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1화
161. 161화
수많은 퀘스트들이 진성의 눈앞에 주르륵 나타났다.
퀘스트가 너무 많아 쉬운 순으로 나열해 보니 바로 할 수 있는 몇 가지가 정렬되었다.
-일일 퀘스트
등급:E
내용:산속의 약초를 수집하기!
5개당 랜덤 능력치 1 상승.
-일일 퀘스트
등급:E
내용:손수 키운 작물을 내다 팔기!
10개 판매당 랜덤 능력치 1 상승.
-일일 퀘스트
등급:E
내용:부모님과 일상을 같이 보내기!
부모님과 지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특별한 보상이 지급.
-일일 퀘스트
등급:E
내용:가야리 마을 주민과 친해지기!
주민과 교류를 통해 친해질수록 명성도 상승.
등급이 낮은 반복 퀘스트 순으로 몇 가지가 나열되었다.
“이런 식의 내용인 퀘스트가 수백 가지나 있는 건가? 많기도 하네…….”
일단 우선으로 나온 네 가지 중 부모님과 일상을 같이 보내는 퀘스트부터 하려고 했다.
안 그래도 부모님을 거의 2~3주 정도 못 뵈었기 때문에 퀘스트로 인해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특별한 보상을 받는다면 일거양득이 아니겠는가? 자신에게는 아주 좋은 퀘스트나 다름없었다.
“이것부터 해야지 그럼…….”
진성은 부모님께서 거주하고 계시는 판교에 방문하기로 했다.
텔포를 타고 가면 빠르게 갈 수 있었으나 구매 해 놓고 거의 타지 않는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네비게이션으로 검색해 보니 부모님 집까지는 약 1시간 이상은 걸릴 듯했다.
가기 전에 전화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받지 않으셨다.
“엄마한테 전화해야 하나?”
엄마에게 전화를 걸자 통화음이 몇 번 울리지도 않았는데 단숨에 받으셨다.
-그래~ 아들, 오랜만이네? 웬일로 전화 한 거니?
“엄마! 오늘 혹시 집에 계셔요?”
-아니~ 어제 외가 쪽으로 내려왔어.
“아……. 외가에는 왜요?”
-외할머니 생신이거든.
“아, 외할머니요?”
-기억은 잘 안 나겠지만 네가 어렸을 때 한두 번 뵌 적이 있어.
“혹시 주소가 어떻게 돼요?”
-왜? 내려오려고?
“네, 당연하죠! 오늘 엄마하고 아버지랑 같이 시간 보내려고 했거든요.”
-그러니? 그럼 엄마가 문자로 주소 보내 줄 테니 거기로 올래?
“네, 엄마!”
통화가 끝난지 2분도 안 돼서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 내용을 보니 주소가…… 청주 오창읍이었다.
“2시간 넘게 걸리네……. 느긋하게 가야겠다.”
진성은 혹시나 오창읍 가는 길에 할 만한 퀘스트가 있나 하고는 휴게소라는 단어를 검색하자 퀘스트 몇 가지가 나왔다.
휴게소 관련 퀘스트도 있네? 진짜 없는 게 없구나…….
-일일 퀘스트
등급:E
내용:휴게소 음식 섭취하기
마력 30 회복
-일일 퀘스트
등급:E
내용:휴게소 농수산물 판매점 구경하기
새로운 작물 지식 획득
-일일 퀘스트
등급:E
내용:졸음 쉼터에서 1시간 이상 자기
체력 회복 50
음식 섭취는 너무 날로 먹는 퀘스트가 아닌가? 다른 헌터들도 이 같은 퀘스트로 받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며, 시동을 걸고 차 상태를 살펴보았다.
오랫동안 안 썼지만 크게 문제는 없어 보였다.
“출발하기 전에…… 이 팀장한테 얘기해야 하나?”
굳이 안 알리고 가도 되지 않을까? 자신을 호위한다고 몇 대의 차량이 또 내 차량에 달라붙을지도 모른다.
너무 이목을 끄는 건 좀 그런데……. 그냥 혼자 조용히 갔다 오는 게 좋을 듯싶었다.
출발하기 전에 차량 점검을 꼼꼼하게 한 진성은 차를 타고 출발하였다.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서울 쪽으로 올라가는 차량은 많았고 내려가는 차량은 꽤 적어 청주 오창읍에 일찍 도착할 수 있을 듯 보였다.
“이렇게 장거리 운전해 보는 건 처음이긴 하네…….”
운전이 익숙하지 않은 진성은 거의 초보자 운전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내려가는 차량이 꽤 적어서 진성에게 빵빵거리며 시비를 거는 차량은 단 한 대도 없었다.
