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3화
173. 173화
“박도현은 조심해야 할 인물입니다. 그가 올곧은 길로 갔었으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존재로 거듭났을 겁니다.”
“그만큼 대단한 헌터라는 소리군요…….”
“네, 그렇습니다. 제가 가르친 학생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천재입니다.”
서길수 팀장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박도현을 힐끔 보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박도현이 왜 저렇게 됐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길수 팀장. 한소율 부팀장이 저자를 쓰러뜨릴 수 있을까요?”
“네. 가능합니다. 지금은 대등하게 싸우고 있지만, 박도현의 단점은 체력이 금방 바닥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금방 지칠 겁니다.”
“서길수 팀장 말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는?”
“그럴 땐, 제가 나서겠습니다. 도련님.”
“네, 그렇게 하도록 하세요. 대부분의 범죄자는 처리 된 거 같으니까요.”
서길수 팀장과 이시우의 대화가 진행되고 있을 때, 시리우스 팀과 건물 경비들과 전력을 다해 잔챙이 범죄자들을 모두 쓰러뜨린 것이다.
시간이 지나자 이제 남은 건 박도현 혼자였다. 한소율 부팀장은 그와 싸우고 있다가 서길수 팀장이 앞으로 나서는 기척을 알아차렸고 그대로 빠지며 시우의 호위에 나섰다. 지친 박도현 앞으로 서길수 팀장이 나서 도현의 앞을 가로막았다.
도현이 서길수 팀장을 아는 체했다.
“서 교관님. 오랜만이군요.”
“그래, 박도현…….”
둘은 그 한마디를 주고받았고, 도현이 먼저 선제공격을 가했다. 긴말은 필요 없는 것이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자가 누구든 죽여 버리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설령 가족이 막더라도 죽일 셈이었다.
서 팀장은 그런 도현의 공격을 피하면서 말을 건넸다.
“학생 때에 비해 공격이 꽤 날카로워졌군. 박도현 학생.”
“흐흐, 감사합니다. 서 교관님. 하지만 저는 서 교관님을 뛰어넘겠습니다!”
도현의 공격이 더욱 빨라졌고 서 팀장은 간단하게 피해 냈다.
시우는 둘이 대등하게 싸우는 모습에 서길수 팀장이 당연히 저자를 제압하리라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싸움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길수 팀장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였다.
“하하하, 어떻습니까? 제 공격이!”
“꽤 강해졌군. 그리고 체력도 그 시절에 비해 늘었고.”
“그렇죠? 그러니 여기서 이만 죽어주시죠! 서 교관님!”
전투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리한 건 서길수 팀장이었다.
자신의 뒤에 이시우 도련님이 없었다면 제대로 싸울 수 있었을 것이다. 지키는 싸움은 참 어렵다.
“왜 그러십니까? 서 교관님! 겨우 이 정도였습니까?”
박도현은 계속해서 서길수를 도발하였다.
그가 이렇게 약할 리가 없었다. 서길수 교관은 아카데미 교관 중에서도 최강이라고 불렸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도현은 자신이 갇혀 있는 2년 동안 약해진 서길수 팀장에게 실망감이 들었다.
“정말 실망입니다…….”
도현은 이렇게 약해진 서 교관을 보자 안타까움도 들었다.
아카데미에서 자신감에 차 있는 자신을 꺾어가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려고 한 서길수 교관에게 고마움이 있었다.
자신의 성격이 개차반이라서 다른 교관들은 자신을 흉만 볼 뿐,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하지만 오직 서길수 교관만큼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자신을 가르쳤던 것이다.
그런 그가 이렇게 약해졌다니……. 대체 원인이 뭘까?
“크윽…….”
도현은 소극적인 서길수의 태도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가 뒤에 있는 자를 지키려는 것을 알아챘다. 그 뒤에 있는 자가 바로 대기업의 차기 후계자, 이시우라는 것까지.
“아……. 설마 서길수 교관님. 저자 때문에 지금 힘을 못 쓰고 계시는 겁니까?”
서길수 교관은 대기업의 하수인으로 들어갈 만한 자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가 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 하나를 지키겠다고 이렇게 나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럼 저자를 죽이면 교관님이 적극적으로 나오겠군.
그 생각이 들자 그의 눈이 날카롭게 바뀌었다. 기세가 달라진 것이다.
서길수 팀장은 갑자기 달라진 도현의 기세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저자를 죽여 드리죠!”
“피하십시오. 도련님!”
박도현의 공격을 막으려고 앞으로 선 한소율 부팀장의 공격을 간단히 피하고 시우의 코앞까지 다가온 박도현이었다.
박도현은 시우의 배를 찌르기 위해 서길수 팀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단검을 꺼내 시우의 코앞으로 다가갔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다가갔기에, 시우는 미처 피하지 못했다.
