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208화 (208/209)

제208화

208. 208화

“진성 씨…….”

“예……린 씨? 어떻게…… 저 죽은 거 아니었나요?”

“진성 씨는 죽지 않았어요. 몸의 통제권은 다시 찾았고 진성 씨만 돌아와 주시면 돼요. 그러니 희망을 품으세요!”

“그 말 진짜인가요? 저……. 시스템에 속아서 끝난 줄로만 알았어요.”

“아뇨……. 파멸의 군주라는 자가 진성 씨를 도와줬어요.”

“네? 그게 무슨……?”

“시간이 없어요. 진성 씨가 지금 포기한다면 여기서 진짜 끝나는 거니까요.”

“저…… 진짜 돌아가도 되나요?”

“네, 진성 씨.”

예린은 환하게 웃으며 진성에게 말했다.

진성은 시스템에게 속아 그의 말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렇게 벌을 받는 거로 생각했기에 돌아가는 게 두려웠다.

그런데 모두가 자신을 원하고 돌아와달라고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자신의 앞에 나타난 예린의 말에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진성 씨, 돌아와 주세요.”

“감사해요. 예린 씨……. 모두 정말 고마워.”

그리고 묵직한 충격이 진성에게 강타하였고 우욱 이라는 소리를 내며 진성은 눈을 떴다.

“허억허억…….”

눈을 떠보니 자신은 땅바닥에 누워 있었고 자신을 치료하고 있는 예린 씨가 바로 앞에 보였다.

“진성 씨……. 잘 돌아왔어요.”

“아……!”

“아빠!!”

진성이 깨어나자 세린은 눈물을 흘리며 진성에게 날아와 품에 안겼다.

“세린아……. 나 돌아온 거야?”

“네, 아빠! 이제 괜찮아요. 시스템도 소멸한 거 같으니까요.”

“시스템이 소멸했다고? 어떻게 된 거니?”

진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수많은 몬스터들이 쓰러져 있었으며, 얼마 안 남은 몬스터를 처리하는 군주와 그의 부하들이 보였다. 자신이 데리고 온 헌터들과 동맹을 맺은 것으로 보였다.

시스템에게 빙의가 당한 이후 어떻게 된 걸까?

저벅저벅-

쓰러졌다가 깨어난 진성이 앉아 두리번거리자 남은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다가오는 이가 있었다.

“정신이 들었나?”

“아……. 박주원…….”

“너도 알다시피 시스템이 최종 흑막이자 모든 배후의 원인이다. 그래서 너를 도와주는 것이고.”

진성은 할 말이 있었으나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적이라고 생각했던 이가 도와줬으니 말이다.

“그러면 시스템은 진짜 소멸……?”

“글쎄……. 나는 소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쉽게 시스템이 없어진다고? 강진성, 잘 생각해 봐라…….”

“아…….!”

하긴 시스템이 그렇게 고생해 가면서 자신을 도와줬기에, 쉽게 없어질 이유가 없던 것이다. 자신의 몸을 끈질기게 탐을 낸 이가 이렇게 금방 소멸한다고?

“강진성, 네가 시스템의 핵을 찾아내라……. 나에겐 보이지 않는군.”

“일단 도와 드리겠습니다.…….”

진성이 갑자기 존댓말을 쓰자 주원은 평소처럼 하라고 했다. 그러자 진성은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서 쓰기 시작했다.

“그 녀석을 빨리 찾아내지 않는다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그러니 강진성, 믿겠다.”

“일단 잠시만요.”

진성은 눈에 불을 켜고 장소 주변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대량의 몬스터 시체와 치료 받는 헌터들뿐이었다.

“대체 핵이 어디있는 거지?”

진성은 다급해졌다. 빨리 찾아서 없애야 하는데 시간이 흘러갈수록 ‘진짜 시스템이 소멸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아빠! 주변을 둘러봐도 조용해요……. 진짜 소멸 아닐까요?”

“그……런가?”

강진성조차 경계를 허물고 다 끝난 건가 하고는 멍하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오직 주원만 방심하지 않고 사방을 경계하였다.

“주원……. 진짜 끝난 게 아닐까?”

“아니……. 분명 살아 있다.”

“물론 시스템이 강한 거는 알고 있는데 허무하게 끝나 버린 게 아닐까 해서…….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데도 나오지 않잖아……. 안 그래? 제시카.”

주원의 곁으로 다가온 디아나가 제시카에게 말했고 제시카가 미래를 봐도 수상한 점이 없던 것이다. 진짜 끝난 것이다.

“허무하군…….”

