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5화
175. 175화
강유의 말에 진성은 고민이 들었다.
대체 누가 데려간 것일까?
부모님은 거주지를 판교로 옮긴 이후 저택에서 잘 안 나가시는 걸로 알고 있었다.
외삼촌이 데려간 것일까? 외삼촌이 부모님을 피신시킨 거라면 안심이 될 텐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래서 강진성, 나와 승부를 보자꾸나. 어차피 지금 후퇴해서 돌아가 봤자 처리당할 뿐이니까…….”
“아빠. 그냥 무시하고 가요.”
“어허! 꼬마 아가씨. 사나이들의 싸움에 끼어드는 건 아니지.”
강유는 세린을 향해 창을 찔렀다.
하지만 진성이 삽으로 그의 무기를 쳐내었다.
“호오?”
“나랑 1대1을 원하는 건가요?”
“그래, 얼마나 강한지 진심을 다해 보라고. 그러면 이 사건의 배후를 알려주지.”
어차피 그는 조은성의 계획이 성공하든 망하든 별로 상관없었다. 자신의 재미를 위해서 참가한 것뿐.
“배후…….”
진성은 이 사건의 배후를 알아야 추후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물론 군주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느 군주냐에 따라 생각이 달라질 수 있었다.
“아빠……. 힘내세요.”
“응, 세린아. 기다려. 금방 끝낼게.”
“자, 와라! 강진성.”
강유는 창을 꽉 쥐고 자세를 제대로 잡았다. 한 번에 찔러 들어갈 기세였다.
진성은 자세를 고치고 삽을 쥐었다.
빨리 그를 쓰러뜨리고 부모님을 찾으러 가야 했다. 친구들도 걱정되지만 가족이 먼저다.
“받아라!”
강유는 정직하고 일직선으로 창을 찔렀다.
진성의 그의 무기를 쳐내려고 힘을 주어 창을 쳐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강유의 힘이 강해 창이 계속해서 일직선으로 들어와 조금 당황했다.
“흐흐흐, 아직 경험이 적은 애송이군……. 너보다 강한 자는 별로 안 만나봤나 보군.”
진성은 황급히 피했지만, 창은 그의 왼쪽 뺨을 스쳐나갔다.
촤아악-
진성의 왼쪽 뺨에 작은 상처가 나고 피가 조금 흘러나왔다.
세린이는 걱정되었다.
“강하군요……. 당신은 왜 범죄자가 된 거죠?”
“나? 국가에 버림을 받고 범죄자가 된 타입이지. 하지만 내 과거 이야기는 너에게 중요하지 않지. 잔말 말고 싸워라! 강진성.”
강유는 창을 길게 휘두르며 진성을 공격했는데 보기에는 굉장히 느린 공격이었지만 꽤 묵직했다. 잘못 맞으면 큰 부상을 당할지도 모르는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진성은 여태까지 적을 만나더라도 거의 고전하지 않고 이겨왔다.
여태까지 만난 적 중에 남궁현을 제외하곤 자신보단 다 약했기에 강유를 조금 얕잡아 보고 있긴 했었다.
하지만 붙어보니 꽤 강한 사람이었다.
“흐흐흐, 어떠냐? 강진성. 이것이 진정한 A랭크 헌터의 힘이다!”
처음에는 창으로 묵직한 공격을 했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자 그의 손이 조금 풀렸는지 속도가 빨라졌다.
너무 빨라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안 보일 정도였다.
“삽으로 쳐내기만 하다니…… 농부 헌터라서 그런 건가?”
“큭…….”
진성은 막아내기만으로도 바빴다.
“겨우 이정도인가? A랭크 헌터 강진성! 진심을 다해서 덤벼라!”
진성의 몸에 잔 상처들이 생기고 있었다. 옷 여기저기가 찢어지고 피가 흘러 점점 피범벅이 되어 가고 있던 것이다.
세린은 끼어들려고 했지만, 진성이 손으로 오지 말라고 하였던 것이다.
“아빠…….”
“강진성, 실망이다. 겨우 이정도 실력이었다니…….”
농부 헌터가 아니라 정령사라서 그런 건가?
강유는 꽤 실망한 눈치였다.
농부 헌터가 아니라 정령사로 인식을 하게 되었다.
“아직…… 안 끝났습니다.”
“기세는 좋군……. 하지만 넌 너무 약해……. 마지막이다. 강진성……. 진심을 다해 싸워라!”
강유는 진성이 아무리 약한 정령사여도 진심을 다한 공격을 받고 싶었다.
뭐랄까, 굉장히 안타까웠다.
아무리 적이라지만, 적에게 정중한 진성이 나쁘지 않아 보였던 것이다.
“갑니다…….”
진성은 삽으로 막으며 버텨냈지만, 여기서 그를 이기지 못한다면 가족을 만나러 가지 못한다.
