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0화
170. 170화
조은성은 존이 자신을 무시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한 번은 거절할 줄 알았는데 아주 쉽게 설득이 되어 버려 조금 언짢아 인상을 찡그렸다.
“존, 일단 여기서 탈출해야 하니 따라와라.”
“알겠다.”
존이 같이 갇혀 있던 죄수들에게 눈짓을 주자 그들도 순순히 따라나섰다.
아무래도 존이 이 구역에서 보스나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좌표는 찍혀 있으니 이 텔포 아이템을 사용하게, 존.”
“텔포 아이템 부족하지 않나?”
존의 말에 딱 위험구역에 있는 17명분과 용병들 그리고 자신의 부하들 분량밖에 없다고 하자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조은성 헌터가 텔포 아이템을 다량 태균에게 건네주었다.
“아까 빠져나갈 수단은 있다고 했지? 받아라!”
태균은 조은성에게 건네받은 텔포 아이템을 죄수 300명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다.
“일단 이동하지.”
텔포 아이템을 각자 쓰고 하나둘 이곳에서 탈출하였다.
이곳에 남은 건 수많은 교도관 시신들과 불에 타고 있는 교도소였다.
교도소는 도심과 조금 떨어져 있었으나 근처를 지나가던 시민에 의해 많은 경찰과 소방관 등이 출동한 상태였다.
그들은 경찰과 소방관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빠져나간 후였다.
* * *
그들이 도착한 장소는 바로 조은성이 근거지로 삼고 있는 장소였다.
재개발 지역인 곳이었는데 대부분 주민은 거처를 옮겼고 조은성과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이나 그의 부하들만 거주하고 있는 곳이었다.
“이 건물 주변은 다 내 것이니 알아서 자리 잡아라.”
조은성은 죄수들에게 말하자 죄수들도 친한 사람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빌딩 주변의 건물들에 들어가 자신의 방을 잡았다.
이 지역은 경찰들도 순찰하기 꺼리는 곳이었으므로 여기에서 무엇을 하든지 방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계획에 필요한 장비는 모두 구해다 줄 테니 이 지역에서만 나가지 말게.”
은성은 죄수들을 이끄는 대장 격으로 보이는 존에게 말을 했고 존은 알겠다고 하며 죄수들에게 전달하겠다고 하였다.
존이 잠시 죄수들에게 말을 하려고 떠난 사이 조은성이 태균에게 말을 걸었다.
“그나저나 나에게는 이름을 안 알려주더니만 송태균이라는 이름이라…….”
“애초에 이름을 안 물어보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말을 하지 않은 것뿐입니다.”
“그건 그렇군.”
“그래서 본격적으로 계획을 시작하는 건 언제부터입니까?”
“일차적으로 자네들이 빼내 온 죄수들과 그리고 이진호가 빼낸 남궁현과 그의 동료들……. 남은 건 이하늘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지……. 뭐, 이하늘 대통령이 내 계획대로 안 움직여도 상관없다. 이미 더 많은 변수를 생각해서 짜둔 계획이니까.”
조은성 헌터는 굉장히 계획에 대해 자신만만해하고 있었다.
계획의 일부밖에 듣지 못한 태균은 얼굴을 조금 찡그렸으나, 어차피 자신은 그저 지시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되었다. 모든 걸 힘으로 누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교도소가 불타고 호송대 교도관들의 집단 시신이 발견되는 그 뉴스부터 기다려야겠군……. 과연 어떻게 포장을 하는지 말이야.”
이하늘 대통령의 이번 두 가지 일들에 대한 대처를 보려고 하는 것이다.
과연 아침 뉴스에서는 어떤 식으로 포장되어서 나올까? 그대로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힐까? 아니면 다른 집단이 저지른 일들로 포장할까?
매우 기대되는 조은성이었다.
이하늘 대통령은 절대로 자신을 배신하지 못한다.
배신하는 순간 그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것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자체에서 소멸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절대로 자신 혼자 죽지 않을 것이다.
“일단 지켜보자고……. 크크크.”
“알겠습니다.”
태균은 조은성 헌터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사건이 잘 풀리고 살아남는다면 군주에게 큰 위협으로 남게 될 인물이다.
이번 일이 끝나면 빠르게 그를 제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모시는 파멸 군주 박주원에게 위협이 되는 저 조은성과 이하늘 대통령을 빠르게 정리해야 했다.
현재 새벽 6시가 다 돼가고 있었다.
조은성과 태균은 TV를 켠 채 아침 뉴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시간이 흐르고…….
