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7화
207. 207화
-빙의를 시작하겠습니다. 후후후.
시스템은 자신의 계획대로 진성이 결국 넘어와 아주 기뻤다. 진성의 몸에 빙의가 시작되었고 그의 영혼을 몸에서 내쫓기 시작하였다.
진성은 그제야 이상함을 감지했다. 이미 시스템의 계획에 걸려든 진성은 몸에서 영혼이 튕겨 나갈 뻔했지만, 간신히 버텨냈다. 하지만 몸의 통제권은 이미 시스템에게 넘겨진 상태였다.
“후후후, 드디어 몸을 차지했다!”
강진성의 입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자 군주를 제외한 주변에서 싸우던 친구와 다른 이들이 이상함을 느꼈다.
“결국 빙의를 받아들였군……. 한심한 녀석.”
주원은 빙의를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 진성에게 더욱 한심함을 느꼈다.
몸의 통제권은 거의 넘어간 상태지만 영혼이 튕겨 나가지 않고 몸에 남아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자신이 가진 힘을 동원하면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이 몸은 내 거라고!”
시스템은 너무나 즐거웠다. 자신이 강진성의 비위를 맞춰가면서 퀘스트를 퍼부어 주었고 그릇이 점차 완성되어 마지막에는 결국 자신이 이자의 몸을 차지한 것이다.
이제 이 몸을 가지고 저 군주들을 물리치고 지구를 지배하면 되는 것이다.
“아빠!”
세린은 진성에게 곧장 날아왔으나 시스템은 ‘어디서 날파리가 날아왔나?’라고 말하며 세린의 접근을 막아 버렸다.
“시……스템!! 감히 아빠를 속이고 나도 속여?”
“후후후, 속은 사람이 잘못한 겁니다. 제가 대놓고 빙의를 외쳤는데 그걸 의심하지 못하다니요. 정말 세계수의 정령왕도 별거 아니군요?”
시스템은 세린을 비웃었다. 세린이 자신을 끝까지 의심했었다면 강진성또한 쉽게 몸을 내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진성과 세린은 자신에게 속았고 패배한 것이다.
“이제 얌전히 저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이 몸뚱이를 철저하게 파괴할 겁니다?”
시스템은 강진성의 몸을 가지고 세린에게 협박을 하고 있었다. 세린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반항하지 못했다. 그러한 상황이다보니 군주만이 움직일 수 있었다.
“주원. 어떻게 할래? 저기 칠칠치 못한 강진성이 몸의 통제권을 빼앗겨 버렸는데.”
흡혈 군주 디아나의 말에 주원은 고민 중이었다.
“강진성의 몸을 온전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 거 같은데?”
“그러면 일단 제압을 하는 거로 하지.”
“알았어. 그럼 네 부하 좀 빌리자. 주원.”
“마음대로 써라.”
주원의 말에 그를 호위하던 아멜리아 헌터를 디아나가 빌렸고 그리고 자신의 수족인 다크 엘프 전사 30명을 데리고 시스템이 있는 곳으로 나왔다.
시스템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녀를 보고 웃었다.
“아니, 이게 누구야? 흡혈 군주 디아나 아닌가?”
“그래, 오랜만이네! 시스템……. 아니 닉스.”
“나는 그런 이름이 아니야!”
시스템은 과거의 이름을 부정했다.
“왜? 과거의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 닉스?”
이름을 부정하는 시스템에게 정신적 충격을 주려고 계속 과거 이름을 부르는 그녀였다.
“감히……. 지구의 신인 나에게 도전을 해? 곱게 죽을 생각은 마라! 디아나.”
“어디 한번 보여달라고, 너의 힘을!”
디아나는 마력을 개방하였다. 그녀는 주원처럼 잘 싸우지 못하지만, 개방된 마력이 엄청나게 강하다.
그녀의 마력에 진성의 몸을 점거하고 있던 시스템과 일부 S랭크 헌터를 제외하곤 다들 압박감에 쓰러지거나 한쪽 무릎을 꿇고 버티고 있었다.
“여전히 무지막지한 마력이네.”
“어머, 그거 칭찬이야?”
시스템과 디아나의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시작되었다.
“디아나, 시간 끌지 말고 끝내.”
그런 기 싸움을 하는 디아나에게 주원은 말했다. 빠르게 끝내라고 말이다. 그러자 그녀의 기세가 더욱 강해졌고 인벤에서 사신이 들고 다닐 법한 거대한 낫을 꺼냈다.
“닉스, 이번에야말로 끝내줄게.”
“웃기지 마라! 내가 어떻게 차지한 몸인데. 절대로 너희들에게 빼앗기지 않을 거다!”
시스템은 허공에 뭔가 손을 대었고 조작하였다. 그러자 사방에서 블랙홀이 생기더니 수많은 몬스터들이 등장하였다. 그중에는 스켈레톤, 리치 등도 있었다.
