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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171화 (171/209)

제171화

171. 171화

“상부에서 압박이 내려오면 저를 핑계로 대십시오. 이강민 형사.”

“경위님 말입니까?”

“네. 그러면 한동안 이강민 형사를 괴롭히지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영민아, 너도 들었지?”

“네……. 선배님.”

“누가 뭐라 하면 경위님 얘기 꺼내.”

“네, 알겠습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참나……. 경위님, 확실히 범인이 군주 쪽이라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군주를 잡거나 막아야 합니다.”

“그 군주라는 자가 셉니까?”

“네, 강합니다. 저번 일산 호수공원 사건 알고 계십니까?”

“네, 듣긴 들었지만…….”

“호수공원 군주보다 더 강한 군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흐음…….”

군주의 힘을 보지 못한 강민은 군주가 어떤 자이길래 저 유명한 이연우 경위조차도 겁을 내게 하는 건지 참 궁금해졌다.

자신은 각성자가 아닌 일반인이었으니 헌터의 힘에 대해 알아도 군주의 힘에 대해 무지한 수준이라 잘 모르겠지만, 엘리트 헌터 대원들이 군주 얘기만 언급하면 몸을 부르르 떠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왜 그런 자가 대한민국에 들어와서 활동하는 것인지…… 참 알 수가 없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군주라고 말씀하셨는데 대책이 있습니까?”

이강민 형사는 이 엘리트 부대를 지휘하는 이 경위의 대책을 듣고 싶었다.

분명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는 점이 있을 것이다. 이연우 경위는 헌터이자 엘리트였고 자신은 일반인에 불과한 경찰이었기 때문이다.

“대책은 아직 없지만……. 군주에 관해서 잘 아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그 사람이 누굽니까? 이 경위님.”

“혹시 강진성이라는 인물 들어보셨습니까?”

“강진성이라……. 저는 모르겠군요.”

“그 사람이 일산 호수공원 군주 가로쉬 사건을 해결하고 도와준 인물입니다.”

“오! 그럼 대단한 헌터인가 봅니다?”

“제가 알기엔 A랭크 헌터로 알고 있고 직업은 농부입니다.”

“농부 헌터가…… 전투를 그리 잘한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는 신비스러운 힘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군주들이 제일 경계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아! 그럼 그 사람을 만나서 해결책을 찾겠다는 소리이십니까? 이 경위님.”

“네. 그렇습니다……. 저희끼리는 도저히 방안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군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렇군요……. 경찰이 일반 헌터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니…….”

“군주라는 존재는 규격 외입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이 헌터 사건이 아니었다면 이강민 형사가 이미 해결을 봤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군주라는 존재 덕분에 일반 경찰들이 아닌 헌터들이 맡아야 하는 사건인 것이다.

“그럼 언제쯤 그의 도움을 받으실 겁니까?”

“지금이 몇 시죠? 이강민 형사.”

“오전 8시가 넘었습니다.”

“그럼 오전 9시쯤 그에게 전화를 걸어보겠습니다. 그러니 현장 보존만 잘해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이 경위님. 저는 이만 현장 주변을 좀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네, 수고하십시오.”

이강민 형사는 후배 형사들과 함께 현장 조사를 진행하러 갔고, 이 경위만 자리에 남게 되었다.

“대체 군주가 몇 명인지 모르겠지만…… 하루빨리 종결시키고 싶군.”

군주 사건 덕분에 여러모로 피곤해진 그였다.

덕분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계속해서 야근을 하며 군주에 대한 실마리라도 잡으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다.

엘리트인 그조차도 군주라는 존재는 미지의 존재여서 너무나 버거웠다.

“왜 하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지…….”

이연우 경위는 한숨을 내쉬었다.

슬슬 오전 9시가 다가오자 숨을 고르고 강진성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폰을 꺼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신호음이 몇 번 갔지만, 전혀 받지 않아 ‘바쁜가?’라는 생각에 이따가 다시 걸어봐야겠다며 일단 주변 조사부터 더 마치자는 생각에 이강민 형사가 있는 장소에 합류하였다.

* * *

한편, 이 시각 강진성 쪽에서는…….

마침 폰을 방에 두고 화장실에서 휘파람을 불며 씻고 있어서 전화가 온 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늘도 퀘스트 빡세게 해야겠네……. 일일 퀘스트가 그렇게 많을 줄이야.”

일일 퀘스트의 양을 보니 일반 헌터들에 비해 꽤 많았던 것이다.