여기서 쓰러지기에는 그동안 이뤄놓은 게 많았던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고 있을 때…… 시스템이 진성에게 말했다.
-강진성 님…… 저에게 잠시 몸을 맡겨보지 않겠습니까?
시스템이 이런 제안을 해 올 줄은 몰랐다.
확실히 지금 자신의 힘으로는 강유를 이기지 못한다. 그러기에 진성은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고 시스템에게 사인을 주었다.
시스템에게 맡겨보겠다는 의미였다.
촤아아앙-
결국 창으로 진성을 찌른 강유였다.
묵직한 공격이 들어간 것이 손으로 느껴졌다.
“겨우 이정도에 불과했군……. 실망이다. 강진성.”
진성은 고개를 떨군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공격을 맞은 채로 죽은 줄 알고 강유는 뒤를 돌아 이 현장에서 나가려고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엄청난 기운이 쏟아지며 강유의 등에 삽이 내려쳐졌다.
퍼억-
“크어억…….”
강유는 완전히 방심한 상태에서 당한 진성의 공격에 등이 너무 아파졌다.
“……살아 있었군.”
뒤를 간신히 돌아보니 진성의 얼굴은 뭔가 무표정이었다.
아까의 기세와 너무도 달랐다. 그의 초점 없는 눈을 보자니 공포심이 몰려왔다.
아까의 그 강진성이 맞는 건가?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방금의 일격, 강했다……. 칭찬해 주지 강진성!”
강유는 다시 창으로 진성에게 공격을 날렸지만, 진성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공격을 막으며 강유를 농락하였다.
“무슨…… 이런 힘이? 아직도 남았다고?!”
강유는 꽤 당황한 눈치였고, 무표정한 진성의 공격은 갑자기 매서워졌다.
세린이는 진성의 눈을 보고 시스템이 개입한 것을 알아차렸다.
결국, 아빠는 시스템에게 모든 몸을 맡긴 것이다.
세린은 진성이 매우 걱정되었다.
시스템에게 몸을 맡기면 아마 온몸이 망가질 것이다.
아빠는 그걸 알고 허가한 것일까?
퍼억, 퍼억-
강유는 일방적으로 당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진성의 삽 공격과 주먹에 대책 없이 맞고 있었다.
강력한 공격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초보자의 공격이었는데, 지금은 살기가 가득하고 베테랑의 공격이었기 때문이었다.
“쿨럭……. 이중인격인가?”
너무도 다른 기세에 ‘이중인격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
진성은 아무 말이 없었다.
“무섭군…… 이중인격이라면…….”
강유의 몸이 더 엉망진창이었다.
진성의 몸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
“여기까지인가…….”
강유는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 점점 힘이 온몸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말했다.
“여기서 끝내라. 강진성…….”
“아빠! 안 돼요!”
하지만 이미 시스템에 몸을 맡겨 버린 진성이었으므로 세린이의 말이 전달되진 않았다.
여기서 강유를 죽인다면 처음으로 살인하게 되는 것이다.
여태까지 진성은 무수히 많은 적을 만나면서 몬스터는 죽여봤지만, 살인을 한 적은 없었다.
“…….”
촤아악-
삽을 휘둘러 때린 게 아니라 그를 베었다.
세린이가 날아와서 막았지만 이미 늦었다. 시스템이 원하는 대로 되었다.
“시스템! 당장 아빠의 몸에서 나와!”
세린이는 강한 빛의 기운을 만들어 진성의 몸에 불어넣었다.
기 빛 때문에 진성의 몸이 잠깐 흔들렸고 시스템의 개입이 끊어졌다.
“허억허억…….”
“아빠. 괜찮아요?”
“세, 세린아……. 내가 이긴 거니?”
“네……. 시스템의 도움으로 이겼어요. 하지만…….”
“……!!”
진성이 강유를 보았을 땐 삽날에 베여 죽은 상태였다.
시스템이 자신의 몸을 이용해 죽일 필요까지 없었던 그를 죽인 것이다.
“아빠의 잘못은 없어요 다 시스템의 잘못이니까요.”
“웨웨웩.”
아무리 시스템이 자신의 몸을 지배했다지만, 자신이 죽인 거나 다름없었다.
약간의 트라우마가 생긴 진성은 강유의 시체 앞에서 헛구역질하였다.
그런 진성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해 주는 세린이었다.
그리고 세린이는 속으로 시스템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시스템……. 나쁜…….’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저자는 강진성 님을 계속 노렸을 겁니다.
‘죽일 필요는 없었잖아! 저번처럼 또 수호자를 망가뜨릴 셈이야?’
-그런 의도는 아닙니다. 노여움을 푸십시오. 세계수의 정령왕이시여.
‘절대로 용서 안 해. 시스템…….’
-세린 님에게 용서를 바란 행동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강진성 님을 살리기 위한 행동이었음을 알아주십시오.
