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4화
194. 194화
“이거 유니크 템이 아닌 거 같은데. 안 그래, 안드레?”
“그러게, 진성 님에게 좋은 아이템이 된 거 같아.”
하멜과 안드레 그리고 고강한은 묵묵히 진성의 변화를 기다렸다.
진성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빛이 점차 사그라들었고 진성에게 알림이 떴다.
띠링!
-플래티넘 등급의 보약을 먹었습니다. 스킬 소생이 생깁니다.
“소생?”
-진성 님, 좋은 스킬을 획득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소생이라는 스킬은 굉장히 희귀한 스킬이며 보통 성녀 또는 교황 직업에 오른 이들만 쓸 수 있습니다. 진성 님은 하루 2번 소생 스킬을 쓸 수 있습니다. 다만 마력이 모두 바닥날지도 모릅니다.
“좋은 스킬이네, 소생…….”
자신의 앞에서 누군가 죽어도 하루에 2번 살릴 수 있는 것이라면 굉장히 좋은 스킬인 것이다.
진짜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스킬을 얻은 것이다.
“그런데 너무 잡다하지 않아? 농부가 소생 스킬이 있다? 좀 그렇긴 한데.”
-능력 있는 자는 여러 스킬을 가질 수 있는 법이죠. 그러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진성 님.
“능력 있는 자라…….”
진성은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스킬이 생기면 자신에게 좋은 일이니 말이다.
“하멜, 다친 곳은 없어?”
“조금 있지만 견딜 만합니다.”
하멜은 옆구리에 상처를 입었는지 붕대를 대충 감고 있었다.
붕대를 감은 부위는 이미 피에 전 지 오래였고 하멜의 핏자국인지 적들의 핏자국인지 모르겠지만, 피를 상당히 많이 흘린 것은 분명했다.
“하멜, 걸어갈 수 있겠어?”
“네, 간신히 가능합니다. 진성 님…….”
“안드레! 고강한! 너희들이 하멜 부축해 줘.”
“네, 진성 님.”
진성은 앞장서서 걸어 나갔고 안드레와 고강한은 하멜을 부축해 주면서 같이 가야리 던전에서 빠져나왔다.
그들이 가야리 던전을 빠져 나오자마자 뒤에 있던 던전이 붕괴하였다.
조금만 더 늦게 나왔더라면 압사당했을 것이다.
“자, 이제 밭으로 가자.”
“네.”
“네, 진성 님.”
진성은 하멜을 찾으러 다니다가 발견한 던전에서 좋은 스킬을 얻어 기분이 조금이나마 좋아졌다.
하멜도 다행히 구출했으니…….
이제 자신의 밭을 재건하고 배후를 찾아내서 복수하는 것만 남았다.
그렇게 하멜을 데리고 밭으로 돌아온 진성은 이한나 팀장과 한예린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진성이 도착하자 이한나는 진성이 온 걸 눈치채고 가볍게 인사를 했고, 한예린도 또한 진성을 맞이하였다. 제임스는 조용히 그들을 지켜보았다.
“급하게 가신 일은 잘 해결되셨나요?”
“네. 예린 씨, 혹시 한 명 더 치료 가능하시나요?”
“네, 물론이죠! 진성 씨 뒤에 있는 분인가요?”
“네.”
예린은 진성의 뒤에 있는 키가 작은 종족에게 다가가 그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치유가 되었고 이제 진성의 밭에서 다쳤던 이들은 모두 치유가 되었다.
“감사합니다. 예린 씨.”
“급하게 저를 찾으실 때는 조금 당황했었는데 괜찮아요. 사람을 살리는 일이었으니까요.”
“정말로 감사드려요. 예린 씨.”
진성은 예린이 없다면 자신은 절망적인 상황이었을 거라며, 그녀를 추켜세워 주었다.
그녀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되려나요?”
진성과 이한나는 앞으로 가야리 마을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건의 배후가 어떻게든 포장하리라 생각했다.
“배후가 누군지 짐작이 가니까……. 분명 가야리 마을이 정체불명의 집단에 습격을 당했거나 대형화재로 인해 이렇게 되었다고 발표하지 않을까요?”
진성의 말에 예린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반면에 이한나 팀장은 진성이 예상이 맞을 거라며, 분명 정치적인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 볼게요, 진성 씨. 다른 분들도 걱정되거든요.”
