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3화
193. 193화
“혹시 이분들 말고 더 치료할 분들 있으신가요?”
예린은 모든 이들을 살려낸 후에 진성에게 다친 이들이 있나 물어보았다.
진성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친 이들은 진즉에 치료가 되었고 죽은 이들이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 감사하다며, 도울 일이 없다고 하였다.
“네, 예린. 씨 더는 없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이렇게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네요. 물론 시스템님 덕분도 있지만요.”
진성과 예린의 대화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세린은 한참 동안 보다가 어리둥절해 하는 안드레와 고라니 고강한에게 다가가 설명을 해 주었고, 둘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앉아 휴식을 취했다.
“세린 님, 아이린 그녀는 어떻게 된 건가요? 그리고 하멜은 왜 안보이고요?”
안드레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두 명이 보이지 않아 세린에게 물었다.
“아이린은 납치당했고 하멜은 실종 상태야. 안드레.”
“죽었다가 살아난 드워프 전사들에게 물어보면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네가 한번 물어봐 줄래? 안드레. 난 주변을 정리해야 해.”
“네, 물론이죠. 하멜의 행방을 알아볼게요.”
“죽었다가 되살아난 지 얼마 안 된 너에게 미안하지만 그렇게 해 줄래?”
“네,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저도 괜찮으니까요.”
세린은 주변 정리에 정신이 없어, 안드레에게 부탁하였고 안드레는 드워프 전사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하였다.
일부 전사들은 족장 하멜과 떨어져서 전선을 형성하다 보니 모른다고 대답했고, 나머지 인원들도 하멜의 행방을 잘 모르는 듯 보였다.
“저, 안드레 님. 제 마지막 기억으로는 밭으로 나가신 것 같아요.”
죽었다 살아난 젊은 드워프 전사가 힘겹게 말을 꺼냈다. 기억이 분명하지 않아 우물쭈물, 고민하다 뒤늦게 말한 것이다.
“혹시 어디 지점인지 알아?”
“밭에서 북쪽으로 향했으니까…… 아마 적 중 강한 녀석을 쫓아간 게 아닐까요. 제 기억이 온전하지 않아서 확실하지 않지만요.”
“북쪽이라……. 지금 가 봐야겠네.”
“하멜 님은 괜찮으실까요?”
젊은 드워프 전사는 자기 족장을 무척이나 걱정하는 눈치였다.
안드레는 웃으며 괜찮다 말하며 그 전사를 다독여주었다.
“그는 괜찮을 거야, 우리 중에서는 제일 강한 녀석이니까.”
“하멜 님…….”
안드레는 고강한과 함께 북쪽으로 향하려 했다. 진성이 예린과 이야기를 끝내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어디론가 향하는 그들을 발견하고 다가갔다.
“둘이 어디로 가려고?”
“아, 진성 님. 그게……. 드워프 족장 하멜의 행방을 찾으려고 갑니다.”
“아! 하멜……. 그러고 보니 사망자 중에 안 보이긴 했는데.”
“같이 가실 겁니까? 진성 님.”
“그래. 가야지.”
진성은 예린과 제임스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물은 뒤 안드레와 고강한과 함께 밭의 북쪽의 산으로 향했다.
원래 그쪽 터는 엘프들과 드워프 거주지 사이에 있는 곳이었는데 드워프나 엘프들의 훈련장으로 쓰이기도 했기에 그들에겐 익숙한 지형이었다.
하멜은 적을 그쪽으로 유인했거나 강한 적을 쫓아 여기로 들어왔을지도 모른다.
“이곳에 있다고 합니다, 진성 님……. 조금 꺼림칙하지만 들어가시겠습니까?”
안드레는 진성에게 말했다.
이 북쪽 산은 항상 불길함이 가득했다. 자신들이야, 가끔 방문하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강진성이 들어가 본 적은 없기 때문에 걱정되어 물어본 것이다.
“괜찮아. 안드레, 어차피 우리를 습격하던 녀석들은 더는 이 지역에 없으니까. 안 그래, 강한아?”
“네, 물론이죠. 다만 제가 고라니처럼 네발로 다닐 때부터 왠지 모르게 이 산은 피하게 되더라고요. 마치 본능이랄까…….”
“그래? 왜 그런 얘기는 나한테 하지 않았어?”
“진성 님이 안 물어봤으니까요.”
“흐음……. 일단 들어가 보자.”
“네, 진성 님.”
침을 꿀꺽 삼키며 진성을 포함한 3명의 일행은 북쪽 산으로 진입하였다.
초입 부분은 훈련장으로 쓰던 장소라 익숙하였지만, 하멜의 흔적을 따라 점점 깊숙이 들어갈수록 기분이 묘했다.
누군가가 자신들을 주시하는 느낌이랄까? 여러 가지 느낌이 들었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일까? 이 산에 뭐가 있길래 동물들이 이곳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일까?