‘아빠는 진심으로 시스템을 믿었어……. 그런 아빠를 망가뜨리는 행동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야!’
-알겠습니다…… 강세린 님.
시스템과의 텔레파시를 끝낸 세린이는 진성을 잘 다독였다.
“아빠. 일단 가족분들부터 찾아봐요.”
헛구역질하며 힘들어하던 진성이 이를 악물고 가족을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눈앞의 현실은 너무나 거북했다.
“시스템…… 환상을 풀어줘.”
세린의 말에 시스템은 환상을 풀고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그러자 사방이 시끌시끌해지며 평소의 판교역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아빠……. 가요.”
“응……. 세린아.”
진성의 온몸이 피투성이였는데, 이목이 쏠리지 않게 판교역의 어두운 골목으로 가서 인벤에 있던 옷을 꺼내 갈아입고 황금 사과 한 개를 섭취하였다. 그러자 온몸에 황금빛이 나면서 상처가 치유되었다.
“아빠, 괜찮아요? 버틸 수 있어요?”
아까의 일에서 트라우마가 생긴 탓일까, 진성의 안색이 평소보다 어두웠다.
세린이가 무척 걱정하고 있자 진성은 고개를 흔들면서 괜찮다고 하였다.
“일단 판교역 주변에 외삼촌 사무실이 있으니까…… 거기로 가 보자, 세린아.”
“네, 아빠……. 일단 저는 다시 투명화로 돌아갈게요.”
“그래, 세린아…….”
자꾸 강유의 시체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하지만 일단 부모님부터 생사를 확인해야 했다.
진성은 외삼촌 번호에 문자를 보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답장이 오지 않자 더욱 불안해졌다.
판교역에서 조금 떨어진 삼촌의 사무실로 이동하였다.
꾸불꾸불 골목을 따라 들어가니 길드 사무실들이 모여 있는 건물들이 나왔다.
“길드명…….”
외삼촌에게 얼핏 들은 거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거기서 서성이면서 길드명을 생각해 내고 있었는데 진성의 폰에 진동이 울리면서 누군가에게 연락이 왔다.
“여보세요?”
-진성아.
“외삼촌! 혹시 부모님 어디 가셨는지 아시나요?”
-걱정 마라. 내가 대피시켰으니까.
“하아……. 다행이다. 어디 계세요?”
-판교 사무실에 있단다. 문자로 주소를 보낼 테니 그쪽으로 오너라.
“네, 감사합니다. 외삼촌.”
진성은 전화를 끊고 문자가 오길 기다렸다.
다행이다. 부모님은 외삼촌이 대피시킨 것이다. 정말 한시름 놨다. 이제 부모님을 뵈러 갈 시간이다.
진성은 문자로 주소를 확인했다.
직진해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건물 하나가 나온다는 내비게이터를 따라 걸어가 보았다.
그러자 큰 빌딩 하나가 나왔는데 그 건물 전체가 외삼촌 사무실인 것 같았다.
빌딩 앞에는 헌터로 보이는 자 두 명이 지키고 있었는데 진성이 다가가자 순순히 길을 열어주었다.
외삼촌이 미리 얘기해 둔 것일까?
“외삼촌은 몇 층에 있나요?”
그들 중 한 명이 5층이라고 대답하였다.
“감사합니다.”
“네, 어서 들어가십시오.”
진성은 1층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5층에 도착해 방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부모님과 외삼촌이 보였다.
“엄마…… 아버지!”
진성은 부모님에게 달려갔다.
“무사했구나. 아들…….”
“걱정이 많았다. 진성아.”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그리고 습격에 대해서 알고 있었어요?”
“그건…… 네 외삼촌이 말해 줄 거다.”
아버지의 말에 진성이 외삼촌을 쳐다보았다.
사실 외할머니가 아직도 진성의 가족을 마음에 안 들어 해서 감시하는 목적에서 길드원 중 몇 명을 힐스에 배치해 감시했는데, 불온한 움직임이 보여, 외할머니가 보낸 인물들인 줄 알고 미리 대피시켰다고 하였다.
“다행이군요…….”
“그런데 그들은 어머니가 보낸 인물들이 아니었지……. 진성아, 누군지 짐작이 가니?”
외삼촌이 묻자 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배후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아까 시스템에 빙의 되어 있던 순간에 강유를 죽여서 배후를 듣지 못했던 것이다.
강유의 처참한 모습이 다시 머릿속에 떠오르자 뭔가 올라올 것 같았다. 하지만 꾹 참고 이야기를 꺼냈다.
진성의 어두운 기색을 보고 찬성은 아들이 뭔가 고생을 많이 했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럼 누구인지 알려줄 수 있니?”
외삼촌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네……. 군주와 관련 있는 자들이었어요.”
“군주라……. 처음 듣는 인물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