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189화 (189/209)

제189화

189. 189화

“발악이라도 해 보실래요?”

“……그냥 죽여라.”

“하아……. 재미없네요.”

시스템은 ‘그냥 죽여야 하나?’라는 고민이 들었다.

“그럼 당신이 원하는 대로 죽여드리죠. 뭐…….”

시스템은 죽은 길드원의 배에서 검을 뽑아 도망치는 것을 포기한 길드원에게 점점 다가갔다.

“여기가 끝인 건가…….”

그 길드원은 체념했다. 이 악마 같은 헌터에게 죽임을 당하기 직전이니, 가족 생각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웃긴 지 시스템은 실실 웃었다.

“죽기 싫으신 건가요? 살려드릴 수도 있는데.”

자신을 죽이려는 자가 말하자 길드원은 순간 희망이 보여 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시스템은 이렇게 말했다.

“사실 거짓말인데요.”

“……그만 죽여라…….”

“에이, 재미없네요. 좀 발악이라도 해 보시면 안 될까요?”

시스템은 갑자기 흥이 깨져 재미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그가 발악하기를 원하였다.

이대로 죽여 버리면 재미가 없지 않은가? 그가 오래 발악할수록 즐거움이 늘어날 것이다.

“더는 나를 농락하지 말고 죽여라! 강진성.”

“하아……. 그냥 죽여야 하나.”

시스템이 삽을 들어 그를 내리치려는 순간이었다.

피유우웅!

시스템에게 난데없이 엄청난 힘이 실린 화살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시스템은 아주 간단히 피해 냈다.

시스템은 자신의 일을 방해하려는 이가 나타나 즐거워졌다.

보통 다른 헌터였으면 일을 방해받고 짜증부터가 났을 텐데……. 시스템은 오히려 먹잇감이 늘어났기에 즐거워하는 것이다.

“후후후, 이거 재밌겠는걸?”

시스템은 화살이 날아온 지점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적들은 약 500m의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자신을 노린 것 같았다.

강진성에게 살해당하는 줄 알았던 길드원은 공격이 오지 않자 눈을 떠보았는데, 자신은 신경 쓰지도 않고 다른 곳을 쳐다보는 진성의 모습에 내심 한숨을 쉬었다.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살려둔 것이 조금 의아했다.

“왜 날 안 죽이는 거지?”

길드원은 중얼거렸고 그 말을 들은 시스템은 말했다.

“연장된 거라고 생각하세요. 당신의 동료들이 도와주러 온 것 같네요. 운이 좋군요?”

“동료들이라고?”

이 상황에 자신을 도와줄 동료가 있다니……. 이미 전멸하지 않았나?

“여기로 오는 거 같으니 같이 기다려볼까요?”

진성이 자꾸 이상한 말을 해서 살아남은 길드원은 어리둥절했다.

저벅저벅-

수십 명의 발걸음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기 시작하자 길드원은 진성이 내뱉은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동료들이 정말 자신을 구하러 온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강진성! 감히 길드장님을 살해하고 다른 길드원들까지 죽여?”

그들은 바로 선발대로 먼저 후퇴하였던 3번대 조장, 차현도였다.

그는 먼저 후퇴한 후, 가야리 입구 건물에서 잔존 병력을 끌어모았는데, 생존자를 다 합쳐보니 그 수가 무려 92명에 가까웠다.

꽤 많은 숫자가 가야리 마을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고구려 길드원이 이렇게 많이 살아 있을 줄이야.”

살아남은 길드원의 표정엔 희망이 가득하였다.

차현도는 강진성 뒤에 주저앉아 있던 길드원을 발견하고 외쳤다.

“살아남아 주어서 고맙다……. 이젠 우리가 이 녀석을 처리하겠다!”

그 길드원을 안심시키는 말을 하였다.

그러자 시스템은 웃으면서 ‘누가 누구를요?’라고 말하면서 차현도를 바라보았다.

“강진성. 우리가 겨우 92명이지만 너 하나 정도는 처리할 힘은 있다!”

“92명이요? 겨우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가능할까요?”

“당연하지. 지친 너에게는 무척이나 힘들 거니까……. 하지만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있다!”

차현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른 누군가가 현도의 옆으로 나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는 바로 고구려 길드장을 버리고 도망쳤던 용병대장이었다.

“당신은 아까 도망친 자가 아닌가요?”

“그래. 비록 도망쳤지만 이건 아닌 거 같아서 끝장내려고 왔다.”

“고작 당신이 무엇을 할 수 있죠? 제 강함에 도망쳤으면서…….”