시스템의 배려일까? 폭풍 성장하라는 의미로 자신 한정 퀘스트를 많이 만들어 준 것일지도 몰랐다.

참 친절한 시스템이었다. 자신을 이렇게 굴려주려고 하다니…….

“시스템 맞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게…….”

-네, 맞습니다. 모두 강진성 님을 위한 퀘스트입니다. 그러니 열심히 힘내서 해 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강력한 군주들의 싸움에서 생존하려면 이 정도는 해 주셔야 합니다.

“그래, 그래……. 할 말은 많지만…… 참고 할게.”

-이렇게 열의를 가져주시니 조만간 디펜스 퀘스트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엔 초 강력한 디펜스겠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무서운 시스템 녀석……. 날 얼마나 굴릴 셈이냐!

-그건 그렇고 진성 님, 누군가가 전화한 것 같습니다. 확인해 주십시오.

“응?”

시스템이 전화를 언급하는 경우는 처음이라 진성은 화장실에서 씻다가 폰을 찾았지만 없었다.

그러면 방 안에 두고 나왔다는 건데…….

“방 안에 있나 보네……. 일단 씻고 확인해야겠다.”

진성은 빠르게 씻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 위에 있는 자신의 폰을 들어 확인해 보았다.

부재중 전화가 두 건 있었는데 한 건은 친구였고 다른 한 건은 가로쉬 사건 때 인연이 닿은 이연우 경위님의 전화였다.

친구는 항상 전화 오니까 그렇다 치는데……. 경찰에게서 전화가 왔다는 것은 군주에 관련된 일인가?

“일단 친구한테 전화부터 해 보고 경위님께 전화해야겠다.”

진성은 첫 번째 부재중 전화가 친구였기에 먼저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건 지 3초도 안 돼서 받은 친구는 바로 박성현이었다.

“어, 성현아. 무슨 일 있어?”

-뭐…… 큰일은 아니긴 한데.

“내가 도와줄 일이 생겼나 보네?”

-어…….

“무슨 일인지 속 시원하게 말해 봐.”

보통 성현이는 시원스럽게 부탁하는 성격인데, 오늘 전화는 뭔가 부자연스럽다고 해야 하나?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뭔가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것일까?

진성은 친구가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평소 성현의 목소리가 아닌 조금 떨리기까지 했다.

-그게 말이야…… 진성아.

성현이가 말을 꺼내려고 하자 누군가와 같이 있는지 조금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누구랑 같이 있는 거야?”

-어……. 일단 내가 문자로 장소 보내줄 테니까 올 수 있냐?

“시간은 되니까 보내줘 봐.”

아무래도 성현이가 전화로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게 분명했다. 자신이 직접 가서 확인해 보는 수밖에…….

부우우웅-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진동이었다.

빠르게도 보냈네.

진성이 문자를 확인해 보았는데, 성현이 보내준 주소가 일산 호수공원이었다.

‘어라? 호수공원에서 뭐 하는 거지?’

진성은 이런 생각이 조금 들었으나 일단 친구가 곤란한 상황에 놓여 있는 거 같아 바로 나갈 채비를 하였는데 자신이 놓친 부분이 있는 듯,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아! 이연우 경위님 연락도 있었지?”

진성은 성현이를 생각하다 보니 급하게 나가려고 준비하려던 찰나, 부재중 전화가 한 건 더 있다는 것이 생각난 것이다.

“일단 나가면서 전화 좀 드려야겠네.”

집에서 나온 진성은 차에 시동을 걸고 내비에 일산 호수공원 입구로 찍은 다음 운전석에 타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지 않아 이연우 경위가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이연우 경위님 전화 맞으신가요?”

-네, 맞습니다. 강진성 씨.

“제가 급히 나가야 해서 그런데…… 혹시 무슨 일로 전화하신 것인지 알 수 있을까요?”

-두 가지 사건이 벌어졌는데…… 아무래도 군주와 관련된 것 같아 급히 연락드린 겁니다.

“군주라고요?”

-네……. 어떤 군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로 일을 크게 벌일 만한 존재는 군주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가로쉬의 부하들이 몽땅 풀려났다는 것입니다

“설마…… 남궁현 그자도 풀려난 것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무슨 일인지 뉴스 기사를 검색해 보십시오.

“네, 잠시만요…….”

진성은 꽤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남궁현과 그의 부하들이 몽땅 풀려났다고? 대체 이게 무슨 소리지? 자신이 잠든 사이에 벌어진 일인가?