휘이익-
단검이 아주 빠른 속도로 시우의 배를 향해 날아왔다.
시우는 ‘여기서 끝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깡!
하지만 누군가 그의 단검을 막아냈다.
“누구냐?! 감히 나의 일을 방해하다니!”
도현은 매우 화가 나 자신의 검을 쳐낸 자를 쳐다보았다.
그는 이인우였다.
“이인우 헌터!”
시우는 반갑게 외쳤다.
인우는 ‘도련님, 괜찮으세요?’라고 물으며 마치 박도현은 이 자리에 없는 사람 취급을 하고 있었다.
“감히 나를 무시해?”
박도현은 이인우가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 때문에 굉장히 화가 난 상태였다.
인우는 옆에서 박도현이 뭐라 지껄이든 오직 시우의 안전에만 신경 쓰고 있었다.
“그나저나 서길수 팀장님이 이렇게 당하다니……. 이 녀석, 대단한 헌터 인가요?”
인우는 고개를 돌려 온몸에 잔 상처가 많은 서길수 팀장에게 물어본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 도련님을 지키려면 이 방법밖엔…….”
“그렇군요. 하긴 팀장 아저씨가 이런 애송이한테 질 리가 없죠. 그럼 팀장 아저씨와 소율 누님은 도련님을 데리고 가주세요. 이 녀석은 제가 처리하죠.”
“부탁한다.”
서길수 팀장은 시우를 데리고 현장을 이탈하려고 했다.
끝까지 무시당한 도현은 시우에게 단검을 세 개 날렸는데 인우는 가볍게 손가락으로 막아 버렸다.
“겨우 이 정도?”
인우는 박도현을 아주 깔보고 있었다.
“크윽……. S랭크라고 우쭐거리지 마!”
도현은 여러 가지 검을 써가면서 인우에게 매서운 공격을 날렸으나 인우는 나들이 나온 것처럼 여유롭게 휙휙 피할 뿐이었다.
피하면서도 하체가 부실하다고 말하면서 훈수를 두었고 주먹으로 그를 때리기도 했다.
“크아악! 장난치는 건가! 이인우 헌터!!”
“뭘 그리 화를 내? 어차피 너는 나한테 약자야. 알겠어?”
인우는 철저하게 포식자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강렬한 기세가 도현에게 흘러들었다.
이런 강렬한 기세는 처음이었던 도현은 자신을 가지고 노는 이 S랭크 헌터가 무서워졌다. 이자를 이길 수 있을지…… 그것이 의문이었다.
“내가 없는 동안 도련님을 노렸지? 그럼 죽지 않을 만큼 패주마!”
인우는 진심으로 움직였다.
이제까지의 장난스러움을 거두고 진심을 다 하려고 하는 것이다.
도현은 그 말에 움찔거리며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인우는 어느새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대체 속도가 얼마나 빠른 건가?
퍼억-
인우의 강한 왼손 주먹이 도현의 배를 향했고 그대로 몇 m를 날아가 버렸다.
“쿨럭.”
“아직 안 끝났다고?”
장난스러운 표정이었지만 무서웠다.
이게 S랭크의 실력인가?
“겨우 이정도야?”
“크윽.”
인우의 놀림에 도현은 아무 말도 못 했다.
명확히 실력에 차이가 나고 있었다. 그것도 심각하게 말이다.
아까 서길수 팀장하고 싸울 때는 자신이 압도적이었는데……. S랭크가 나타나자 이렇게 승패의 판도가 뒤집혀 버리다니.
“아까의 자신만만함은 어디 갔냐?”
계속되는 인우의 도발에 화는 나지만 제대로 싸우지 못하는 자신에 화가 났다.
“슬슬 끝내 볼까?”
인우는 그 말 이후 약 10분간 박도현의 온몸을 탱탱 붓게 하였다. 주먹으로 그를 때려눕힌 것이다.
몇 대를 맞았는지 모르겠지만 도현의 몸에는 무수하게 많은 상처가 나 있었다.
“죽이지는 않겠어. 다만 또 도련님을 노린다면 그때는 제삿날인 줄 알아!”
인우는 도현을 일부러 살려두었다.
왠지 그가 또 우리 앞에 나타날 것 같기 때문이다.
도현을 처리하는 건 자신이 아니라 서길수 팀장 아저씨여야 한다.
그와의 악연은 서 팀장이 해결해야 할 몫이었다.
인우는 쓰러진 도현을 버리고 그 장소를 떠났고 쓰러진 도현은 간신히 몸을 지탱해서 일어나 주먹을 꽉 쥐었다.
“두고 보자…….”
인우가 떠난 그 방향을 노려보았다.
* * *
“도련님, 처리하고 왔습니다.”
인우는 도현을 쓰러뜨리고 시우와 시리우스 팀이 머물러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수고했습니다. 이인우 헌터.”
