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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186화 (186/209)

제186화

186. 186화

“좋아, 다 챙겼다!”

“자, 다들 어서 내려가자고!”

용병들이 하나둘 그 방에서 나왔고 마지막 용병이 나가려고 할 때쯤 진성이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났다. 그에 마지막으로 나가던 용병이 깜짝 놀라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우와악!”

“뭐, 뭐야!”

마지막으로 나오던 용병이 소리를 지르며 쓰러지자 앞서 나갔던 용병이 무슨일이냐 물으며 방으로 되돌아 왔다.

“잠들어 있던 저 녀석이 깨어났을……. 끅!”

그는 마지막 말을 하지 못하고 진성의 삽에 맞아 쓰러졌다.

“감히 우리를 공격해? 잠들어 있어서 무시하고 가려고 했더니만……. 얘들아, 죽여라!”

조장으로 보이는 이가 소리치자 먼저 방을 나왔던 4명의 용병이 무기를 꺼내 진성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진성은 삽을 몇 번 휘둘러 그들을 날려 버렸다.

“크아악!”

“커 억…….”

“뭐, 뭐야!”

조장은 자신의 부하들이 모조리 당하자, 긴장이 되었다.

보통 녀석이 아니었다. 방금 날아간 부하들은 C랭크 상위권 헌터였다. 그런 녀석들을 날려 보냈다는 건 강력한 실력을 갖춘 헌터라는 소리인데…….

“다, 다가오지 마!”

진성은 삽을 쥔 채 벌벌 떨고 있는 조장에게 다가갔다.

용병 조장이 보기에 진성은 흡사 사신의 모습이었다.

진성은 분노에 가득 찬 표정으로 벌벌 떠는 조장의 머리를 향해 삽을 휘둘러 쓰러뜨렸다.

조장의 비명에 1층에서 기다리던 용병들이 2층으로 올라지만, 진성에 의해 모두 쓰러졌다.

“모두…….”

진성은 잠이 들었지만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였다. 시스템에 의해 일어나지 못하고 꿈속에 갇혀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

비록 안드레가 죽는 건 못 봤지만, 사방에서 자신을 부르며 쓰러져 가는 엘프, 드워프, 수인족 그리고 세린이의 목소리에도 깨어나지 못한 채 아무것도 못 하는 자신에게 매우 화가 났다. 그리고 시스템에 대한 증오심도 커져만 갔다.

왜 자신이 이렇게 고통을 받고 세린이와 다른 이들도 고통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제 깨어나셨으니 적들을 모두 쓰러뜨리시면 됩니다. 진성 님.

시스템은 분노한 진성에게 싸움을 시작하라고 말했다.

진성은 시스템의 말에 더욱 분노하여 밭에 있는 모두를 쓰러뜨리기 위해 경매장을 나섰다.

“뭐, 뭐야? 저 녀석은!”

밭에서 철수하던 용병들 일부가 경매장 건물에서 삽을 쥔 채 나오는 진성을 발견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진성은 빠르게 그에게 다가가 삽으로 내려쳤고 피하지도 못한 채 퍽 소리와 함께 쓰러지자 주변에 있던 용병들은 진성에게 강한 적대감을 드러내며 각자의 무기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철수하는 상황이었던 터라, 보상을 챙기는 약한 용병들만 남아 있었다.

그들로선 엄청 강한 진성을 막을 수 없었다.

“사, 사신이다! 으악!”

“도, 도망쳐!”

“빨리 지원을 요청해!!”

그들은 쓰러져 가며 지원을 요청했다.

진성에게 맞서 싸웠으나 분노로 가득찬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허무하게 쓰러져만 갔다.

-이봐, 무슨 일이야!

지원을 요청하던 용병도 쓰러졌고 무전기에선 이미 선발대로 후퇴한 용병의 목소리만 들려왔다.

주변은 이미 초토화되었고, 후발대로 남아 있던 용병 40명은 그 자리에서 전멸하였다.

단 3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역시 진성 님은 죽을 위기를 넘겨야 강해지는군요.

진성은 분노로 가득하여 아직 남아 있는 적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적들은 전멸했고 자신의 밭에서 살아가던 드워프, 엘프, 수인족 주민들의 시체가 가득하였다.

진성은 시체들을 보며 울부짖었다. 밭은 모두 불타고 있었고 그나마 다행인 건 세계수만 멀쩡했다는 것이다.

“아빠!”

세린이가 다가와서 반갑게 맞이했지만 세린이가 본 진성의 상태는 매우 이상하였다. 진성은 너무나도 분노한 상태였다.

“시스템! 대체 아빠가 왜 이러는 거야?!”

-진성 님은 순수한 분노를 내뿜고 있을 뿐입니다. 제가 한 일은 없습니다.

시스템은 세린을 속이고 있었다.

세린은 아빠가 의식도 못 차리길래 정성껏 간호하였고 잠들어 버린 그를 대신해 밭을 방어하기 위해 지휘하였다.

