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6화
176. 176화
다행히 외삼촌은 군주들에 대해서 모르는 듯 보였다.
“그들이 왜 너를 노리는 거냐?”
“사실대로 말씀드릴게요.”
부모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상태라 진성은 숨김없이 말했다.
시스템에 관한 것은 조금 숨겼다.
말할 수 있는 것까지 말하자 외삼촌은 큰 고민이 되었다. 생각보다 큰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왜 자신의 조카가 시스템에게 선택되었으며 이렇게 고생하는지 마음이 아파진 것이다.
“시스템에 관련된 무언가 때문에 제가 노려지는 것 같아요. 외삼촌.”
“그렇구나……. 도울 일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라. 내가 소속된 길드는 강력한 길드니까 도움이 꽤 될 거다. 진성아.”
“네, 감사합니다. 외삼촌.”
진성은 아직도 강유의 시체가 눈에 아른거렸으나, 부모님의 생사를 확인했으니 한시름 놓아 꾹 참고 있었다.
앞으로 강유 말고도 또 다른 헌터를 자신의 손으로 죽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아무리 큰 위기가 와도 시스템에게 몸을 절대로 맡기지 않을 것이다.
“부모님은 외삼촌이 보호해 주세요. 저는 이번 일의 배후를 철저하게 파악해야겠어요.”
“그래 맡겨만 두어라. 당장 이 건물에만 실력 있는 헌터 50명 이상 상주하고 있다. 그리고 주변 길드들도 나와 우호 관계이기 때문에 당장 달려올 녀석들도 많고.”
“네……. 그럼 저는 이만 해야 할 일을 하러 가겠습니다. 외삼촌, 엄마, 아버지.”
진성은 외삼촌과 부모님께 인사를 하고 나서려고 했으나 엄마가 다가와서 진성을 꼭 껴안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조심하렴, 아들……. 다치지 말고.”
“네, 최대한 안 다치게 노력해 볼게요, 엄마…….”
“그래, 잘 갔다 와라. 진성아.”
“네, 아버지…….”
부모님과 짧은 작별을 마친 후 길드 건물에서 나왔다.
“아빠. 안심해도 될 거 같아요. 주변을 감지해 보니까 당장 이 건물에 있는 헌터들, 꽤 실력 높은 사람들인 거 같아요.”
“그러니? 그러면 내가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얘기지?”
“네……. 이제 저와 같이 배후를 찾으러 가요.”
“그래……. 세린아, 잠시 친구들에게 연락 좀 할게.”
“네, 아빠!”
진성은 부모님은 확인했으니 성현이와 시우에게 연락을 했다.
시우는 문자로 현재 사태 수습하고 도와주느라 바빠서 만나지 못한다고 답장이 왔고 성현이는 영등포 공방에서 다친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거들며 바쁘다고 하였다.
다행히도 두 친구는 다치지 않은 것 같았다.
“아! 그러고 보니 세린아, 아까 환영술사 헌터가 쓰러지고 했을 때 판교역으로 돌아왔잖아……. 그런데 왜 우리밖에 없었던 거니?”
“그건 시스템이 저희만 빠져나오도록 한 거 같아요.”
“아……. 그렇구나.”
“아빠……. 왠지 이번 사태가 더욱 장기적으로 될 거 같은 느낌이 팍팍 들고 있어요. 일단 밭으로 돌아가서 재정비하는 게 어떨까요?”
진성은 세린의 의견에 찬성했다.
황금 사과를 흡수했어도 몸의 상처만 나은 거였고 시스템의 빙의를 받아들여서 온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운동을 격렬히 하다가 온 것처럼 여기저기 쑤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성의 몸상태를 알고 있기에 세린이가 권유한 것이다.
“세린아, 돌아가자.”
진성은 판교역 근처에 주차해 둔 자신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진성이 차를 타고 돌아가는 것까지 확인한 자가 있었다.
“네. 돌아갔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계속해서 감시해라.
“네, 알겠습니다…….”
그 정체불명의 헌터는 진성을 쫓아갔다.
* * *
판교역에서 빠져나온 진성은 정신없이 차를 몰아 집에 도착하자마자 방으로 들어왔는데 졸음이 몰려와 씻지도 못하고 픽하고 쓰러져 잠이 들었다.
빙의의 후폭풍이었을까?
끄응차-
세린이는 바닥으로 픽 쓰러진 진성을 침대로 옮겼고 옆에서 간호를 하였다.
시스템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결과였다.
이 상태라면 꼼짝없이 24시간 이상 잠들어 있어야 했다.
아직 시스템을 받아들이기엔 진성의 몸은 그릇으로써 완성되지 않았다.
감당할 그릇이었다면 쓰러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빠가 잠든 동안…… 내가 여기를 지킬 거야.”
세린이는 품속에 가지고 있던 씨앗을 진성의 집 주변에 뿌렸다.
그 씨앗들은 일반인이 보면 그냥 잡풀처럼 생겼지만, 적들이 접근하면 세린이에게 알람을 줄 뿐만 아니라 공격까지 하는 식물이다.
