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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180화 (180/209)

제180화

180. 180화

길드장의 말에 간부는 서둘러 화염방사기를 들고 온 이를 찾아 나섰다. 불을 강하게 질러서 밖으로 나오게 만들 셈이었다.

나오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불에 전부 타 죽을 것이니까 말이다.

“흐흐흐, 대통령님은 이걸 실시간으로 보시겠지? 아직 사신 길드 녀석들은 그 강진성이라는 녀석을 처리하지 못했을 거고……. 우리가 먼저 공을 세웠군.”

고구려 길드장 원강율은 입맛을 다셨다.

선수금으로 받은 것도 있지만 ‘잘 끝나면 또 보너스를 주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또 주게 되어 있다. 안 준다고 버티면 모든 일을 방송국에 제보한다고 협박하면 되기 때문이다.

“남은 주민들도 빨리 처리해라!”

원강율은 주변이 불타고 있음에도 아주 여유롭게 서 있었다.

화재가 무섭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다른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는데 다들 최소 12시간 이상은 화재 속에서 버틸 수 있는 화상 방지 아이템을 몸에 뿌렸기 때문이다.

“사, 살려주세요…….”

“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살아남은 주민들은 상가 건물들에 숨어 있었는데 그들을 일일이 찾아서 죽이는 고구려 길드원들에게 살려달라고 빌거나 대체 왜 이런 학살을 저지르느냐고 외쳤지만, 대답 대신 각종 무기가 날아왔다.

대부분 일반인이었기에, 헌터의 무기를 피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길드원 중 신입들만 벌벌 떨면서 마을 주민들이 학살당하는 현장에서 고개를 돌리고 침묵하고 있었다.

“으하하, 다 죽여라!”

피에 미쳐 버린 베테랑 길드원들의 웃음소리만 울렸다.

* * *

고구려 길드원들이 남은 주민을 찾아서 살해하고 있었을 무렵……. 사신 길드장과 그의 휘하 길드원 150여 명은 그들의 목표인 강진성의 집에 가까워져 갔다.

발소리를 줄이고 암살자답게 조용하게 접근 중이었다.

이 난리가 났는데 나오지 않는 것을 보니 겁을 먹었거나 집에서 대비하고 있을지 몰랐기에 그들은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길드장님. 아무래도 조금 이상합니다.”

“뭐가 말이냐?”

“아무리 이 난리 속이지만, 강진성이라는 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도망치거나 뭐라도 해야 할 텐데 가만히 집에 있는 게 꽤 수상합니다…….”

“흐흐흐, 걱정하지 마라. 집에 있을 거니까…….”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희미하지만 실루엣이 보이더군. 아직 그는 여기에 있다.”

“다른 사람인 거 아닙니까?”

“흠……. 들어가 보면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부길드장의 불안한 소리에 흔들리지 않았던 길드장조차도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강진성이 집에 없다면 상황이 꽤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사신 길드의 총 병력이 동원됐기에, 강진성의 집을 포위하고 집에서 얼핏 보이던 이가 강진성인지 아닌지 파악한 후에 결정하면 그만이다. 안에 있는 자가 강진성이라면 죽이면 된다.

그들이 강진성 집의 거의 코앞까지 도착했다.

-세린 님. 수상한 인물들이 이곳으로 접근 중입니다.

“알고 있어, 시스템. 아빠를 해치려고 하는 자들이지?”

-네, 어둠의 씨앗이 없는 거로 봐선 군주의 단순한 부하거나 다른 인물이 보낸 거 같습니다.

“아빠를 죽이려는 자들은 용서할 수 없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세린 님. 이곳에 접근한 적들은 151명입니다.

“아빠를 지키면서 싸우기에는 불리해. 그러니 밭으로 도망가야 해, 시스템!”

-제 권한으로 포탈을 열어 드릴까요? 세린 님.

“응, 그렇게 해 줘…….”

-알겠습니다.

시스템은 강세린과 강진성의 눈앞에 포탈을 열어주었다.

세린은 아직 잠들어 있는 강진성을 포탈로 옮겼고, 포탈을 타고 순식간에 밭에 도착하였다.

세린과 진성이 떠난 집엔 적막함이 가득했다.

사신 길드는 그들의 목표인 강진성이 밭으로 옮겨진 지도 모르고 집 주변을 포위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할 뿐이었다.

* * *

“어? 세린 님?”

수인족 전 용사였던 안드레가 부하들과 함께 밭을 순찰하다가 포탈에서 나오는 세린이와 강진성을 발견하고 달려왔다.

“안드레. 아빠를 안쪽으로 옮겨줘!”

“네, 알겠습니다. 세린 님, 맡겨주세요!”

안드레는 뒤에 있던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려 잠들어 있는 강진성을 호수 근처에 붙어 있는 경매장에 옮겼다.

