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7화
187. 187화
“예정대로 갈고리를 던질 준비 하십시오, 원강율 길드장.”
“그대로 직행하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대체 용병 대장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지? 목표 대상이 차분해지면 더욱 갈고리로 잡기 어려운데…… 일단 준비하라고 하니 준비는 하였다.
“내가…… 왜?”
진성은 혼란스러워졌다. 차분한 상태로 돌아오자 주변에 쓰러진 용병들과 자신을 상대하고 있는 헌터가 보였다. 앞의 헌터와 싸웠던 것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밭에서 나온 것까지만 기억이 있었다.
“각오해라. 강진성!”
진성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지만, 자신의 앞에서 공격을 가해 오는 적의 모습은 볼 수 있었다.
진성은 강하게 검으로 찔러오고 있는 상대방의 공격을 피해 냈다.
“폭주한 사람치곤 잘 피하는군!”
용병 대장의 외침에 움찔거리는 진성의 모습을 본 고구려 길드 간부가 길드장에게 외쳤다.
“길드장님! 폭주상태가 풀린 듯합니다! 저기 눈을 제대로 보십시오!”
간부의 외침에 강진성을 자세히 살펴보니 간부의 말대로 흰자만 보이던 강진성의 눈이 온전한 상태로 돌아온 것을 확인했다.
폭주상태가 풀리면 오히려 더 이득이었다.
“용병 대장! 강진성은 지금 폭주상태가 아니오!”
고구려 길드장 원강율은 진성과 싸우는 용병 대장에게 말했고 그는 진성의 기세가 아까보다 낮아졌으며 눈도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했다.
“정상으로 돌아온 건가?”
진성은 적들이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왜 자신이 가야리 마을에 있으며 밭은 무슨 상황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적들의 말소리를 들어보니 자신이 폭주상태였던 것 같은데 밭에서 나온 이후로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 상태였다.
하지만 여기서 주춤거리다간 이들에게 당할지 몰라 공격을 피하면서 생각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성 님,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시스템은 이곳을 빠져나가라고 말했지만, 진성은 아까 기억이 끊기기 전, 자신이 분노 상태였으며 다른 이들이 잠든 자신을 대신에 죽어갔던 게 기억이 남아서 배후라도 알아내기 위해 시스템의 말을 거부하였다.
-진성 님의 각오가 그러하다니……. 그럼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진성은 빙의라도 좋으니 자신의 밭을 침략하고 모두를 다치게 하거나 죽인 이들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다시 한번 저에게 몸을 맡기시면 됩니다.
시스템의 권유였지만 진성은 진심이었다. 지금 자신의 힘으론 이들 모두를 상대하기 힘들었다. 몸 상태가 온전했더라면 충분히 상대하겠지만 잠든 상태에서 기력을 절반밖에 회복하지 못하였기에 다시 한번 시스템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시스템……. 부탁해.”
-네. 모든 건 진성 님의 뜻대로…….
강진성이 멀뚱멀뚱 가만히 서 있자 용병 대장과 고구려 길드장은 그가 지쳐서 눈치를 보며 생각하는 거로 생각하였다.
“강진성이 지쳐 보이는 거 같습니다. 지금입니다! 갈고리를 던지십시오. 원강율 길드장!”
용병 대장의 말에 원강율은 뒤에서 갈고리를 꺼내 대기하는 모든 길드원에게 강진성에게 갈고리를 던지라고 말헀다.
길드장의 허가가 떨어지자 갈고리 200여 개가 강진성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런데도 진성은 멍하니 서 있기만 하였다.
“강진성, 너는 이제 끝이다!”
원강율 또한 갈고리를 꺼내 진성을 향해 던졌다.
갈고리 200여 개가 진성의 코앞까지 날아왔다.
슈슈슉-
하지만 잡히는 소리가 아닌 허공을 가르는 소리만 나고 있었다.
“자, 자리에 없습니다!”
갈고리를 던진 곳에는 강진성이 없어지고 수많은 갈고리만 땅에 떨어져 있었다.
“어디로 간 거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길드장님!”
“빨리 찾아!”
당황한 이들은 사방을 둘러보며 강진성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진성이 보이지 않자 다들 긴장감이 커지고 거친 숨소리를 몰아쉬었다.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다시 폭주한 건 아닐까요? 길드장님.”
“모르겠군……. 갑자기 사라지다니……. 다들 조심해라!”
다들 긴장감을 최대로 올리고 서로의 간격을 좁혀 강진성이 튀어나오자마자 공격하기 위한 포지션을 만들었다.