진성은 잠에 빠져들었고 세린은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강진성이 집에 들어간 지 1시간째 나오지 않은 거로 봐선 쉬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판교역에서부터 진성의 집까지 추격한 한 헌터가 멀리서 떨어져 누군가에게 무전기로 보고하고 있었다.
-강진성이 바깥으로 나와 이동하는 경로까지 파악해라.
“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시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무전기가 뚝 끊기고 그 헌터는 진성의 집을 멀리서 감시하고 있었다.
“후…… 내가 이런 애송이까지 감시해야 한다니.”
그는 담배를 입에 물면서 혼자 감시를 이어나갔다.
* * *
“이제 때가 되었다…….”
진호는 본사와 가까운 어느 빌딩에서 하운드 팀과 사천 팀 그리고 용병들을 집결시켰다.
인원은 600명에 육박하였다.
진호를 보좌하는 13명의 헌터 즉 태균이 이끄는 덴버팀이라는 집단은 현재 이곳을 떠나 조은성 헌터에게 도움을 주러 간 것이다.
“드디어 도련님의 시대가 온 것입니다.”
사천 팀 이호영 팀장은 본사로 쳐들어갈 준비를 모두 끝마쳤다고 한다. 이 600명의 병력을 막을 수단은 없었다.
단숨에 이 많은 병력이 본사로 쳐들어가면 주변이 혼란이 일어나겠지만, 이하늘 대통령이 미리 손을 써두었다. 지역 경찰들을 이용해서 주변을 통제했다.
“흐흐흐, 아버지…….”
진호는 광기에 물들어 있었다. 이제 아버지를 감금시키고 자신이 현성기업을 먹는 것이다.
“지금 본사 건물에는 경비 병력 50여 명과 회장님 직속 헌터 6명밖에 없는 걸로 파악됩니다. 나머지 병력은 모두 산하 기업을 도우러 가서 정신이 없을 것입니다…….”
“본사에 남아 있는 헌터 중에 위험인물은?”
“네, 회장님 직속 부하 AA랭크 성기사 곽진호 헌터가 있습니다.”
“아……. 곽진호라……. 그 괘씸한 녀석은 나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지…….”
“곽진호 헌터는 꽤 강합니다. 하지만 저희 600명이라면 그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습니다. 다구리에 장사 없습니다. 도련님.”
“그래……. 그러면 시작하지.”
“네, 도련님. 다들 준비되었나?”
“네, 팀장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호영 팀장은 자신의 부하들 그리고 용병들에게 마지막 점검을 끝내라고 서둘렀다.
이제 도련님이 당당하게 본사에 들어가 왕좌에 앉는 것이다. 본사에 갇힌 하운드 팀 간부들과 팀장을 구하고 현성 기업 전체를 먹으면 끝이 난다.
이시우와 이진우 도련님들은 다 외부에 나가 있어서 본사를 점령하고 회장님을 인질로 잡으면 아무런 힘을 못 쓰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오후 3시입니다. 도련님.”
“들어가라!”
“넵!”
이호영의 지시 아래 수많은 헌터들이 여러 갈래로 빠져나갔고 이호영과 일부 강한 헌터들이 이진호를 호위하면서 본사로 들어갔다.
본사 입구에 있던 경비 인력 일부는 수상한 헌터 수백 명이 들어오자 깜짝 놀라 급하게 대응했으나 결국 하나둘 무너져 갔다.
“이, 이진호 도련님? 대체 왜……!”
한 경비 헌터가 진호를 알아봤으나 이호영은 그를 빠르게 제압했다.
“이젠 도련님이 회장님 자리에 앉게 되는 거다.”
“크윽……. 이 일을 시우 도련님이나 진우 도련님이 알게 되시면 가만두지 않으실 겁니다!”
진호 앞에서 외치는 그 경비 헌터에게 호영은 주먹을 날려 그를 제압했다.
“가시죠! 도련님. 아니, 회장님.”
“그래. 이호영 팀장.”
1층, 2층 그리고 5층까지 제압해가 면서 올라왔다. 수백 명의 앞에서 겨우 50여 명의 병력은 금방 무너질 뿐이었다. 아무리 강한 인력들이라지만, 다구리에는 장사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층 회장실 앞.
그곳을 AA랭크 곽진호 헌터와 A랭크 헌터 5명이 앞을 지키고 있었다.
“이진호 도련님……. 이거 장난이라고 하기엔 심하지 않소?”
“뭐가 장난이라는 거지? 내가 내 왕좌에 앉겠다는데…….”
“허허허, 그만 장난치고 돌아가십시오. 마지막 경고입니다.”
곽진호 헌터의 기세가 바뀌었다.
역시 아버지를 호위하는 강력한 헌터 중 한 명이다. 이호영 팀장이 식은땀을 흘릴 정도였다.
아무래도 AA랭크와 A랭크의 실력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를 쓰러뜨려라!”
진호의 말에 수백 명의 헌터들이 곽진호와 그의 직속 부하들에게 달려들었다.
곽진호가 랜스로 그들을 날려 버렸다.
“크아악!”
“가, 강하다!”
