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0화
200. 200화
“이시우……. 너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역시 재능 충이라는 거냐?!”
진호는 더욱 분노했다.
동생이 아니라 경쟁자로 보았고 실력이 늘어가는 동생이 미칠 듯이 부러웠다.
예전에는 그저 동생이 잘되기를 바랐는데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차기 후계자 자리가 탐이 났다.
시우는 언제나 자신에게 양보하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은 그걸 보고 시우가 잘난 척을 한다고 생각했고 점점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진호 형. 왜 이렇게 된 건가요?”
시우는 정말로 진호 형이 안타까웠다.
절대로 그런 성격이 아닌데……. 권력의 자리에 이복형도 희생된 거다.
“언제나 네가 앞서나갔지……. 그게 참을 수 없었다. 감히 장남인 나를 제치고 네가 내 자리를 넘봐?”
“형……. 오해야!”
시우가 아무리 외쳐봤자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찬 진호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더욱 얕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파멸 군주 박주원에게 어둠의 씨앗을 받은 이후 진호는 더욱 동생을 증오하게 되었다.
진호의 심장에 자리 잡은 그 씨앗이 점점 자라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시우는 자기 형을 제대로 상대하지 못하고 그저 형이 원래대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공격을 피하기만 하자 진호는 더 화가 났다.
“싸워라, 이시우……! 언제까지 피할 거냐? 네 기준에서는 내가 약해 보이겠지……. 난 그것이 참을 수 없다!”
“형…….”
그 둘의 싸움을 지켜보는 진우는 뭔가 고민에 휩싸였다.
“뭔가 이상한데……. 진호 형이 평소에도 시우형을 증오하긴 했어도 부자연스러워…….”
진우는 감이 좋았다.
진우 옆에 잡혀 있던 진우와 시우 진호의 아버지인 현성 기업 이 회장조차도 막내아들의 말에 약간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그렇죠?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요즘 따라 형의 움직임이 이상하긴 했어요. 평소에 하지 않는 짓 하는 거 보면요.”
“너도 그렇게 보이느냐?”
“네, 당연하죠. 아버지.”
까가강-
한쪽은 있는 힘껏 상대방을 죽이려고 검을 휘둘렀고 다른 한쪽은 온 힘을 다해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이시우!! 으아아아.”
더욱 증오심이 커진 진호는 자기 몸이 망가져도 개의치 않겠다고 생각하며 계속해서 휘둘렀다. 단 한 번만 공격을 맞추면 자신이 승리하기 때문이다.
이 마검에 맞으면 그 상처부터 시작되어 온몸이 붕괴되기 때문이다.
“형, 제발 정신 차려.”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난 제정신이다.”
“…….”
“싸워라……. 안 그러면 네가 죽는다.”
시우는 망설였지만, 마음을 잡았다. 진호 형을 제압해야 해결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우의 기세가 변하자 진호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 싸울 각오가 된 거냐? 이시우……. 그렇다면 나와 함께 죽어보자!”
마검을 든 진호는 날카로운 공격을 날렸고 시우는 연금술사 헌터였기에 만들어둔 마비 포션 등을 인벤에서 꺼내 던져 진호의 움직임을 막았다.
진호는 날아오는 포션 병을 베었지만, 포션 병이 깨지면서 몸에 몇 방울이 튀었다.
그에 진호는 아까보다 제 움직임이 둔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이건?! 설마.”
“그 설마가 맞아. 진호 형……. 마비 포션이야.”
“크윽……. 젠장!!”
움직임이 느려지자 검을 휘두르는 것도 힘들어졌다.
“마비 포션이라……. 역시 형은 대단하다니까.”
진우는 멀리서 싸움을 지켜보면서 형의 대처에 엄지척을 날렸다.
아무래도 검사인 진호 대 연금술사인 시우의 싸움에선 연금술사가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 싸움이 진행되는 동안 바깥의 싸움도 점차 소음이 줄어들어 갔다.
“바깥도 거의 끝났나 보네.”
진우의 말이 끝나자마자 진우의 측근 중 한 명인 암살자 헌터 이 대리가 진우 옆에 나타났다.
“갔다 왔어?”
“네, 도련님. 밖은 전부 제압되었습니다. 아군이 이겼고 올라오는 중입니다.”
“그, 진성이 형은?”
“마찬가지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래? 그러면 여기 싸움만 끝나면 되네? 아, 밑층 상황은 어때?”
“거기도 거의 마무리가 되어갑니다. 검 사냥꾼 박도현과 서길수 팀장의 싸움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일부 중요한 싸움들 빼고는 다 끝났다는 이야기야?”
“네, 도련님.”
“이제 진짜 막바지구나.”
포박되어 있던 인물들도 진우와 이 대리의 대화를 들었다.