“강진성……. 어디냐!”
원강율은 강진성이 폭주상태로 돌아와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다시 폭주상태가 된 사례는 없었지만 있다고 해도 체력소모가 엄청 심하게 낭비되기에, 금방 그가 지치고 자신들에게 제압되리라 믿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도 강진성이 나타나지 않자 ‘그냥 도망간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긴장이 풀릴 때가 가장 위험한 것임에도 긴장을 하나둘 풀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힘들었기 때문이다.
“아직이다! 긴장을 풀지 마라!”
길드 간부들이 길드원들에게 외쳤지만 다들 아까 밭에서의 전투로 기력이 회복된 상태가 아니었기에 간부들의 외침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지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진짜 도망간 게 아닐까요?”
“그게 무슨 소……. 끅.”
간부는 길드원의 말에 반박하려했지만, 말을 잇지 못했다. 누군가의 공격 때문에 쓰러진 것이다.
“저, 적이……. 커억.”
간부가 쓰러진 것을 주변 다른 동료에게 알리려고 했지만, 그 또한 공격에 쓰러져 갔다.
적은 보이지 않았고 보이지 않는 이에 의해 하나둘 쓰러지자, 두려움이 증폭되었다.
강진성의 공격이 아닌 것 같았다.
“모두 침착해라!”
원강율의 외침에도 진정되기는커녕 공포심이 극대화된 상태라서 다들 당황해하였다. 그 자리를 벗어나 도망치려는 부상자들도 공격 때문에 쓰러져 갔다.
“숨어 있지 말고 나와라! 강진성!”
강진성의 공격이 아닌 것 같았지만, 자신들을 공격할 만한 사람은 강진성뿐이었기에 외친 것이다.
하지만 강진성은 나오지 않았고 부하들은 계속해서 쓰러져 갔다.
고구려 길드원들이 당황하면서 적을 찾는 데 정신이 없었다.
용병 대장은 바로 뒤에 있는 부하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 부하는 바로 탐지 스킬을 써서 어디서 공격이 날아오는지, 그리고 지금 적이 어디 있는지 탐색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리지?”
“빨라도 5분입니다. 대장님!”
“다행인 건 강진성이라는 자는 지금 고구려 길드부터 공격하고 있다는 거다. 그러니 빠르게 탐색해라!”
“네, 대장님!”
탐색 스킬을 가진 부하 몇 명이 사력을 다해 강진성의 위치를 파악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탐색 스킬에 걸리지 않아 마력만 소모하는 셈이었다.
“폭주를 두 번 한 상대가 이렇게 강할 줄이야……. 이거, 돈을 더 받아야겠군.”
용병 대장은 이 일을 주선하고 계획한 조은성 헌터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쉬운 일인 줄 알았더니 엄청나게 고생만 했다.
의뢰 금에 비해 어려운 임무였기에 아무래도 돈을 더 받아야 할 듯싶었다. 이번 계획으로 인해 부하를 200명이나 잃었다.
“크아아악!”
“사, 살려.”
겨우 3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고구려 길드원 50명 이상이 쓰러져 있었다.
“크으, 제기랄!!”
원강율은 보이지 않는 강진성을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란 말이다. 강진성!!”
일개 농부 헌터가 암살자 헌터에 버금가는 은신에 공격까지 한다고? 그리고 헌터에 오른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하는데……. 대체 강진성의 정체는 뭐지?
조은성 헌터는 자신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하다. 이 상황에서 살아나간다면 조은성 헌터를 때려눕히고 모든 걸 토해내게 할 것이다.
고구려 길드원들이 반격도 하지 못하고 거의 반 이상이 쓰러져 나갈 때, 탐색 스킬을 쓰던 용병 몇이 강진성의 위치를 알아내었다.
“대장님!”
“그래. 위치는?”
“바로 저기입니다.”
탐색 스킬을 가진 용병이 손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용병 대장은 부하들에게 수리검이든 표창이든 던질 수 있는 무기를 던지라고 하였다.
그러자 지금까지 공격받지 않던 용병들이 무기를 죄다 꺼내 그곳으로 무기들을 날렸고 까강! 이라는 큰 소리와 함께 은신 스킬이 풀린 강진성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저기였군!”
강진성이 있던 자리는 바로 원강율 뒤였다. 고구려 길드원 대다수가 쓰러진 틈에 원강율을 뒤에서 공격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고구려 길드장! 빨리 처리하시오.”