진성은 운전에는 자신이 없었지만, 시비를 거는 사람이 없어 ‘그래도 운전은 좀 하나 보네?’라고 생각하며 아무 생각 없이 운전을 했다.
출발한 지 어느새 1시간이 지났고, 네비에 가까운 휴게소가 있다는 알림이 떴다.
“여기 들렀다 가야겠다.”
진성은 휴게소로 진입하였고 이른 시각임에도 인파가 몰려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차에서 내렸는데, 초겨울이라 그런지 매우 추웠다. 후드티에 청바지 차림이었지만 진성에게 이 정도 날씨는 아직 견딜 만했다.
“휴게소에서 우동 먹고 농수산물 판매점에 들렀다가 다시 출발하면 되겠지?”
진성은 휴게소 식당가로 향했고, 계산대를 기웃거리며 메뉴를 살펴보았다.
계산대에는 다행히 줄 서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 빠르게 주문할 수 있을 듯하였다.
진성은 간단하게 우동을 주문하였고 카드로 결제하고는 번호표를 받아 근처 적당한 자리에 앉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 휴게소의 음식이 맛있는지 꽤나 북적였다.
즐겁게 이야기를 하는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직장인으로 보이는 무리 그리고 등산모임으로 보이는 사람들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보였다.
“평일인데도 이렇게 바글거리다니…….”
번호표를 꽉 쥔 채 폰 게임을 하며 시간을 조금 보냈다.
약 15분이 지났을까? 자신의 음식이 나왔는지, 번호표의 번호가 전광판에 떴다.
진성은 서둘러 일어나 우동을 받아와 정수기와 가까운 자리에 앉아 우동을 맛있게 먹었다.
“이 휴게소 우동 잘하네?”
평소에 휴게소에서 먹는 거라곤 핫바뿐이었는데 우동이 꽤 맛있어서 다음에도 들러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자리에 앉은 헌터로 보이는 이가 정신없이 우동을 먹는 진성을 보면서 자신의 무리와 흉을 보기 시작했다.
“저 사람 봐봐. 게걸스럽게 먹네……. 더러워.”
“휴게소 음식을 저렇게 잘 먹는 사람은 처음 봤네……. 거지인가?”
“그럴 수도 있지. 엄청 배고팠으니 그런 게 아닐까?”
일행 중 한 명은 괜한 시비 걸지 말라고 하면서 일행들을 말렸지만 이미 일행들은 진성을 흉보기에 바빴다.
진성은 정신없이 먹느라 그들이 자신의 흉을 보는지도 몰랐다. 배고팠던 진성에겐 우동이 제일 중요했다.
진성은 우동을 깔끔하게 먹고 식기 반납을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주변을 둘러보니 구석에 농수산물 판매점 같은 건물 한 개가 보였다.
“어? 저기가 바로 그 판매점인가? 구경하다가 가야지.”
진성은 기대감을 품고 농수산물 판매장 건물로 들어갔다.
1층짜리 건물에 들어가서 보니 그 지역 특산물로 만든 과자 같은 물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그중 부모님과 외할머니께 드릴 만한 물건 중 홍삼 원액이 눈에 띄어 바로 구매하였다.
그 외 다른 특산물들로 만든 과자라든가 사탕 등 일부를 구매하고 주차장으로 다시 향했다.
차에 시동을 건 뒤 네비로 시간을 확인해 보니 1시간만 더 달리면 도착할 듯싶었다.
“도착하면 인사드리고 조금 쉬어야겠네.”
뒷좌석에 아까 구매한 것들을 넣어 놓고 바로 출발하였다. 네비에서는 막히는 구간이 없다고 하니 금세 도착할 듯하였다.
운전대를 잡고 차를 몰아 다시 운전을 했다.
그렇게 1시간여를 달려 외할머니댁 근처에 다다랐다.
“여기 근처인가 보네…….”
청주로 진입 후, 오창읍까지 어떻게든 도착한 진성은 오창호수공원 근처에 차를 잠깐 세운 다음 쉬었다.
그러면서도 아까 확인 못 한 퀘스트 창을 열어 확인하였다.
-일일 퀘스트(완료)
등급:E
내용:휴게소 음식 섭취하기
마력 30 회복
-일일 퀘스트(완료)
등급:E
내용:휴게소 농수산물 판매점 구경하기
새로운 작물 지식 획득
“진짜 이거 가지고 완료가 되는구나?”