“혹시 몰라 복병으로 데려온 녀석들이 더 있었는데 그들까지 불러왔지. 기대해라, 강진성!”

용병 대장의 말에 약 300명에 가까운 이들이 은신 스킬을 풀고 나타났다. 즉, 강진성 혼자서 약 400명의 적을 쓰러뜨려야 했다.

적들은 이미 진성이 지친 거라고 보고 있었으며,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혼자서 이 많은 수의 상대를 못 할 것이라 그렇게 굳게 믿고 있다.

“400명이라……. 재밌는 숫자네요.”

“재밌다고? 허세군.”

“허세라고 생각하나요? 그럼 한번 공격해 보세요. 허세인지 자신감인지 알려줄 테니까.”

시스템은 사실 강진성의 몸에 한계가 온 것을 알아차렸지만 여기서 좀 더 무리하려고 하고 있었다.

이들까지 물리쳐야 자신의 빙의를 풀고도 강진성이 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딱 봐도 한계인 거 같은데……. 허세를 부리지 마라! 강진성!”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죠?”

자꾸 허세를 부리는 듯한 강진성의 모습에 용병대장은 피식 웃었다. 이미 겉으로 봐도 한계점이 보이었던 터라 강진성이 앞으로 몇 명을 더 쓰러뜨릴지 모르지만 여기서 끝날 것이다.

이제 진짜로 강진성을 제거하고 돈을 더 받아내면 이번 임무는 완수였다.

“자, 자, 들어오시라니까요?”

시스템은 삽자루를 쥔 채 그들을 노려보았다.

아까보다는 여유가 없어 보였다.

“여유가 없어 보이는군. 차현도 조장. 먼저 치시오. 우리는 보조해 주겠소.”

“네, 알겠습니다. 저희가 선방을 먼저 치겠습니다. 꼭 지원해 주셔야 합니다.”

“알겠소.”

차현도는 주변에 있던 고구려 길드원에게 말했다. 그는 이제 지쳤고 조금만 밀어붙이면 그의 손에 사망한 전우들과 길드장의 원수를 갚을 수 있다고 말이다.

차현도의 말에 다들 기운을 끌어 올렸고 함성을 지르며 진성에게 달려들었다.

진성은 자신에게 사방에서 몰려오는 고구려 길드원을 삽을 휘둘러 그들을 때려눕히거나 날려 보내며 한 명씩 제거해 나갔다.

“21……. 22……. 23.”

어느새 시스템이 처리한 고구려 길드원 숫자는 20명이 넘어가고 있었다. 정말 괴물 같은 체력이었다.

용병대장의 말로는 두 번 폭주했다가 돌아왔다는데, 아직도 이만한 체력과 힘이 남아 있는 게, 말이 안 되었다.

“괴, 괴물!! 히이익!”

용병 대장과 함께 강진성을 제거하려다가 실패하고 도망쳤던 용병들도 진성을 질린 눈으로 쳐다보며 히이익 거릴 뿐이었다.

고구려 길드원들은 용병들을 지원해 주기 위해 각종 무기와 마법 등을 날려 보냈다. 하지만 진성은 그들의 공격을 모두 피하거나 막아냈고, 그 와중에 고구려 길드원들을 쓰러뜨리기까지 했기에, 겁먹을 수밖에 없었다.

저게 사람인가, 괴물인가?

“겨우…… 그 정도인가요?”

아까보다 더 여유가 없어진 표정의 강진성이었다.

“이제 진짜로 지친 것 같군. 강진성.”

“그게 어쨌다는 거죠?”

“이제 진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지……. 안 그래? 강진성.”

“제가 지쳤다고 해도 당신들 모두를 죽일 수 있는데요?”

시스템은 위협적으로 말했지만, 진짜로 강진성의 몸은 한계였다. 더는 빙의 유지가 불가능할 정도였는데 간신히 버티고 있다.

적들이 제 발로 도망가주거나 쉽게 쓰러져주면 좋을 텐데…….

“초조함이 다 보이는군. 강진성.”

“웃기는 소리 하지 마시죠.”

시스템은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보려고 눈을 굴리고 있었다.

이미 그 모습을 아까부터 보던 용병 대장은 이제 진짜 그가 한계점을 초과했다는 것을 알아챈 후 용병들에게 한꺼번에 공격할 준비를 하라고 슬쩍 눈치를 주었다. 그러자 용병대 간부들이 직속 부하들에게 조용히 전달하였다.

용병들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게 흘러가자 시스템은 그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면서도 긴장하였다.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지만 안 통하니까…… 이제 놀이는 접고 끝내드릴게요.”