시스템은 진성에게 의식이 깨어 있었다는 것을 세린에게 알리지 않았다.

“아빠, 정신 차려요!”

진성은 세린의 말에도 울부짖고 폭주하고 있었다.

헌터의 힘이 폭주하자 진성은 3배로 강해졌다. 저러다간 몸이 못 버틸 것이다.

“시스템! 아빠를 돌려줘!”

-순수한 분노인 상태라……. 제가 어떻게 할 순 없습니다. 세린 님.

명백한 거절의 표시였다. 시스템의 말에 세린은 입술을 꽉 깨물고는 보이지 않는 시스템을 노려보았다.

-자아……. 진성 님, 그 분노를 적들에게 내뿜으시면 됩니다.

시스템은 진성의 눈앞에 지도를 띄워 후퇴한 적들이 모여 있는 것을 확인시켜 주자 진성은 세린의 말리는 소리를 거부하고 삽을 쥐고 가야리 마을을 향해 달려 나갔다.

“아빠!”

세린은 폭주하는 아빠를 쫓아 밭에서 나가려고 했지만, 시스템이 위험해지면 막아선다고 하니 아빠가 걱정되었지만 일단 밭과 세계수 주변을 수습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아빠를 시스템에게 맡기면서 경고 하였다.

“시스템……. 아빠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가만 안 둘 거야!”

-걱정하지 마십시오. 세린님……. 위험해지시면 스킬을 써서라도 진성 님을 막겠습니다.

시스템이 저렇게 나오니 아직도 의심이 조금 남은 세린이었지만, 몸을 돌려 밭으로 날아갔다. 아무리 시스템이 요즘 막 나간다고 하지만 설마 아빠에게 문제가 되는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세린은 믿었다. 하지만 시스템은 이미 다른 꿍꿍이가 있었고 세린은 눈치채지 못 했다.

-후후후, 모든 것은 저의 뜻대로 되는 겁니다.

시스템이 본심을 드러내는 것일까? 진성에게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 * *

진성은 폭주한 채로 불태워진 자기 집을 지나쳤고 가야리로 달려 나갔다.

마침 가야리에서는 후퇴한 병력이 아까 받은 무전으로 인해 지원 병력을 보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다.

용병의 총대장과 고구려 길드장만 남아 있었고, 조은성과 슈리엘은 이미 뒤로 빠진 상태였다.

이하늘 대통령또한 아이린을 납치해 자리를 벗어난 후였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겁니까?”

용병 대장은 고구려 길드장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있었다.

“우리는 대부분 후퇴했고 당신들 용병들만 남았으니까 알아서 하시죠.”

원강율은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후발대로 남은 용병들이 아무리 C랭크 헌터라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이들이다.

상위 C랭크 헌터 40여 명 이상이 한꺼번에 전멸한다? 분명 무서운 것에 당한 것이다.

“고구려 길드는 확실하게 안 도와주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저희는 이미 할당치를 채웠기에.”

“알겠습니다…….”

용병 대장은 후퇴한 병력 중에 남은 용병 인원을 파악했다. 500명이 넘던 용병은 실종자, 사망자, 부상자 등을 제외하고 200여 명쯤이 남았는데 후발대 40명을 빼면 겨우 160명이었다.

선발대로 B랭크 헌터들이 다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랄까…….

고구려 길드 녀석들은 자신의 할 일이 끝났다며, 안 도와줄 분위기였고……. 할 수 없이 남은 인원으로 다시 불타 버린 그 밭으로 가야 했다.

“대장님! 누군가 다가옵니다.”

용병 중 정령사 부하가 급하게 외쳤고, 대장이 그에게 다가가려던 찰나…….

쾅-

큰 소리가 나면서 그 현장에 있던 건물 중 한 채가 무너져 내렸다.

그 먼지 속에서 폭주한 헌터로 보이는 한 사내가 나왔다.

“폭주한 헌터다! 조심해라.”

용병 대장의 외침에 상위 실력의 헌터들은 거리를 두었다.

폭주한 헌터는 자신의 힘의 2배 이상을 낼 수 있었지만, 단점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아니, 저자는……!”

고구려 길드원 중 강진성의 얼굴을 아는 이가 폭주한 강진성을 보자마자 기겁을 하였다.

“뭐, 뭐야? 왜 그래!”

옆에 있던 동료가 기겁하는 동료에게 보고 말을 했다.

“강……진성!”

“뭐라고? 그 목표는 이미 죽지 않았나?”

원강율은 부하들의 웅성거리는 이름 석 자를 정확히 들었다.

‘강진성이라고? 분명 사신길드 녀석들이 처리하지 않았나? 사신 녀석들 제대로 하지 않았군!’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강진성을 여기서 처리하면 모든 공이 자신에게 돌아오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폭주한 녀석은 조심해야 했다.

“다들 거리를 두고 갈고리를 준비해라!”

원강율은 혹시 몰라 갈고리까지 챙겨왔는데 이게 여기서 쓰일 줄은 몰랐다.