“아! 아까 그 건물에 남았던 분들이요?”
“네. 돌아가야 할 거 같아요. 저희 점장님한테도 가야 하고요…….”
“네. 그럼 같이 가시죠. 이한나 팀장, 그리고 제임스 씨? 따라와 주세요.”
“네, 도련님.”
진성이 고강한을 바라보자, 고강한이 하멜과 안드레를 데리고 밭을 정리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진성의 일행 또한 밭에서 벗어나 불에 탄 진성의 집을 지나쳐 다시 북쪽 상가 쪽으로 향했다.
상가로 가는 길에는 마을 주민과 적들의 시체들이 길목에 가득하였다.
이들을 모두 수습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진짜 가야리 전체를 노릴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진성의 말에 이한나 팀장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조은성 헌터가 진짜 배후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에요. 그는 대한민국에서 잔인하기로 유명한 자니까요. 정부 인사들과도 두루두루 친해서, 인맥이 상당하다고 알고 있어요. 정부의 어두운 일을 처리해 주는 자이므로 이번 사건도 아마 정부의 일을 떠맡은 걸 수도 있어요.”
“이번 배후가 조은성 헌터라는 사람인가요?”
예린의 질문에 이한나 팀장이 답변해 주었다. 제임스는 여전히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묵묵히 걸어 나갔다.
“네, 그가 이번 일의 배후일 가능성이 가장 커요.”
“대체 왜…….”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저희 도련님을 목표로 삼았을 가능성이 크거든요.”
“왜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조은성 헌터가 나쁜 짓을 많이 했고, 저희 도련님이 그를 붙잡아 경찰에 넘겼거든요. 한동안 교도소에 갇혀 있었을 거예요.”
“즉 범죄자가 진성 씨에게 앙심을 품고 이렇게 크게 일을 벌였다는 말인가요?”
“네…….”
“그러면 진성 씨만 노리면 되는 거 아닌가요? 대체 왜 아무 잘못도 없는 이 마을 주민들을…….”
“진성 님이 목표인 건 거의 확실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어요.”
예린은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배후가 확실히 조은성 헌터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단 한 명의 인물에게 복수하기 위해 가야리 전체도 공격했다는 말에 치를 떨었다.
어떻게 이런 잔인한 작전을 세울 수가 있을까? 대체 왜? 가야리 마을 주민들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었다.
자신이 비록 가야리 마을에서 오랫동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 건 아니지만, 이곳 주민들은 외부인에게 굉장히 친절하였다.
분명 자신은 이 마을에 한해서는 외부인이었다. 그런데도 자신에게 친절함을 베푸는 주민들 덕분에 편의점 아르바이트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들을 이유 없이 다치게 하거나 죽인 조은성 헌터에게 화가 났다.
“대화하다 보니 벌써 북쪽 상가에 도착했네요.”
어느새 일행은 가야리 마을 내에서 피해가 덜한 북쪽 상가 쪽에 도착했고 아까 있던 건물로 빠르게 향했다. 건물에 다다르자 그들을 알아본 이한나 팀원들과 루카스 부하들이 길을 열어주었다.
예린은 다른 주민들의 치료를 위해 다시 3층으로 올라갔고 진성과 이한나 그리고 제임스는 루카스와 마을 청년회장을 만나기 위해 2층으로 향했다.
“그래. 잘 갔다 왔나?”
루카스가 진성과 이한나 그리고 제임스에게 물었고, 셋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남은 건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나 인데……. 흠.”
루카스는 고민하였다.
이 배후가 크다고 생각이 되었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길드에 요청해서 개입해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자신이 소속된 길드가 이곳에 개입하게 되면 국가 문제로 번지기 때문에 더욱 복잡해진다.
“일단 배후는 제가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복수는 제가 할 겁니다.”
“배후를 안다고?”
진성의 뜬금없는 말에 조용하던 2층이 웅성거림으로 가득 찼다. 다들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이었는데 진성이 말을 꺼낸 것이다.
배후를 안다고……?
“네. 저는 확실하게 배후를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는 건 그 배후가 자네를 습격하려고 가야리 마을까지 범위를 잡았다는 건데? 내 말이 맞나……. 청년.”
“네,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요.”
“그래서 배후는 누군가?”
“조은성 헌터와 이하늘 대통령입니다.”
