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8화
188. 188화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배후는 누구입니까?”
“흐흐흐…….”
강율은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 어차피 알아도 강진성이 할 수 있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말하고 죽기에는 억울했기 때문이다.
강율은 강진성이 머리를 싸매며 배후를 찾길 바랐다. 골치 아프게 찾아야 재미있지 않는가?
“말하지 않으면 끔찍한 고통이 있을 겁니다.”
“고통 같은 소리 하네! 어차피 죽은 목숨이다……. 으하하.”
“공포심을 줄 수밖에 없군요.”
시스템은 원강율이 쉽게 입을 열 것 같지 않아 그에게 죽음보다 끔찍한 고통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할 수 있다면 해 봐라! 강진성!!”
강율은 어떠한 고문이라도 버티려고 했다. 하지만 평범한 물리 고문이 아니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진성의 몸에 빙의한 시스템은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강율에게 다가가 손으로 그의 머리를 쥐었고, 엄청난 전류가 그의 머리부터 시작해 온몸으로 흘렀다.
“끄르륵!!”
강율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진성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진성이 자신의 힘을 능가했기 때문에 쉬이 빠져나오지 못했다.
고구려 길드장이 힘없이 당하는 것을 지켜보는 길드원들은 공포감이 생겨났다.
자신들에게는 자랑이자 강한 길드장이 겨우 저런 애송이한테 저렇게 당한다고?
“기, 길드장님!!”
한 길드원이 참다못해 공포에 맞서 진성에게 달려들었지만, 시스템은 간단하게 피하며 남은 손으로 그의 머리를 잡고, 강한 전류를 흘려보냈다. 그에 그 길드원 또한 게거품을 뿜어내면서 쓰러졌다.
“으악!”
“괴, 괴물!!”
남아 있는 길드원들은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극한의 공포심에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길드장이 고통받는 걸 실시간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악!”
“자, 배후는?”
“절……대로 말할 수 없다!”
“길드장님! 그냥 말하십시오!”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는 간부가 외쳤다.
하지만 무슨 똥고집이라도 든 건지, 길드장은 계속해서 진성의 고문을 버티고 있었다. 간부와 길드원들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길드장을 지켜보았다.
진성은 계속해서 그에게 강한 전류를 흘려보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구려 길드장의 온몸에서 피가 흘러나와 진성의 옷을 적셔나갔다.
“언제까지 버틸 셈이죠……?”
진성이 차가운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
강율은 꽤 지쳐 있는 상태였지만, 진성의 말에 씩 웃었다. 아직 굴복하지 않은 것이다.
시스템은 꽤 귀찮은 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너무 봐준 것 같다고 생각한 시스템은 더욱 강한 충격을 주기로 했다.
“아무래도 이 정도 고통은 익숙한가 보군요. 그럼 이런 고통은 어떨까요?”
“무……슨?!”
시스템은 그의 머리를 쥐고 있던 손에서 전류 대신 다른 것을 흘려보냈다.
갑자기 강율의 머릿속에 가족들이 떠올랐다.
상상 속의 강진성은 가족들을 찾아가 고문하기 시작했다. 강율의 몸은 묶여 있었고 자기 가족들이 대신 고통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이런 괴물 같은 헌터가 있나…….
“그, 그만!!”
“이제 말할 건가요?”
“마, 말하겠다! 그러니 내 가족은 건드리지 마라!”
“진작 말했으면 곱게 넘어갔을 텐데…….”
“이…… 악마 같은 놈!”
차가운 미소를 짓는 진성을 보며 강율은 그가 악마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저 녀석의 본성인가?
조은성의 계획에 넘어가서 이렇게 고통을 받다니……. 잘못된 계획에 참여한 것 같다.
“저를 악마로 생각하신다니 안타깝군요.”
“내 가족을 가지고 협박하다니……. 강진성!”
“자…… 이제 잔말 말고 배후를 알려주시죠.”
“배후는 바로 조은성 헌터다.”
“조은성 헌터라……. 역시 제 예상대로군요.”
“알고 있었다는 건가? 그러면 왜 굳이 나한테 물어보는 거지?”
“확인이 필요했으니까요.”
“이제 어떻게 할 거지? 조은성 헌터는 호락호락한 녀석이 아니다, 강진성. 아무리 네가 강하다고 해도 그 녀석은 못 이길 거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할 문제죠.”
시스템은 무언가 생각했다.
“내 부하들은 살려줘라……. 나는 죽여도 되니.”
“살려달라고요?”