원래 갈고리는 몬스터를 잡을 때 쓰는 건데 폭주한 헌터를 잡는 데에도 유용했다.

분노한 진성의 눈에는 모두가 적이었다.

용병과 고구려 길드원들은 진성을 포위했다.

그 수는 무려 400명이나 되는 인원이었으니 무시하지 못할 숫자였으며 산전수전 다 겪은 상위 헌터들도 다수 포진되어 있었다. 아무리 폭주한 헌터라고 할지라도 이 많은 수의 인원을 다 상대할 순 없을 것이다.

“길드장님, 갈고리 모두 준비 끝났습니다!”

“신호를 줄 테니 던질 준비 해라!”

“네, 알겠습니다!”

강율은 강진성의 힘을 빼낸 다음 포박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자……. 그럼 강진성을 잡아볼까?”

강율은 무기를 꺼내었고 길드원들과 용병들은 긴장한 채 강진성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갈고리를 던질 준비를 했다.

“고구려 길드장……. 그럼 우리가 먼저 공격하겠습니다.”

용병 대장의 말에 원강율은 선방을 양보했다.

“쳐라!”

용병 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실력 있는 헌터들이 원거리 공격과 근접 공격을 번갈아 날리면서 교대로 싸움에 임했다. 마치 차륜전을 보는 듯하였다.

하지만 진성은 현재 폭주 상태였으므로 3배의 힘을 낼 수 있었다. 근접으로 들어오는 공격을 모두 박살 내버리고 상대방을 때려눕혔다.

묵직한 한 방 공격으로 아무리 실력 있는 헌터라도 진성의 힘에 굴복하고 있었다.

“뭐야! 이 무지막지한 힘은!”

“역시 A랭크라는 건가?”

용병들은 꽤 고전하고 있었고, 고구려 길드는 갈고리를 던질 준비를 하며 싸움을 지켜보았다.

“큭…….”

이미 근접한 용병들은 모두 쓰러지거나 상처를 입어 널브러져 있었고, 원거리 공격을 하는 용병들만 멀쩡하였다.

“안 되겠군……. 내가 직접 나선다.”

용병 대장이 앞으로 나왔다. 그의 실력은 베일에 싸여 가려져 있었는데, 그의 실력을 목격한 이들은 절대로 평범하지 않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크르르르.”

진성의 두 눈이 짐승처럼 붉게 물들어갔다.

“폭주가 한계에 도달했나 보군……. 마치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구나!”

용병 대장은 암기를 날렸다. 진성은 정면으로 날아오는 수리검을 피했다. 하지만 두 개의 수리검이 어깨에 박혀 있었다.

“정면에 날린 거 아니었나?”

고구려 길드장은 그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수리검을 한 개만 날린 줄 알았는데, 세 개가 던져져 의문을 가졌다.

‘뭔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용병 대장의 실력이라는 건가?’

“덤벼라, 짐승!”

용병 대장은 폭주한 헌터를 굴복시키는 것에 집중했다.

강진성은 이미 사람이 아니었다. 공격만 하는 짐승일 뿐.

“크르르!”

진성은 공격을 피하지도 않은 채 모든 힘을 내 용병 대장을 향해 강한 공격을 날렸지만, 행동이 너무 커 빈틈이 다 보였다.

“빈틈!”

용병 대장의 수리검은 진성의 옆구리에 상처를 입혔다.

“크르르!!”

“빈틈이 너무 많군……. 역시 농부 헌터밖에 안 되는 자인가…….”

진성은 계속해서 공격했지만 용병 대장은 그의 공격을 아주 여유롭게 피하면서 수리검을 던져 진성의 몸에 상처를 내고 있었다.

-진성 님. 지금 너무 흥분하셨습니다. 스킬을 하나 걸어드리겠습니다.

아까는 싸우라고 했던 시스템은 진성이 꽤 불리해 보이자, 그에게 말을 걸었다.

시스템이 걸어 주려는 스킬은 무엇일까?

“흐음?”

짐승이었던 강진성의 몸에서 푸른 빛이 나왔다 사라지자 용병 대장은 조금 놀랐다.

“뭔지 모르겠지만, 스킬인가?”

띠링!

-상태 이상이 해제되었습니다. (지속시간 60분)

시스템이 걸어 준 30분간 상태 이상 해제 스킬은 분노한 진성의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아까까지만 해도 분노에 이성을 잃어 짐승처럼 날뛰던 진성이 조금 차분해졌고 눈앞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차분해진 것인가……?”

용병 대장은 진성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갑자기 알 수 없는 빛이 나타났다 사라진 후로 진성이 날뛰지 않자 주변을 의심했다.

분노가 이성을 집어삼킨 경우는 절대 혼자서 스킬을 걸어 차분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분명 주변에서 누군가 스킬을 걸어 준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용병 대장.”

원강율도 상황이 이상해지자 싸우고 있던 용병 대장에게 소리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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