“여기 있었군, 강진성!!”
강율은 검으로 빠르게 진성을 베었다.
깡-
하지만 진성은 강율의 무기를 삽으로 여유롭게 쳐냈고, 그의 턱을 쳤다.
빠각-
“크흡…….”
강율은 진성의 주먹이 턱을 스쳤는데 제대로 맞은 것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몸이 비틀거렸다.
“강……진성!!”
강진성은 무표정인 채로 강율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대장님, 어떻게 할까요? 살려 두어도 도움이 안 될 작자입니다.”
아무래도 강진성이 원강율에게 정신이 팔렸기에 여기서 도망치거나 아니면 진성을 쓰러뜨려야 했다.
두 가지 선택이 남아 있었는데 아직 쓰러지지 않은 고구려 길드원이 꽤 많았고, 그들을 제물로 삼아 도망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 같았다.
현재 전력으로는 강진성과 싸우기 힘들었다.
“대장님……. 후퇴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저희가 붙어서 쓰러뜨린다고 해도 큰 피해가 나올 거 같습니다.”
용병 간부의 말에 대장은 고민하였다.
이미 부하를 200명이나 잃은 시점이었고 여기서 물러서기에는 참 아까웠다. 하지만 돈보다 목숨이 중요했기에…··· 살아 있어야 복수를 할 수 있다.
“후퇴한다……. 연막탄을 준비해라! 저 괴물 녀석은 나중에 처리한다.”
고구려 길드장은 진성의 공격을 간신히 피하면서 용병들의 도움을 바라고 있었다.
“…….”
“크으으. 괴물 녀석!”
무섭게 주먹을 날려오는 진성 덕분에 고구려 길드장의 몸에는 무수히 많은 상처가 생겼다.
폭주한 상태가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폭주하면 보통 큰 공격을 하게 마련인데 작은 몸놀림으로 정확히 공격했기 때문이다.
“강진성!!”
강율은 힘을 짜내 다른 무기를 꺼내 휘둘렀지만, 진성이 간단히 피해 버리자 절망감이 들었다.
빠각-
“크아아악.”
고구려 길드장은 진성의 공격을 정통으로 맞아 나가떨어졌다.
저벅저벅-
쓰러진 원강율 앞까지 무섭게 걸어오는 강진성의 모습에 남아 있는 고구려 길드원과 간부는 두려움에 떨었다.
폭주했음에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강해지고 지쳐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진성을 괴물이라 생각했고, 몸이 굳어 도망도 치치 못했다.
“날…… 죽일 셈이냐?!”
강율은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하는 길드원들에게 소리쳤다. 사자후 같은 외침에 몸이 풀린 일부 길드원들이 진성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모두 진성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용병 대장! 살려주시오.”
원강율은 멀리서 자신을 지켜보는 용병 대장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용병 대장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이런 말을 남기고 뒤로 돌았다.
“우리는 이만 철수합니다……. 알아서 살아남기를.”
“뭐라고?! 이이익!”
용병 대장은 진성이 눈치채기 전에 떠나야겠다며 진성 쪽과 자신들 주변에 수십 개의 연막탄을 던졌고, 마법사인 자들이 바람 마법을 써서 진성과 고구려 길드장이 있는 곳으로 날려 보내게 하였다. 그러곤 그 자리에서 이탈하였다.
용병 대장은 목숨을 선택했다. 도움이 필요한 그들을 버리고 부하들과 함께 그 자리에서 떠나 버렸다.
고구려 길드의 마지막 한 줄기 도움이 떠나 버렸다.
“흐흐흐…… 하하하.”
강율은 미친 듯이 웃었다. 설마 용병 대장이 뒤통수 때리고 튈 줄은 몰랐다. 같은 상황이었는데 튀다니……. 어차피 그들도 여기 있는 괴물 강진성에게 잡힐 것이다.
“끝내라……. 강진성.”
진성은 강율의 앞에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배후는 누구입니까?”
분명 강진성의 목소리가 맞는데……. 뭔가 한기가 돋는 듯했다.
“배후가 누구냐고? 흐흐흐.”
“배후가 누군지 말씀하십시오.”
“배후는 바로……. 네 아버지다!”
퍼억-
진성은 헛소리를 하는 고구려 길드장을 강하게 때렸다.
“쿨럭…….”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배후는 누구입니까?”
“후후후 배후는……. 네 어머니다!”
빠각-
강진성의 몸에 빙의한 시스템이 삽으로 강율의 머리를 내려쳤다. 강율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