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20화 (20/200)

20화 7장. 마법의 힘

1.

- 척!

“행수님. 이것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그건 금강석이오.”

천진우는 창수가 보여 준 것이 다이아몬드라고 했다. 보자마자 바로 단정적으로 말하는 걸 보면 확신한다는 것일 터.

“예! 이게 금강석이라고요?”

“그렇소. 조선에서는 보기 드물지만, 금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거요.”

“금강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것 아닌가요?”

“조금 커 보이기는 하지만, 저것보다 큰 것도 있소.”

창수가 퉁기야의 주머니에서 발견한 원석은 500원짜리 동전만 한 크기였다. 커팅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지름 26.5mm 다이아몬드는 50캐럿이 넘어간다.

‘이것보다 더 큰 게 있다고? 내가 1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마련하지 못해 어떤 수모를 당했는데…….’

창수와 전 약혼녀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파탄 난 계기가 다이아몬드 반지였다.

창수는 끈질기게 반지를 요구하는 약혼녀에게 0.5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주려 했다. 당시 통장에 잔고가 말라가는 상황에서 120만 원 지출도 그에게는 버거웠다.

하지만 전 약혼녀는 상급 1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요구했고, 그 가격이 1,000만 원에 달했다.

창수는 어떻게 해서든 약혼녀의 요구를 맞추려고 다이아몬드에 대해 알아봤으나, 결국 해답을 찾지 못하고 약혼녀와 헤어지고 말았다.

그때 쌓은 다이아몬드에 관한 지식이 창수에게 말해 주고 있다. 이 원석의 가치는 수억 원이 넘는다고.

“펑청에 있는 금은방에 가면, 이런 걸 살 수 있나요?”

“글쎄올시다……. 보석이 아니라서 금은방에서 취급하는 곳이 있을지 모르겠소.”

‘헉! 다이아몬드가 보석이 아니라고!?’

이제야 대화에서 느낀 위화감이 이해된다.

창수는 대형 다이아몬드 원석을 하찮게 여기는 천진우를 이상하게 여겼다. 반면, 천진우는 별거 아닌 광석을 가지고 오버액션하는 창수의 행동이 의아했던 것.

국제시장에서 다이아몬드 원석 가격은 1캐럿(0.2g)에 650만 원이고, 금 0.2g이 15,400원이다. 다이아몬드가 같은 중량을 가진 금보다 422배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건 어디까지는 평균을 말하는 거다.

크기가 커질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다이아몬드의 특성을 생각하면, 50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금의 1,000배 이상도 될 수 있다.

‘여기서 다이아몬드원석을 가져다 팔면……. 커커커! 이게 돈벼락이구나!’

가슴이 후련해진다. 조선에서 금-은 재정거래가 막혀 답답했던 마음이 단번에 뻥 뚫리는 느낌이다.

* * *

창수와 안주상단은 톄쟈방이라는 불청객을 만난 여파로 예정보다 3시간 늦게 펑청에 도착했다.

밤샘 강행군에 피곤했던 창수는 안주상단이 마련해 준 숙소에서 잠을 청한 뒤, 2월 24일 오후에 깨어나 금은방을 찾아갔다.

“작은아버지를 목숨을 구해 주셨다고요? 정말 감사해요.”

“아……. 천행수님 조카분이시군요.”

“예. 맞아요.”

천진우의 소개로 찾아간 금은방의 주인은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였다. 이름은 천옥금.

창수가 가장 믿을 만한 금은방을 알려달라고 하니, 천옥금이 운영하는 휼기아귀금속을 지목한 것이다.

천진우야 자신의 조카 천옥금에게 믿음이 가겠으나, 창수에게도 믿을 만한 인물인지 아직은 미지수다.

- 슥!

“은을 매각하려 합니다.”

“순도가 아주 높아 보이네요. 정밀 감정해 보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안목이 좋다. 천옥금은 단번에 은 그래뉼이 상급을 뛰어넘는 귀물이라 걸 알아보고, 순도 측정 장치를 사용했다.

“순도 99.99% 은입니다. 시세는 조선 돈으로 그램당 35환인데, 저는 37환까지 드릴 수 있어요.”

“시세보다 더 고가에 매입한다고요? 밑지는 장사를 한다는 건가요?”