“상황이 지금 어떻게 흘러가고 있죠?”
“아, 그게…….”
인우는 자신이 알고 있는 상황을 시우에게 들려주었다.
시우와 협력적인 기업들이 습격을 당했고 산하 기업들도 꽤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습격한 이들이 용병이나 범죄자여서 배후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아버지 쪽은요?”
“회장님은 무사하십니다. 아직 본사는 공격받지 않았습니다.”
“다행이네요.”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도련님.”
인우의 말이 끝나자마자 서길수 팀장이 시우에게 말을 건넸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일단 본사로 가기보다는 산하 기업 그리고 우호적인 기업들에 들러서 상황을 봐야겠네요.”
“네, 그럼 가까운 XX 물류부터 갈 채비를 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 주세요. 서길수 팀장.”
시우가 있는 산하 기업 중 한 곳인 이곳은 그나마 적은 피해를 받았다.
시리우스 팀 덕분에 다친 이가 극히 적었고 움직일 수 있는 병력도 조금 있었기에 여기서 가까운 기업들에 방문해 보려고 하는 시우였다.
“그나저나 진성이하고 성현이는 괜찮을까?”
시우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보기로 하였다.
사건이 꽤 심상치 않게 흘러가기에 친구들에게도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뚜르르르-
-어, 시우냐?
그나마 자신의 위치와 가까운 곳에 있는 성현이에게 먼저 걸어본 것이다.
“혹시…… 너희 쪽도 습격받았어?”
-……너도냐?
역시 성현이도 습격받았던 것이다.
“피해는?”
-말도 마라……. 영등포 공방 대부분 소멸이고……. 다친 사람도 많고 죽은 이들도 꽤 있어……. 에휴.
“혹시 공격한 이들의 정체 알아?”
-아니. 그런데 용병 같았어. 그것도 꽤 프로수준의 헌터라고 해야 하나?
“그래?”
-시우야, 너희 쪽은 괜찮냐?
“우리 쪽은 너희 쪽보다 상황이 그나마 나은 것 같아.”
-그래……. 다행이네. 그런데 진성이하고 연락은 되냐?
성현이는 마치 진성이하고 연락이 안 된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아니, 아직 연락해 보지 않았어. 무슨 일 있어?”
-아까 해 보니까 안 받더라고……. 전파 방해가 있는 거 같기도 해서.
“그럼 내 쪽에서 전화해 볼게. 일단 수습하고 나중에 만나서 대화하자.”
-어, 알았어.
성현이와 통화가 끝나자 시우는 바로 진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여러 번 갔지만 받지 않았다. 그 후로도 여러 번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뭔가 예감이 좋지 않다.
“도련님, 왜 그러세요?”
시우의 인상이 찌푸려지자 그를 호위하던 인우가 물었다.
“아……. 친구가 연락이 안 돼서…….”
“그 강진성이라는 사람요?”
“그래.”
“그 친구분은 괜찮을 거예요. 실력은 확실한 사람이니까.”
인우에게 강진성은 자신과 대등하거나 강한 사람이라고 인식이 되어 있어서 그런지 큰 걱정이 되지 않았다.
인우의 말에 시우는 조금 안도감이 들었다.
하긴, 진성이는 말도 안 되게 강한 헌터다.
‘나중에 연락이 오겠지.’라며 일단 자신의 눈앞에 닥친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현과 시우는 각자 터진 문제를 해결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 * *
한편 진성 쪽에서는…….
“아빠, 뭔가 심상치 않아요!”
세린과 진성이 도착한 판교역은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사방에서 전투 소리가 나고 있었다. 시민들의 비명과 헌터들의 싸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체 판교에 무슨 일이?”
진성은 불안해졌다.
부모님께서 다친 게 아닐까? 하며 너무도 걱정되어 판교 힐스 쪽으로 뛰어갔다.
부모님께서 거주하고 계신 저택과 가까워질수록 불타고 있는 저택이 몇 채 그리고 쓰러져 있는 일부 헌터들이 보였다.
사방이 아비규환이었다.
상처 입은 경찰이 달려가는 진성을 막아섰다.
“여, 여긴 위험합니다!”
“이 앞에 제 부모님께서 거주하고 계세요. 비켜주세요!”
“아, 안 됩니다!”
부상을 입은 경찰은 필사적으로 진성을 막으려고 하였다.
경찰이 자신을 막으려고 하자 더욱 급해졌다.
부모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일반인이라면 제 지시에 따라 주십시오!”
그 경찰관은 진성을 일반인이라고 본 것이다.
그 말에 진성은 그 경찰에게 헌터 라이센스를 보여주었다.
“A랭크 헌터!”
“그러니 비켜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 앞에 범죄자들이 있으니 조심하십시오. 강진성 헌터.”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