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2화
192. 192화
진성을 경계하는 그 팀원은 팀장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성은 마음은 급했지만, 꾹 참고 기다렸다.
그 팀원은 휴대폰 진동이 울리자 여전히 진성을 경계하며 전화를 받았다.
“네, 팀장님. 확인되셨습니까?”
-그래. 확인되었다. 확실히 그는 이 마을주민이다. 그러니 그를 여기로 데려오도록.
“네, 알겠습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루카스 팀장과 통화를 끊은 그는 기다리는 진성에게 말을 걸었다.
“마을주민인 게 확인이 되었으니 저를 따라오시죠.”
“네…….”
그 헌터가 앞장을 서서 걸어가고 진성은 뒤를 따라갔다.
도착한 장소는 북쪽 대피소에서 조금 떨어진, 적지만 인기척이 느껴진 건물이었다.
“이곳인가요?”
“네. 2층에 팀장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건물 1층에 보니 실력이 상당한 헌터 두 명이 근무를 서고 있었다.
“어이~ 재균. 저 사람도 이 마을주민이냐?”
“어…….”
“팀장님은 2층에 계시니까 가 보라고.”
건물 1층에서 경계 근무를 서던 인원은 진성을 인솔하던 재균이라는 남자에게 말했고 재균은 그에게 답변하고 진성과 함께 2층으로 올라왔다.
2층에 도착해 보니 마을주민 여럿과 청년회장이 보였다. 그리고 그중 진성을 보좌하려고 가야리에 자리를 잡고 있던 S랭크 정령사 이한나 팀장도 있었다.
“도련님?”
“이 팀장도……. 여기에 있었군요?”
“네, 도련님. 괜찮으신가요?”
“저는 괜찮아요. 이한나 팀장.”
진성을 알아본 이한나 팀장이었다.
“호오? 단순한 마을주민이 아닌가 보군.”
이한나 팀장과 진성이 보자마자 대화를 나누는 걸 본 루카스는 진성에게 말을 건넸다.
“도련님은 이곳 마을주민이 맞으며, 한울기업 강재환 회장님은 손자분입니다.”
이한나 팀장이 진성을 소개하자 루카스는 진성을 똑바로 보았다.
“순박해 보이긴 하는 청년이군. 그나저나, 몸에 전투 흔적이 보이는 거 보니 이 마을을 침략한 적들이랑 싸운 모양이지?”
“네……. 뭐.”
루카스는 진성을 아래위로 스캔하였다. 몸에 상처는 보이지 않았지만 전투 흔적이 보였다.
“다친 곳은 없는 거 같고……. 나름 강한 실력인가 보구만.”
“요번에 A랭크가 된 헌터이긴 합니다.”
“A랭크라……. 그래서 이곳에 찾은 이유가 있는 거 같은데, 무슨 일이지?”
“혹시 이곳으로 대피한 인원 중에 한예린이라는 헌터 있나요?”
“아……. 그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네, 맞습니다.”
“3층에서 다친 이들을 치료하고 있다네. 부하보고 그녀에게 전달하라고 할 테니 기다려 주게.”
루카스는 근처에 있던 부하에게 말했고 부하는 3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도련님. 혹시 도련님에게도 많은 수의 헌터들이 몰려갔었나요?”
“네……. 덕분에 저의 집도 불타고 밭도 손해 입었어요.”
“아……. 그런가요.”
“그건 왜요? 이 팀장.”
“적들 중에 고구려 길드와 용병들이 다수 보였는데 그중 조은성 헌터와 친한 헌터를 본 것 같아서 배후가 조은성 헌터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조은성 헌터…….”
진성은 과거에 어둠의 씨앗 퀘스트 때문에 그를 대머리로 만들고 감옥에 가둔 적이 있었다.
그가 자신에게 복수하려고 이렇게 큰일을 꾸민 걸까? 아니면 배후에 군주가 있는 것일까?
일단 조은성 헌터부터 찾아야 할 거 같았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점이 있어요. 도련님.”
“네? 뭔가요…….”
“배후는 그렇다 쳐도 이렇게 가야리 마을에 불이 사방으로 번졌는데, 경찰이나 소방관은커녕 아무도 이곳으로 오지 못했거든요. 마치 누군가가 통제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이한나 팀장의 말에 진성은 생각이 복잡해졌다. 조은성 헌터가 아무리 대단해도 국가 공무원인 경찰 진입을 못 하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잠깐.”
진성은 아이린과 이하늘 대통령을 만나러 갔었을 때, 조은성 헌터와 같은 기운이 이하늘 대통령에게서 느껴졌다는 걸 기억해 냈다.
아주 미세했기에, 아이린과 이하늘 대통령과의 대화를 집중하고 있었다.
자신이 생각한 게 맞다면 이하늘 대통령도 이 사건에 개입되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
“혹시 이하늘 대통령이…….”
진성이 말을 하다가 말자 이한나 팀장은 진성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눈치챘다.