진성은 조금 혼란스러워 전화를 끊지 않고 급히 뉴스를 검색해 보았다.

그러자 실시간 검색어 중 호송대 습격 사건과 종로 교도소 화재 사건 뉴스가 눈에 띄었다.

두 뉴스의 공통점은 죄수들이 몽땅 어디로 사라졌는지 증발되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설마 호송대 쪽이 남궁현이 있던 곳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종로 교도소만 습격을 당해서 일부 인원이 죽거나 다쳤으면 교도소 죄수 중 누군가가 사주해서 한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남궁현과 그의 부하들 그리고 죄수들이 몽땅 사라진 것을 보아 군주 쪽과 관련 있는 게 분명합니다. 제 감은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진성은 골치가 아파져 왔다.

일이 잘 풀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죄수들이 몽땅 탈주한다고? 대체 이번에는 어떤 군주가 자신을 노리고 있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현재 남은 군주는 운명, 흡혈 그리고 파멸이었다.

이 세 명 중 한 명이라는 것인데……. 파멸은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두 명 중 한 명…….

-그래서 이번 사건 관련해서 강진성 씨에게 도움을 받고 싶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언제쯤 시간이 되십니까?

“지금 제가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인데 그 일만 끝나면 바로 시간이 될 거 같네요.”

-그러면 일단 볼일이 모두 끝나시면 연락 한번 주십시오. 장소는 문자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네…….”

이연우 경위와 연락이 끝난 진성은 속이 불편해졌다.

가로쉬와의 싸움을 끝낸 지 얼마 안 지나서 이렇게 다른 군주가 자신을 공격하다니…… 너무도 빨랐다.

자신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려는 수작인 걸까?

“시스템……. 다 들었지?”

-네. 진성 님.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예정대로 군주들이 움직이고 있을 뿐입니다.

“예정대로라고?”

-진성 님은 흔들리지 마시고 일일 퀘스트 등을 계속해서 진행하면 됩니다. 바로 공격이 들어오지 않으리라 판단됩니다

아니, 어떻게 아는 거야? 시스템은 뭔가를 알고 있는데 끝까지 말해 주지 않는구나. 마치 이 상황이 익숙한 듯 말하고 있어.

-진성 님은 꾸준하게 성장하시면 됩니다.

“일단…… 알았어.”

더 이상 시스템과 얘기해 봤자 이득은 없어 보였다.

우선 성현이부터 만난 후에 이연우 경위를 만나야겠다.

평화롭게 성장하려고 하는데 그걸 타이밍 좋게 방해해 버리니 조금 짜증이 났다.

진성은 일산 호수공원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집에서 일산 호수공원까지 거리는 약 40분 거리였다. 빠르게 간다면 30분 만에 갈 거리였다. 아침 시간대라서 조금 막힐 수 있었다.

“조금 막히겠네…….”

내비를 확인해 보니 중간에 빨간색으로 혼잡 부분이 떴다.

집에서 출발하면서 성현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바로 출발했고 약 40분 뒤에 도착한다고 말이다.

성현이는 문자를 봤는지 안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답장이 오지는 않았다.

도착해 보면 알겠지……. 무슨 일인지.

그렇게 달리고 달려 40분이 지났을까? 막힌 구간을 빠르게 빠져나가고 어느새 일산 호수공원 근처에 도착했다.

진성을 호수공원 근처 유료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호수공원 입구로 향했고, 저기 멀리서 성현이로 보이는 사람이 보였다.

대체 자신을 ‘일산 호수공원까지 부른 이유가 뭘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성현이가 보이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성현에게 다가갈수록 뭔가 이상했다.

뭐랄까, 호수공원에 있는 사람들이 죄다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그리고 성현이의 뒷모습은 확실한데 괴리감이 느껴지면서 성현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랄까?

“뭔가 이상한데……. 아니, 기분 탓인가?”

진성은 아까 이연우 경위에게서 군주 관련 일을 들어서 기분이 이상한 거라 생각하며 성현이에게 접근했다.

성현의 주변엔 아무도 없었고, 자신이 다가온 줄도 모르고 등을 돌린 채 뭔가 하고 있었다.

“어라? 성현아 혼자서 뭐해? 아까 전화했을 때는 시끌벅적하던데 같이 있던 사람들은?”

성현이는 자신에게 등을 보인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자신이 이렇게 말하는데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야! 박성현.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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