호송대가 사망한 그 도로에 출근하는 차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검은 SUV 차량과 트레일러가 서울 가는 길을 막고 있자 일부 시민은 차에서 내려 앞쪽의 상황을 보았다.
그들은 수많은 시신을 보고 기겁하거나 그 자리에서 구토하였다. 제자리에 주저앉아 공포에 떠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중 손을 벌벌 떨며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폰을 켜고 112를 누르고 통화하는 이도 있었다.
신고한 지 얼마 안 돼서 그 현장은 경찰들과 국과수 그리고 구급대원들이 가득 차 버렸고 그 길목을 통제하기 시작하였다.
“우욱……. 이렇게 많은 시신이라니…….”
“이봐, 정신 차려! 신참.”
신참 순경은 많은 시신을 보고 놀라 구석으로 달려가 구토하였고 파트너인 베테랑 경찰은 신참보고 뭐라고 말했지만, 그도 속으로는 떨었다.
그도 이렇게 많은 시신은 처음 보는 것이다.
죽은 이들은 대전 교도소에서 근무하는 교도관들이었다.
대체 누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이들을 전부 죽였는지 알 수 없었지만…… 꽤 잔인한 집단인 것 같았다.
무려 50여 명의 교도관이 이 장소에서 습격을 당해 전멸했으며 이들이 호송해 가던 죄수들은 모두 탈출에 성공한 듯 보였다.
출근하는 직장인들, 즉, 목격자들이 꽤 많아 경찰들은 조사부터 시작했고 이 사건을 조용히 해결하려고 했으나 이미 SNS로 소문이 퍼져 기자들이 사건 장소로 달려왔다.
“저는 XX 일보 기자입니다. 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겁니까?”
“전 TVXX 기자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범인은 밝혀진 겁니까?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기자들이 달려와 사건을 담당하는 고참 형사에게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사건을 맡은 고참 형사는 머리가 아파져 오는지 주변에 있는 경찰들에게 기자들과 시민이 이 장소를 못 들어오게 막으라고 외쳤고, 주변 경찰 통제선을 담당하는 경찰들은 들어오려는 기자들을 온몸으로 막기 시작했다.
“거, 골치 아프구먼……. 영민아!”
“네, 선배님.”
“주변 탐문 해 봤냐? CCTV도 보고?”
“네, 탐문은 거의 끝나가고 CCTV는 확인해 보니 어떤 무리가 호송대를 실시간 공격하는 게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서……. 범인은?”
“용병 집단으로 보입니다. 차량 블랙박스들은 모두 SD카드가 없어진 상태였습니다. 선배님.”
“그래?”
“네……. 아무래도 계획된 범죄인 거 같습니다.”
“하아……. 하필 내가 휴가 가는 날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고참 형사는 오늘 운이 더럽게 없는 것 같았다.
이런 대량 학살 사건이 일어났으니, 당분간 휴가는 못 갈 것이다.
“교도관들 일부는 저항했는지 방어흔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선배님.”
“일부만?”
“네, 선배님. 대부분은 방어하지도 못하고 일격에 죽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범인은 용병 집단에……. 꽤 높은 실력자들이겠군.”
“네, 그렇습니다……. 이것도 좀 조사해 볼까요?”
“그래. 다른 애들한테도 전파해서 빨리 조사하라 그래!”
“네.”
영민이라는 이름을 가친 형사는 고참 형사의 지시에 다른 쪽을 조사하러 떠났고 고참 형사는 얼굴을 찡그린 채 사건 현장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정말 끔찍한 현장이었다.
자신이 형사 생활을 그리 오래 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끔찍한 현장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첫 번째 사건은 몬스터들이 대량으로 밀고 들어와 주민을 학살한 사건이었다. 그때도 이 정도로 잔인했었다.
“선배님!!”
다른 후배가 급하게 달려왔다.
고참 형사는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그 후배에게 말을 건넸다.
“왜? 범인이라도 잡혔어? 아니면 증거라도 나온 거냐?”
“그게 아, 아닙니다. 선배님!”
“그럼 뭔데?”
“잠시 귀 좀…….”
후배 형사가 고참 형사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말했다.
그가 전한 말은 이곳뿐만 아니라 종로 교도소 죄수들이 모두 풀려났고 그곳 교도관들도 몽땅 죽었다는 소식이었던 것이다.
“뭐야?! 그 소리 진짜냐?”
“네. 선배님! 이거 불안합니다…….”
“일이 엄청 커지는데……. 그쪽은 누가 담당하는데?”
“강철환 선배님이 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철환이가?”
“네 선배님.”
“알았다……. 이 사실 기자들한테 흘리지 마……. 아니, 이미 흘려졌겠군…….”
