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4화
184. 184화
“무슨 계획인지 모르겠지만 미쳤군…….”
원강율도 일부 계획을 듣고 이 작전에 참여한 것인데 조은성은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대체 저 머릿속에는 무슨 꿍꿍이가 있을까? 대한민국의 전복? 아니, 모르겠다. 강진성에 대한 원한이 큰 것 같은데…… 도가 지나쳤다.
아무래도 이 계획에 잘못 참여한 것 같았다. 저렇게 큰일을 벌이면 각국에서 자신에게도 수배를 걸어 어떻게 해서든 파멸시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흐흐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지만 걱정하지 말라고……. 절대로 너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 테니까.”
조은성 헌터는 지금 원강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말했다.
“그래서 이 작전의 최종 목적은 뭐냐? 그것부터 말해라. 조은성…….”
“최종 목적? 강진성의 기반을 모두 무너뜨리는 거지. 그 녀석이 분노로 잠식이 되어 날뛰는 모습을 보고 싶거든. 크흐흐흐.”
원강율은 자신도 미쳤지만 조은성이 자신보다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녀석의 목표가 된 강진성이라는 애송이가 불쌍해졌다.
“자자, 이제 10분 남았군.”
조은성은 시간을 재며 다니엘이 스킬을 쓸 순간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부하들에게도 준비하라고 말하라고. 원강율.”
“알았다…….”
강율은 무전기를 들어 방벽에 공격을 거는 부하들과 용병들에게 공격을 멈추고 방벽에서 멀리 떨어지라는 지시를 내렸다.
고구려 길드원은 갑작스러운 후퇴 명령에 조금 의아해했으나 결국은 물러섰고 용병들은 쉬고 싶었던 참이라 무전을 듣자마자 후퇴하였다.
앞으로 10분 후면 저 방벽은 사라질 것이고, 잔존 인원들만 쓸어 버리면 끝이었다.
“휴우. 이제 쉴 수 있는 건가…….”
“끄으응. 엄청 힘든 하루군.”
용병들은 잡담을 나누며 서로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용병들은 큰돈을 받고 하는 일이었기에 상황이 조금 불안했지만 큰 불만은 없었고, 오히려 고구려 길드원들의 동요가 커지고 있었다. 돈을 받는 건 좋았지만 피해가 막심했고 던전이나 레이드보다 더 힘들었기 때문이다.
“길드장님. 길드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습니다.”
“거의 다 끝나가니까 조금만 더 버티라고 해!”
“네. 일단 다독여보겠습니다.”
일부 간부들도 불안이 커져만 가고 있었다. 가야리 마을을 불태우는 것과 마을 주민들을 죽이는 것은 굉장히 쉬운 일이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강진성이라는 헌터가 가지고 있는 이 이상한 밭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무서웠고 두려웠던 탓이다.
작물들이 모두 자신들을 향해 공격을 가했고 처음 보는 종족들의 공격 그리고 고라니 떼 등, 정신없이 공격당해 크게 사기가 저하되었다. 그놈의 돈만 아니었으면 이미 후퇴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가득할 때쯤에 길드장이 후퇴를 지시했고, 뒤로 빠져 휴실을 취하게 된 것이다.
“대체 길드장님은 무슨 생각이시지?”
“그러게 말입니다. 현재 길드원 500여 명 중 109명이 실종, 사망이 113명입니다.”
“그렇게나 많단 말이야?”
“네, 조장님.”
고구려 길드 3번대 조장은 부하의 보고를 듣곤 고민이 들었다. 피해가 너무 컸고, 적들의 전력은 아직도 꽤 많았기에 후퇴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3번대에서는 사망이 몇 실종이 몇이지?”
“3번대 총원 67명에서 사망. 17명 부상자 33명. 실종 3명입니다.”
“실종된 인원은?”
“그들은 가야리 마을 중앙에서 실종되었습니다. 다른 번대 지원을 하다가 미처 후퇴하지 못한 거 같습니다.”
“실종된 이가 누구누구지?”
“차민혁, 김민수, 명승헌입니다.”
“민혁이가?”
“네…….”
3번대 조장은 조금 비틀거렸다. 차민혁은 바로 자기 친척이었기 때문이었다.
“조장님. 마을 중앙에 부하를 보내볼까요?”
“아니, 어차피 우리 번대는 부상자가 많으니 후퇴한다……. 아마 길드장님도 허락해 주실 거다.”
“그럼 제가 대신 말합니까?”
“아니, 내가 말하지. 자네는 남은 인원 후퇴를 준비해라…….”
“네, 조장님. 알겠습니다.”
3번대 조장 차현도가 원강율에게 다가왔다.
“길드장님, 할 말이 있습니다.”
