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9화
199. 199화
“부길드장님.”
“너희는 나서지 마라. 이건 내 싸움이다.”
루카스는 부하들에게 다른 곳을 도와주라고 하였고 부하들은 조금 멈칫했으나 현장을 떠났다.
“자네도 떠나게. 청년.”
“네. 그럼 맡기겠습니다.”
“그래.”
진성도 루카스가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사방에서 전투가 각각 벌어지고 있었지만, 그 둘은 고요했다.
“설마 자네가 한국에 갇혀 있을 줄이야. 제이콥.”
“그래. 마지막으로 한탕 하려다가 잡혔지. 흐흐흐.”
“그렇군.”
“자, 자, 이제 결판을 내자고? 루카스.”
제이콥의 말이 끝나자마자 둘은 격돌했다.
엄청난 전투에 주변에서 싸우던 적들과 아군까지 넋 놓고 바라볼 정도였다.
루카스가 강한 것은 다들 알고 있었지만, 저 범죄자 또한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실력은 여전하군. 루카스……. 하지만 나도 꽤 늘었지.”
제이콥의 말대로 그의 실력이 꽤 늘었다는 것을 알게 된 루카스는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둘이 치고받는 엄청난 전투를 시작하는 동안 진성 쪽에서는 사방이 전쟁터였다.
“죽어라!”
용병 헌터가 삽을 들고 있는 진성을 얕보고 검으로 찔러 들어왔다.
하지만 진성은 A랭크 헌터였다. 정말 간단하게 피하고 그를 제압하였다.
“커억.”
용병 헌터는 삽에 맞아 그 자리에 쓰러졌고 진성은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그로가 잘 끌렸는지, 현성 기업 본사 건물에서 끊임없이 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모두 입구에서 나와 진성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어그로가 잘 끌렸나 보네……. 이제 남은 건 후방 침투조인데.”
진성은 후방조를 생각하면서 자신에게 달려오는 적들에게 맞서 싸웠다.
진성이 힘겹게 어그로를 끌면서 전투할 때쯤……. 후방 침투조는 시간이 조금 지난 후, 건물 뒤쪽으로 접근하였다.
적들은 죄다 전방만 신경 쓰고 있어서 후방에 적이 있는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시우 도련님. 후방에는 적이 아예 없는 거 같은데요?”
시우는 S랭크 이인우 헌터의 말에 주변을 살펴보았고, 정말 경계하는 인원이 한 명도 없어 안도했다.
건물 안으로 순조롭게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련님. 혹시 모르니 제가 앞서서 가 볼까요?”
인우가 말하자 시우는 괜찮다고 말하며 같이 진입하자고 하였다.
“그럼 가자.”
성현은 혹시 몰라 불의 정령 샐러맨더를 소환해서 데리고 다녔다.
후방 침투조는 누구 한 명의 방해도 받지 않은 채 건물로 진입하였다.
1층에서 3층으로 올라갈 때는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고, 4층을 순찰을 하는 헌터가 두어 명 있어서 제압하고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를 쓰려고 했었으나 작동이 되지 않았다.
“아버지가 갇혀 있는 곳이 어디려나~”
진우는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중얼거렸다.
“시우 형, 걱정하지 마. 금방 구할 수 있을 테니까.”
동생인 진우는 안절부절못하는 이복형 시우를 보고 걱정하지 말라는 말로 진정시키고 있었다.
그들은 4층에 있는 두 명을 제거하고 계속해서 올라갔고 꼭대기 층에 가까워질수록 마주치는 적의 숫자가 늘어만 갔다.
그리고 꼭대기 바로 아래층에 도달하자, 그곳에 시우의 침입을 막기 위한 적들이 꽤 몰려 있었다.
“호오라? 이게 누구신가.”
시우 일행을 보며 어떤 이가 히죽히죽 웃으면서 걸어 나왔다.
그가 이곳의 대장이었는데 이진호 세력인 하운드 팀의 팀장인 박상호였다.
“박상호 팀장, 비켜라.”
S랭크 헌터 한소율이 나서며 말했다.
“뭐라고? 이젠 선배한테 반말까지 하냐? 허 참. 한소율 헌터, 까불지 마라.”
직급부터도 다른데 이제는 막 나가는 거 아니냐 말하면서 박상호 헌터는 분노를 표했다.
“여긴 절대로 못 지나간다. 우리 하운드 팀과 사천 팀 모두를 상대해야 할 거다.”
하운드 팀 233명, 사천 팀 182명. 거의 400명이 넘는 인원이었다. 거기에 용병들인지 범죄자인지 모를 헌터들도 꽤 있었는데 그 수까지, 합치니 500명에 달했다.
“도련님, 숫자가 많아 보이지만……. 감당 가능한 숫자입니다.”
