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7장. 마법의 힘
3.
‘헐! 이거 완전히 서부영화구만! 정말 말 타고 다니는 떼강도들이 있네!’
펑창에서 출발한 기차가 100km를 이동해 평야지대에 도착하자 마적단의 습격이 시작됐다.
선양까지 남은 거리는 60km에 불과하지만, 금나라 수도의 공권력이 여기까지 못할 정도로 국가시스템이 무너진 상태다.
폭발음과 총소리에 잠을 깬 창수는 미국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열차 강도가 등장하는 영화의 한 장면이 실제로 벌어지자, 황당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 탕!
- 창!
- 후드득!
창수가 탄 열차는 기관차 부분을 제외하고 모두 12칸으로 구성돼 있다.
기관차 바로 후방과 열차 후미에 각각 중무장한 열차 칸을 가지고 있고, 가운데 객차 10량이 배치된 구조다.
마적단은 상대하기 껄끄러운 앞뒤 무장 칸을 피해 중심부를 공격했다. 창수가 탑승한 5번째 객차가 주요 공격 목표가 된 건 자연스러운 흐름.
“거기는 위험하니 이쪽으로 오세요!”
“가……. 감사합니다!”
- 후다닥!
열차의 창은 일반 유리가 아니라 강화유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속되는 총격에 버티지 못하고 부서졌다.
창수는 창문 아래로 몸을 숨기고 벌벌 떨고 있는 19번 승객에게 자신의 자리로 오라고 말했다.
- 사르륵!
- 착!
복도 쪽이 안전한 것은 비상 상황에서 적의 공격을 막아 줄 방어벽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창수는 천옥금이 사전에 알려 준 대로, 좌석 좌측과 우측에서 철판을 꺼내 자신의 자리를 외부와 단절시켰다.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서로 돕고 살아야죠. 그리고 고개 숙이고 앉으세요. 보호벽 위로 몸이 나오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아! 그렇군요!”
- 슥!
방어벽의 높이는 150cm. 성인이 서 있으면 고개가 노출된다.
19번 승객은 창수의 말을 듣고 빠르게 몸을 숙였다.
- 쾅!
- 파바박!
“우아악!”
“크아악!”
19번 승객이 방어벽 아래로 몸을 숨긴 직후, 강한 파괴력을 가진 폭탄이 객차 왼쪽을 타격했다.
폭탄 파편과 유리가 객차 내부에 퍼지며 승객들을 덮쳤다.
미처 피하지 못한 창가 쪽 승객은 물론이고, 복도 쪽에 있음에도 제대로 대비를 못 한 승객 상당수가 피 흘리며 쓰러졌다.
- 후아! 후아!
창수 덕분에 횡액을 면한 19번 승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연신 들숨과 날숨을 반복했다.
* * *
- 의무관! 어디 있어!
- 경비병! 뭐 하는 거야! 황금 10냥이나 받아 처먹고 쳐 자빠져 자는 거야!?
- 염병할! 안전한 무장열차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마적단의 공격으로 다수의 승객이 부상당하자, 승객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경비병들이 무장 칸에만 틀어박혀 승객의 안전을 나 몰라라 한다고 여긴 것.
<승객 여러분. 우리 열차의 승무원과 경비병이 최선을 다해 마적단과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불편하시더라도 안전해질 때까지 안전한 좌석에서 대기하시기 바랍니다.>
승객들의 불만이 격해지자, 열차 경비책임자가 확성기를 사용해 무마에 나섰다.
마적단의 공격이 교묘해 대응이 어려운 상태에서 승객들마저 동요하면, 재앙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에 적절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승객들의 생각은 달랐다.
- 안전한 좌석?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안전해!?
- 마법자루 봉인 풀어! 우리 몸은 우리가 지킬 거야!
- 맞아! 멍청한 경비병 놈들보다 우리가 더 잘 싸워!
일인당 2,600만 원에 해당하는 승차 요금을 내야 하는 선양행 열차 승객은 대부분 마법자루를 가지고 있다.
마법자루에 물품을 담아 실어 나르면서 승차 요금 이상의 수익을 올리려 하는 것.
철도회사도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며, 승객이 소유한 마법자루를 객차 안에서 열지 못하도록 마법 장치를 걸어 놨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르니까.
초창기에는 개찰구에서 직원들이 승객 마법자루 내부를 일일이 확인했다.
