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0화
160. 160화
“너희 혹시 엘프들 싫어하냐?”
“무슨 의미죠? 종족으로서 말하는 건가요? 아니면 다른 것?”
“종족으로서든 뭐든 있을 거 아니야? 원한이라든가.”
“어느 엘프냐에 따라서 달라요. 정확히 말하면 우드 엘프가 타깃이면 저희는 무조건 할 거예요.”
“그래! 우드 엘프……. 강진성의 땅에 우드 엘프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 그들 중 일부가 예전에 이하늘 대통령 보러왔단 말이야…….”
“그들 중 아이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엘프가 있었나요?”
“어! 있었지……. 왜? 그녀에게 원한이 있나?”
“네. 원한이 있죠! 우리 종족을 몰살시킨 장본인이니까요.”
“호오? 그거 흥미로운데?”
이거 좋은 계획이 생각나는걸?
다크 엘프들은 무척이나 강해 보였다. 이 정도 전력이면 엘프들 정도는 그녀들이 처리할 것이다.
그럼 일단 엘프들은 됐고……. 남은 건 강진성을 혼란에 빠뜨리는 건데…….
일단 디아나 님이 이하늘 대통령을 방문한다고 했으니 나중에 대통령하고 접촉을 해 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해야 할 것 같았다.
조은성은 일단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싶었다.
* * *
이하늘 대통령은 늦은 시간까지 업무를 보고 있었다.
슬슬 업무를 마치고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주변이 조용해지면서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말이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주변 소리가 들리지 않자 자신의 귀가 먹은 것인가 하고 귀를 만져봤지만 여전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당황해 하는 그 앞에 한 인물이 스르륵 나타났다. 그림자에서 솟아났다고 해야 할까?
처음 보는 인물이 갑자기 나타나자 이하늘 대통령은 업무실 바깥의 경호원들에게 들으라고 ‘누, 누구냐!’라고 크게 외쳤다.
하지만 그 외침을 듣지 못한 것인지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호호호, 소용없어. 말 그대로 시간을 멈춘 거니까.”
“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시간을 멈췄다는 말에 그는 두려움에 떨었지만 존댓말로 할 말은 다 하였다.
“나? 네가 잘 알 텐데?”
“설마……. 다른 군주님이십니까?”
“그래, 맞아. 난 흡혈 군주 디아나라고 해.”
“다른 군주분께서는 어쩐 일이십니까?”
“어쩐 일 이긴, 너에게 좋은 일거리 하나 던지려고 왔지. 아! 참고로 파멸 군주 주원에게 허가 맡고 온 거니까 거절할 순 없어.”
“아, 알겠습니다.”
이하늘 대통령은 흡혈 군주가 갑자기 찾아와서 당황했지만, 파멸 군주님의 허가라고 하니 순순하게 들으려 했다. 그에 디아나는 주원이 부하들 하나는 잘 골랐네, 하면서 조은성 헌터와 그를 비교했다.
조은성 헌터는 계속 경계했는데 이하늘은 그저 힘에 굴복해서 순순하게 복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는 조은성 헌터와 내 부하들과 잘 연계해야 해!”
“어떤 일을 말입니까?”
“강진성……. 아니, 너의 가장 큰 욕망은 엘프들이지?”
“크흠…….”
이하늘 대통령은 그 당시 청와대를 방문했던 엘프 중 아이린에게 한눈에 반한 것이다.
그 얘기를 흡혈 군주 디아나가 꺼내자 당황하면서 헛기침을 하였다.
“원한다는 뜻이네? 그 엘프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이 일, 할 거야?”
“무, 물론입니다. 하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십시오. 디아나 님.”
“이미 여기 오기 전에 조은성 헌터에게 다 말을 해 놨으니 내가 간 이후에 연락해서 둘이서 계획 잘 짜봐.”
“아, 알겠습니다.”
“그럼 용건은 끝났으니 난 이만 갈게.”
“조, 조심히 가십시오. 디아나 님.”
“그래, 수고해.”
디아나는 일방적으로 자기 할 말만 하고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지자마자 주변 공기가 풀리면서 다시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멈춰있던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조은성 헌터라…….”
이하늘 대통령은 한동안 그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업무실을 나와 경호원들 호위하에 자신의 저택으로 향했다.
그는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조은성에게 연락할 생각이었다.
디아나는 그가 저택으로 향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사라졌다.
청와대와 저택이 워낙 가까워 저택에 금방 도착하였고 바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르-
신호음이 몇 번 가더니 누군가 받았다.
“나다……. 조은성.”
-이하늘 대통령님, 오랜만입니다?
“그래, 오랜만이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혹시 자네한테도 디아나 님이 방문하셨나?
