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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163화 (163/209)

제163화

163. 163화

“혹시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핫바라도 사 올게요.”

“아들, 괜찮아.”

“그럼 물이라도 사 올게요.”

진성은 휴게소 안쪽 편의점에 들러 주스와 생수를 몇 병 구매하고 차로 돌아왔다.

부모님께 과일주스와 생수를 건네주고는 자신은 다시 운전석에 앉아 부모님께서 생수를 마시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차에 시동을 걸어 휴게소를 빠져나왔다.

백미러로 계속 부모님 상태를 확인하던 진성이 조금 신경이 쓰였던 것일까?

“아들, 이제 괜찮아졌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래, 이제 운전에 집중하거라.”

“네.”

부모님께서 괜찮다고 하셔도 신경이 쓰였지만, 운전에 집중하였다.

돌아가는 길에 사고라도 나면 그게 제일 큰일이었다.

그렇게 안전하게 부모님 집에 도착했다.

부모님이 이사 온 이곳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되었다. 큰 규모의 저택은 아니었으나 많은 CCTV와 입구를 지키는 최소 B랭크의 경비원까지 있기 때문이다.

경비원이 저택으로 접근하는 진성의 차를 바라보며 물었다.

“누구십니까?”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차 앞까지 다가온 것이다.

진성은 창문을 내려 얼굴을 보여주었고 뒷좌석에 있는 부모님까지 얼굴을 비치자 경비원이 ‘벌써 오신 겁니까?’라고 말하며 문을 열어 주었다.

그가 문을 열어 주자마자 진성은 차를 천천히 몰아 저택으로 들어왔고 구석에 주차한 것이다.

“아들, 수고했어~”

“수고했다. 진성아 이제 집에 갈 거냐?”

아무래도 진성이 가지 않았으면 하는 표정이었기에 진성은 머리를 긁적이며 ‘아뇨, 오늘은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낼게요.’라고 말하며 남겠다고 하자 부모님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버지는 별로 내색을 잘 안 하시는 분인데 오늘 외가에서 있었던 일 때문인지 표정에 변화가 다 드러났다.

“그럼 방 하나 내어 주마. 진성아!”

“네, 아버지. 고마워요.”

“크흠, 따라오너라.”

부모님과 함께 집에 들어왔지만 두 번째 방문하는 터라 낯설기만 한 진성이었다.

아무래도 임진리에서 오래 살았기에 고향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갑자기 판교로 이사를 왔으니 어색할 만했다.

엄마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방으로 향했고 아버지는 진성을 2층 어느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자, 이 방을 네가 쓰면 된다.”

“창가 쪽 방이네요?”

방에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임진리 마을에서 살 때 자신의 방과 거의 똑같이 구현해 놓은 걸 보고 아버지를 쳐다봤다.

“네 엄마가 이렇게 꾸며놓은 거다. 크흠.”

아버지는 헛기침을 하며 자신이 꾸며놓은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하지만 진성은 부모님이 자신을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자신은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는 못할망정 퀘스트와 밭에만 신경 쓰느라 전화로만 안부를 전하고 뵈러 오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래도 모든 게 끝나면 자주 와야 할 것 같았다.

“진성아, 그래서 자고 갈 거냐?”

“네, 당연하죠! 오늘 하루는 부모님과 같이 보낼 거니까요.”

“네 밭은 어쩌고?”

“아아, 그건 괜찮아요. 이제 모든 걸 부모님께 말하려고요. 이따가 저녁 시간에 제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모두 말씀드릴게요.”

“그래. 알았다. 일단 쉬고 있어라.”

“네, 아버지.”

아버지는 진성에게 쉬라고 말한 뒤 방에서 나가셨고, 진성은 침대에 누워 잠시 생각에 빠졌다.

정말 침대를 제외하고 예전 자신의 방과 완벽하게 똑같이 구현해 놓으셨다.

자신이 언제든지 놀러 와서 자고 갈 것을 대비해서 이렇게 꾸며놓으신 건가?

“퀘스트 때문에 부모님께 찾아온 거지만 양심에 많이 찔리네…….”

퀘스트를 완수하기 위해 부모님을 찾아온 것 때문에 진성은 양심에 찔렸다. 퀘스트가 아니더라도 부모님을 뵈러 오는 게 맞는 일이었다.

“나머지 군주들을 빨리 해결하고 그 후에는 자주 찾아뵈야겠다. 오늘 저녁 먹을 때 모두 설명해 드려야겠어. 시스템, 이런 거 부모님께 얘기해도 되지?”

-군주들에 관해서는 숨기시길 바랍니다. 진성 님.