이제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이다.
“진호 형이 이제 포기해 주면 끝나는 싸움인데.”
진우는 입맛을 다시며, 그 둘의 싸움을 다시 바라보았다.
아직도 치열한 싸움이 펼쳐지고 있었다. 누구 한 명은 죽어야 끝날 것 같았다.
저벅저벅-
수많은 헌터들이 꼭대기 층에 들어왔다.
강진성과 헌터 일행들이었고 경호원들도 있었다.
“진호 형……. 이제 끝났어! 포기해!”
“흐흐흐, 아직 안 끝났다…….”
꼭대기 층엔 진호를 제외하고 모두 진성의 일행이었다.
“아직 안 끝났네?”
진성은 구경하는 성현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어……. 아직은 말이지.”
“우리는 다 끝내고 왔어.”
“그래……. 이제 여기만 끝내면 되는데 진호 형이 끈질기네.”
성현의 말에 진성은 둘이 싸우는 걸 보았다.
위세로는 진호 형이 우세였는데 실력으로는 시우가 훨씬 앞서 나가는 상황이었다.
챙챙챙-
격렬하게 싸우고도 둘은 아직도 힘이 남아도는지 싸움을 계속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우세한 시우가 이기고 있었다.
“허억허억……. 끈질긴 녀석.”
“형, 이제 그만해!”
“닥쳐라!!”
“이제 그만 포기하라고!”
“절대로 포기 못 해. 이 자리를 얻기 위해 내가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데!”
“형……. 제발 과거의 형으로 돌아와. 이건 아니야!”
“흐흐흐.”
진호는 이미 자신이 밀린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 마지막 방법을 써야 하는 것일까?
“그래. 네가 이겼다……. 이시우.”
“그럼 끝내는 거지?”
“내가 끝낸다고 말했나? 으하하.”
진호는 갑자기 실성한 것처럼 미친 듯이 웃었다.
“형…….”
“이번 싸움은 네가 이겼다는 걸 인정하지……. 하지만 이건 막을 수 있을까?”
“그게 무슨 소리야?”
진호는 자기 심장에 마력을 쏟아부었고 폭주시키기 시작했다.
그 마력이 어둠의 씨앗으로 들어가고 어둠의 씨앗에서 흘러나온 검은색 기운이 넘실거리면서 진호의 몸을 감싸고 있던 것이다.
“시우야, 물러서!”
진성은 그 기운을 잘 알아보았다. 아니, 예전에도 조은성 헌터 이외에 군주와 관련된 자들이 어둠의 씨앗을 써서 폭주시키는 걸 많이 보았다.
진성은 달려가 시우의 앞을 막아섰고 삽을 꺼냈다.
“이건 네가 절대로 상대 못 해……. 곧 이 건물은 위험해질 거야. 피해.”
“아니……. 나도 싸울 거야.”
시우의 고집에 진성은 조금 답답했다.
“이건 일반 폭주가 아니라고……. 엄청 위험한 거야.”
“알고 있어. 하지만 내 손으로 형을 되찾을 거야. 그러니 도와줘.”
“하아……. 알겠어.”
진성은 시우를 말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각오했다.
“어이, 어이, 너희 둘만 싸우겠다는 거냐? 나도 끼워주라고.”
“성현아…….”
“둘만 무게 잡지 말라고. 나도 있다는 걸 명심해!”
“고맙다. 박성현.”
“뭐, 나도 진호 형을 구출하는 데 동의하니까…….”
성현은 그 말을 하고 자신이 계약한 정령이란 정령은 다 소환시켰다. A급 정령사의 위엄이었다.
“저도 도와 드릴까요? 도련님.”
이한나 팀장이 다가와 말했지만, 진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위험해지면 그때 도와줘도 된다고 말했다. 이건 우리들의 싸움이라고 말이다.
그 말에 수긍했는지 이한나 팀장은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인질들이었던 자들에게 텔레포트 아이템을 주었다.
“이걸 쓰시면 저희 회장님이 계신 곳으로 대피가 됩니다. 그러니 지금 대피하세요.”
“고맙네. 이한나 헌터.”
그렇게 타 기업 회장들은 아이템을 써서 이곳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전투조에 포함되어 있던 다친 이들과 타 기업 소속 헌터들도 하나둘 아이템을 쓰고 대피 중이었다.
그들이 다 대피하자, 남은 이들은 현성 기업, 한울 기업 소속 헌터 그리고 루카스와 그의 팀원들뿐이었다.
루카스는 제이콥을 쓰러뜨리고 포로로 잡은 상태였다. 배후를 밝혀내려고 잡은 것이다.
“이거 위험하군…….”
루카스의 말에 다른 헌터들도 고개를 끄덕이거나 동의했다.
“으아아아아아아.”