천진우의 말이 맞았다. 천옥금은 물품의 품질을 정확히 파악했고, 시장 가치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게다가 한 발 더 나가, 시세보다 고가에 매입하겠다고 말했다.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거래 조건이다.

그러나 창수는 청옥금의 제안에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양심적이 상인이라도 손해 보면서 장사하지는 않는다.

손해 본다는 말이 거짓이거나, 앞으로 손해 보면서 뒤로 무언가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

창수는 청옥금이 고가매입을 제안한 이유를 알고 싶었다.

“순도 99.99% 은의 제조원가는 그램당 40환이에요. 그런데 마탑에서 유통가격을 35환으로 제한하고 있죠.”

“제조자가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군요. 갑질이 심하네요.”

“그래서 마탑에서 비공식적으로 보상을 줍니다.”

“뒷돈을 준다는 건가요?”

“그건 아니고요. 마법물품 매입 우선권을 줘요. 그걸 활용하면 손해를 만회할 수 있어요. 운이 좋아 마법물품 수요가 폭발할 때는 추가 수익도 볼 수 있죠.”

‘오! 나이스 정보! 천행수님 조카 브리핑 정말 잘하네!’

간결하면서 필요한 내용이 다 들어가 있는 깔끔한 설명이다.

창수는 천옥금의 설명을 듣고, 고순도 은의 가격구조와 유통방식을 이해하게 됐다. 대광금은방 주인 장두호가 양심적인 사람이기는 하지만, 정보 제공 측면에서 청금옥보다 못하다.

“여기서도 마법물품을 판매하나요?”

“예. 아직 판매 등급이 낮아 기초적인 것만 판매하지만, 그래도 쓸 만한 마법물품이 있어요.”

“어떤 건지 볼 수 있을까요?”

고순도 은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자, 이번에는 마법물품에 대해 호기심이 들었다.

99.99% 은의 제조원가가 같은 중량 금의 50%를 넘는다는 건, 고순도 은을 사용해 제조한 마법물품의 가치가 그 이상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창수는 마법물품의 실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그럼요. 이쪽을 보세요.”

“거기 진열된 것이 마법물품인가요?”

“예. 이 단검은 전격마법이 걸려 있어요. 닿기만 해도 상대방이 감전되죠.”

“저 화살은 뭔가요?”

“동결마법이 걸린 거예요. 저 화살에 맞으면 마법타격을 당하면서 이동속도가 느려져요.”

‘마법무기가 정말 존재하는구나. 확실히 우리 지구와 다른 세상이야.’

천옥금이 가리킨 곳은 귀금속을 진열한 바로 옆 진열대였다. 창수는 그곳에 비치된 칼과 화살이 고가의 장식용품이라 생각했었다.

[사람들이 실감을 하지 못해서 그러는데, 일상생활 모든 곳에 마법이 사용되고 있소.]

창수는 불현듯 장두호의 말을 떠올렸다.

“마법물품 취급점이 판매등급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마법물품을 많이 판매하면 등급이 올라요. 다른 방법은 고순도 은을 대량으로 납품하는 거죠.”

“휼기아귀금속은 고순도 은을 얼마까지 소화할 수 있나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죠.”

“그러면 일단 150kg부터 하죠.”

- 척!

“어머! 세상에…….”

창수는 휼기아귀금속 천옥금이 믿을 만한 인물이라 여기고, 가지고 온 은 그래뉼 99.99% 150kg을 전부 매각했다.

천옥금은 고순도 은 10kg 이상을 거래한 경험이 없다. 예상하지 못한 귀물의 막대한 양에 놀라며, 천진우가 말한 대로 창수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창수와 천옥금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거래를 마쳤다.

창수는 장두호와의 거래에서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금을 확보했고, 넉넉한 자금으로 고가의 마법물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2.

2022년 2월 25일 오전 9시 40분, 창수는 선양으로 가기 위해 펑창 기차역에 도착했다.

이번에 가지고 온 은 그래뉼을 모두 매각했으나, 대형 다이아몬드 원석을 구하려면, 선양에 위치한 광산업체에 가야 한다는 천옥금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펑창에도 10캐럿 내외의 다이아몬드 원석이 있었지만, 창수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천옥금은 선양에서 손꼽히는 광산업체 명단을 알려 줬다. 게다가 직원들을 통해 열차표 예매까지 해줬다.