“그래. 뭐지? 차 조장.”
“저희 번대가 다른 번대에 비해 부상자와 사망자가 많으니 가야리 마을로 후퇴해도 되겠습니까?”
“자네, 3번대에서 싸울 수 있는 이가 몇이지?”
“현재로선 16명뿐입니다…….”
“흐음…….”
강율은 고민했다. 다른 번대 조장이 후퇴한다는 말을 꺼냈으면 호통을 쳤을 텐데. 3번대 조장은 초창기 때부터 함께한 동료였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실력도 있는 이였기에, 이번만은 후방으로 빼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차피 이번 공격 한 방이면 이 밭은 곧 함락될 것이다.
“길드장님. 차 조장님은 열심히 했으니 이번엔 빼주시는 게 어떻습니까?”
“저도 동의합니다. 저희 5번대 보다 더 부상자가 많아 보입니다.”
“저희 7번대도 동의합니다.”
다른 번대 조장들이 고민하는 길드장을 대신해 말들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그들 모두 3번대 조장에게 도움을 한두 번씩 받은 인물들이었기에 열심히 싸워 온 3번대 후퇴에 찬성하는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말하자 원강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중상자와 부상자들을 모두 데리고 후방에 빠져 있게. 마침 가야리 마을에 연락 끊긴 이들도 있으니 그 녀석들도 찾아보고!”
“네, 감사합니다. 길드장님.”
3번대 차현도는 순순히 허락해 주는 길드장의 말에 속으로 안심하며, 다른 번대의 부상자들을 모두 데리고 후퇴할 준비를 하였다.
“모두 움직여라! 길드장님이 허락을 하셨다. 우리는 가야리 마을 중앙으로 후퇴한다.”
“조장님, 길드장님이 허락하신 겁니까?”
“그렇다. 그러니 가벼운 상처를 입은 부하들에게 중상을 입은 이들을 옮기라고 하게.”
“네. 알겠습니다!”
3번대만 후퇴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번대에 속해 있던 부상자들도 함께 데리고 뒤로 빠지기 시작하였다.
갑자기 많은 인력이 그 장소를 이탈하자 용병들은 별말 하지 않았지만 조은성 헌터는 원강율에게 의아함을 내비쳤다.
“왜 후퇴하는 거지?”
“부상자들이 많아서 빼는 거다. 조은성 헌터.”
“단순히 그것뿐이라고?”
“그래.”
“조금 수상하지만, 일단은 믿겠다.”
조은성은 일방적으로 궁금한 것만 물어보고 자리를 떠났고, 그 모습을 본 다른 번대 조장들은 화가 나 한마디씩 말했다.
“아무리 이번 계획을 짠 이라지만 너무 무례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길드장님.”
“자자, 그 정도만 해라.”
원강율은 다른 조장들을 진정시켰다. 그의 표정에 변화는 없었지만 그도 조은성 헌터를 그다지 좋게 보지 않았다.
고구려 길드는 벌써 사망자, 실종자, 부상자를 다 포함해서 절반에 이르는 인원을 잃었다. 그런 자신의 길드를 의심하다니. 기분이 꽤 나빴다.
이번 작전이 끝나고 조은성을 제거해 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일단 작전에 집중한다. 그러니 일단 참게.”
길드장의 말에 다들 불만이 가득했지만 참았다.
“그나저나, 슬슬 공격할 때가 되었는데 아직 소식이 없는 건가? 조은성…….”
원강율은 용병들에게 다가간 조은성의 뒤에 대고 중얼거렸다.
* * *
한편, 3번대 조장은 휘하 부하들과 다른 번대의 부상자들을 합해 약 90여 명 정도의 인원을 이끌고 밭에서 나와 가야리 마을 중앙으로 남하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야리 마을로 가까이 갈수록 뭔가 좋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부조장!”
“네, 조장님! 부르셨습니까?”
“아무래도 분위기가 이상해……. 애들 몇 데리고 정찰 좀 앞서서 가 보게.”
“네, 알겠습니다.”
3번대 부조장은 조장의 명령을 듣고 상처를 입지 않은 인원 3명을 뽑아 선두로 달려 나갔다.
차 조장은 그들이 정찰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이곳에서 쉬려했다.
“일단 여기 근처에서 대기한다!”
“네, 조장님.”
다친 이들부터 조심스럽게 눕히고 상처가 덜한 이들은 주변 경계를 철저하게 하였다. 어디서 적이 나타날지 몰랐기에 경계를 서는 것이다.
그렇게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났지만, 부조장 일행은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 마을에 새로운 적들이?”
차 조장은 불안함이 가득하였다. 일단 조금만 더 기다려 보기로 하였다.