“그렇다……. 내 부하들은 잘못이 없다.”
“그건 안 되는걸요? 감히 제 밭과 제 거주지 등을 불태웠으니……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어요?”
“크으윽…….”
강율은 자신의 인벤에 들어 있는 광폭화 아이템을 먹고 싸우면 시간 벌이가 되지 않을까, 하고 고민하였다.
남은 부하들이라도 살려야 강진성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여기서 살아나간 부하들이 조은성에게 전달할 것이다.
“지금 머리를 굴리는 건가요?”
흠칫.
“배후를 말하든 안 말하든 나와 내 부하들을 죽일 셈이었군?”
“네. 그러니 제 작물의 양분이 되세요.”
“그렇겐 못 하지!”
강율은 인벤에서 광폭화 아이템을 꺼내 먹었다. 몸을 폭주시키려는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은 강율이 아이템을 먹는 것을 제지하지 않았다. 죽기 직전의 발악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길드장님!”
“내가…… 시간을 벌어 줄 테니…… 가서 전해라!”
몸의 균형이 점점 무너지고 폭주하기 시작하였다.
그런 길드장의 모습에 다들 굳은 표정으로 사방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후우……. 숨바꼭질인가요? 재밌겠군요.”
이 자리에서 폭주하는 고구려 길드장을 제외하고 사방으로 도망친 고구려 길드원은 약 15명.
시스템은 자신 있었다. 이 몸의 주인인 강진성이 벌써 두 번이나 자기 말에 넘어가 빙의를 허락해 주었다. 빙의를 할수록 그의 의식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몸의 통제권을 조금씩 뺏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자……. 재밌는 놀이를 해 볼까요?”
이런 시스템의 속셈을 모르는 진성은 시스템의 억울하다는 호소에 발라당 넘어간 것이다. 세계수의 정령왕 강세린까지 속였지만, 아직 연기를 좀 더 할 필요가 있었다.
완벽하게 자신이 강진성의 통제권을 다 가지는 순간까지 연기를 해야 했다.
“가지 못한다! 강진성.”
원강율이 도망친 부하들을 위해 그를 막아섰다.
“한낱 장난감 주제에……. 저를 막아서다니…….”
“덤벼라! 강진성!”
강율은 비록 B랭크 헌터였지만 폭주한 지금은 AA랭크에 육박하였다. 아무리 못해도 부하들이 도망칠 시간은 충분히 벌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작은 희망을 품고 있는 게 보이니…… 무참히 짓밟아 드리죠.”
강진성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라졌고, 어느새 원강율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딱밤을 때렸다.
따악!
강율은 겨우 딱밤 한 대로 몸이 날아가 버렸다. 날아가기만 한 것뿐만 아니라 온몸의 장기와 신체가 부서지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인간은 약하군요.”
“너…… 역시도 인간이 아닌 거였나? 쿨럭……. 강진성.”
온몸이 엉망진창이 된 강율은 힘겹게 일어났고, 피 몇 움큼을 땅바닥에 토해냈다. 폭주의 여파와 방금 맞은 공격으로 몸 내부가 엉망이 된 것이다. 겨우 간신히 일어날 정도였다.
“제 공격을 버티다니 놀랍네요.”
짝짝짝.
강진성을 박수를 쳐 보였다.
“괴물…… 같은 놈.”
“이제 끝내야죠? 대략 1분쯤 지난 거 같은데.”
시스템은 아주 여유롭게 말했다.
겨우 1분밖에 지나지 않았다니……. 시간 벌이조차 못 한 고구려 길드장이었다.
“크으윽.”
“자, 이제 가세요.”
시스템은 고구려 길드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에서 환한 빛과 함께 정체불명의 씨앗 한 개가 그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강율은 자기 몸에 들어간 그 씨앗이 뭔지 몰랐지만, 씨앗이 들어오자마자 죽을 것 같은 고통이 몰려와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원강율의 몸에 괴수 같은 작물이 자라났고 그 작물은 그의 몸을 양분으로 삼아 기생하였다. 영혼이 비어 버려 껍데기만 남은 것이다. 그렇게 고구려 길드장은 죽었다.
“이제 숨바꼭질을 해 볼까?”
시스템은 휘파람을 불고는, 도망친 고구려 길드원을 하나둘 찾아내 죽이기 시작했다.
촤아악-
“끄아악!”
“사, 살려……. 꺽.”
도망친 15명의 길드원 중, 3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모두 죽였다.