주원은 제시카가 본 미래를 듣자 확신을 했고 허무함이 느껴졌다. 이렇게 약할 줄 알았으면 초반에 강진성에게 접근해서 시스템을 소멸시키는 건데……. 정말 아쉬웠다.

아니, 강진성을 만나기 전에 소멸시킬 타이밍은 언제나 있었다. 자신이 지나치게 경계한 게 아닐까?

“이만 정리하자, 주원.”

디아나는 주변에 있던 부하들을 소집했고 그들은 다친 몸을 이끌고 주원의 주변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1~2차 관문에서 진성이 데리고 온 헌터들에게 죽은 이들도 있었지만 살아남은 잔존 병력은 모두 저택 로비에 집결하기 시작했다.

“군주님, 사망자를 제외하곤 거의 다 집결했습니다……. 저희가 마무리를 할까요?”

스티븐은 강진성의 일행을 잠깐 쳐다보고는 주원에게 말했다.

“강진성을 처리하려는 건가? 그건 안 된다.”

“그건 아닙니다……. 일단 쓰러진 몬스터들은 치우겠습니다. 군주님.”

“그래…….”

스티븐은 부하들을 데리고 로비 사방에 쓰러진 몬스터들 시체들을 치우기 시작하였다. 군주의 부하도 꽤 죽었지만, 아직 상당수가 살아남았기에 바글거리긴 했다.

그들 사이로 후드티를 덮어쓴 한 헌터가 스티븐과 니엘 헌터를 지나쳤는데, 그 둘은 그를 전혀 경계하지 않았다.

후드티의 헌터는 주원이 있는 곳으로 최대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의심을 사지 않게 몬스터들을 조사하는 척을 했다. 마치 주원을 죽이려고 하는 암살자처럼 기회를 노리고 있던 것이다.

“허무하지?”

“그래, 허무하다……. 디아나.”

“이렇게 쉽게 끝날 거면 네가 안 나섰어도 그냥 이길 텐데…….”

디아나는 주원을 위로했다.

자신들은 시스템을 죽이기 위해 엄청나게 준비를 했다. 하지만 결과는 별로 힘도 들이지 않고 시스템을 소멸시켰다.

“아빠……. 저희도 이제 가요.”

세린은 군주의 움직임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그들이 진성을 해칠 마음이 없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진성에게 말한 것이다.

“그래. 진성아……. 뭐 쉽게 끝났네! 가자고.”

“좀 허무하기는 하다.”

친구들도 시스템이 약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도련님, 텔레포트 아이템을 쓸까요?”

진성은 시스템이 소멸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뭐랄까 안 좋은 예감이 들고 있었다. 이게 끝이 아닌 것처럼…….

타타탁!-

빠르게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주원에게 검이 찔러 들어왔다.

“누구냐!”

주원에게 돌진하는 후드티 헌터를 보고 스티븐과 니엘 그리고 아멜리아 헌터는 그를 제지하려고 앞을 막았다.

후드티의 남자는 그들의 경로까지 다 파악한 건지 공격을 피하고 주원의 품속으로 달려왔다.

거의 코앞까지 온 후드티 헌터는 ‘죽어…….’라는 말을 남기고 칼을 찔러 넣었지만, 보기 좋게 실패하였다. 주원이 그의 손을 탁 쳐서 칼을 떨어뜨리고 그를 엎어치기로 제압한 것이다.

“누구지?”

“후후후, 역시나…….”

“시스템이군.”

“딩동댕! 후후후.”

시스템은 진성의 몸에서 빠져나오고 나서 근처 헌터 중에 정신력이 약한 이에게 강제로 빙의하여 몸을 점거한 것이다.

하필 엄청나게 약한 헌터의 몸에 들어온 터라 주원에게 제압당할 수밖에 없었다.

“추하군…….”

“아아, 여기서 끝인가? 강진성의 몸에서 나가지만 않았어도 모두 죽이는 건데 아쉽네~”

소멸당하기 직전인 시스템은 모든 것을 체념했다는 듯이 가볍게 말했다.

“이제 자포자기인가?”

“네…….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싸움이잖아요?”

“아니면 믿는 구석이 있는 건가?”

“후후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시스템의 표정이 여유로워 보여서 주원은 의심하고 있었다. 진짜 자포자기인 건가, 아니면 한 수를 숨긴 것인가…….

“그런데 그거 아세요?”

“뭐지?”

주원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가까이서 듣기 위함이었다.

“당신의 말대로 믿는 구석이 있어요. 후후후.”