“후후후, 너희들은 여기서 죽는다! 모두 죽여라!”
시스템의 명령이 떨어지자 블랙홀에서 나와 대기하던 몬스터들이 주변을 닥치는 대로 공격하였다.
“예린아! 내 뒤로 피하거라.”
“네, 아저씨!”
예린은 루카스의 말에 황급히 몸을 숨기면서도 진성을바라보며 시스템에 통제권을 뺏긴 그를 걱정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몬스터를 처리하고 진성을 구하자!”
성현의 외침에 주변인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많은 몬스터 군대를 막아내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다. 수적으로 너무도 불리했지만, 그들은 사력을 다해 몬스터들을 베어나갔다.
“후후후. 역시 인간들은 약하군요.”
몇몇 헌터들은 몬스터들에게 다굴을 당했고 죽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시스템은 더욱 즐거워하며 조롱을 하기 시작했다.
휘이익-
인간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즐거워하던 시스템에게 아주 빠르고 강력한 낫이 날아왔다. 하지만 시스템은 공격이 빠르게 들어왔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가볍게 피했다.
“위험하잖아요? 안 그래요, 디아나?”
“칫……. 아쉽네.”
자신의 공격을 피한 시스템의 반사신경에 놀란 디아나는 다시 공격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역시 시스템은 만만치 않았다. 강진성의 몸은 거의 완성형 그릇이었는데 그 몸을 차지해 버리니 사기적인 캐릭터가 된 것이다.
‘그를 어떻게 하면 되돌릴 수 있을까?’
고민하는 디아나에게 시스템이 먼저 공격을 걸어왔다.
휙휙-
“역시 군주는 다르네요. 제 공격을 간단히 피해 버리니.”
진성의 주먹을 피하는 디아나에게 칭찬을 해 주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디아나는 시스템의 주먹이 생각보다 매섭고 빨랐기에 힘겹게 피해 냈다. 마치 디아나를 가지고 노는 듯했다.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되나요? 저를 죽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군주의 힘이 이 정도인가요?”
시스템은 굉장히 실망한 눈치였다. 적들도 단단히 대비했을 거라고 생각하며 강진성이 자신의 그릇에 어울리게 열심히 노력해서 만들어놓고 통제권을 빼앗았는데, 군주들이 생각보다 약해 너무 실망스럽고 재미가 없던 것이다.
“아니……. 싸움은 이제부터다!”
디아나 대신 주원이 말하며 싸움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주먹을 빠르게 휘두르며 강진성의 몸을 때렸다.
콰아앙-
시스템은 그 주먹을 맞자마자 몇m 높이 날아갔다가 다시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크으윽…….”
“아빠!!”
세린은 아빠의 몸이 파멸 군주에게 망가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지만 잘못 끼어들었다간 상황이 이상하게 될 것 같아 끼어들진 못했다.
“세계수의 정령왕……. 가만히 있어라.”
주원은 세린에게 더는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아빠를 공격하는 당신은 저한테도 적이에요!”
“나는…… 강진성을 되돌릴 것이다. 그러니 믿어라.”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죠? 당신은 적일 텐데…….”
주원이 이상한 소리를 하자 세린은 혼란스러웠다.
최종 보스라고 생각했던 적이 강진성을 원래대로 돌려놓겠다는 말이 진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왜죠?”
“난 강진성을 죽이는 것을 원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의 몰락을 원한다. 그러니 가만히 있어라.”
“…….”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저를 두고, 후후후.”
어느새 시스템이 다가와 세린과 주원의 대화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세린을 바라보며 눈빛으로 강력히 경고했다.
“정말 박주원……. 당신은 왜 그렇게까지 저를 막는 거죠? 원래라면 저희는 같은 처지인데.”
“같은 처지라고? 재미있군.”
주원은 시스템에게 이런 말을 듣자 웃기지도 않았다.
“정말 재밌는 소리를 하는군. 닉스.”
“재미있다고요? 저는 당신이 더 재밌네요. 에레보스.”
둘은 서로의 과거 이름을 부르며 대치했다.
세린은 그제야 알았다. 왜 박주원이 강진성을 도와주려고 하는지……. 둘의 이름을 정확히 듣자마자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둘은 과거 지구를 포함해 몇 개 행성을 다스리는 신이었고 닉스의 원인 모를 일탈로 인해 서로 갈라서며 싸우게 된 것이다.
“에레보스……. 저와 손을 잡죠? 어차피 당신도 지구에 미련이 없지 않나요? 차라리 저와 손을 잡고 전 행성을 지배하자고요? 다른 신들이야 죽이면 그만이니까요.”
“왜 이리 타락한 거지? 닉스. 넌 이런 녀석이 아니었을 텐데.”
“후후후. 그저 따분했던 거죠. 얌전히 행성을 지배하며 종족들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도록 하라니. 전 그런 순종적인 녀석이 아니거든요.”
“닉스.”