“저번에 회장님께 들은 게 있어요. 이하늘 대통령을 믿으면 안 된다고요……. 아마 도련님이 생각한 게 맞을 수도 있어요.”
“이하늘 대통령…….”
조은성 헌터는 자신에게 복수하는 감정으로 한 것 같았지만, 이하늘 대통령에게는 명분이 없었다. 게다가 자신은 그에게 밉보이는 짓을 하지 않았다.
대체 왜일까? 그때 한 번 보고 더는 본적이 없었는데 그가 조은성과 손잡고 이 일을 했다고? 이해가 가지 않는 진성이었다.
“그런데 한예린 헌터는 왜 찾는 건가요?”
“아……. 그럴 일이 있어서요. 그녀의 스킬이 꼭 필요하거든요.”
“혹시 밭에 누군가가 다쳤나요?”
“네……. 비슷해요.”
이한나는 궁금했지만 더는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대화를 하면서 30분 정도를 기다리자 3층에서 한예린이 내려왔다.
“저를 찾으셨나요?”
한예린은 갑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사람이 있다는 말에 일단 3층에서 치료하고 있던 이들에게 최대한 많은 스킬을 쓴 후에 내려왔다.
“네……. 예린 씨. 저와 잠시 가주시면 안 될까요?”
진성은 정중히 그녀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린은 진성과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도움이 필요하다 생각이 들어 고민했다.
“그녀를 혼자 보낼 순 없네.”
루카스가 그 둘 사이에 껴서 말을 하였다.
“그럼 제가 갈게요.”
루카스의 말에 이한나 팀장이 나섰다.
“흠…… S랭크 이한나 헌터……라면 믿을 수 있지.”
자신이 직접 가려고 했으나 그는 이곳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었다.
“대신 제임스 리, 자네가 가 줄 수 있나?”
루카스는 자기 부하를 보내는 대신 묵묵히 조용히 서 있던 제임스에게 부탁하였다. 그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그럼 가도록 하죠.”
이한나 팀장이 말했고 그녀는 자신의 팀원들에게 말해 두었다. 금방 돌아올 테니 루카스 씨와 함께 이곳을 지키라고 말이다. 팀원들은 알겠다고 말하며 그녀를 배웅하였다.
그 건물에서 이한나 팀장, 한예린, 제임스 리, 그리고 강진성까지 해서 4명이 빠져나왔다.
그들의 종착지는 진성의 밭이었다.
“여기서 20분 정도 걸어야 하는데 상관없나요?”
진성은 예린과 제임스에게 말했다. 그들은 괜찮다고 하였다. 그렇게 조용히 진성의 밭을 향해 나아갔다.
가는 도중에 예린이 진성에게 말을 걸었다.
“다친 이가 많나요?”
“다쳤다기보다는……. 일단 가 보시면 알아요.”
진성의 표정에는 조금 조급함이 가득해 보였다.
예린은 ‘다친 이가 심각한 상태인가?’ 생각하고는 더는 물어보지 않고 나아갔다.
빠르게 걷다 보니 어느새 진성의 집을 지나 밭 입구에 도착하였다. 하지만 불태워진 현장만 보일 뿐 다친 이는 전혀 보이지 않아 의아해하는 예린이었다.
“상처를 입은 분은 어디 있나요? 진성 씨.”
“아……. 잠시만요.”
진성은 밭 정보창을 열어 이들에게만 보일 수 있도록 설정하였다.
그러자 제임스와 이한나 그리고 예린은 아까까지만 해도 안 보였던 밭의 상황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폐허 속에 많은 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을 말이다.
“이런 밭이 있다고?”
제임스는 갑자기 시야에 들어온 상황에 조금 당황하였다.
농부 헌터라는 개념은 잘 알고 있지만, 자신의 밭을 자유자재로 타인에게 보였다 안 보였다가 할 수 있는 진성의 능력에 놀라고 있다.
A랭크가 맞는 건가?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그들은 진성의 안내에 입구에서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왔고 사망자들을 모아 그 주변을 지키고 있던 엘프 전사들이 진성의 일행을 반겼다.
“아빠!”
사망자 수습 중인 것을 지휘하던 세린도 진성을 발견하고 날아왔다.
“세린아……. 사망자는 수습 다 했니?”
“네……. 엘프 132명, 드워프 77명, 수인족 609명이에요.”
“많이 죽었구나…….”
진성은 슬픈 표정이었다. 그런 감정이 강하게 전해진 걸까, 곁에 있던 한예린의 마음을 울렸다. 그는 정말로 슬퍼하고 있던 것이다.
“제가 해야 할 일은 뭔가요? 진성 씨.”
밭은 신기했고, 처음 보는 종족들도 가득했지만, 예린은 당황하지 않고 진성에게 말했다.
“혹시 죽은 이들도 소생 가능한 스킬있나요?”