“진성 님……. 흔적이 더 깊이까지 이어져 있는 것 같은데요?”
“일단 좀 더 가 보자…….”
“넵.”
안드레와 강한은 진성과 함께 산의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기분이 안 좋아졌다. 기분 나쁜 기운이 있는 산이었다.
흔적을 쫓아 가 보니 어느 동굴이 나왔고 그 앞에는 대량의 핏자국과 밭을 습격했던 헌터들의 시체가 몇 구 있었다.
“이 동굴 안에 하멜이 있을까?”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뭔가 이 동굴 안쪽에는 무시무시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저도요…….”
안드레와 고강한이 조금 몸을 떨었다. 진성은 무시무시한 기운을 못 느꼈는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동굴 주변에는 대략 8구의 시체가 있었는데 하멜의 도끼에 당한 자도 있었지만 큰 상처를 입은 시체도 4구나 있었다.
그리고 동굴 안쪽으로 바닥이 쓸려 있었는데 마지 무언가에 의해 끌려간 느낌이었다.
하멜이 끌려간 것일까?
“이 동굴은 대체 뭐지? 자연적인 동굴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한데…….”
진성은 동굴 앞에서 서성거리며 고민을 하고 있었다.
들어가도 하멜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들이 들어 동굴 앞만 서성거렸다.
“일단 들어가 보자……!”
큰 고민 끝에 진성은 하멜이 진짜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처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어 마음을 굳게 먹고 동굴 안쪽으로 향했다.
삽을 꺼내 꼭 쥔 채 조금씩 전진하였다. 통로 끝에 다다르자, 공터가 드러났다.
통로를 빠져나와 공터로 보이는 현장에 도착하자 진성에게 이런 알림이 뜬 것이다.
띠링-
-가야리 던전을 헌터로서 최초로 발견하였습니다. 명성 100이 증가합니다.
“던······전?!”
이 동굴이 던전이라고?
던전일 줄 상상도 못 한 진성이었다.
“진성 님······ 던전이라고요?”
“그래, 안드레. 여기 던전이라고 나와!”
“던전 등급은요?”
“잠, 잠시만!”
진성은 던전의 정보창을 열어보았다.
[가야리 던전
등급:불명
특징:공터는 3개 존재하며 무시무시한 던전의 주인도 존재한다. 마지막 공터에서 현재 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진성은 정보창을 공유해서 안드레와 고강한에게 보여주었다.
“3번째 공터에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 하멜 님이 분명합니다!”
안드레는 하멜이 살아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이 보여 외친 것이다.
“진성 님, 하멜을 구하러 가죠!”
“그래!”
진성은 던전의 주인이 누군지 몰라 걱정이 되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하멜을 구하는 것이었으므로 앞뒤 안 가리고 안드레와 고강한과 함께 첫 번째 공터에서 세 번째 공터까지 달려 나갔다.
두 번째 공터에 도착해 보니 던전에 거주하는 몬스터들 시체 일부가 널려 있었고 그걸 본 진성은 마음이 더욱 급해져서 세 번째 공터까지 달렸다.
마지막 공터와 가까워질수록 큰 굉음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누군가 외치는 소리도 들렸다.
“나 하멜은 여기서 죽지 않는다 덤벼라!! 애송이들.”
하멜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리고 있던 것이다.
“하멜이 살아 있나 봅니다, 진성 님!”
안드레는 더욱 신이 나서 진성보다 앞서 빠르게 나아갔다.
그렇게 정신없이 달린 그들은 드디어 세 번째 공터에 도착하였다.
공터에는 밭을 습격한 것으로 보이는 용병 헌터 수십 명과 고구려 길드원 몇 명이 보였고, 하멜 혼자 벽을 등지고 배수의 진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로 헌터 몇 명과 몬스터 몇이 쓰러져 있었다.
“젠장……. 이 녀석 한 명을 못 쓰러뜨려서 여기까지 오다니.”
“그러게 말이야……. 드워프라고 했던가? 무지막지하게 세네.”
적들의 말을 들어보니 하멜에게 당한 헌터는 최소 20명이 넘는 것 같았다.
“으하하, 들어와!”
하멜의 기세에 눌린 헌터들은 움찔거리기만 할 뿐 아무도 접근을 못 했다.
“제기랄……. 후퇴할 수도 없고.”
용병 간부의 외침에 주변 용병들도 공감하였다.
그들은 하멜을 쫓아 이곳까지 와, 바깥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상태였다.
“진성 님, 어떻게 할까요? 저희가 온 줄 모르는 거 같은데 저들 뒤에서 공격하면 쉽게 무너질 거 같아요.”
“안드레의 말에 동의합니다. 진성 님.”
안드레와 고강한은 진성의 말을 기다렸다.
“하멜을 구하러 왔으니까 가자.”
