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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204화 (204/209)

제204화

204. 204화

“자, 타시죠.”

화랑 길드원의 말에 다들 유람선으로 타기 시작했다.

“한두 번 정도 실어 날라야겠는데요?”

“그건 어쩔 수 없지……. 동민아, 네가 애들 인솔해서 저쪽 거점에 내려라.”

“네, 길드장님!”

자라섬 남쪽 정박장이 배를 대기가 쉬워서 그쪽으로 유람선을 움직였다. 탐색 스킬을 발동해 살펴보니 남쪽 선착장에 아무도 없어서 그쪽을 선택한 것이다.

부르릉-

유람선의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지만, 화랑 길드원 몇 명이 소음 억제 스킬을 써서 소리를 줄인 터라 거의 무음 수준이었다.

두어 번 왔다 갔다 하니 모두 선착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탐색 스킬 쓰면서 전진하겠습니다!”

화랑 길드원 중 탐색 스킬 숙련도가 높은 이들이 먼저 앞으로 나아갔고 다른 일행들이 그 뒤를 따랐다.

한참 이동하던 중, 한 길드원이 손을 들어 멈추라고 하였다.

“무슨 일인데?”

“길드장님. 앞쪽의 건물에 탐색 스킬에 걸리는 인원을 종합해 봤을 때……. 적어도 500명 이상 있는 걸로 파악됩니다.”

“꽤 많구만……. 하지만 실력으로는 우리가 월등히 앞서니 기습하는 게 좋겠군.”

“네, 그러는 게 나을 듯합니다.”

“그냥 냅다 밀고 들어갈까? 이한나 팀장.”

“네. 기습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아마 그들도 알고 있을 테니까요.”

“그럼 가자고.”

“네. 도련님, 갈까요?”

“네, 가죠. 뭐…….”

진성의 일행은 당당히 걸어가 조은성 헌터와 재회하였다.

“어이, 강진성……. 결국 여기까지 온 거냐!”

조은성의 외침에 한민국 길드장이 먼저 대답하였다.

“어이, 조은성! 오랜만이구먼. 못 본 사이에 대머리가 되었네?”

“한……민국!!”

“대머리 헌터로 전직한 거냐? 으하하하하.”

“이이익!!”

조은성은 싸구려 도발에 넘어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한민국 길드장과 인연이 있어 보였다.

진성은 옆에 있던 이한나 팀장에게 물어보았다.

“둘이 무슨 사이예요?”

“원래 조은성 헌터가 대한민국 어둠을 차지하기 전에 화랑 길드 간부로 있었거든요.”

“아하! 그렇군요. 어찌 보면 인연 겸 악연이네요?”

“화랑 길드에 있었을 때 조은성 헌터가 한민국 길드장에게 많이 굴려지긴 했으니까요.”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런 속 사정이 있을 줄이야.

조은성 헌터의 과거를 잠시나마 상상했다. 자신이 시스템에게 굴려졌던 것처럼 조은성도 한민국 길드장에게 굴려지지 않았을까?

“하필 네 녀석이 오다니!”

조은성 헌터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자신을 토벌하러 온 것이다.

“그러게. 곱게 잡히지, 그랬냐? 대머리 헌터. 으하하하.”

조은성은 그의 호탕하게 웃는 모습이 진절머리 났다.

자신에게는 천적이나 다름없는 그였다. 자신이 더 강한데도 저 사람 앞에서만 서면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그가 자신을 잡으러 오다니…….

강진성 정도야 어떻게든 처리할 자신감이 있었는데 저 남자까지 오다니, 이건 악몽이었다.

“뭘 그리 찡그리고 있냐? 내가 온 게 불편하나 보군.”

“크으으으……!”

“이봐, 강진성이라고 했나? 저 조은성은 나에게 맡겨 주지 않겠나? 좀 참교육이 필요할 거 같거든.”

화랑 길드장이 진성에게 제안을 한 것이다.

“으음…….”

진성은 그의 제안에 고민했다. 자신이 잡는 게 더 낫지만, 그래도 힘을 비축해 둬야 박주원과 싸울 수 있으니 양보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맙다네. 참교육을 좀 하고 잡아둘 테니 나머지는 부탁하겠네.”

“네, 알겠습니다.”

화랑 길드장은 조은성에게 냅다 돌진하였다. 조은성은 방심하다가 그의 공격을 정면으로 맞아 데굴데굴 굴렀다.

“으으으, 무식한 놈!!”

단순히 냅다 돌진한 게 아닌 터라 조은성은 큰 충격을 받았다.

“도련님. 저쪽은 화랑 길드장에게 맡기고 저희는 주변을 정리하면 될 거 같은데요.”