“무슨 짓을 할 셈이지? 이 상황에서 네가 수를 쓴다고 해도 그전에 너를 소멸시킬 건데.”

“후후후, 해 보세요. 그럼……. 제 핵은 잘 숨겨놔서 언제든지 빙의가 가능하거든요. 후후후.”

아직 시스템의 핵을 찾지 못한 터라 자신의 앞에 있는 저 몸을 죽여도 시스템은 또 몸을 찾아 옮겨 다닐 것이다. 참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럼 슬슬 다시 시작해 볼까요?”

주원에게 몸이 잡힌 시스템이었지만 다른 한 손으로 손가락을 부딪치며 소리를 내자 더욱 많은 블랙홀 공간이 생기면서 몬스터들이 더 쏟아져 나왔다.

괴물 시체를 치우던 헌터 일부는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몬스터에 대항하지 못하고 죽임을 당하기 시작했다.

“몬스터다!! 피해.”

“맞서 싸워!”

헌터들의 비명과 고함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후후후…… 끄에에엑.”

후드티의 남자는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축 늘어졌다. 아무래도 이 남자의 몸에서 빠져나간 듯 보였다.

“주원, 어떻게 하려고?”

시스템과 주원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디아나는 그의 곁에 서서 물어보았다.

“강진성이 그의 핵을 찾길 바라야지……. 나에겐 보이지 않아.”

“감지가 안 된다는 이야기야?”

주원은 몬스터에 맞서 싸우는 진성에게 외쳤다.

“시스템의 핵을 찾아!”

진성은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그의 말을 똑똑히 듣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시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만 찾으면 되었다.

“세린아, 시스템의 핵이 어떤 건지 알아?”

“아뇨……. 하지만 방법은 있어요.”

“어떤 방법?”

“아빠의 심장에 세계수의 씨앗이 있어요. 그걸 이용해 보세요!”

“세계수의 씨앗?”

어쩐지 이전의 빙의 후, 심장에 이물질이 있는 것처럼 불편하기는 했었다.

언제 자신에게 세계수의 씨앗을 심은 건지 모르겠지만 그게 도움이 된다고? 세린이의 말을 믿는 게 나아 보였다.

“아빠의 심장 부근에 마력을 집중시켜 보세요!”

세린의 말을 따라 진성은 심장에 마력을 주입했다. 그러자 눈앞에 다른 이가 못 보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몇몇 헌터들의 몸에서 푸른색의 실 같은 게 나와 이어져 있었는데 자기 몸에도 실 같은 게 있던 것이다.

이게 빙의를 받으면 생기는 현상인가?

“아빠. 혹시 뭐가 보이세요?”

“무슨 푸른색 실이 보여……. 이게 뭘까?”

“그 실이 혹시 저기 쓰러져 있는 후드티의 남자에게도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진성은 후드티의 남자를 보자 그에게도 실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연결되어 있어!”

“그러면 그게 시스템의 흔적이겠네요.”

“이제 어떻게 하지? 세린아.”

“그 실 중에 강력하게 굵고 단단해 보이는 걸 찾아서 알려주세요. 아빠.”

“응. 알았어! 세린아.”

진성은 다시 집중하여 푸른색 실이 연결된 이들 중에서 세린이 말한 대로 단단해 보이는 실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그들 틈 사이에 강력한 실 뭉텅이를 가진 헌터를 찾아냈다.

그는 바로 남궁현이었다.

“남……궁현?”

그러고 보니 남궁현도 탈옥에 성공했다고 들었다. 그런 그가 박주원의 휘하에 있을 줄이야.

남궁현은 주원의 근처를 서성거리고 있었는데 뭔가 불길함이 느껴져 몬스터를 베어가며 주원에게 다가갔다.

진성이 움직이자 세린과 아이린, 예린 등도 따라 움직였다.

“주원! 강진성이 너한테 오려고 하는 거 같은데?”

디아나의 외침에 주원은 진성을 바라보았는데, 굉장히 다급해 보였다.

주원이 진성을 향해 뭔가를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

푸우우욱-

주원의 앞에 피가 흩뿌려졌고, 주원의 몸은 피로 적셔졌다.

“주원!!”

디아나는 황급히 놀라 주원에게 다가왔는데 뿜어진 피가 그의 것이 아니어서 의아했다.

“제……시카.”

주원은 자신의 뒤로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감지해서 돌아보려고 했는데, 그 순간 다가오는 이가 무기를 드는 것을 본 제시카가 몸을 날려 막은 것이다.

“주……원.”

제시카는 온몸에 피가 용솟음쳤고 상처가 매우 깊었다.

“아아…… 실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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