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0화
190. 190화
모든 능력이 제한당한 용병들과 고구려 길드원들은 그 자리에 서서 어쩔 줄 몰라 하였다.
“후후후. 이제 아셨나요? 제가 놀이는 그만둔다는 의미가 이런 거거든요.”
강진성이 다시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용병대장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고, 차현도 조장이 말을 꺼냈다.
“대체 이 힘은 뭐지……? 강진성, 너의 정체가 뭐냐!”
“저요? 그냥 평범한 농부 헌터인데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시스템의 고유권한이라고? 평범한 헌터가 그런 권한을 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푸흐흡……. 맞춰 보세요. 제가 누구인지.”
차현도는 생각을 해 보았다.
강진성의 몸은 맞는 거 같은데 다른 누군가가 조종하고 있는 건가? 설마……. 시스템이 직접 개입해서 강진성에게 도움을 준다고? 설마…….
“그 설마가 맞을지도요?”
“그게 무슨…….”
털썩-
말을 이으려고 했던 차현도가 갑자기 쓰러졌다.
그 모습에 놀란 용병 대장이 차현도를 불렀다.
“차현도 조장!”
“후후후.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데요?”
“뭐라고?!”
그렇다. 이미 차현도는 시스템이라는 단어를 내뱉기도 전에 시스템에게 살해당한 것이다.
“젠장……. 조장님이 죽었다!”
“이젠 희망이 없어……. 도망쳐!”
고구려 길드 강력한 조장이었던 차현도 조장이 저렇게 힘없이 죽어 버리자, 그를 중심으로 뭉쳤던 잔존 병력 고구려 길드원들은 더욱 큰 혼란에 빠져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차현도 조장의 밑에 있던 3번대 인원들이 열심히 주변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후후후. 재밌게 돌아가네요. 역시 벌레는 도망쳐야…….”
강진성의 입에서 나온 벌레라는 말에 용병 대장은 분노했다.
강진성이라는 괴물에 힘겹게 대항하고 있는데, 그런 이들을 벌레라고 무시하다니,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이성이 있었다. 고구려 길드는 붕괴되어 도망치기 급급했고. 남은 남은 용병 300명으로는 강진성을 이기지 못할 것 같았다.
차라리 이 현장에서 빠져나가 친분이 있는 다른 용병 팀에게 알려 연합 전선을 만드는 게 유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대장님. 아무래도 후퇴하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저건 괴물입니다!”
“도망치는 길밖에 없는 것인가…….”
“시스템이 강제적으로 저희 능력을 봉인했으니 이젠 일반인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니 후퇴하고 다시 생각해 보심이…….”
부하의 말이 옳았다. 일반인인 자신들은 이제 무지막지한 괴물 강진성을 막을 수 없다.
“대장님……. 일단 인벤은 쓸 수 있습니다.”
다른 부하의 말을 용병 대장은 직속 부하들에게 전했다. 인벤에 꺼낼 수 있는 연막탄이나 섬광탄 등 모든 아이템을 써서 이곳에서 벗어나고 다시 집결하자고…….
“그럼 무운을 빕니다……. 대장님.”
“거기서 뵙겠습니다.”
각 용병 조장들이 대장에게 말했고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인벤에 있던 아이템을 몽땅 써서 강진성의 눈을 가렸다.
“이젠 술래잡기인가요? 재밌겠네요. 헌터 능력이 없는 일반인 잡기 놀이라 후후.”
“괴물 같은 놈…….”
“자아~ 한번 놀아보자고요.”
이 상황 자체를 즐기는 시스템이었다.
용병들은 그 모습에 질려 버렸다. 분명 강진선의 몸은 한계인 것 같은데 허세를 부리고 있는 건지 아니면 연기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뛰어라!”
용병 조장의 말에 다들 인벤에 있던 아이템을 다 소모해 가면서 진성의 눈을 가리면서 뛰쳐나가고 그 자리에 끝까지 남아서 벌벌 떨던 고구려 길드원들도 사방으로 튀어갔다. 용병 대장조차도 강진성에게 질려 버려 도망을 쳤다.
“후후. 술래잡기라고 하지만 이미 다 보이는걸요?”
시스템의 눈이 노란색으로 변했고, 투시 능력이 생겨 어디로 도망치는지 다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스킬에 걸려 일반인이었기에, 하나하나 찾아가서 죽이면 그만이었다.
“자……. 이제 빠르게 죽여볼까. 빙의가 풀리기까지 딱 10분 정도 남았네.”
진성은 삽을 쥔 채 빠르게 뛰어나가 멀리까지 도망치지 못한 근거리 적들을 죽여나갔다.