마력 회복이야 상태창을 굳이 안 봐도 될 거 같았고, 제일 중요한 새로운 작물 지식은 무엇일까? 어떤 작물에 대한 걸 얻은 것인지 너무도 궁금했다.
그런 진성의 모습에 시스템이 도움을 주기로 하였다.
-진성 님. 인벤을 확인해 주시길 바랍니다.
“인벤? 거기에 뭐가 있는데?”
-아까 퀘스트로 완료한 보상이 인벤에 있습니다.
“어? 그래……?”
진성은 일단 시스템의 말대로 인벤을 열어 새로운 칸에 들어 있는 종이 같은 것을 꺼내 보았다.
-사용 방법은 토지권과 비슷합니다. 찢어 보세요.
시스템의 말대로 종이를 찢자, 진성의 몸에 빛이 스며들고 알림이 떴다.
-홍삼, 산삼, 인삼에 대한 지식을 획득하였습니다.
“어라?”
-이제 약초에 대한 기초 지식을 얻으셨으니 약초도 한 번 키워보시길 바랍니다.
아주 쉬운 퀘스트로 뜻밖의 수확을 얻었다.
홍삼, 인삼, 산삼이라니……. 키워보고 싶은 작물이었는데 지식을 여기서 얻어 조금 황당하기는 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진성은 다시 차에 시동을 걸고 네비게이션을 보면서 천천히 출발하였다.
호수공원에서 약 10분을 더 가서 도착한 그곳은 구룡택지로에 있는 큰 저택이었다.
“어? 이곳 맞나?”
뭔가 잘못 온 거 같기도 해서 그 저택 앞에서 서성거리자 저택 입구를 지키는 경비원이 나와 진성에게 말을 건넸다.
“누구십니까?”
“그게…….”
뭐라고 말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었는데 마침 진성을 부르는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성아, 오랜만이네~”
목소리는 낯이 꽤 익었는데 얼굴은 누군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혹시 손님이십니까?”
“네, 그러니 여기 문 좀 열어주세요. 아저씨.”
“네, 알겠습니다.”
경비원은 곧장 저택 문을 열어 주었다.
“자자, 진성아, 어려워하지 말고 들어와라.”
진성은 일단 그의 말대로 차량을 몰아 저택 안쪽으로 들어갔다. 일단 넓은 정원에 차를 주차한 후, 뒷좌석에 있던 선물들을 챙겨 나왔다.
“진짜 오랜만이구나……. 네가 아주 쪼그마했을 때 봤었는데…….”
“저……. 혹시 누구신지?”
“아하하, 기억 못 할 만도 하겠구나!”
그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자기소개를 하였다.
엄마의 동생, 즉, 외삼촌이었다.
외삼촌의 이름까지도 듣자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아주 어렸을 때의 일이지만 목소리는 확실히 기억이 났다.
“기억이 조금 나는 거 같아요.”
“그래? 잘됐구나……. 자자, 일단 들어갈까? 안 그래도 누나하고 매형이 기다리고 있던데.”
진성은 외삼촌의 안내에 따라 큰 저택으로 같이 들어가게 되었다.
집 안이 시끄러운 것을 보아하니 친척들이 모두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진성을 알아본 친척과 인사를 하였다. 그중 몇몇은 진성을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래. 내가 너의 외할머니다.”
그중 제일 어른으로 보이는 이가 말했고 진성은 고개를 돌려 두 번째로 보는 외할머니에게 인사를 드렸다.
외할머니의 인상은 뭔가 차가운 느낌이었다. 옆에 계시던 외할아버지는 허허허 웃으면서 진성에게 인사를 하였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진성은 휴게소에서 사 온 홍삼 원액과 갖가지 선물들을 외할머니께 드렸다.
선물들을 모두 드린 후,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다.
“그래, 왔냐?”
아버지는 여전히 무표정으로 아들의 인사를 받았고 엄마는 진성을 안으면서 ‘아들, 먼 길을 오느라 고생했지?’라는 말을 하였다.
“아, 아뇨. 2시간밖에 안 걸렸어요. 그리 먼 거리도 아니고요.”
“아무튼 고생했어. 아들~”
“네, 엄마.”
진성은 자신이 어렸을 때 외할머니와 일부 친척이 자신을 싫어했던 걸로 기억했다.
외삼촌과 몇몇 친척 그리고 외할아버지는 진성을 챙겨주었다.
외할머니가 자신을 싫어하는 이유를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짐작이 되었다.
아무래도 아버지와 엄마가 사랑의 도피라고 해야 하나? 가지고 있던 것들을 포기하고 집을 나갔기 때문에 외할머니가 그런 마음을 가진 걸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