“놀이라고? 재밌는 소리군.”

용병대장은 계속해서 진성의 시선을 자신에게 끌기 위해 말을 걸었다. 부하들이 대규모 공격을 할 수 있게 준비해 주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스템은 불리해지고 있었다.

“그럼 이제. 끝내보자고. 강진성!”

용병대장은 직접 단검을 든 채 진성에게 달려들었다.

시스템은 이미 너무 지쳐 있어 빠르게 반응하지 못했다. 결국 용병 대장에게 빈틈을 보였고 그대로 공격을 맞아 옆구리를 베였다. 옆구리에서 피가 흘러나와 땅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이때다! 전원 총공격해라!”

용병 대장의 공격이 신호가 되었고 대규모 공격을 준비하던 용병 대원 마법사들이 파이어볼, 윈드커터 등 마법들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화살을 날리거나, 마비 독을 암기를 날리는 등 다양한 공격들이 시스템에게 날아왔다.

휙휙-

시스템은 피하려고 했지만 마비 독이 발라져 있는 일부 암기를 제대로 맞아 몸이 둔해지고 말았다.

“이젠 진짜 끝이다! 차현도 조장! 이제 공격하시오.”

“네, 감사합니다. 용병 대장님.”

차현도의 긴 검이 진성에게 날아들었다.

진성은 긴 검은 간신히 피했으나 차현도의 다른 손에 들린 검에 찔렸다.

푸우욱-

깊게 찔리진 않았지만, 진성에게 상처를 입힐 정도는 되었다.

“크윽…….”

“어떠냐? 강진성. 아무리 네가 날고 긴다고 해도 지친 네 몸으로 어떻게 할 수 없지 않은가.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서는 칭찬해 주지.”

차현도는 비록 제 동생, 민혁이를 찾지는 못했지만, 강진성이라도 죽여야 이미 사망해 버린 길드장과 후배들의 넋을 달랠 수 있다고 믿었다.

“후후후.”

진성은 깊은 상처를 입었는데도 웃고만 있었다.

“미친 건가?”

“또 폭주할지도 모릅니다! 조심하십시오. 차현도 조장!”

용병대장의 외침에 차현도는 조금 거리를 두어 떨어졌다.

3번째 폭주라면 정말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그는 제발 폭주가 아니길 빌었다.

“저를 여기까지 몰리게 하다니……. 칭찬은 해 두죠. 하지만 놀이는 이제 끝입니다.”

시스템은 지쳐 버린 강진성의 몸으로 더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위험부담이 세지만 그걸 쓰려고 했다.

폭주와는 다른 의미인 개방 형태였는데 시스템의 고유권한이었다. 이 개방 형태를 쓰면 강진성의 몸은 부서질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그걸 써야 했다.

“기, 기운이 달라집니다!”

계속해서 진성을 확인하던 다른 용병의 말에 용병 대장과 차현도는 마음이 급해졌다. 폭주 현상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결국 폭주하는 건가……. 3번째 폭주라니.”

“3번째 폭주가 가능한 건가?”

폭주 현상이 보이자 그들은 크게 긴장하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고개를 푹 숙인 진성은 그들을 공격해 오지 않았다.

“폭주가 아닌 건가?”

“모르겠습니다. 대장님.”

강진성은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그 자리에 선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전혀 공격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면 서서 기절한 건가?”

“힘이 다한 거일 수도 있습니다. 용병 대장님.”

차현도 조장의 말에 일리가 있다며 용병 대장은 조심스럽게 접근해 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진성의 고개가 휙 소리와 함께 들어 올려졌고, 심장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운 시선을 보내왔다.

그들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장난스러웠던 진성의 표정이 기계처럼 무표정이 되자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뭐, 뭐지?”

“폭주 상태는 아닌 거 같은데…….”

용병 대원들이 서로 작게 말하면서 상황을 보고 있었다.

계속해서 무표정인 진성이 입을 드디어 열었다.

“현장에 있는 개체들의 시스템을 정지합니다.”

라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고 강진성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헌터의 능력이 갑자기 소실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 눈앞에 이렇게 알림이 뜬 것이다.

-시스템의 고유권한이 발동되어 헌터 능력을 제한합니다.

그러고는 평범한 일반인이 되어버렸다.

“이, 이게 뭐야!”

“갑자기 무기가 엄청 무거워졌어!”

헌터 능력을 일시적으로 상실하자 그들은 큰 혼란이 찾아왔다. 용병 대장과 차현도 조장도, 모두 혼란스러워했다.

“마, 마법이 안 써집니다!”

“대장님! 헌터 능력이 소멸한 듯합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