“당연히 그건 얘기하지 않을 거야. 엄청 걱정하실 거니까. 세계수에 관해서 그리고 내 밭에 상태에 대해서는 얘기해도 되는 거 맞지?”

-군주 이야기가 아니라면 말해도 됩니다.

“정말로 말해도 돼?”

-네, 진성 님.

“알았어. 고마워. 시스템.”

-저한테 딱히 고마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 여러모로 고맙다는 이야기야. 나를 선택한 의도는 불순했지만 그래도 네 덕분에 헌터로 각성도 해 보고 잘살게 되었으니까.”

-마지막 위험인 파멸의 군주 박주원만 제압하면 더는 진성 님의 앞길을 막을 자는 없습니다.

“진짜 그 박주원 이후로는 없는 거지?”

-네, 진성 님. 그러니 조금만 더 버텨 주시기 바랍니다.

“알았어. 믿을게. 시스템.”

진성은 침대에 누워 시스템과 얘기를 하다가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장시간을 운전을 해서 그런가? 아니면 외가에서 외할머니 때문에 온 신경을 써서 그럴까? 뭔가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이만 주무시길.

“응. 그래야지. 자기 전에 알람 좀 맞춰야겠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려면 아직 2시간 조금 넘게 남은 터라 진성은 오후 6시로 알람을 맞춘 뒤 눈을 서서히 감았다.

6시가 되기 전까지 한숨 자려고 하는 것이다.

진성은 눈을 감은지 몇 분도 안 돼서 곤히 잠에 빠졌다. 그렇게 2시간 동안 꿀잠을 잤다.

진성이 자는 동안 진성의 부모님도 방 안에서 쉬다가 5시 30분이 되어 아들을 위해 손수 요리하기 시작했다.

진성은 그것도 모르고 꿀잠을 자고 있던 것이다.

맛있는 냄새가 2층의 진성의 방 안에까지 흘러들어 왔고 진성은 꿈속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자 배가 고파졌다.

부르르르르-

정확히 6시가 되자 맞춰둔 알람 진동이 울렸다.

하지만 진성은 오래간만에 낮잠을 자는 터라 진동에도 깨지 않았다.

진동 이후에 20분이 더 지났고 진성이 자는 방에 누군가 올라와 방문을 똑똑 노크했던 것이다.

“진성아, 저녁 먹어라.”

아버지가 2층에 올라와 진성의 방문을 노크했다.

밥 먹으라는 소리에도 답변이 없자 문을 열어보았고, 자기 아들이 침대에 대자로 누워 꿀잠을 자는 것을 보았다.

“녀석, 요즘 힘든가 보구나.”

아들이 저렇게 지쳐 있는 표정은 오래간만에 보았다.

아까 외가에서는 괜찮아 보였는데, 지금 다시 제대로 보니 조금 피곤해 보였다. 요즘 일을 무리해서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진성아, 이제 일어나라.”

찬성은 아들의 곁에 가서 몸을 흔들어 깨웠다.

“으. 음.”

“진성아.”

“어. 아버지? 아, 잠깐 잠 좀 잤어요.”

“많이 피곤해 보이는 거 같구나.”

“아, 아뇨. 괜찮아요.”

진성은 아버지의 손길에 잠이 깼다.

기분 좋게 꿀잠을 자고 일어나 오후 6시가 넘은 걸 확인하였다.

“벌써 6시가 넘었네요?”

“그래. 화장실 가서 손 씻고 식사하러 내려 오너라.”

“네, 아버지.”

아버지 강찬성은 진성을 깨운 뒤 방을 나가 1층 부엌으로 돌아갔고, 진성은 정신을 차리고 2층 구석에 있는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고 세수하였다.

2시간 조금 넘게 잠에 빠졌는데 정말 피곤했던지 푹 잔 느낌이 들었다.

“폰 진동에 못 깰 정도였다고? 진짜 나 피곤한가.”

진성은 화장실에서 나와 1층 부엌으로 향했다.

부모님과 같이 식사하는 건 대체 몇 달 만일까? 아까 외가에서도 같이 식사하긴 했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도 있었기에 부모님과 오붓한 식사를 한 느낌은 아니었다.

부엌에 가 보니 완전 진수성찬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은 전부 있는 느낌이었다.

“자고 간다고 하니 네 엄마가 손수 이렇게 준비했다. 그러니 많이 먹어라. 진성아.”

“아들~ 많이 먹어.”

“어, 엄마? 너무 많은데요?”

“남으면 싸가면 돼. 걱정하지 말고 먹으렴. 아들.”

“아. 네.”

반찬의 가짓수가 너무 많아서 조금 부담스럽긴 했다.