그러나 반발이 심하고 이용객 수가 바닥을 보이자, 내부 검사를 안 하고 마법자루를 봉인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현재는 객차 내부에서 불상사가 발생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승객이 소지한 무기도 마법자루 안에 넣고 봉인한다.
승객들은 치안이 열악한 금나라에서 스스로를 지키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경비병이 마적단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키지 못한다면, 스스로 무기를 가지고 맞서겠다고 외쳤다.
<5호차와 6호차 마법자루 봉인을 일시적으로 해제하겠습니다. 승객 여러분, 무기를 들고 마적과 대항하십시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마적단에 대항하려는 조치입니다. 만약 무기를 가지고 문제를 일으키면, 범죄자로 처벌받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일반적으로 마적과 산적은 열차를 끌고 가는 기관차를 노린다. 그리고 다음 타깃이 열차 후방이다.
그러나 이번 마적단은 다르다. 열차 앞과 뒤에 설치된 무장 칸의 사각지대를 활용해, 끈질기게 5호 객차와 6호 객차를 공격했다.
통상적인 방법으로 마적단을 처리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경비책임자는, 어쩔 수 없이 승객들이 자위권을 가지도록 허용해야 했다.
- 슥! 슥! 슥!
5호 객차에 마법자루 봉인이 해제되자, 마적단에 대항하기 위해 승객들이 서둘러 무기를 빼 들었다.
그러나 모든 승객이 같은 목적을 가진 건 아니었다.
- 탕! 탕!
“모두 두 손 들고 꼼짝 마! 주둥이 놀리거나 움직이면 대가리를 날려 버릴 거다!”
마법자루 봉인을 해제하라고 가장 소리 높였던 2명이 위협사격을 하며 승객들을 겁박하기 시작한 것.
더구나 그들은 5호 객차 앞뒤 출입문까지 잠가 버렸다.
“이게 무슨 짓거리야! 왜 우리를 향해 총질해!?”
- 탕! 탕!
“컥”
승객 한 명이 반발하자, 망설이지 않고 방아쇠를 당겨 살해했다.
- 저놈들! 마적단과 한패다!
- 맞아! 승객으로 가장해 침입한 거야!
- 버러지들! 조져 버려!
- 탕! 탕! 탕!
승객들 상당수가 총기를 휴대하고 있다. 그중에서 경호원 출신 승객들이 살인을 저지른 2명의 정체가 객차에 잠입한 마적 패거리라는 걸 알아보고, 빠르게 응사했다.
마적들이 사용하는 소총은 자동장전이 아니라 한 발씩 집어넣는 볼트액션 방식이다. 게다가 총탄이 종이탄피이기에 장전속도가 느렸다.
마적들은 총알을 장전하는 도중이라 승객들이 쏜 총알을 피할 겨를이 없었다.
총알 6발이 빠르게 날아가 마적 2명에게 각각 3발씩 적중했다.
- 틱! 툭! 틱!
경악할 일이 벌어졌다. 총알이 마적의 몸에 박히지 않고 맥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버린 것.
금나라에서 사용하는 소총의 운동에너지는 조선과 유사하게 200J이다. 창수가 가진 AK-201보다 8.5배 위력이 낮지만, 충분히 인간을 살상할 수 있다.
영국 롱보우의 운동에너지가 39J, 조선 각궁이 53J, 현대 컴파운드보우가 100J이라는 걸 생각하면, 튕겨 나간 총알은 상식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리라.
- 젠장! 저 새끼들 방어구 착용했어!
- 어쩐지 설치더라니!
- 모두 조심하시오! 총기는 통하지 않소! 마법검을 사용해야 하오!
마법방어구.
경험 많은 경호원 출신들이 총알을 막아낸 정체를 파악해냈다. 마법물품 중 물리방어를 강화하는 장비.
산적들이 자신 있게 객차에 잠입한 것에 믿는 구석이 있었던 거다.
‘흠……. 중급 마법물품은 구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어떻게 마적들이 2개씩이나 가지고 있지? 저것들 정체가 뭐야?’
상황을 지켜보던 창수는 어제 천옥금이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마법물품은 [하급, 일반등급, 중급, 상급, 최상급] 5단계 있다고 했다.
물리방어를 올려주는 마법물품은 중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가격이 최하 1억 환(한화 1,000억 원)부터 시작한다.