진호는 고함을 지르며 자기 몸이 붕괴하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 어둠의 씨앗 부작용인가? 하지만 상관없었다. 큰 힘을 얻어 시우를 파멸시킬 것이다.
“형…….”
“이미 늦었어. 아마 살리기 힘들 거야.”
“진성아……. 어떻게든 안 돼?”
“힘들어……. 그저 우리가 싸워서 제압하고 편하게 보내주는 게 나을지 몰라.”
시우는 아직도 폭주가 진행되고 있는 진호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진호 형을 이렇게 만든 군주라는 녀석에 대해 증오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 군주만 아니었으면 자기 형은 이렇게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부분 대피한 거 같아.”
성현의 말에 진성은 주변을 둘러보니 한울 기업 소속과 현성 기업 소속 헌터들이 남아 있었다.
“그들도 대피하라고 해 줘.”
“알았어.”
성현은 뒤에 있던 이들에게도 대피하라고 전달했고, 다들 머뭇거렸지만, 결국 아이템을 쓰고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10분이 지나자, 현장엔 S랭크 헌터 3명과 루카스 등, 일부 핵심 헌터들만 남게 되었다.
“예린 씨는 안 피해요?”
“전 괜찮아요. 루카스 님이 지켜주신대요.”
“아…….”
진성은 아직 대피하지 않은 차현민 헌터와 한예린 헌터를 걱정했으나 그들은 괜찮다고 끝까지 있겠다 했다.
결국 진호 형을 빨리 제압하는 게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제압하지 못하면 뒤에 있는 그들이 다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곧이야……. 조심해.”
진호의 폭주 마력이 점차 줄어들어 안정기에 접어들자 진성이 모두에게 경고하였다.
이제 그가 움직일 것이다.
진성이 아까 봤을 때는 진호의 힘이 B랭크 최상급 기운이 느껴졌는데 아마 폭주했으니 거의 S급에 근접할 것이다.
자신은 상관없었지만, 친구들에게는 큰 위협이 될 것이다.
“흐흐흐……. 도망칠 녀석들은 다 도망갔군. 남은 건 너희들뿐이냐?”
폭주한 상태로 잘도 말하는 진호였다.
“형. 이번에는 각오해. 반드시 구해 줄 거니까.”
“무슨 소리냐……. 약자의 발버둥이냐? 크하하하.”
“그럼 선방은 내가!! 샐러맨더!”
성현이가 먼저 샐러맨더를 불러 화염을 내뿜게 하였다.
갑작스럽게 기습을 받자 진호는 조금 당황했다.
화르르륵-
화염방사기 수준의 불꽃이었고 불의 질이 달랐다. 일반 불보다 농도가 더욱 강한 것이었다.
“감히 누구한테 공격하는 거냐!”
진호는 빠르게 다가와서 성현에게 검을 휘둘렀다.
촤아악-
마검에 베어졌지만, 옷깃만 살짝 스쳤다.
“어우 위험했다……. 장난 아닌데?”
“조심해! 성현아.”
“알고 있어……. 저거 딱 봐도 위험한 마검 같거든…….”
성현은 정령을 이용해 시우와 진성을 보조해 주었고 시우는 연금술로 만든 아이템으로 진호의 움직임을 봉인하고 있었다.
공격은 진성이 맡기로 했다.
“잔챙이들 따위가……. 나를 막겠다는 거냐! 가소롭군.”
진호는 폭주했지만 큰 힘을 얻어서 기분이 좋았다. 비록 일회성 힘이지만 시우만큼은 죽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진성아, 약점은 없어?”
성현의 말에 진성은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입을 열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제한 시간이 있어.”
“제한 시간?”
“아마 30분 정도 아닐까 생각이 들거든.”
“30분이라……. 빠듯한데?”
그 30분이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폭주한 상대방은 S랭크 헌터급이었기에 빠르게 제압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
“내가 연금술사 힘으로 형을 붙잡을게……. 진성아, 네가 형을 제압해 줘.”
“알았어……. 그런데 어떻게 하려고?”
“내 비장의 스킬, 식물 소환으로 형의 몸을 결박할 거야.”
“그러려면 그냥은 안 될 텐데?”
“알고 있어……. 그 부분은 아무래도 이인우, 한소율, 이한나 헌터에게 부탁해야 할 거 같아……. 우리 힘으로는 불가능해.”
시우의 말에 뒤에서 구경하던 그들이 움찔거렸다. 그리고 루카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나도 도와주지…….”
“안 힘드세요?”
제이콥과의 싸움으로 마력과 체력을 다소 썼을 텐데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루카스의 모습에 조금 걱정이 든 것이다.
“이 정도쯤이야……. 조금은 가능하지.”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가디언즈 부길드장인 루카스의 참전에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