이렇게나 많이 하시다니.

“자자, 먹으렴. 아들.”

엄마의 계속된 권유에 진성은 미역국에 흑미밥 그리고 앞에 펼쳐진 많은 반찬을 보고 말을 하였다.

“네. 잘 먹겠습니다.”

진성은 부모님이 먼저 한 숟갈을 뜨는 걸 확인하고 자신도 미역국 한 숟갈을 떠 먹었다.

너무도 맛있었다. 자신이 집에서 혼자 먹었을 때보다 두 배? 아니지, 백배, 천배 맛있었다.

역시 혼자 먹는 것보단 같이 먹어야 맛있네. 밥은.

“어때? 아들 맛있지?”

“네, 엄청나게 맛있네요. 엄마.”

혼자 먹었을 때는 이런 맛이 안 났는데. 역시 부모님과 함께 먹는 밥은 즐겁다. 그리고 너무도 맛있다.

“그나저나 진성아, 아까 얘기한다는 거 뭐냐?”

찬성은 아까 방에서 해 준다는 아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밥을 먹다 말고 물었다.

진성의 엄마도 궁금한 표정이었다.

“아, 그거요? 제 최근 근황 겸 부모님께 그동안 말 못 했던 것들을 얘기하고 싶어서요.”

“그래. 뭔지 들어나 보자.”

“네. 놀라지 마세요.”

진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설명했다.

디펜스 퀘스트하며 세계수의 선택을 받아 세계수를 키우고 있다는 것과 현재 3만 평이라는 땅을 가지고 여러 작물을 키웠고 직업도 상급 농부가 되었으며, 이제 헌터 랭크도 A랭크인 것도 설명하였다.

그 이야기에 부모님은 놀란 표정이었다.

아들이 그동안 꽤 고생한 듯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계수의 정령왕이 제 딸이에요.”

“딸이라니?”

“아. 그게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진성은 세린이와의 첫 만남도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부모님은 세린이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중에 제 밭에 방문하시면 보여 드릴게요.”

“그래.”

부모님은 진성에게 많은 걸 들어서 그런지 실감이 안 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중 헌터 A랭크가 되었다는 소식은 큰 경사였다.

아들이 A랭크 헌터라니. 그리고 3만 평의 땅을 관리한다고? 이렇게만 들어봤을 때도 믿기지 않는데 실제로 방문해서 본다면 어떨까?

아들이 헌터로 각성한 것만 해도 큰 복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신들이 안 보는 사이에 아들은 큰 성장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구나.”

“많이 고생했지만 이젠 괜찮아요. 농사도 제법 재밌으니까요.”

조금 양심에 찔리는 말이었다.

자신이 직접 기른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주로 세린이의 진두지휘 아래 밭이 성장하고 작물들이 잘 자라게 된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아들~ 나중에 방문해 볼게.”

“네, 엄마. 언제든지 오셔도 돼요.”

진성은 그 이야기 말고도 요즘 잔잔한 퀘스트 하면서 능력치를 올린다는 둥 최근 근황에 대해 얘기했다.

부모님은 아들이 큰 힘을 가지고도 자만심을 갖지 않고 열심히 한다는 말에 기뻤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통에 저녁 식사 시간은 길었지만 즐거웠다.

“진짜 제대로 된 밥 먹는 것 같아요.”

“아들, 그게 무슨 소리니?”

“아, 아무래도 혼자 집에서 대충 때우다 보니 밥이 맛있는 게 아니라 살고자 먹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렇구나. 아들…….”

“언제든지 판교에 와도 된다. 진성아.”

진성의 아버지는 무뚝뚝하게 말했지만 내심 걱정이 많이 되었다. 독립한 것은 좋았으나 아들이 힘들어 보이는 게 안쓰러워 언제든지 와도 된다고 말을 한 것이다.

아버지가 이런 말을 잘 하지 않는 스타일인데 저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니, 자신을 꽤 걱정하시는 것 같다.

“네. 자주는 아니지만 이젠 조금씩 찾아올게요.”

“그래, 잘 생각했다.”

“아들~ 그런데 여자친구는 안 만드니?”

갑자기 엄마의 뜬금없는 소리에 진성은 조금 당황했다.

“무, 무슨 소리세요. 전 혼자가 편해요. 정확히 말하면 이젠 세린이도 있으니까 딱히 혼자는 아니에요.”

“그러니?”

뭔가 엄마는 꽤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자신은 모태 솔로인데 여자친구가 있겠는가? 턱도 없는 소리지. 그저 세린이, 부모님과 함께 즐겁게 일상을 보내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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