이한나 팀장의 말에 진성은 그들에게 신호를 주었고 조은성 부하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조은성의 부하 대부분은 하급 헌터들이었기에 진성의 일행에게 속수무책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받아라!”

성현의 정령과 이한나의 정령들이 합심해서 불과 바람, 물 등을 적들에게 쏟아부었고 그 한 방에 수십 명이 쓰러졌다.

“A랭크 정령사와 S랭크 정령사를 어떻게 이기냐고!”

“버텨라! 지원군이 올 것이다.”

조은성 부하들은 지원군이 오기를 버티면서 싸워나갔지만, 적들이 너무도 강했다. 전투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조은성의 부하 중 절반 이상이 쓰러진 상태였다.

“은성아. 이제 포기해라.”

“웃기지 마쇼! 내가 여기서 쓰러질 인물은 아니란 거 잘 알잖소? 형님.”

“오랜만에 들어보는 형님 소리군.”

“더는 과거의 내가 아니오!!”

조은성은 진호에게 빼앗은 마검으로 그를 찔러나갔다. 화랑 길드장은 손쉽게 피하며 조은성을 되받아쳤다.

퍼억-

“역시……. 형님인가…….”

단순한 주먹 공격이었지만 조은성에겐 무척이나 강한 충격이 들어왔다.

“그만 포기해라, 은성아.”

“흐흐흐.”

조은성은 실성한 듯이 웃었다.

“상황을 봐라. 지금 너한테는 매우 불리하지. 여기서 포기하고 순순히 잡혀준다면 편의는 봐줄 수 있다.”

“편의 같은 소리 하지 마십시오. 잡히면 고문이나 당하겠죠. 흐흐.”

“그걸 알면서 이런 무지막지한 일을 벌인 거냐?”

“강진성에 대한 복수심도 있었지만 대한민국을 전복시켜서 이름을 남기고 싶었다랄까? 뭐, 그렇습니다. 형님.”

한민국 길드장은 과거 길드원이었던 조은성을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과거에도 인성이 좋진 않았지만, 착실하게 잘 따라오던 녀석이었다.

원인 모를 사정으로 화랑 길드를 떠나고 대한민국 어둠을 장악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자신이 나서서 바로 잡았으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주변이 정리되었나 보군요. 흐흐흐.”

조은성의 부하들은 한 명도 남김없이 모두 쓰러졌고 진성의 일행이 조은성을 포위하고 있었다.

“그럼 슬슬 끝내봅시다. 형님.”

“……알겠다.”

조은성에게 기회를 주려고 했지만 이미 상황이 정리가 된 상태였다. 조은성을 빠르게 쓰러뜨리고 잡아 배후를 캐는 것을 도와야 했다. 또 누가 연루되었는지 말이다.

“형님, 각오하시죠!”

조은성이 빠르게 다가왔다.

한민국 길드장의 눈에는 조은성의 움직임에 빈틈이 너무 많이 보였다. 조은성이 자포자기한 것처럼 달려드는 것 같아 단 한 방에 기절시키기 위해 자신의 애용 무기인 대형 해머를 꺼내 들었다.

“은성아, 깨어나고 보자.”

“그건 제가 할 말입니다!”

콰아아앙!

큰 굉음이 울리는 타격이었다.

대형 해머는 정확히 조은성의 몸을 때렸고 그의 몸에서 우두둑 소리가 나며 몇m를 날아갔다. 아마 뼈 일부가 금이 가는 소리인 듯하였다.

“쿨럭…….”

조은성은 그 강한 공격을 맞고도 피를 한 움큼 토할 뿐, 기절하지 않았다.

“역시 강한……. 공격이군. 흐흐.”

“이제 끝이다. 그만 포기해라. 조은성.”

한민국 길드장이 조은성에게 다가갔다.

“흐흐흐, 여기서 끝나다니.”

전투는 정말 싱겁게 끝났다.

진성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자신을 이길 수 있다는 듯한 자신감은 그저 그의 허세였을까? 예전에 자신이 상대했을 때보다 더 약해진 조은성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제가 졌으니…… 연루된 이들과 배후를 말씀드릴까요? 형님.”

“그래, 순순히 말해라.”

“잠시 귀 좀.”

한민국 길드장은 앉아 있는 조은성에게 조금 더 다가와서 몸을 숙이고 귀를 기울였다.

“그건…… 바로.”

“바로?”

푸우욱-

“……!!”

조은성은 포기하지 않고 몸에 숨겨 놓았던 단검으로 그를 찔렀다.

하지만 한민국 길드장을 찌르기는커녕, 이인우가 던진 단검에 조은성의 팔이 찔렸다.

“크아아악!”

“왠지 움직임이 수상하더라고요?”

인우가 아까부터 조은성의 불완전한 움직임을 확인하고 주시했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조은성은 눈앞에 보이는 그를 찌르려고 했다.