루카스는 조은성이 누군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수긍할 수 있었지만, 이 나라 대통령의 이름이 나오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하늘 대통령?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아뇨, 잘못 듣지 않았습니다.”
“조은성 헌터는 워낙 손속이 잔혹해서 그럴 수 있다고 봤지만, 이하늘 대통령이라니……. 자네, 잘못 안 게 아닌가? 그가 뭐가 아쉬워서 이런 짓에 동참을 하겠나.”
“확실한 이유가 있습니다.”
“대체 무슨 이유지?”
진성은 조은성과 이하늘 대통령과의 관계를 자신이 알고 있는 선에서 말했고 이한나 팀장이 그에 관한 설명을 중간중간 추가해 설명해 주었다.
진성은 자신의 밭에 거주하던 엘프족 한 명이 이하늘 대통령에게 납치되었다고 설명했고, 루카스는 그 말에 어떤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 그렇게 되었던 거군. 그래서 이하늘 대통령이 이번 계획에 동참한 거군.”
“그래서 조은성 헌터부터 찾고 싶지만, 이하늘 대통령부터 찾아가서 그 엘프 아이린을 구해야 합니다.”
“조금 복잡한 사건 같지만, 이해는 가네. 자네를 도와주고 싶지만, 길드에 보고도 해야 하고 이 마을이 또 위험에 빠질지 모르니 우리는 여기 있어야 하네.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면 여기로 연락하게.”
루카스는 명함 하나를 진성에게 주었다.
루카스는 꽤 유명한 길드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럼 저는 일단 밭으로 돌아가서 준비한 후에 이하늘 대통령에게 가려고 합니다.”
“음……. 알겠네.”
루카스는 자기 부하들과 따라가고 싶었지만, 이 마을에 자신과 인연이 있는 자들도 있는 터라 어쩔 수 없이 남아서 지켜야 했다.
“그럼 루카스 씨 대신 제가 따라가도 될까요?”
3층에 있던 예린이 2층으로 내려와 이야기하자 루카스와 제임스는 흠칫 놀랐다.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예린 씨.”
“괜찮아요. 그리고 이 마을을 잿더미로 만든 자들에게 묻고 싶은 게 많거든요.”
예린은 순수하게 분노하고 있었다.
루카스는 저 강진성이라는 청년의 힘은 알 수 없지만, 이한나 팀장이 따라가니 그녀에게 확실한 보호를 받을 수 있었기에 말리지 않은 것이다.
예린의 말이 끝나자 마을 청년이 진성에게 말을 걸었다.
“진성 군. 배후가 누구든지 간에 우리 마을을 이렇게 만든 자를 찾아서 죗값을 치러주게.”
“네, 청년회장님.”
“그래, 그거면 된다네…….”
청년회장은 진성과 짧은 대화가 끝난 후 자리를 피해 3층으로 올라갔다. 마을 주민들이 다량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럼 저도 준비할게요. 잠시만요.”
예린도 청년회장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에는 마을 주민들 이외에 차현민 헌터와 편의점 점장도 있었는데, 편의점 점장이 다가와 예린에게 말을 건넸다.
“갈 거니? 예린아.”
“네. 위험하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 배후에게 묻고 싶어요. 마을 주민들을 왜 이렇게 잔인하게 학살하였는지…….”
“굳이 안 가도 된단다.”
“아뇨, 저는 갈 거예요.”
“후우……. 알았다. 그럼 3층에 모아둔 포션이 많으니 넉넉하게 챙겨서 가라.”
“네, 점장님……. 죄송해요.”
차현민 헌터는 예린이 아이템을 챙기는 것을 도와주었고 그녀와 함께 2층으로 내려왔다.
진성은 예린이 내려오는 것을 확인하고 출발하려다 그녀 뒤에 차현민 헌터를 발견하고 인사를 건넸다.
“현민 씨.”
“네, 진성 씨……. 이야기는 대강 들었습니다. 저도 따라가도 되겠습니까?”
“……네?”
“저도 따라가고 싶습니다. 예린 씨와 같은 이유라고 보시면 됩니다.”
“괜찮으시겠어요?”
“네……. 이번 사건으로 저의 제자 한 명이 죽었습니다.”
“아…….”
차현민 헌터가 운영하던 뷔페 직원 대부분은 차현민 헌터의 제자들 또는 지인들이었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이 죽었다고 하니 차현민 헌터가 분노할 만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예린 씨와 같은 이유……. 같이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