진성은 아직도 깨어나지 않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세린 님. 진성 님은 왜 안 깨어나시고요?”

안드레는 궁금한 게 많아 세린에게 급하게 물어보았다.

“아빠는 지금 잠시 잠들어 있을 뿐이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군주의 부하들로 예상되는 이들이 가야리 마을을 습격하고 있어! 그리고 조금 있으면 이 밭으로 엄청난 수가 몰려올 거야. 그러니까 대비해야 해!”

“군주의 부하들이라. 저희에겐 원수들이군요.”

“그러니 밭 모두에게 알려줘, 안드레!”

“네, 알겠습니다. 빠르게 준비하겠습니다!”

안드레는 엘프, 그리고 드워프 등 모두에게 알렸다. 강진성을 노리는 자들이 곧 이곳에 당도한다고 말이다.

그 말에 모두들 웅성거렸지만,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무기와 방어구를 챙겨서 완전 무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매복할 수 있는 지점으로 가서 몸을 숨기기 시작했다.

“세린 님. 모두에게 알리고 왔습니다.”

안드레는 동료인 아이린과 하멜과 함께 세린과 진성이 있는 곳에 나타났다.

“모두에게 정확히 알렸어?”

“네. 군주의 부하가 쳐들어 올 것이라고 모두에게 알렸습니다.”

“아이린, 하멜. 너희도 준비해.”

“네, 세린 님.”

“맡겨만 주십시오!”

드워프 하멜은 완전 무장을 하였고 거대한 오함마를 든 채 어디론가 사라졌고 하이 엘프 아이린은 진성을 지키기로 하였다.

“세린 님. 그들이 군주의 부하라면 분명히 강진성 님을 노릴 겁니다. 그러니 제가 강진성 님이 되어 그들의 시선을 돌리겠습니다…….”

안드레는 결심하였다.

자신이 없어져도 부족은 잘 굴러갈 것이다. 하지만 강진성이 없어지게 된다면 마지막 남은 세계수의 수호자가 사라지는 거였고, 세계수의 아래에 모인 종족은 다시 뿔뿔이 흩어지고 군주들에게 또다시 학살당할 것이다.

동족들이 죽어가는 건 두고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정말 그렇게 할 거야?”

“네. 그러니 세린 님, 저의 각오를 꺾지 말아주세요.”

“알았어……. 안드레 세계수의 축복을 내려줄게.”

“감사합니다.”

세린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안드레에게 다가갔고 안드레는 눈을 감았다. 세계수의 축복을 받는 것이다.

세린은 안드레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고, 세린의 손에서 밝은 빛이 나와 안드레의 몸을 변화시켜 나갔다.

그 빛에 의해 안드레의 몸에 변화가 시작되더니, 강진성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세린 님. 감사합니다.”

겉모습만 똑같은 게 아니라 목소리까지도 같았다.

“이러니까 조금 이상하긴 하네…….”

눈앞에 있는 게 아빠가 아니라 아빠로 변환 안드레였는데, 너무 똑같은 모습이라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 강진성 님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세린 님. 아이린.”

“안드레. 죽지 마.”

하이 엘프 아이린은 과거 동료였던 안드레에게 죽지 말라고 말했지만, 안드레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했다.

“죽지 않도록 노력은 해 볼게. 아이린.”

그 둘의 대화를 묵묵히 지켜보던 세린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저는 이만 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세린 님.”

“그래…….”

안드레는 경매장을 떠났고 수인족 부하들과 함께 밭의 입구로 향했다. 거기에서 적을 당당하게 막을 것이다.

안드레가 밭의 입구로 도착하자 멀리서 불타오르는 가야리 마을과 그리고 진성 님의 집이 보였다. 아무래도 집에 강진성이 없는 걸 눈치채고 불을 지른 것 같았다.

“족장님…….”

수인족 부하들이 겉모습이 변화된 안드레를 쳐다보면서 말 끝을 흐렸다.

“왜?”

“아닙니다. 안드레 님.”

곁에 있는 부하들은 오랫동안 자신과 함께해 온 이들이었다.

이번 적들과의 전투로 인해 꽤 많은 인원이 죽을지도 모른다. 그에 다들 긴장했고, 안드레를 걱정했다.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 우리가 여기서 죽어도 강진성 님이 군주를 이겨주실 테니까.”

“네. 안드레 님.”

“다들 준비해! 이제 그들이 모습을 드러낼 거야!”

안드레의 말에 밭에 진을 치고 있던 수인족 300마리의 전사들이 앞을 주시했다.

안드레의 말이 끝나자마자 151명의 인간이 밭에 도착했다.

“호오? 목표가 여기에 있었군.”

사신 길드장 위강과 그의 부하들이었다.

“길드장님, 저기 보이는 저 비실거리는 헌터만 처리하면 끝나는 임무입니까?”

“그래 맞다……. 흐흐흐.”