그렇게 또 10분이 지났지만, 부조장 일행은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조장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부조장 일행이 도착해 있었다. 다행히 나쁜 일은 생기지 않았나 보다.
“그래, 왜 이리 늦은 거지?”
“아, 죄송합니다. 꼼꼼히 살피고 오느라 늦었습니다. 다행히 중앙 쪽에 주민이나 적들은 없었습니다. 다만 저희 번대 실종된 이들 중 한 명을 찾았습니다.”
“누구지?”
“조장님의 친척은 아니고 명승헌입니다.”
“승헌이가?”
“네……. 일격에 죽은 듯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마을 주민 중에 상당한 실력의 헌터가 있는 듯합니다.”
“승헌이 말고는?”
“다른 두 명은 안보였고 대신에 8번대 9번대 애들 시체는 많이 보였습니다.”
“중앙은 안전한 건가?”
“네. 저희가 꼼꼼히 살펴본 결과, 안전합니다.”
“그럼 가도록 하지…….”
“네, 알겠습니다.”
3번대 인원들은 다시 힘겹게 몸을 움직였고 부조장의 안내로 마을 중앙까지 간신히 도달하였다.
부조장의 말대로 3번대 명승헌의 시체가 편의점 앞에 있었고 다른 번대 시체도 많이 보였다. 다들 일격에 당한 흔적이 보였다.
적은 아무래도 최소 B랭크 이상의 실력자인가 보다.
“건물 중 피해가 덜한 쪽은 어디지?”
“저희가 아까 선발대로 샅샅이 뒤져 본 결과, 불에 덜 태워진 저 건물이 유일합니다.”
부조장의 손을 따라 시선을 돌려보니, 마을 입구 가까이에 있는 허름한 3층짜리 건물이 하나 보였다.
1층에 임대 종이가 붙어 있는 걸 봐선 이 건물 전체가 임대인을 구하는 것으로 보였다. 즉, 빈 건물이라는 셈이다.
“1층은 훤히 보여서 노출이 되기 쉬우니 2층, 3층에 잠복한다!”
“네, 조장님!”
상처를 입지 않은 건장한 길드원들이 부상자들을 2층, 3층에 나누어 옮겼고 1층은 싹 비웠다. 1층과 2층 사이 계단에 보초를 놔두었다. 혹시 이곳에 올 적을 대비하는 것이다.
“마을 습격이 8번대, 9번대 그리고 어느 번대였지?”
“8~13번대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무전기로 암호를 보내 생존한 이들이 있는지 알아보게.”
“네, 조장님.”
부조장은 옥상으로 올라가서 무전기를 통해 모스 부호를 보냈다.
살아 있는 이가 있으면 반드시 응할 것이다. 그렇게 최소 3번 정도 신호를 보낸 후에 다시 조장이 있는 3층으로 내려왔다.
“일단 신호는 보냈습니다. 과연 살아 있는 녀석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있으면 다행이고, 없으면 그만큼 강한 적들이 이 마을에 있는 것이지…….”
“후퇴한 저희가 버틸 수 있을까요? 상처가 덜한 이들을 합쳐도 싸울 수 있는 이들은 겨우 25명뿐입니다. 나머지는 중상자입니다.”
“25명이면 충분하다. 다만 적들이 A랭크 헌터가 몇이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3번대는 고구려 길드에서 강한 무력 조로 꼽힌다.
고구려 길드장은 B랭크 헌터지만 3번대 조장은 최근에 A랭크 헌터로 성장하였기 때문이었다. 부조장은 B랭크였고 부하들만 해도 C랭크 상위 실력자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이 외부 레이드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지지직-
부조장과 조장이 한창 말하고 있을 때 무전기에서 신호음이 들렸다. 부조장은 깜짝 놀라 신호를 분석해 보았다.
“조장님! 11번대 신호입니다.”
“11번대 녀석들이 아직 살아 있다고?”
“네, 그런 듯합니다. 이 신호음은 적들은 모르는 신호입니다. 분명 11번대가 맞을 겁니다.”
“연락해 보게!”
“네.”
부조장은 무전기에 신호음 대신 호출 버튼을 눌렀다.
“여기는 3번대 부조장 강두현이다!”
-11번대 탁상엽입니다.
“탁상엽? 11번대는 총 몇 명이나 같이 있나?”
-저를 포함하면 4명입니다.
“나머지 대원들은?”
-모르겠습니다…….
“그럼 자네들 위치는 어디지?”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지만 주변에 소들이 가득한 농장이 보입니다.
“소라고?”
-네……. 그렇습니다.
부조장은 혹시 몰라 챙긴 가야리 마을 지도를 펼쳤다.
소 농장이라면……. 아마 마을 회관에서 가까운 곳일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