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9화
179. 179화
“자, 가야리 마을 습격은 저희 고구려 길드가 하죠.”
“그럼 저희 사신 길드는 강진성을 직접 노리겠습니다. 흐흐흐.”
고구려 길드는 가야리를 학살하기로 하였고, 사신 길드는 강진성을 직접 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슈리엘과 이하늘 대통령 쪽은 강진성의 땅. 즉, 세계수가 있는 곳을 침공하기로 한 것이다.
그들은 생각했다.
강진성이 누군지 몰라도 이 병력을 다 막을 순 없을 거라고. 아까 듣기로는 강진성이 A랭크 헌터라고 했는데 아무리 잘나가는 헌터라고 해도 다구리엔 장사 없다.
S랭크의 헌터라도 이 많은 헌터들을 상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A랭크 이상의 헌터들이 많이 생겨났지만 레이드 또는 대규모 싸움을 못 해 본 애송이들이 많았다.
“대통령님은 여기서 관람하시죠.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고구려 길드장이 이하늘 대통령에게 자신들이 알아서 처리하고 길을 터주겠다고 말했고, 그는 알겠다고 하며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겠다고 하였다.
“자자, 그럼 우리들의 힘을 대통령님께 보여주자고!”
“오오!”
고구려 길드원들은 쥐고 있던 무기를 높게 들며 함성을 질렀다.
이렇게 소란스럽게 해도 인식 장애 스킬이 걸려 있었고 방음도 되어 있었기에 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쯧쯧……. 무식한 고구려 길드 녀석들.”
사신 길드장은 고구려 길드원들을 보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물론 지금 있는 장소가 방음이 된다지만……. 지나가는 주민 중 상위 헌터가 있으면 인식 장애 걸린 이곳을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스킬을 걸어 뒀다고 해도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하는데 저 고구려 길드원 녀석들이 무식하게 날뛰는 것이다.
“길드장님, 저희는 그럼 강진성이라는 자만 노리면 됩니까?”
“그렇다. 그자만 처리하면 우리 임무는 끝이다.”
“식은 죽 먹기 아닙니까? 겨우 A랭크 헌터 하나 처리하는데 저희가 다 동원되다니…….”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하늘 대통령이 하도 얕보지 말라고 하니…….”
“뭐, 저희가 빨리 처리하면 되죠…….”
사신 길드장이 길드원들과 이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고구려 길드가 먼저 현장을 벗어났다.
가야리 마을 봉쇄하면서도 마을을 불태우려고 하는 것이다.
“자자, 시너하고 페인트 준비해!”
미리 챙겨 온 발화 물질들을 꺼낸 그들은 가야리 마을 외곽부터 동서남북, 네 군데 방향에서 화재를 일으킨 뒤 마법사 헌터로 하여금 바람 방향을 마을 중앙으로 향하게 해 화재가 바깥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할 것이다.
“그런데 좀 찜찜하지 않습니까? 길드장님.”
고구려 길드 간부 한 명이 강율에게 말하자 그는 왜 그러냐면서 자신에게 말을 건 간부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저희가 뒤처리 담당이라지만. 가야리 마을 주민들은 죄가 없지 않습니까? 다 죽이기는 좀 그렇다는 거죠.”
“거……. 생각하지 마라. 우리는 돈 받고 하는 거니까…….”
“네, 알겠습니다.”
고구려 길드원들 중 양심에 찔리는 자들이 있는 것이다.
원강율도 이렇게 학살을 저지르는 게 마음에 안 들긴 하였다. 하지만 이미 돈을 받았고, 자신들의 생계가 달린 일이라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다.
“자자, 잔말 말고 빨리 불부터 붙이라고? 사신 길드 녀석들에게 지지 마라! 우리가 먼저 끝낸다!”
길드장의 외침에 다들 신속하게 동서남북 마을 외곽으로 나뉘어 갔고, 시너와 페인트를 마구잡이로 뿌려 나갔다.
은신 스킬을 쓴 터라 그들을 볼 수 있는 마을 주민들은 없었다.
“일이 잘 풀리겠구먼?”
“자자, 빨리 끝내자고!”
그들은 마을 외곽에 발화 물질들을 열심히 뿌렸고, 이제 동시에 불을 붙이기만 하면 되었다.
지지직-
-길드장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제 불을 붙일까요?
“그래 붙여라. 활활 타오르게…….”
-네, 알겠습니다.
그들이 불을 붙이자 발화물질을 타고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각 구역의 마법사들이 바람의 마법을 통해 불길과 연기를 마을 안쪽으로 흐르게 하였다.
불길이 점차 커지면서 마을을 삼켜가자, 자다 깬 일부 주민과 편의점 앞에서 이야기하고 있던 주민이 놀라 ‘불이야!’ 소리치면서 동네 사람들을 깨우고 다녔다.