한 명도 살려두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더 날뛰다간 강진성의 몸이 못 버티고 부서져 나갈 것이다. 그러면 시스템에는 엄청난 손해였기에 10분 안에 최대한 많은 적을 몰살시키고자 하였다.
“으악!”
“도, 도망쳐!”
푹푹-
시스템이 삽으로 때리고, 관통해 감에 따라 그가 지나가는 길은 피바다가 되어가고 있었다.
적들은 아직도 꽤 많이 살아 있지만,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다. 헌터의 능력이 일시적으로 없어진 이상 인벤에 있는 아이템으로만 싸워야 했기 때문에 이렇다 할 대항 수단이 없었다.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정말 헌터 능력이 없는 것들은 벌레만도 못하다니까요.”
강진성은 즐거운 표정으로 적들을 죽여 나갔고, 적들의 피가 많이 튀어 옷이 점점 피로 물들어 갔다.
마치 연쇄 살인마 헌터라고 해야 할까? 사람을 죽이는 데에 죄책감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 때문에 적들은 공포감에 그 자리에 몸이 굳어 버리거나 어떻게든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칠 뿐이었다.
“괴, 괴물.”
내일 아침, 가야리 마을 외곽에서는 대량의 시체들이 발견될 것이다.
뉴스에서는 과연 뭐라고 나올까? 대량 학살? 아니면 길드 간의 암투로 죽었다고?
용병들은 정부에서 덮을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용병이 마을 학살을 주도하고 서로 보물을 탐내다가 자멸한 것으로 보도할 것임이 분명했다.
이하늘 대통령은 그런 자였다.
“용병들까지 쓸 정도면 배후가 조은성 헌터 말고는 더 있다는 건데…….”
시스템은 가족이 있다며 살려달라는 용병들까지 죽여 가면서 뭔가 골똘히 생각했다.
“배후에 그가 있는 걸까?”
시스템이 생각하는 그는 바로 파멸 군주 박주원이었다. 그는 자신이 제일 조심해야 할 상대이자 강진성이 지금 맞서면 안 될 상대였다.
그렇기에 강진성을 최대한 키운 후에야 자신의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 조잡한 계획은 그가 할 만한 것이 아닌데…….”
자신이 알고 있는 그라면 이런 복잡한 방법을 쓰지 않고 정면으로 맞섰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한 짓이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 있었다.
그러면 남은 군주는 현재 흡혈 군주 디아나와 운명 군제 제시카뿐인데……. 그녀들도 딱히 이런 복잡한 짓을 할 리가 없었기에 조은성이라는 헌터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조은성 헌터가 그와 관련이 돼 있는 건 분명한데 그런 잔챙이를 그가 이렇게 날뛰게 하다니…….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네.”
시스템은 박주원을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그의 부하이자 말단인 조은성 헌터가 이렇게 휘젓고 다니는 걸 그냥 놔두는 게 이해가 안 갈 뿐이었다.
“뭐, 조은성 헌터를 잡고 보면 되는 거니까. 후후후.”
벌써 시스템의 손에 죽은 용병 또는 고구려 길드원만 140명이 넘어가고 있었다. 투시 스킬로 인해 모든 주변 상황이 보이기 때문에 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3분…….”
어느새 3분밖에 남지 않았다.
3분 후면 빙의가 풀릴 것이다. 앞으로 3분 안에 몇 명이나 죽일 수 있을까? 최대한 많이 죽여야 강진성에게도 부담이 없을 것이다.
빙의를 이렇게 오래 해 본 건 처음이었기에 아마 빙의가 풀린 이후로 강진성의 몸에 부담이 밀려와 며칠간 잠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스템은 그 후유증을 없애기 위해 세계수의 정령왕 강세린을 이용할 것이다.
아주 음흉한 생각을 하는 시스템은 누가 봐도 사악함. 그 자체였다.
“3분 동안 마무리해야지.”
말이 끝나자마자 무섭게 근처에 숨어 있던 용병을 찾아 죽였다.
“크아악!”
피가 튀었고 강진성의 뺨에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강진성은 피를 뒤집어쓴 살인귀처럼 보였다.
점점 날이 밝아오고 있었는데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강진성을 보면 경악할 것이다.
그러니 3분 안에 최대한 많은 적을 처리하고 밭으로 돌아가야 한다.
“허억허억……. 여기까지 오면 그 녀석은 오지 않겠지…….”
용병 헌터 몇은 문산역 근처까지 도망쳤다.
“후우……. 대장님. 따돌린 듯합니다. 아마 강진성도 생각이 있으면 여기까지 안 올 겁니다.”
“그 말이 맞으면 좋겠군.”