“추하구나……. 조은성.”

“으으으으!”

한민국 길드장은 조은성의 배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강력한 주먹을 맞은 그는 억 소리와 함께 기절해 버렸다.

“자,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가?”

한민국 길드장은 진성을 쳐다보았다.

“일단 대피소로 데려가죠.”

“알았다네. 그러면…….”

그들이 조은성을 데리고 철수하려고 할 때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에 시스템이 화면을 띄웠다. 그리고 그 화면에는 아주 익숙한 사람의 얼굴이 나왔다. 바로 파멸 군주 박주원이었다.

-내가 내준 시련은 즐거웠나?

박주원은 무표정으로 화면 속에서 말을 이어 나갔다.

-이제 마지막 싸움이 다가왔다. 강진성, 이제 끝내도록 하지. 곧 초대장이 갈 것이다. 오지 않으면 전 세계의 파멸이다.

그 말을 끝으로 화면이 꺼졌고, 진성의 제외한 전 세계의 헌터들은 모두 궁금증이 들었다. 과연 그는 누구이며, 강진성이라는 자는 누구인 건가?

그는 전 세계의 파멸이라고 말했다.

그 이상한 메시지에 다들 혼란이 왔고, 박주원과 강진성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흐흐흐, 쿨럭…….”

분명 아까 기절했던 조은성이 눈을 뜨면서 웃고 있었다.

“기절한 거 아니었나?”

“흐흐흐, 형님……. 내가 그 정도로 기절할 것 같소……?”

아주 힘겹게 말을 이어 나가는 조은성의 모습에 한민국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가 상태가 아주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모두 끝났다고……. 강진성은 절대로 우리 군주님을 못 이겨, 흐흐흐.”

조은성은 확신하고 있었다. 과거, 힘을 얻기 위해 박주원 앞에 섰을 때, 그에게 엄청난 위압감과 힘을 느꼈다.

S랭크? 아니다 그의 힘은 신이었다. 전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을 만한 힘을 가진 그런 군주였다. 강진성은 그에게 그저 피라미일 뿐…….

“한 번 발버둥 쳐보쇼…….”

조은성은 그들에게 끌려가면서 미친 듯이 웃었다.

“대체 그가 누구인가?”

한민국 길드장은 강진성에게 박주원의 정체에 대해 알려달라고 말했다. 진성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최종 보스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그런 겁니다.”

“최종 보스라니……. 무슨 레이드도 아니고…….”

“자세한 건 대피소에서 말할 테니 일단 철수부터 하시죠.”

한민국 길드장은 궁금한 게 많았지만 일단 다른 길드장에게 철수를 지시했다.

“그럼 대피소로 가자고…….”

진성의 일행은 미친 듯이 웃고 있는 조은성을 결박한 채 대피소로 텔레포트해 왔다.

대피소에 도착해 보니 모두 강진성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까 박주원의 말 때문인지 강진성이 자신들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여기는 자들도 있던 것이다.

분명 화면 속 그는 강진성을 원했다.

“잘 갔다 왔느냐, 진성아.”

“네. 할아버지…….”

“아무래도 군주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어야 할 것 같다.”

“네. 알고 있어요…….”

“회의실에 중요 인물들만 모이게 할 테니 조금만 기다리거라.”

“네, 할아버지.”

그 말을 끝으로 강 회장은 급하게 어디론가 가 버렸고 부모님과 삼촌이 반겨주었다.

“아들. 괜찮아?”

“네. 괜찮아요.”

“내일이면 위험한 길을 가는 거냐?”

“네. 아마도 그럴지도요.”

아버지와 엄마는 진성을 무척이나 걱정하고 있었다. 진성은 그 마음을 알기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묵묵히 대답하였다.

옆에 있던 삼촌은 진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조카가 마지막 희망이라니……. 진성이가 그 무거운 짐을 버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었다.

조금 후에 진성이 모든 것을 설명하기로 했으니, 그때 군주가 진성을 원하는 이유를 물어야겠다 생각했다.

대피소는 매우 고요했다.

“갑갑하네요. 정말…….”

이한나 팀장의 중얼거림에 이인우와 다른 고랭크 헌터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대피소의 분위기는 매우 무거웠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대체 군주라는 자는 왜 저희 도련님을 원할까요?”

“글쎄요…….”

이한나의 말에 다른 헌터들은 모르겠다며, 진성의 설명을 기다리자고 이야기했다.

뉴스와 SNS에서는 박주원과 강진성의 이름만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었다.

그리고 세계의 파멸이라니……. 그런 말에 그냥 허풍 아니냐고 하면서 비웃는 자들도 상당히 존재했다. 헌터 커뮤니티 채팅방에서도 꽤 화제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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