-물론이죠! 그래서 언제 한 번 만나서 대화 좀 하시죠? 전화상으로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그럼 언제쯤 좋겠나?”
-내일 당장 만나시죠! 아무래도 요즘 강진성 그놈, 잘나가고 있다 보니까 한 번 뒤흔들어 놔야 하거든요. 강진성 그놈이 구매한 토지 조사도 한번 해야 하고…….
“토지 조사라면 나에게 맡겨두게. 조사단을 파견하면 되는 일이라네.”
-하하하, 당연히 대통령님이 해 주시겠죠! 그쪽 관련은……. 저희는 강진성을 싫어하는 자들을 모아서 대혼란을 일으킬까 합니다.
“대체 뭘 하려는 건가?”
이하늘은 불안해졌다.
대한민국의 어둠을 잠식하고 있는 조은성 헌터가 비록 도망자 신세로 전락했다지만, 아직도 그 명성과 이름값이 있어서 그가 원한다면 꽤 많은 헌터와 조폭들이 집결할 것이다.
그가 하려는 일이 대체…….
-수습은 대통령님이 해 주셔야 할 겁니다……. 엄청 큰 똥 하나 싸지르려고 합니다. 흐흐흐.
“나라가 혼란해질 정도인 겐가?!”
-뭐 그렇죠……. 계획 일부만 알려 드리자면, 다른 군주님의 부하들이 교도소에 갇혀 있던데……. 그들을 탈출시킨 다음 강진성에게 협력적인 사람들과 그의 부모님을 동시다발적으로 습격할 겁니다. 흐흐흐.
“자네, 미쳤군……. 큰 혼란이 올 수도 있다네!”
-어차피 저는 잃을 게 없는 사람입니다! 제 이름 하나 세상에 남기고 가는 게 저의 마지막 일이 될 겁니다. 그러니 뒤처리는 좀 도와주시죠? 아! 그리고 엘프 중 그, 아이린인가 했던가요? 그녀는 대통령님께 넘겨 드리겠습니다.
역시 조은성 이자는 위험한 녀석이었다.
일부라고 하지만 꽤 위험한 계획이었다. 이 일로 대한민국 안이 꽤 혼란스러워질 것 같았다……. 아니, 전 세계에서도 주목하겠지.
이하늘은 뒤처리 생각에 벌써 머리가 아파져 왔다. 조용히 해결하고 싶었는데, 조은성이 일을 더 키우려고 했기 때문이다.
“일단 알겠네…….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고.”
-그럼 내일 거기서 만나시죠?
“양평 별장 말인가?”
-네. 그리고 오실 때 믿을 만하고, 입이 무거운 경호원들로 데려오십시오. 대통령님.
“알겠네……. 그럼 내일 보자고.”
-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조은성 헌터는 먼저 전화를 끊었다.
이하늘은 머리가 지끈거려 두통약을 꺼내 먹었다.
“이게 일부 계획인 건가?……. 대체 이런 일을 얼마나 크게 벌일 건지…….”
자신의 방 안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대통령이었다.
조은성은 그와 통화를 끝낸 뒤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 이진호. 잘 지내고 있냐?”
그의 입에서 뜻밖의 인물, 이진호가 언급된 것이다.
-무슨 일이냐? 조은성 헌터.
“무슨 일이긴……. 아주 재밌는 일이 생겨서 전화한 건데?”
이진호는 한동안 조용했던 조은성 헌터에게서 전화가 와 불안해졌다.
이 작자가 또 무슨 일을 시키려고 하는 것인가? 진호는 조은성 헌터에게 빚을 진 적이 있는데, 그걸 아직도 못 갚아서 그가 시키는 일 몇 가지를 해 왔었다.
그런데 그가 전화 와서 무언가 시키려 하는 듯해 진호는 ‘또 더러운 일이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딱 봐도 싫어하는 티를 내는구먼? 이번 일은 진짜 재밌는 거라니까……. 이번 일 잘 마치면 빚은 없도록 하겠다.”
-그럼 무슨 일인지 말해 봐.
“너, 강진성 싫어하지?”
대뜸 강진성을 싫어하냐는 물음에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 뻔했다.
가만 생각해 보니 항상 시우 옆에 있던 강진성이라는 그 녀석 때문에 자기 일이 잘 풀린 경우가 없는 게 떠오른 것이다.
“무슨 일이 있긴 있구만? 아무튼, 강진성 무너뜨리는 계획에 동참할 거냐? 아, 참고로 네가 싫어하는 동생이 이시우라고 했던가? 그 녀석도 몰락시켜 주지. 어때? 구미가 당기지 않아?”
-……그 계획이 뭔데?