게다가 돈만 있다고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 지위도 높아야 구매가 가능하다고 했다.
금나라 마적단이 아무리 규모가 크다고 해도, 돌격대와 다름없는 잠입조에 중급 마법물품 2개를 사용한다는 건 과도한 전력 투입이다.
‘문제는 방어구의 성능이야. AK-201이 통하지 않는다면 나도 위험해.’
천옥금은 마법물품이 상식을 뛰어넘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 말했다.
만약, 마적들이 착용한 마법방어구가 모든 물리력을 막을 수 있다면, 창수가 할 수 있는 일은 도주뿐이다.
- 슥!
창수는 방어벽 아래로 몸을 숨긴 뒤 투명망토를 가동했다.
* * *
- 다다닥!
- 탕! 탕!
“쿠아악!”
재장전을 마친 마적들은 자신들을 공격한 승객들에게 보복을 시작했다.
승객이 몸을 숨긴 방어벽으로 달려가 위에서 총을 집어넣고 근접 사격을 가한 것.
“이 새끼들이 감히 우리를 공격해! 머리통을 터트려 죽여 주마!”
산적들은 목소리를 높여 승객들을 위협했다. 자신들과 교전을 벌이는 6명 이외에 반발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심리전을 펼친 것.
- 타다닥!
- 슥!
- 써걱!
“큭!”
하지만 교전하던 승객들도 당하지만은 않았다. 마적이 4번째 승객을 쓰러트리려고 방어벽 안으로 총을 밀어 넣자, 마법검으로 왼팔을 그어 버린 것.
마법방어구는 무적이 아니었다. 마법검에 적중당한 마적은 큰 신음소리를 내며 즉시, 뒤로 물러났다.
“젠장! 독이다! 조심해!”
“멍청한 놈! 조심하라고 했잖아! 너는 저놈 감시하고 있어! 나머지는 내가 처리할 거니까!”
이제 마적에게 대항하는 승객이 3명 남은 상태. 독검에 적중당한 마적이 자신에게 부상을 입힌 승객을 상대하는 동안, 다른 마적이 저항하는 승객 2명을 처리할 계획을 세웠다.
- 탕!
- 푹!
5번째 승객을 처리한 마적이 6번째 승객이 위치한 방어벽으로 다가가자, 승객이 튀어나와 파란색을 띤 칼을 찔러왔다.
노련한 마적은 빠르게 반응해 총탄을 발사했으나, 칼을 피하지 못했다.
6번째 승객이 바닥에 쓰러졌고, 복부에 칼이 꼽힌 마적도 중상을 입고 일어나지 못했다.
“여러분! 공격하세요! 마법검에 적중하면, 방어력이 약해집니다!”
독에 중독된 마적이 쓰러진 동료의 상태를 확인하려 자리를 이동하자, 독검을 가진 승객이 상황을 파악하고, 다른 승객들에게 도움을 호소했다.
그의 주장은 마적 두 명 모두 마법검에 적중했기에, 물리방어력이 대폭 낮아졌다는 것.
- 탕!
“헛소리야! 움직이면 다 죽어!”
위기를 느낀 마적은 독검을 든 승객에게 총알을 발사하며, 승객들을 다시 한번 겁박했다.
독검을 든 승객은 가까스로 총알을 피했지만, 공포에 빠진 승객들의 협력을 바라기 어려워졌다. 마적과 충돌과정에서 고장 난 자신의 소총이 원망스러운 상황.
- 쾅! 쾅!
- 후드득!
게다가 더 큰 위기는, 외부 마적이 5호차 창가에 설치된 차단봉을 부수며 객차 안으로 들어오려고 한다는 점이다.
마적 2명도 상대하기 어려웠는데, 마적들이 객차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려 한다. 승객들의 눈에 공포가 깊어졌다.
그리고.
- 탕!
- 팍!
“컥!
승객들이 암울한 상황을 한탄할 때, 총성이 들리더니 독에 중독된 마적이 즉사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주위를 살폈으나, 특이한 것을 찾을 수 없었다.
- 탕!
- 팍!
승객들이 예기치 않은 상황에 어리둥절할 때, 두 번째 총탄이 발사돼 복부에 칼을 꽂고 있는 마적마저 처단했다.
이로써 객차 안에 잠입했던 마적 2명이 모두 제거됐다.
- 슥!
- 스스슥!
이어서 죽은 마적들의 몸을 뒤지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