 아마도 그 안으로 들어올 모양인가 보다.
‘피해야 해. 대안 없이 여기서 맞서는 건 자살 행위야.’
크루카는 창수에게 총알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아는 듯 소총 대신 검을 들고 있었다. 검날에 붉은색이 비치는 걸 보면, 화염속성을 가진 마법검일 가능성이 높다.
크루카를 상대할 무기가 없는 창수는 퇴각을 결정했다.
창수는 마적 50명을 처단했다. 열차 경비병도 아닌 승객으로서 이미 혁혁한 공을 세운 상태.
지금 창수가 후퇴한다고 비난할 사람은 없을 거다.
- 탁! 탁!
생각을 정리한 창수는 4호 객차와 연결된 통로로 달려간 뒤, 투명망토 기능을 끄고 모습을 보이며, 통로를 열라는 신호를 보냈다.
- 끼이익!
통로 문 강화유리를 통해 창수의 모습을 본 타무가 재빨리 닫힌 문을 열어줬다. 그도 창수가 이쯤에서 후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객차 간 통로를 막는 문은 두툼한 강철로 만들어져, 크루카의 힘으로 열 수 없다. 마적단이 폭약을 가져와 폭파할 가능성이 있으나. 그때쯤이면 경비병력이 도착할 터.
나머지 싸움은 열차 경비병력에게 맡기는 것이 옳은 일이다.
- 생명을 구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젊은이 대단하구만! 영웅의 기상이 있어!
- 할아버지! 마적 수십 명을 죽였으니 당연히 영웅이죠!
창수가 4호 객차로 들어서자, 승객들이 박수치며 칭찬과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단독으로 마적단과 싸운 것만 해도 용기를 칭찬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흉포하기로 소문난 마적 50명을 척살하고, 무사히 사지에서 빠져나왔으니, 상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리라.
창수는 기꺼운 마음으로 승객들의 환호에 일일이 답례했다.
“야이! 쥐새끼야! 어디를 도망가!?”
4호차에서 모두가 훈훈한 시간을 보낼 때, 5호차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두툼한 통로 철문은 소음도 어느 정도 막아 준다. 그런데도 막힌 통로를 통해 목소리가 들린다는 건, 소리를 지른 상대가 악에 바쳤다는 걸 의미한다.
- 어! 저게 뭐야!?
- 멧돼지 한 마리가 창문에 대롱대롱 걸렸네!
- 쯔쯔쯔……. 백성들을 얼마나 등쳐먹었으면, 저렇게 되지?
창수가 4호차로 이동하는 과정을 지켜본 크루카는 급하게 5호차 창문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다가 잘라진 차단봉이 너무 비좁아 육중한 몸이 중간에 끼게 된 것이다.
소리 나는 곳으로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린 승객들은 크루카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게 됐다.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마적의 기괴한 꼬락서니를 조롱했다.
“저자를 제거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마법검으로 방어력을 약화한 다음 처단하려는 건가요?”
“예. 독에 중독되면 방어구 기능이 무력화됩니다.”
“하지만 저자도 마법검을 가지고 휘두르고 있습니다.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건 저에게 맡기십시오.”
“좋습니다. 해보죠.”
크루카의 낭패한 모습을 본 타무는 비웃음 정도가 아니라 처단을 계획했다. 자신의 독검과 창수의 총기가 결합하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상반신이 5호차 객차 안으로 넘어온 크루카는 오른손에 든 마법검을 휘두르며 차단봉을 자르려 했다.
창수는 크루카가 휘두르는 검의 경로가 범상치 않다 생각하고 타무를 말리려 했다.
그러나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타무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 획! 획!
4호차와 연결된 통로가 열리고 타무가 다가오자, 위기를 느낀 크루카가 미친 듯이 마법검을 휘둘렀다.
매우 위험해 보였으나, 타무는 코웃음 쳤다. 하체의 힘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엉거주춤 상태에서, 상반신만으로 검을 휘둘러 봐야 아이들 장난보다도 못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 슥! 삭!
- 푹!
“크악!”
타무는 가볍게 크루카의 검을 피하고 독검으로 왼쪽 어깨를 찔렀다. 걸걸하게 욕하던 크루카의 목구멍에서 낭패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 고통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 탕! 탕! 탕!
“끄아악! 우아아악!”
크루카가 독검에 적중된 걸 본 창수가 사격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잘 박히지 않던 총알이 시간이 지날수록 크루카의 몸에 깊숙이 박히기 시작했고, 고통의 비명이 갈수록 높아졌다.
“끅!”
크루카가 숨을 거둔 건 탄창에 담긴 총알 30발을 모두 사용된 이후였다.
- 슥!
- 획! 획!
크루카가 죽자 오른손에 쥐고 있던 마법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타무는 그 검을 집어 들고 한참을 휘둘렀다.
- 척!
“받으세요? 우수한 성능을 가진 마법검입니다.”
“예? 제가 가지라고요?”
“승자가 패자의 것을 취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우리 서로 협력해서 제압한 것 아닌가요?”
“제가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저자를 처단한 건 은공입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목숨을 구한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타무는 절제를 아는 인물이었다. 마법검에 욕심을 가지면서도 소유권이 창수에게 있다는 걸 명확히 인지하고 건네줬다.
검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창수는 타무에게 양보하려 했으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 받아두었다.
* * *
타무의 도움을 받아 크루카를 처단한 창수는 다시 한번 마적단 사냥을 시작했다.
크루카처럼 마법방어구를 착용한 마적이 와도 능히 제압할 수 있으니, 마적단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전 병력 철수! 후퇴하라!”
창수의 2차 공격으로 마적 32명을 처단하자, 마적단이 버티지 못하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열차 기습에 동원된 마적 153명 중, 41명만 살아 돌아갔다. 인명 손실이 73%가 넘는 참혹한 패배다.
“정말 감사합니다! 고객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우리 열차는 큰 화를 당했을 겁니다.”
마적단이 물러간 뒤 열차 경비책임자가 창수를 찾아 감사인사를 올렸다.
이번 전투에서 승객 창수가 처단한 마적은 모두 82명이 달한다, 반면, 경비병이 처리한 마적은 반도 안 되는 30명에 불과하다.
30명이 적은 수는 아니지만, 창수가 세운 공에 비하면 현격하게 떨어진다. 경비책임자가 창수에게 사의를 표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저 혼자 마적단과 싸운 것이 아닙니다. 많은 승객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흉포한 마적과 싸웠습니다. 그 와중에 적지 않은 승객이 죽거나 다쳤고요.”
“알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합당한 보상을 할 겁니다.”
자신의 공을 내세우기보다 마적과 맞서다 희생한 승객들을 거론하는 창수.
이건 단순한 오지랖이 아니다. 만약 5호 객차 승객들이 마적들과 용감하게 싸우지 않았다면, 창수는 도주하거나 마적에게 당했을 거다.
경비책임자 애쿠렌 역시 마적에 대항한 승객들의 공헌을 인지하고 있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럼 저는…….”
“잠시만요. 드릴 말씀이 더 있습니다. 현상금에 대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