그 소리에 주민들이 집 밖으로 나와 불을 끄기 시작했고, 어떤 이는 119에 신고하기도 했다.
“자자, 일들 하자고?”
고구려 길드장의 말에 길드원들이 움직였다.
이제 마을 주민들을 죽일 차례다.
단 한 명의 생존자도 남기지 않은 채 말이다.
* * *
“휘유~ 잘 타오르네요?”
이하늘 대통령을 호위하던 자가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이런 짓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에이, 양심에 찔리십니까? 이하늘 대통령님. 인제 와서 빼겠다는 건 아니겠죠? 크크크.”
“으음…….”
“이미 늦었습니다. 빼기에는. 그러니 욕망을 위해서 움직이시죠. 큭.”
그는 살육의 존과 같은 구역에 갇혔던 자였다.
지금은 조은성의 장기 말로 움직이고 있었는데. 이하늘 대통령을 호위하고 있었다.
“아무튼, 이 일만 잘 끝나면 저희도 사면해 주시는 거 맞으시죠? 대통령님.”
그가 이 작전에 참여한 이유는 사면을 받기 위해서였다.
대통령을 호위해 주는 대가로 사면을 받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게 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 그렇다네.”
“이번 작전 잘 풀릴 것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엘프나 잘 챙겨가시죠, 대통령님.”
“…….”
이 작전은 새어 나가면 안 되는 중요한 계획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번 일로 자신을 처리하려고 해도 못 할 것이다. 대통령의 약점이나 마찬가지이니…….
만약 이번 일 이후로 자신을 처리하려고 하면 모든 계획을 담아둔 USB를 방송국에 뿌릴 생각이었다.
“자자, 저희는 좀 더 멀리에서 관전하자고요. 대통령님.”
이하늘 대통령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현장에서 좀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 * *
한편, 고구려 길드 쪽에서는 불을 끄러 나오는 주민들을 하나둘 죽이기 시작했다.
“으악!”
푸슈슉-
“크크크, 재밌구먼…….”
고구려 길드원들은 헌터가 아닌 일반인들을 거리낌 없이 죽여나가고 있었다.
일부는 주저하고 있었다. 아무리 돈을 위해서라지만 헌터도 아니고 아무 죄 없는 일반인을 죽이는 것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이, 신입! 뭐하나? 이거 일이라고. 그러니 죽여! 안 그러면 네가 죽는다.”
고구려 길드 베테랑 헌터가 최근 신입으로 들어온 이들에게 말했다.
그들은 아직도 주저하고 있었다.
“거참, 알아서 하겠지. 뭐. 내버려 두라고, 형준.”
다른 베테랑 길드원이 신경 쓰지 말라며 동료에게 말했다.
“하여간, 요즘 신입들은 패기가 없다니까…….”
베테랑 길드원들은 적대하는 헌터들도 꽤 많이 죽여봤기에 망설임 없이 나아가고 있었다.
상대방이 일반인이라고 하더라도 돈을 위해서라면 죽일 수 있다.
“우욱…….”
고구려 길드 신입들은 사방에 널린 주민들의 시체를 보며 헛구역질을 했다.
“쯧쯧쯧……. 겨우 이 정도로 헛구역질하는군.”
고참들은 헛구역질하는 신입들을 지나치면서 말하였다.
“이, 이건 너무하잖아…….”
“굳이 주민들까지 죽여야 하는 거 맞아?”
“욱…….”
신입들은 무기만 들었지, 싸울 의지가 없었다.
그들의 주춤거림에 주민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신입들 괜히 데리고 나온 거 아닙니까? 길드장님.”
가까이에 있던 간부 한 명이 말하자 다른 간부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흐흐흐, 어차피 다 경험해 봐야 해. 겨우 이 정도도 못 버티면 고구려 길드원이 아니지.”
“뭐, 그건 맞습니다.”
“자자, 다들 빨리 처리하자고!”
가야리 마을에는 약 300명 이상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들 중 자경대 헌터들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모였다.
“청년 회장님, 이제 어떻게 하죠……? 적이 너무 많습니다.”
“119를 불렀는데도 아직 오지 않고 있습니다!”
“119는 왜 안 오는 거야? 부른 지 30분이 넘어가는데, 젠장!”
“이거 대체 어떻게 해야…….”
다들 공황 상태에 빠졌다.
가야리 마을 청년회장은 짧게나마 고민한 후 자경대에게 말했다.
살아 있는 마을 주민들을 구조해서 회관으로 피신시키라고 말이다. 일단 사람의 구조가 우선이다.
“다들 들었지? 빨리 주민분들부터 구한다!”