“이미 기자들이 그쪽에도 엄청 몰려갔다고 합니다.”
“대체 이거 무슨 상황이지?”
동시에 사건이 두 개나 터진다고?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드는 그였다.
형사의 감이랄까? 이 이후로도 큰 사건이 터질 것 같은 예감이 들고 있었다.
“그쪽 교도관들은 얼마나 죽었냐?”
“종로 교도소 교도관 총원 110명 중 100명이 사망했습니다.”
“나머지 10명은?”
“그게…… 휴가로 나가거나 외출로 나간 인원입니다.”
“그 10명은 운도 좋군…….”
“그러게 말입니다.”
“일단 그쪽은 철환이가 알아서 하겠지……. 일단 우리는 여기부터 철저하게 파악한다!”
“네, 선배님.”
이 소식을 전한 후배는 주변을 조사하러 떠났고 고참 형사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원.”
그는 사건 현장을 다시 봐도 너무 잔인한 현장이었다.
한숨을 푹푹 내쉬며 담배를 피우려던 찰나,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가 들린 곳을 쳐다보니 경찰 내부에서도 꽤 유명한 이들이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이연우 경위라고 합니다.”
“네, 압니다……. 경위님이 대체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저희는 이것을 군주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서 조사하러 온 것입니다. 그러니 협조 부탁합니다. 이강민 형사.”
“헌터 범죄라는 말씀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군주라……. 저번 설명 때 들은 단어지만 진짜로 군주라는 인물이 있고 이 사건이 그것과 관련 있는 거 맞습니까?”
“네. 그러니 협조 바랍니다. 이강민 형사.”
“에휴……. 알겠습니다.”
본부의 특별한 인재 이연우 경위가 찾아오다니.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엘리트 부대를 아예 이끌고 왔다.
자신도 감이 안 잡히는 이 사건을 저들이 해결하겠다고? 일단 협조해 달라고 하니 협조는 해 주겠지만…… 조금 탐탁지 않은 기분이랄까?
“저희가 탐탁지 않겠지만 믿고 따라오시죠.”
“아, 알겠습니다.”
그의 표정에 다 드러난 것일까?
하지만 이연우 경위는 크게 뭐라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연우 경위와 그의 부하들 그리고 이강민 형사는 탐문을 다시 하고 주변 CCTV를 조사하였다. 아주 꼼꼼하게 말이다.
CCTV 영상을 다시 돌려보면서 초 단위로 끊어서 특이한 점을 찾기 위해 아주 세밀하게 보았다.
그러다 영상에 아주 조금 이상한 교도관이 보였다.
용병 집단과 친한지, 대화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들의 편에 서서 동료 교관들에게 뭔가 말하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아주 멀리서 찍은 거라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를 알아낼 방법은 단 하나였다.
“그에게 조사하라고 하게.”
연우는 부하 한 명에게 뭔가를 지시했고 그 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교도관 시신 중 한 명과 접촉을 해서 짧은 기억을 찾아내었다.
그 기억은 그가 살아 있을 당시 모습이었는데 아주 선명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CCTV 영상의 그가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
“이자인가?”
“네, 경위님.”
교도관 시신 중에 그들과 조금 떨어져서 죽은 교도관이 한 명 있었는데 염력에 의해 죽은 것으로 파악 되었다.
“이 교도관의 신상 명세서와 모든 것을 조사해 주게.”
“네, 경위님.”
경위의 부하들은 죽은 교도관의 정보를 빠르게 조사하기 시작했다.
역시 헌터들로 구성되어 있는 경찰들은 뭔가 달랐다.
헌터도 아닌 일반인 경찰들은 그걸 보고는 신기해하였다.
헌터 관련 범죄는 역시 헌터가 해야 하는 것일까? 일반인은 엄두도 못 낼 상황이었다.
“선배님……. 기자들이 멋대로 기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이강민 형사에게 다가온 다른 형사가 말을 했고 강민은 얼굴을 찡그렸다.
아무런 발표도 나오지 않았는데 기사를 멋대로 써서 올린다고? 역시 기레기 녀석들이구만…….
그런 기사들 덕분에 SNS 실시간 검색어들은 모두 대전 고속도로 살인 사건 또는 종로 교도소 화재 등등으로 바뀌어 있던 것이다. 한동안 이 문제로 시끌벅적할 듯싶었다.
“상부에서 엄청 닦달하겠구만…….”
강민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상부에서 빨리 끝내라고 압박을 하거나 분명 뭔가 지시가 내려올 것이 분명했다.
그것을 생각하니 스트레스가 엄청 쌓였다.
이연우 경위가 괴로워하는 강민에게 말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