“손을 잡을 생각이 없어 보이는 거 같아 정말 안타깝네요. 당신을 죽이고 흡수할게요.”
“여기서 끝내자, 닉스!”
주원은 인벤에서 마검과 성검을 합친 검을 꺼내 휘둘렀다. 이 무기는 신을 죽일 수 있는 단 하나의 무기였다.
그 무기에 시스템은 놀라며 피했다.
“아니……. 그 검은 대체 어디서 난 거죠? 분명 내가 파괴했는데!!”
“파괴한 조각을 모두 찾아서 다시 탄생시켰다.”
“말도 안 돼!!”
분명 자신이 조각조각 내어서 소멸시켰다. 그런데 조각이 남아 있었다고?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시스템은 혼란스러웠다.
“주원!!”
디아나가 주원을 불렀고, 주원은 성마검으로 혼란스러워하는 강진성의 몸을 얕게 베었다.
그러자 강진성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였다.
“끄아아아악!”
“이걸로 끝이다. 닉스.”
“안 돼!! 내 몸을 놓칠 순 없어! 내 야망이!!”
강진성의 몸을 지배하는 통제권이 약해져 감에 따라 빙의가 풀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조금만 통제권을 가지고 있었으면 온전히 그의 몸은 자신의 것이 되었을 터…….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수 없었다.
“에레보스!!”
그는 통제권이 더욱 약해지기 전에 박주원에게 달려들어 삽으로 그를 베었다.
휙-
하지만 주원은 가볍게 피해 내고 성마검으로 한 번 더 그를 베었다.
촤아악-
“아……. 안 돼!!!”
시스템은 결국 진성의 몸에서 튕겨졌다.
진성이 쓰러지자 세린이 날아와 진성의 몸을 살펴보았다.
“약속은 지켰다.”
진성의 몸을 원래대로 돌려놓은 주원은 세린에게 말했고 시스템의 본체를 찾기 시작했다. 빙의가 풀리면서 실체화가 없어졌지만, 시스템의 핵은 분명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어디 있냐, 닉스!”
주원과 제시카 그리고 디아나는 주변을 탐색하면서 시스템의 핵을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진짜 소멸한 건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핵이 진짜 소멸했거나……. 아니면 도망친 거 같은데? 어떻게 할래?”
디아나의 말에 주원은 혹시 몰라 강진성의 몸을 한 번 더 살펴보았다. 몸을 스캔해 보았지만 더는 시스템의 잔재는 없었고, 아주 깨끗했다.
“분명히 이 주변에 있어…….”
“알았어! 주원. 찾아보자, 같이.”
세린은 강진성이 깨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밭에서 따라온 이들이 강진성을 둘러싸고 사방을 경계하며 지키고 있었다.
주변 상황이 조금 안전해지자 예린과 루카스의 일행이 진성에게 다가왔다.
“저기……. 제가 치료 한번 해 볼까요?”
시스템과 진성 덕분에 성녀로 전직이 된 한예린이 직접 진성을 치료해 보겠다고 하자 세린은 경계를 낮추고 자리를 살짝 옆으로 비켜주었다.
“그럼 치료해 볼게요.”
예린은 정신을 집중하고 손에 마력을 둘러 광역 스킬을 한군데로 모아 진성의 몸 내부를 살피며 심장 쪽에 생기를 불어넣기 시작하였다. 치료가 진행됨에 따라 온몸이 땀으로 젖어갔으나, 강진성이 깨어나기를 간절하게 빌면서 집중하였다.
“진성 씨……. 이제 깨어나세요. 제발.”
아무런 미동 없는 진성에게 예린은 필사적으로 치료를 하였다.
* * *
한편 진성은 몸의 통제권을 찾았으나 어두컴컴한 곳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시스템을 믿는 게 아니었어…….”
진성은 진심으로 후회하며 어두컴컴한 곳에서 홀로 남아 있었다. 이곳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영혼만 간신히 이곳에 남은 것이다.
진성은 시스템의 빙의가 풀린 줄도 모르고 절망하고 후회하며 혼자 이곳에 있었다. 세린이가 보고 싶었고 친구들과 가족들이 보고 싶었다.
“이제 나 혼자구나…….”
-아니에요! 진성 씨 정신 차리세요!
그런 진성에게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성은 자신이 죽어서 환청이 들린다고 생각하고는 무시하고 있었다.
“환청인가…….”
-진성 씨, 포기하지 마세요! 아직 죽기에는 일러요!
계속해서 환청이 들려왔지만, 진성은 환청이라고 생각하며,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귀를 손으로 막고 있었다.
“그만해!”
괴로워하는 진성에게 점점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빠! 저 세린이에요. 아직 포기하면 안 돼요!
-진성 님. 다시 돌아와 주십시오.
-진성아~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잖아?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진성에게 들리자 진성은 더욱 괴로워하였다.
어두운 공간에 갑자기 환한 빛이 나면서 누군가의 형태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