창수는 늦지 않게 역에 도착해 탑승만 하면 됐다. VIP 고객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리라.

“선양행 승차권 하나 주시오.”

“5호차 19번 좌석입니다.”

“창 쪽인가요? 복도 쪽인가요?”

“창 쪽입니다.”

“복도 쪽으로 해주시오.”

“죄송합니다. 복도 쪽은 이미 예약이 다 찼습니다.”

“커험. 요금을 황금 10냥이나 내는데 창가라니? 지금처럼 하 수상한 세상에 겁나서 기차 타겠소?”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열차는 최고의 안전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흠……. 창가는 위험하다고 했지. 저 사람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개찰구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창수의 귀에 손님과 매표원의 실랑이가 들려 왔다.

안전한 복도를 원하는 손님이 창가 좌석 배정에 불만을 품은 것이다. 하지만 복도 쪽은 창수처럼 예약한 사람이 이미 선점한 상태다.

매표원은 중무장한 열차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손님의 불만을 잠재우려 노력했다.

‘고작 160km 거리를 이동하는 데 요금이 2,600만 원이 넘는다니, 엄청난 비용이야. 하지만 금나라가 실질적으로 내전 상태라고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

누루하치가 여진족을 규합해 금나라를 세운 건 여기 역사에도 나타난다.

하지만 한국 역사와 달리, 광종(광해군)이 쿠데타를 진압하고 조선을 강대하게 만든 것이 누루하치와 금나라에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조선을 제압하지 못한 금나라가 후방이 안정되지 못해, 명나라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한 것.

외부로 힘을 쏟아내지 못한 누루하치는 끊임없는 내전을 겪게 되고, 금나라는 군웅할거 시대에 들어갔다.

현재 선양이 평행우주 금나라의 수도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통치권이 주변에 머무는 실정이다.

치안이 열악하기에 열차를 노리는 산적과 마적을 상대하기 위해 자체무장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많은 무기와 다수의 병력이 투입되니, 운행 비용이 증가하는 건 불가항력이다.

‘그건 그렇고 마법아이템 성능이 끝내주네. 이제 다 들려.’

창수는 청옥금에게 150만 환(한화 15억 원)을 주고 통역마법이 걸린 반지를 구매했다.

이 건 하급으로 한국어, 중국어, 만주어, 몽골어, 일본어만 통역할 수 있는 제한된 성능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돈값을 할까? 의구심이 들었으나. 실제 사용해 보니 상상 이상으로 성능이 좋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던 만주어가 귀에 쏙쏙 들어온 것.

통역반지를 사용해 양질의 다이아몬드 원석을 구할 수 있다면, 몇백 배 이상 남는 장사가 된다.

활용만 잘하면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 칙칙폭폭!

- 꾸에엑!

오전 10시가 되자 열차가 선양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객차는 모두 10량. 한 객차에 좌석이 40개로 총 400명에 달하는 승객을 나를 수 있다.

‘허허. 모두 복도 쪽에 몰려 있군. 창가는 5명밖에 안 돼.’

객차 좌석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좌측에 2개, 우측에 2개로 나뉘어 있다. 그런데 복도 쪽 좌석 20자리는 꽉 찼지만, 창가는 자리가 15개나 비어 있었다.

창수의 좌석은 5호차 22번, 우측 복도 쪽이다. 그리고 조금 전 매표원과 말다툼하던 손님은 좌측 창가에 앉았다. 목소리를 높여 항의해도 소용없었나 보다.

‘저 사람은 5시간 동안 사고가 안 나기를 기도해야겠군. 그럼 잠시 눈이나 붙여볼까.’

잔뜩 화난 얼굴로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19번 승객이 안쓰러워 보이지만, 창수가 해 줄 수 있는 건 없다.

어떤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안전한 복도 좌석을 예약하지 못한 것은 그가 감당해야 할 일이다.

창수는 19번 승객에게 행운이 있기를 바라며 잠에 들었다.

- 쾅!

- 탕! 탕! 탕!

<마적단 습격이다! 모두 정 위치에서 전투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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