“아뇨……. 제가 아직 C랭크 성직자라서 A랭크가 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해요. 진성 씨.”
“잠시만요. 예린 씨……. 시스템, 듣고 있어? 어떻게 해야 해?”
-듣고 있습니다. 진성 님. 그리고 제 목소리가 이제 그들도 들릴 겁니다.
갑자기 허공에서 시스템의 목소리가 들리자 제임스와 예린은 깜짝 놀랐다. 이한나는 저번에 겪은 적이 있어 놀라지 않았다.
시스템과 대화하는 헌터가 있다? 이건 큰 충격이었다. 제임스는 강진성이 평범한 헌터가 아니며, 시스템의 대리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예린 헌터……. 당신의 대규모 광역 스킬로 죽은 이들을 소생시킬 수 있습니다.
“제가 가능할까요……? 겨우 C랭크 헌터일 뿐인데.”
-가능합니다. 다만 지금 상태로는 힘드니 제 특별 권한을 써서 당신의 랭크를 올려드리겠습니다.
시스템이 공짜로 한예린에게 랭크를 올려준다고 하자 놀란 표정들이었다.
퀘스트를 열심히 해도 올라갈까 말깐데, 아무런 조건이 없다고?
“혹시 조건이 있나요?”
-아뇨, 없습니다. 이번은 특별한 경우이니 제가 당신을 데려오라고 강진성 님께 부탁드린 것입니다.
시스템이 강진성에게 부탁했다는 말을 듣자 제임스는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시스템은 이 세계에서는 신이나 마찬가지인 존재다. 그런 존재가 일개 헌터에게 부탁했다고? 그리고 님까지 붙이다니…….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제임스가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쯤. 시스템은 고유권한을 발동시켜서 한예린에게 축복을 내려주었다.
한예린의 몸이 신성한 힘이 깃들었고 예린의 눈앞에 알림이 떴다.
띠링!-
-시스템의 고유권한 축복을 받아 C랭크 한예린 헌터가 A랭크로 각성하였습니다. 광역 스킬의 효과가 매우 증가합니다.
C랭크 헌터에서 A랭크 헌터로 각성하는 현장을 제임스와 강진성 그리고 이한나 헌터가 보았다.
A랭크 헌터가 된 예린은 자신의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스킬의 효과가 매우 증가했다는 알림에 시스템과 진성이 원하는 대로 죽은 이들을 살릴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 또한 생겼다.
-A랭크로 각성하셨기에 성직자에서 성녀로 전직이 가능합니다. 하시겠습니까?
시스템의 말에 예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신의 꿈은 성녀 헌터가 되는 것이었다.
-A랭크 한예린 헌터는 성직자 직업에서 성녀로 전직하였습니다.
또 한 번 알림이 뜨더니 그녀는 성녀로 전직하였다.
-이제 죽은 이들을 소생시켜 보십시오. 한예린 헌터.
시스템의 말에 예린은 자신감을 가지고 제일 앞에 있던 시신들에게 다가가 광역 스킬을 써보았다.
초록색 기운이 시신들에게 스며들었고 환한 빛이 났다.
30초가 지났을까? 죽었던 이들이 하나둘 잠에서 깨어나 일어나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어라……. 난 죽었을 텐데.”
안드레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과 함께 죽었던 이들도 살아나는 현장을 봤고 아직도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안드레!”
세린이가 날아와 반겨주자 안드레는 상황부터 물어보았다.
“어떻게 된 거예요? 세린님? 저는 죽었는데.”
“시스템과 그녀가 너를 살려주었어.”
“시스템……하고 누구요?”
세린은 손으로 한예린을 가리키었다.
안드레는 예린에게서 성녀의 기운을 느꼈다.
“성……녀?”
한예린은 마력이 다 소진할 때까지 진성의 밭에서 싸우다가 도망치다가 사망한 모든 이들을 살려내었다.
죽었던 모든 이들이 어리둥절해하며 일어났고, 그들하고 가족이었던 이들이 기뻐하였다.
이것이 바로 성녀의 기적이라며 엘프들과 드워프, 수인족이 한예린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죽은 이들을 살려내다니……. 엄청난 헌터가 등장했군.”
제임스는 중얼거렸다.
물론 국내에 다른 성녀도 있었지만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이들을 살려내지 못한다. 이건 진짜배기 성녀였다.
광역 스킬이라니……. 이런 희귀한 스킬을 가지고 있는 예린은 더욱 크게 될 것이다.
“고맙습니다. 예린 씨.”
진성은 진심으로 고맙다며 예린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아뇨……. 제가 해야 할 일이었는데요……. 저야말로 고마워요. 덕분에 A랭크 헌터가 되었잖아요.”
세린은 조금 떨어져서 진성과 예린의 화기애애한 모습을 지켜보며 미소를 지었다.
저번부터 예린을 보았지만 그녀에게선 좋은 기운이 느껴졌다.
그녀야말로 진성과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세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