시리우스 팀의 서길수 팀장은 시우 옆에 바짝 붙어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돌파해 주세요.”
“다들 들었지? 시우 도련님의 명령이다. 모두 돌파해라!”
서길수 팀장의 외침에 시리우스 팀과 현성 기업 소속 헌터들 전원이 달려 나갔다. 한소율은 시우의 호위를 위해 곁에 남았다.
“물러서지 마라!”
박상호 팀장이 아군을 독려했지만, 상대는 S랭크 2명에 A랭크 실력자들이 다수였기 때문에 아주 손쉽게 밀리고 있었다.
“역시 고랭크 헌터인가. 쿨럭.”
전투 시간은 겨우 10분 정도밖에 안 되었는데 시우 쪽 인원보다 진호 세력의 인원이 더 많이 쓰러져 나갔다.
“대장님……! 이러다간 밀리겠습니다. 방법 없습니까?”
하운드 팀 간부가 팀장에게 다급하게 외쳤다.
“더 버텨라……!”
이인우 헌터의 공격 한 번에 5명씩 쓰러지고 있었다.
역시 이인우 헌터였다. S랭크의 힘은 장난 아니었다.
“박 팀장, 여기서 그만 항복하시는 게?”
인우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를 도발하였다.
“박 팀장이라고? 이인우……. 감히 대선배한테 그 무슨 말투인 거냐!”
“어이. 꼰대 씨. 그만하시죠. 실력도 쥐뿔도 없으면서 진호 도련님 편든 건가요? 푸웁.”
“이이익!!”
그 모습을 보고 있는 한소율은 이렇게 말했다.
“진짜 인우는 성격 더럽다니까…….”
한소율의 혼잣말을 들은 시우조차도 동감하였다.
“오냐! 내가 상대해 주마. 이인우!!”
박상호는 주 무기가 단검 두 자루였는데, 인우의 장난스러운 표정을 박살 내겠다는 심정으로 주 무기가 아닌 보조 무기인 철퇴를 꺼내 그에게 매섭게 휘둘렀다.
하지만 인우는 하품하는 척하면서 그의 공격을 계속 피하고 있을 뿐이었다.
“꼰대 아저씨. 왜 이리 느려요? 예전에는 공격이 매서웠는데……. 이제 힘이 없나 봐?”
“크으으윽!!”
인우는 계속 피하기만 하면서 상호를 가지고 놀 듯이 하자, 그 싸움을 한참 동안 지켜보던 하운드 팀원들은 우리 팀장님조차도 이인우 팀장을 못 이긴다는 말을 해댔다.
진호 세력의 헌터들이 점점 싸움에 의욕을 잃어가고 있었다.
점차 패색이 짙어질 때쯤…….
“고전하고 있다길래 내려왔는데……. 웃기는 상황이네.”
꼭대기 층을 지키고 있던 범죄자 헌터 2명이 내려온 것이다.
사천팀 팀장은 이진호의 곁에서 1층 병력을 지휘 중이라 바빴던 것이다. 그래서 자기 대신에 뛰어난 범죄자 헌터 두 명을 내려보냈다.
그중 한 명은 검 사냥꾼 박도현 헌터였고 다른 한 명은 일본에서 유명한 군 장교였다가 한순간의 실수로 병사들을 모조리 몬스터의 먹이로 줘 버린 A랭크 헌터 사토였다.
“한국인들이란, 쯧.”
사토는 아무리 S랭크 헌터라지만 S랭크가 된 지 얼마 안 되었고 A랭크인 노련한 헌터가 저걸 못 잡는다 생각하니 한심했다.
아무래도 대일본 헌터인 자신이 나서서 저 이인우라는 헌터를 제압해 일본이 왜 헌터 강국인지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비켜라, 한국인! 내가 저놈을 상대해 주지.”
그는 아주 자신만만하게 박상호 팀장보고 비키라고 말하며 앞으로 나섰다.
박상호는 갑작스러운 일본인 헌터의 등장에 그에게 공격을 날렸다. 사토는 박상호의 공격을 간단히 피하고는 발을 걸어 그를 넘어뜨렸다.
철퍼덕-
“푸하하하하.”
사토는 넘어진 박상호를 비웃었다. 그 모습에 하운드 팀원들도 모두 화가 났다.
“뭘 봐? 애송이들은 가만히 있으라고! 이 사토 님께서 저 S랭크 헌터를 잡을 테니까.”
“정말 건방진 일본인이네.”
인우는 지금은 적이지만 동료였던 박상호가 일본인 헌터인 사토라는 자에게 당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봐, 한국인! 이름이 뭐라고 했지? 이인자?”
사토는 일부러 이름을 다르게 말하며 그를 도발하였다.
“뭐라 부르든 상관없는데 말이야……. 그 면상은 진짜 마음에 안 드네. 망할 원숭아.”