“그런데 처음 보는 몬스터들도 있는 거 같습니다.”

사신 길드원의 말에 위강은 진성 옆에 포진해 있는 몬스터 300마리를 발견했다.

“흠……. 강진성이 소환한 몬스터인 건가? 아니면 새로운 종족인가?”

위강은 처음 보는 종족에 조금 당황했지만, 어차피 다 죽여야 할 대상이었기에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강진성은 생포하고 깡그리 죽여라!”

위강의 명령에 사신 길드원 150명이 함성을 지르며 안드레와 그의 부하들에게 달려들었다.

301 vs 151명의 전투였다.

수적으로는 수인족이 매우 유리했으나 사신 길드원들은 모두 뛰어난 암살자들이었다.

밭의 입구에서 살육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막아! 밭으로 못 들어오게 해!”

“카아악.”

수인족 전사 몇이 큰 상처를 입고 쓰러져갔다. 아무리 수인족이 강해도 암살자 능력을 갖춘 그들을 이기기는 어려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인족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사신 길드원들은 숙련된 솜씨로 그들을 제압해 나갔다.

안드레는 아군이 점차 밀리기 시작하자 자신이 사용하는 무기 대검을 들어 적에게 날렸다.

퍽-

“으악!”

갑자기 날아든 대검을 피하지 못한 사신 길드원은 정통으로 맞고 날아가 버렸다.

“농부 헌터인데 대검을 써? 웃긴 상황이로군.”

여태까지 농부 헌터는 많이 봤으나 대검을 쓰는 자가 있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다.

조금 괴리감이 들었으나 위강은 어차피 저 녀석만 처리하면 모든 게 끝난다는 생각에 부하들에게 계속해서 명령을 내렸다. 주변 몬스터들을 빨리 정리하고 강진성을 생포하거나 죽이라고 말이다.

한창 전투 중인데, 밭의 입구에 꽤 많은 병력이 도착하였다.

“재밌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군요. 후후후.”

슈리엘이 이끄는 다크 엘프들과 용병 200여 명이 사신 길드장 위강이 있는 곳에 합류했다.

“어이, 슈리엘이라고 했던가? 우리가 충분히 제거할 수 있으니 기다리라고, 순번!”

“네네. 그렇게 하세요. 저희는 안쪽으로 먼저 들어가죠.”

“그러라고.”

위강의 말에 슈리엘은 용병들과 휘하 다크 엘프들을 데리고 밭의 입구를 지나쳐 안쪽으로 들어갔다.

안드레는 정신없이 싸우는 터라 꽤 많은 병력이 입구로 들어가는 것을 전혀 보지 못하고 적들의 침입을 허용해 주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수인족 전사들의 시체가 산처럼 쌓여갔고, 사신 길드원은 겨우 30여 명만 중상을 입은 채 후퇴하였다.

“강진성, 잘 싸우는군.”

위강은 대검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강진성의 모습에 적임에도 그의 실력을 인정하였다.

대검을 휘두르는 농부는 처음이었지만 이제 자신이 나서서 쓰러뜨려야 할 것 같았다. 부하들이 죄다 저 강진성에게 당하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물러서라!”

위강이 직접 손이 클로를 끼고 전장에 들어왔다.

“하, 하지만 저희가 제압할 수 있습니다! 길드장님.”

“잔말 말고 물러서라! 강진성은 내가 상대한다.”

“으음, 알겠습니다.”

안드레를 상대하던 그들은 간격을 벌려 포위 상태로 몰고 갔고 강진성의 모습을 한 안드레는 지쳐갔다.

인간들이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 자신도 나름대로 강한 수인족인데, 힘의 차이가 너무 났다.

“강진성, 나랑 1 대 1 어떠냐?”

위강은 클로를 끼고 안드레의 앞에 나섰고, 그에 안드레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친 거 같은데. 쉴 시간을 주고 싶지만, 우리에겐 시간이 없어서 말이야…….”

위강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쉴 시간은 줄 후에 싸우고 싶었지만 빠르게 끝내기로 마음 먹었다.

“자! 날 즐겁게 해 보라고.”

위강은 지쳐 있는 안드레를 향해 무기로 찔러 들어갔다.

채앵-

안드레는 대검으로 위강의 클로를 막았으나 조금 느렸는지, 옆구리 한쪽을 내주고 말았다.

주르륵-

왼쪽 옆구리에서 흐른 피가 땅바닥을 흥건히 적셨다.

“큭…….”

“겨우 이 정도냐? A랭크 헌터가 맞는지 의심스럽군!”

클로는 갈고리 손톱처럼 생긴 것이었는데, 위강은 안드레를 봐주지 않고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안드레는 꽤 지쳐 있는 상황이었고 대부분 피하지 못하고 공격을 허용했다.

결국 안드레의 몸 구석구석에는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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