“일단 내가 문자로 주소 보낼 테니까 내일 아침 10시까지 여기로 와라. 아주 재밌는 계획이 될 테니까.”
통화가 끊기고 조은성은 바로 해당 주소를 이진호에게 보냈다.
“흐흐흐, 일이 재밌어지는데? 이제 그분한테 연락해야겠다.”
그는 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하하 오랜만입니다. 강 부회장님.”
-무슨 일이냐? 조은성…….
“에이, 뭘 그리 딱딱하게 말씀하십니까? 저희 사이에.”
-무례한 녀석……. 용건이 뭐냐? 바쁘다.
“혹시 강진성 무너지는 거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자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강진성 그리고 후계자……. 관심 있으시면 내일 이 주소로 오십시오.”
-…….
조은성은 통화를 끊지 않고 강 부회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확인한 강 부회장이 조은성에게 말을 건넸다.
-나 말고 누가 오는 거지?
“아하하, 궁금해 하실 줄 알았습니다. 강진성을 싫어하거나 피해받은 사람들이 올 겁니다. 그리고 이 일은 흡혈 군주 디아나 님과 파멸 군주 박주원 님이 허가해 주신 계획이니, 하실 거죠? 강 부회장님.”
-알겠네……. 내일 보지.
“믿고 있었습니다. 그럼 내일 보시죠! 오전 10시까지 와 주시면 됩니다!”
파멸의 군주가 언급되자 강 부회장은 바로 하겠다고 하였다. 내일 그 장소에 모여서 강진성 무너뜨리기 계획을 즐겁게 짜기만 하면 된다.
그가 다른 이들에게 전화 거는 것을 근처에서 지켜보던 디아나의 다크 엘프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은성은 통화만 3시간 이상을 해 가며 연락할 만한 사람들에게 모두 연락을 돌렸다.
통화가 끝나니 새벽이 되어 하품이 나왔다.
“하암……. 졸리구먼…….”
“이제 초대할 만한 사람은 다 초대한 겁니까?”
조용히 지켜보던 슈리엘이 말을 건네자 조은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끝났어. 내일 따라오면 알게 될 거야.”
“엘프들은 저희에게 맡겨 주세요.”
“하지만 아이린 그녀는 안 돼! 이하늘 대통령한테 넘겨줘야 하니까.”
“그녀만큼은…… 제 손으로 베고 싶었지만, 인간에게 농락당하는 모습도 보고 싶긴 하네요. 아이린은 양보하겠습니다. 다만, 다른 엘프들은 저희가 몰살시킬 테니 그건 말리지 마십시오.”
“그래, 그래. 알겠다고…….”
슈리엘의 목소리에서 살기가 뚝뚝 흘러나와 조은성은 자신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확실히 다크 엘프는 자신보다 강하다.
이거 조심해야겠다. 잘못하면 자신까지 베일라…….
“그럼 나는 자러 갈 테니까 너희도 쉬라고…….”
“알겠습니다.”
조은성은 아무 건물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이 일대는 전부 조은성의 영역이어서 지역 경찰들조차도 건들지 않는 구역이다.
조은성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슈리엘은 바로 디아나에게 보고를 하였다.
디아나의 사역마가 바로 그 장소에 있었기에 조은성의 계획을 상세하게 보고를 올리고 있던 것이다.
그렇게 그들이 수작을 부리고 있을 때 이 새벽 시간에 진성은 잠을 잘 자고 있었다. 자신에게 곧 닥쳐올 위험을 모른 채 말이다.
* * *
다음 날. 여느 때와 같은 아침이 찾아왔다.
진성은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하암……. 잘 잤다. 오늘은 몸 상태가 매우 좋네.”
일어나자마자 몸 상태를 확인해 봤는데 근육통 같은 것들이 많이 사라져 있었다. 오늘 움직이는 것에 대해 아무런 제약이 없을 듯했다.
“오늘은…… 자잘한 퀘스트부터 해 볼까?”
그동안 하지 않고 있던 작은 퀘스트들을 차근차근 진행하면서 능력치를 빠르게 올리려는 계획을 세웠다.
아주 간단한 것들뿐이라서 나중에 천천히 해야지, 하고 하지 않은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씻고 퀘스트 확인부터 해야지.”
진성은 잠자리 주변을 정리하고 씻고 아침밥을 간단하게 먹은 뒤 인벤에서 잘 안 쓰는 것들을 꺼내 잘 안 쓰는 방에 차곡차곡 정리하였다.
정리해 보니 꽤 많은 아이템을 안 쓰고 있었다.
딱 쓸 것들만 인벤에 정리되어 있어 기분이 좋아진 진성은 이제 슬슬 퀘스트부터 확인해야겠다며 퀘스트 창을 열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