“뭐? 이 위대한 사토 님한테 원숭이라고 부른다고? 이 자식이!”
사토는 분기탱천하여 채찍이라는 드문 무기를 꺼내 휘둘렀다.
인우는 단순한 공격에 박상호 팀장보다 실력 없는 범죄자라 생각하고 슬쩍 피해 냈다. 하지만, 철썩 소리와 함께 옆구리에 작은 생채기가 났다.
“원숭이 주제에 실력은 있나 보네.”
여유롭게 말했지만, 저 무기가 생각보다 까다롭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잘못하면 고전할 거 같았다.
분명 단순한 공격이었는데 마지막에 미세하게 궤도가 바뀌는 바람에 공격을 허용한 것이다.
“좀 까다로운 무기네……. 채찍이라.”
“후후후. 이제 이 몸이 대단한 것을 깨달았느냐?”
“아니……. 너보단 저 무기가 까다롭다고 한 거지. 너는 별 볼 일 없는 원숭이 아니냐?”
“원숭이라고 그만 불러라!”
“싫은데, 원숭아~”
“이이익!!”
“원숭이 소리 잘 내네?”
인우는 그를 원숭이라고 부르며 놀려댔다.
그렇게 사토와 인우의 싸움은 지루하게 흘러가자 검 사냥꾼 박도현이 앞으로 나섰다. 그에 서길수 팀장이 맞상대로 나왔다.
“박도현. 살아 있었군…….”
“네. 살아는 있었죠. 스승님. 이번에는 당신을 쓰러뜨리겠습니다.”
박도현은 서길수 팀장을 이번에 정말로 쓰러뜨려서 그를 뛰어넘기로 마음먹었다.
“나도 더는 망설이지 않겠다……. 오너라. 박도현.”
“그렇게 나와야 재밌죠. 스승님!”
도현은 자신이 죽인 헌터들의 각종 무기를 꺼내 서길수 팀장에게 달려들었다. 서길수도 그의 공격을 막으며 공격해 나갔다.
그렇게 전투가 이어졌다.
“형, 저 둘은 맡겨두고 이제 가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진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시우는 소수의 헌터들만 데리고 끝 층으로 향했다.
나머지는 이들이 모두 맡아줄 것이다.
꼭대기 층에는 한 개의 방만 있는데, 바로 그곳이 회장실이었다.
“드디어 도달했구나…….”
시우는 중얼거리며 굳은 표정으로 방의 문을 열어젖혔다.
문을 열자 구석에는 아버지와 다른 기업의 사장들이 재갈이 물린 채 결박되어 있었고 회장의 자리에는 이진호가 왕처럼 앉아 있었다.
“진호 형……. 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시우의 질문에 진호는 씩 웃으면서 대답하였다.
“왜냐고? 당연히 왕좌에 앉고 싶어서 그랬지.”
“형은 이런 사람이 아니었잖아.”
“그래. 원래 이런 성격은 아니었지. 전부 너 때문이다. 이시우!”
“원인이 나라고?”
“그래. 너만 아니었다면 자연스럽게 이 왕좌의 자리는 내게 들어 왔겠지…….”
진호는 분노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그 자리가 뭐길래 과거에는 친했던 형제가 이렇게 갈라져야만 할까……. 시우는 자기 형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올 줄 알고 기다렸지……. 나와 결판을 내고 싶은 거냐? 이시우! 그렇다면 원하는 대로 나와 1대1 싸움을 하자. 네가 이기면 군말 없이 패배를 인정하고 아버지를 풀어 주마.”
“좋아……. 정정당당히 싸우는 거야. 진호 형.”
진호는 왕좌에서 일어서서 무기를 인벤에서 꺼냈다. 붉은색 마력을 흘리는 검이었다.
한소율은 그 검에서 아주 안 좋은 마력을 감지해 내었다.
“도련님. 조심하세요. 저 검은 심상치 않아요.”
“응, 알았어……. 조심할게.”
진호는 자신의 왕좌를 위해 싸우려는 것이었고 시우는 아버지를 구출하려고 하는 싸움이었다.
둘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치하면서 기 싸움을 시작하였다.
“왜 안 덤비는 거냐? 쫄은 거냐? 이시우.”
진호는 여유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시우는 너무도 달라진 형의 기운에 잔뜩 긴장하였다. 뭐랄까, 불길한 예감이 든 것이다.
“네가 오지 않는다면 내가 가야겠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진호가 검을 휘둘렀다.
시우는 황급히 피했지만, 옷이 살짝 베어졌다. 분명 검에 닿지도 않았는데 베어진 것이다.
저 검은 확실히 위험했다.
“이걸 피하다니……. 운이 좋구나. 이시우.”
이 방에는 진호의 편을 드는 자가 아무도 없었기에, 다들 시우가 이기길 바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