자경대 대장은 가야리 마을에서 B랭크 헌터이자 용병 생활을 오래 한 자였기에, 그의 말을 따랐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마을 청년회장은 화재에 더해 정체불명의 적들로 인해 머리가 아파져 왔다.
* * *
“사, 살려주세요. 커억.”
푸아악-
살려달라는 주민을 향해 검을 날리는 고구려 길드원이었다.
“후, 여기 주민 많기도 하고만…….”
“대강 정리한 거 같으니 이제 중앙에 있는 상가들부터 습격하시죠?”
“그래, 거기로 간다.”
서쪽을 담당하던 간부가 길드원 50명을 이끌고 마을 중심 상가 밀집 구역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해 보니 자경대로 보이는 이들이 주민들을 구조하면서 길드와 싸우고 있었다.
“자경대인가 봅니다. 조장님.”
“얘들아, 쓸어 버려라!”
“네, 조장님!”
전투 중에 고함이 들렸고, 자경대가 그쪽을 바라보니 50명은 되어 보이는 적이 추가된 것이 아닌가.
“큭. 너무 많아.”
“빨리! 어서 일로 오세요!”
편의점에서 방어하고 있던 한예린이 문을 활짝 열어 가까이에 있는 자경대와 주민에게 손짓했다.
“어서 이리로 들어가자고!”
일부 주민은 자경대의 부축을 받으며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고 미처 피하지 못한 주민은 그들에게 죽어갔다.
쾅-
편의점으로 피신하자 예린은 편의점 문을 잠그고 각종 가구로 입구를 막았다.
편의점에는 상처를 입은 주민과 자경대 약 20여 명의 사람이 있었다. 편의점 자체가 작은 곳이 아니라서 20명이 있음에도 좁지는 않았다.
“예린아.”
“네, 점장님.”
“네, 치유 스킬로 이들을 도와주거라.”
“네, 알았어요.”
점장은 주변을 살펴보기 위해 뒷문으로 향했고, 예린은 상처를 입은 주민들을 치유 스킬로 치료하기 시작했다.
“고, 고맙습니다. 크윽.”
팔을 심하게 다친 이가 예린의 치유 스킬로 조금 나아졌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예린이 물어봤지만, 그도 상황을 잘 모르는 듯하였다.
“화재로 시작되었고 갑자기 정체불명의 적들이 나타나 마을 주민들을 죽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저희도 모릅니다.”
편의점을 늦게 들어와 피신했던 자경대가 상처를 입은 이 대신 대답해 주었다.
“왜 이런 일이…….”
예린은 이 평화로운 마을에 왜 이런 일이 닥쳤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예린아.”
“네, 점장님. 뒷문은 지금 괜찮은가요?”
“그래, 뒷문은 잘 막아두었으니 걱정할 거 없단다.”
“앞문은 어떻게 하죠?”
“앞문도 걱정하지 마라. 편의점 유리는 아는 연금술사 헌터에게 말해서 제작한 특별한 방탄유리란다.”
“설마 A랭크 헌터 이상도 견딘다는 방탄유리인가요?”
“그래. 왠지 필요할 것 같아서 준비해 두었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도대체 점장님의 정체가 무엇이길래 편의점 유리가 특별 수주 제작한 방탄유리일까.
자신이 이곳에서 아르바이트한 지는 겨우 몇 주지만, 점장님이 평범한 헌터는 아닌 거 같았다.
“이제 어떻게 하죠?”
“글쎄다. 일단 내가 아는 헌터에게 도와달라고는 말했지만, 그가 언제 도착할지 모르겠구나…….”
“아는 헌터분이요?”
“그래, 이 일을 해결할 헌터이지.”
“강력한 분인가 보네요?”
“그렇단다.”
누가 오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헌터라면 최소 AAA랭크 이상 헌터거나 국가에 소속된 강력한 사람일 것이다.
예린은 빨리 이 사태가 끝나기를 조용히 기도하며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 * *
“정리 다 끝났나?”
고구려 길드장이 마을 중앙으로 설렁설렁 걸어오며 먼저 도착한 간부에게 말했다.
“아, 그게 일부는 상가와 편의점 그리고 마을 회관 쪽에 들어가 진을 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마을 주민 절반은 죽인 거 같은데. 아직도 꽤 남아 있나 보군.”
“남은 자들은 방금 제가 말한 건물들에 숨어 있을 겁니다, 길드장님.”
“그러면 빨리 처리해야지? 안 그런가?”
“네, 넷. 처리하겠습니다. 길드장님!”
간부는 바짝 얼어붙은 채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건물들에 콕 박혀 있는 남은 이들을 처리하라고 말이다.
“화염방사기든 뭐든 다 동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