“걱정 마십시오. 여긴 유동 인구가 많은 편이니 강진성이 저희를 공격한다면 문산 경찰이 출동할 겁니다. 아무리 그런 살인귀라도 경찰은 무서워하지 않겠습니까? 공무원을 건드려서 죽여 버린다면 강진성에게도 문제가 되겠지요.”
“흠……. 일리가 있군.”
용병 조장의 말에 대장은 조금 안심이 들었다. 아무리 막 나가는 강진성이라도 해도 이 유동 인구가 많은 문산역에서 태연하게 사람을 죽일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조장! 몇 명이나 살아남았는지 호출해 보고 인원 파악해서 알려주게.”
“네, 대장님.”
용병 대장의 최측근인 조장은 같이 도망친 용병 헌터들을 살펴보았다.
300명 중에 같이 여기까지 도달한 사람은 자신과 대장을 포함해서 21명이었다. 그 인원 중에 고구려 길드원도 4명이나 보였다.
“일단 21명에…… 다른 녀석들은 살았을지 모르겠다.”
조장은 일단 무전기를 꺼내 모스부호로 호출을 해 보았는데 신호가 약한지 지지직거리는 소리만 들려오고, 다른 조장들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현재 시각은 새벽 5시였다. 30분 뒤면 해가 점점 떠오를 것이다.
치지 직-
계속해서 호출해 보는 조장을 뒤로하고 용병 대장은 고민에 휩싸였다.
일단 도망친 건 좋았는데 이번 계획으로 많은 부하를 잃었다. 자신이 4년을 노력해서 모은 인원이었는데 너무 큰 손해를 본 것이다. 조은성 헌터 때문에 부하들 절반 이상이 사망했다.
“조은성……. 그 녀석의 계획에 참여하는 게 아니었어.”
용병 대장은 조은성 헌터를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문산역 뒤 공터에서 쉬는 그들을 멀리서 바라보는 시스템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쉽네……. 저들을 공격하면 강진성 님이 나쁜 존재로 인식될 수 있으니 여기서 물러날 수밖에…….”
시스템은 입맛을 다시며 굉장히 아쉬워했다.
문산역까지 도달하지 못한 자들을 대부분 죽였는데 약 400명 중 290명가량이 시스템의 손에 사망했다. 나머지는 죄다 도망치고 말았다. 대략 102명을 처치 못 한 것이다.
삑-
“이제 시간이 다 되었네……. 밭으로 돌아가야지. 기척이 몇 명 있지만 많이 죽였으니까.”
주변에 숨어 있는 기척이 느껴졌으나, 제한 시간 알림이 울리자마자 시스템 고유 권한인 텔레포트를 하여 밭으로 돌아갔다.
가야리 도로에서부터 문산역까지 거리에는 온통 헌터 시체들이 가득하였다.
시스템이 모두를 죽여 버린 결과였다.
“허억……. 살았다.”
시스템이 사라지자 은신 스킬로 숨어 있던 헌터 몇 명이 한숨을 내쉬며 도보로 나왔다.
그들은 시스템이 일부러 죽이지 않았다는 것은 짐작도 하지 못한 채, 살았다는 생각에 자리에 주저앉았다.
치지직-
“조장님?”
은신 스킬로 숨은 인원의 무전기가 울리자, 바로 답변하였다.
-그래, 거긴 몇 명이나 남았나?
“저를 포함해서 7명입니다. 조장님.”
-다른 녀석들은?
“그 괴물 같은 강진성한테 대부분 죽었습니다…….”
-일단 문산역 뒤 공터로 집결해라.
“네, 알겠습니다…….”
치지직-
무전기에 답변을 한 용병은 주변 동료들에게 조금만 더 버티라고 하면서 같이 문산역으로 달려갔다. 살아남은 용병들 또는 고구려 길드원들이 문산역으로 도달할 때쯤…….
시스템은 밭으로 돌아왔다.
* * *
밭은 여전히 처참한 상태였다. 살아남은 엘프, 드워프, 수인족들이 현장을 수습 중이었다.
그들을 지휘 중인 건 강세린이었다.
“아빠!”
세린은 강진성이 밭으로 나타나자 날아와 아빠의 상태를 보았다. 그런데 아빠의 상태가 매우 이상해 보였다. 눈동자가 빙의를 당한 사람처럼풀려 있었다.
“시스템?”
“네……. 시스템입니다.”
“왜 네가 아빠의 몸에 빙의가 되어 있어?”
“폭주한 진성 님을 말리려면 빙의밖에 답이 없었습니다.”
“빙의하고 나서 무리한 짓은 하지 않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