곽진호 헌터의 공격 한 방에 30명이 쓸려나갔다.
“겨우 이정도입니까? 약한 조무래기들만 모아오셨군요. 이진호 도련님.”
“계속해서 협공해라!”
이호영 팀장의 지시 아래 뒤에 있던 헌터들이 갈고리를 그들에게 던졌고 그들의 옷이 잡혀서 끌려오기 시작했다.
곽진호는 피했지만, 직속 부하들은 손을 못 쓰고 있었다.
“어이쿠……. 참 비겁하십니다? 수백 명으로 저희를 습격하시다니.”
곽진호가 도발하자, 진호는 화가 나 직접 앞으로 나서게 되었다.
“회, 회장님!”
“내가 처리하겠다. 부하들을 물려라.”
“네……. 알겠습니다.”
진호가 앞으로 나서자 이호영 팀장이 말리려고 했으나 진호가 꽤 분노한 상태였기에 어쩔 수 없이 부하들을 물렸다.
“호오? 직접 저를 상대하려고 하십니까? 진호 도련님은 일반인으로 알고 있는데……. 제가 안 보는 사이에 각성이라도 하셨습니까?”
“그래……. 각성했지…….”
“흐음 기세를 보니 약한 랭크는 아닌 거 같은데…….”
“너를 이길 수 있는 만큼의 힘을 가졌다. 그러니 손을 내밀지. 내가 이 힘을 쓴다면 너는 죽는다. 그러니 항복해라. 곽진호 헌터.”
“허허허……. 농담도 과하십니다, 도련님.”
“그럼 농담인지 아닌지 시험해 볼 텐가?”
“네, 오십시오. 도련님.”
진호는 염력을 사용하는 헌터였다. 순수한 염력은 아니었고 어둠의 씨앗을 받아들여 마력이 타락한 상태였다.
검은색 기운으로 뭉친 염력 공격이었던 것이다.
“검…… 은색? 도련님 대체…….”
검은색 기운은 처음 봤다.
염력은 순수한 붉은색 불꽃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검은색이라니.
“하하하, 죽어라. 곽진호!”
이진호는 염력을 오직 전방에 보이는 그와 헌터 5명에게 날려졌다.
곽진호는 간신히 피했으나 뒤에 있던 부하들은 염력 공격에 맞아 픽 쓰러졌다. 모두 즉사하였다.
“위험한 공격이로군요……. 이거 장난 아닌데?”
“그러니 아까 항복하지 그랬나? 곽진호…….”
곽진호는 꽤 불리한 상황이 되자 회장실 안에 있는 회장님부터 피신시켜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자신은 못 막을 것 같았다.
하필 이인우와 다른 부하들이 산하 기업으로 파견되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이런 안 좋은 일이 벌어지다니…….
“이 계략은 진호 도련님이 꾸미신 겁니까?”
“그래……. 물론 조력자도 있었지만, 아버지에 대한 나의 복수다.”
“정말 많이 어긋나셨군요……. 과거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그만 죽으라고, 곽진호. 넌 말이 너무 많아!”
진호는 다시 검은색 기운의 염력을 만들어 진호에게 날렸고, 진호는 피하며 진호에게 달려들었다.
염력의 사정거리 빈틈을 찾아낸 것이다.
“회, 회장님!”
이호영 팀장이 이진호를 보호하기 위해 뛰어들었으나 박진호의 랜스 공격이 이진호의 코앞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지지직-
이진호의 염력 기운이 랜스를 막아내었다.
곽진호는 꽤 당황했다.
자신의 일격을 막다니…….
“후후, 내가 대비 못 했을 것 같은가? 이미 자네의 패턴은 다 익힌 후였다…….”
“크윽……. 이런.”
“잘 가라, 곽진호.”
이진호는 그를 염력으로 죽이려는 순간, 회장실 문이 갑자기 열리며 그만두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지…….”
“그를 놔 주어라. 진호야.”
“싫습니다만?”
“순순히 내가 너에게 회장직을 물려주겠다…….”
“좋습니다.”
진호가 순순하게 받아들이자 회장은 조금 안도했다.
곽진호는 여기서 죽을 인재가 아니다. 시우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파지직-
“크아악.”
이진호는 자신을 앞에 두고 다른 생각하는 아버지를 위해 놔주는 척하다가 염력으로 곽진호를 죽여 버렸다.
그런 후에 그를 놔주었다.
“하하하, 제가 순순히 놔줄 거라 생각했습니까? 어리석군요…….”
“대체…… 왜 이렇게 변한 것이냐…….”
“왜냐구요? 다 아버지와 시우 때문입니다……. 하하하.”
이진호는 잔인하게 변해 버렸다.
왜 이렇게 변한 것일까? 그놈의 차기 후계자 자리 때문일까? 권력의 욕심에 물들어 버린 것일까?
“아버지는 이제 감금당하시죠……. 이호영 팀장! 아버지를 가두어라.”
“네, 회장님.”
이호영 팀장은 부하들을 시켜 전 회장님을 끌고 가도록 하였고, 진호는 회장실로 들어가 왕좌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