그 3명 중 한 명은 가야리 폐허 속에 몸을 숨기고 사방에서 쓰러져 죽어가는 동료들의 비명을 들으면서 바들바들 떨며 숨죽이고 있었다.
도망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벌써 온다고? 폭주한 길드장을 겨우 2분 만에 죽였다고?
말이 안 되었다.
저건…… 괴물이야.
“후후후, 여기 있었나요?”
폐허 속에 몸을 숨긴 길드원을 발견한 시스템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를 쳐다보았다.
길드원은 들켜 버리자 이빨을 딱딱 부딪치면서 몸을 떨었다.
“이제 끝인가요?”
“사, 살려주세요. 아들이 있습니다. 제발…….”
길드원은 싹싹 빌면서 살려달라며 울고 있었다.
하지만 시스템은 그런 고통을 즐겼다.
하지만 이 장소에는 시스템과 길드원만 있을 뿐…….
“살려달라고?”
“제발…….”
“싫은데?”
“제발 살려주세요.”
그렇게 비는 길드원의 몸에 씨앗을 심어 괴수 작물의 양분으로 삼았다.
이제 남은 건 2명이었다.
“이제 남쪽으로 도망친 2명만 잡으면 되는 건가?”
시스템은 그 두 명이 따로 도망쳤는지, 함께 도망쳤는지부터 확인해 보았다.
남은 2명을 모두 죽이면 이 숨바꼭질은 끝이었다.
“이제 시간이 꽤 되었으니까 끝내야지.”
시스템은 빠른 속도로 남쪽으로 향했다.
“후우후우.”
“조금만 더 가면 먼저 후퇴한 동료들이 있는 곳입니다. 힘내십시오. 조장님.”
그 둘은 상처를 입은 간부와 베테랑 길드원이었다.
그들은 먼저 후퇴한 다른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선발대로 후퇴한 그들은 편의점 건물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잔존 병력을 모은 뒤 가야리에서 나와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공터에 집결해 있다.
그 상황 보고를 미리 받았던 조장은 그곳으로 피하는 게 괴물 같은 강진성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 판단했기에 그곳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나저나…… 다른 녀석들은 괜찮을까요? 조장님.”
“아마도……. 15명이 사방으로 흩어졌으니 몇 명은 살았겠지.”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만…….”
둘은 가야리 마을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었고 강진성에게 따라잡힐까 봐 쉬지도 않고 달리고 있었다.
가야리 마을 경계에 있어야 할 경찰들이 없는 것을 보면 이미 전부 후퇴한 듯했다.
정신없이 달리던 그들이 잠시 쉬기 위해 멈췄을 때, 베테랑 길드원이 말을 먼저 꺼냈다.
“조장님……. 뭔가 이상합니다.”
“뭐가?”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방금까지만 해도 귀뚜라미 소리 같은 게 들렸는데 사방이 고요했다.
“빨리 벗어나야 해……. 뭔가 심상치 않다.”
“알겠습……. 컥.”
“뭐야 왜 그래? 허업!!”
베테랑 길드원이 말을 하다가 말자 조장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길드원의 배에 검이 관통해 있었다.
“조, 조장님 피하 십…….”
푸우욱-
검이 더욱 깊게 찔러졌고, 그는 정신을 잃고 고개를 푹 숙였다. 아마 죽은 것으로 보였다.
“여기 있었군요.”
아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악마 같은 그 강진성이었다.
“가, 강진성!”
“왜 놀라시죠?”
싱글벙글 웃는 강진성의 모습에 온몸이 소름이 돋은 조장이었다.
“이제 당신이 마지막이네요. 후유. 찾는 거 정말 힘들었다고요?”
“마, 마지막이라니?”
“아, 모르시는구나. 아까 당신네 길드장이랑 도망친 모든 길드원은 제가 처리했거든요.”
“말도……. 안돼! 겨우 15분밖에 안 지났다고!!”
“저한테는 충분한 시간이 있는데요?”
단 15분 만에 전멸했다고? 이제 자신뿐이라고? 이 악마 같은 자에게 벗어나지 못하다니…….
“이제 끝인가…….”
“네. 끝입니다.”
“깔끔하게 죽여라…….”
그는 깔끔히 도망치는 것을 포기했다. 어차피 도망쳐 봤자 금방 강진성에게 잡힐 것이다.
“에? 안 도망치나요? 이러면 재미없는데…….”
적이 쉽게 포기하자 시스템은 재미가 없어졌다.
마지막 사냥감이었는데 이렇게 쉽게 포기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