“넵, 진성 님.”
안드레는 인벤에서 검을 꺼냈고 고강한은 인벤에서 각종 저주 아이템을 꺼내 던질 준비를 하였다. 진성은 이미 삽을 꺼낸 상태라…… 바로 공격하면 된다.
“어떻게 좀 해 봐!”
진성이 뒤에서 슬며시 다가오는 줄 모르고 한 용병 헌터가 앞에 있던 동료에게 신경질적으로 말하며 짜증을 내고 있었다.
“그럼 네가 가 보든가!”
이미 그들은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짜증이 극에 달하여 살짝만 톡 건드려도 오합지졸처럼 붕괴할 것이다.
툭-
“으응?”
아까 앞에 있던 동료에게 소리치던 그는 뒤에 인기척과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는 순간, 깡 소리와 함께 동굴 천장을 누워서 보는 신세가 되었다.
“뭐, 뭐야?!”
뒤에서 깡! 이라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툭 쓰러지는 소리가 들리자 앞에 있던 용병이 뒤를 돌아봐 소리쳤지만, 그도 눕게 되는 신세가 되었다.
“저, 적이다!”
그 소리에 다들 우왕좌왕했고 하멜은 적들의 외침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곳엔 진성 님과 안드레, 고강한이 있었다.
“진성 님이 구하러 와주실 줄이야…….”
하멜은 구원 같은 건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이놈들 어딜 쳐다보는 것이냐!”
하멜은 자신에게 다시 눈을 돌리게 하려고 가장 앞에 있는 용병의 머리를 도끼로 때려 날려 버렸다.
“크아아악.”
“여기서 도망쳐!”
하멜 한 명만으로도 이렇게 힘든데, 적이 추가된다?
그는 도저히 버티기 어려울 듯하여 부하들에게 외쳤다. 부하들은 간부의 말에 사방으로 도주하였지만. 그중 일부는 재수가 없어 안드레와 고강한의 제물이 되었다.
“하멜, 괜찮아?”
“지, 진성 님.”
하멜은 눈물을 조금 흘렸다.
키가 작은 털북숭이 아저씨가 울자, 진성은 기분이 조금 이상해져 울지 말라고 달랬고 안드레는 놀렸다.
“그나저나, 저를 어떻게 찾으신 겁니까?”
눈물을 흘리던 걸 멈추고 하멜은 궁금한 듯 진성에게 말했다.
“그게 말이야…….”
안드레가 진성 대신에 말해 주었다.
젊은 드워프 전사의 말을 듣고 무작정 북쪽으로 오다 보니 흔적을 발견했고 동굴까지 오게 되었다. 그런데 그 동굴이 던전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하멜은 그 젊은 드워프가 누군지 몰랐지만, 덕분에 진성에게 발견되고 살아남게 된 것이기에 그 드워프에게 보상해 주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하멜, 이 던전의 주인 봤어?”
“네, 봤습니다.”
“어떻게 생긴 녀석이었어?”
“잡초 녀석이던데요. 진성 님.”
“잡초가 던전의 주인이라고?!”
“네.”
하멜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했다. 마치 잡초가 흔히 던전의 주인이 되는 게 익숙한 것처럼…….
하지만 진성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보다 못한 안드레가 옆에서 설명해 주었다.
“진성 님. 던전의 조인은 버섯 몬스터가 될 수도 있고, 흔해요. 그런 거……. 이곳 던전 주인이 잡초 중에서 최강이어서 된 거일 수도 있고요.”
“뭔가 내 상식이 깨어지는 것 같아…….”
진성은 던전의 주인은 당연히 오우거라든가 오크라든가, 그런 강한 녀석들일 줄 알았는데 잡초에 버섯이라고? 상상하니 뭔가 웃겼다.
“그래서 던전 주인은 어떻게 되었는데?”
“희귀한 아이템이 나올까 해서 도망치는 와중에도 던전 주인 녀석을 찾아내서 제 도끼로 으깨 버렸습니다. 진성 님.”
“아이템이 뭐가 나왔는데?”
“바로 이겁니다.”
하멜은 주섬주섬 인벤에서 뭔가를 꺼내 진성에게 건네주었다.
구슬같이 생긴 아이템이었는데 뭔가 알약 같았다.
[가야리 던전 주인의 보약
등급:유니크
특징:겉모습으로는 평범하게 생긴 알약이다. 먹으면 좋은 일이 생길지도?]
라고만 간단하게 적혀 있었다.
좋은 일이 생긴다고? 일단 먹어볼까…….
“한번 먹어보십시오. 가끔 던전 주인이 주는 보약 중에 좋은 것도 많았으니까요.”
진성은 아무 생각 없이 하멜이 주는 그 보약을 받아 꿀꺽 한 번에 삼켰다.
그러자 진성의 몸에서 무지갯빛이 흘러나와 환하게 사방을 비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