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159화 (159/209)

제159화

159. 159화

세린이와 같이 점심을 먹은 진성은 자신의 밭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얼마만의 평화일까? 그전에는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디펜스도 했고 군주와 싸웠고 아카데미 교관일까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픈 일들뿐이었다.

이렇게 하루를 편하게 쉬고 있으니 마음이 안정되고 편했다. 앞으로도 큰일 없이 이런 날들만 보내고 싶었다.

“후……. 좋네!”

진성은 세계수 그늘에 세린이와 같이 누워 있었다.

오직 진성의 땅 안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부는 여름 같은 계절이다. 땅을 나가는 순간 겨울로 바뀐다. 오직 진성의 땅에서만 계절을 조절할 수 있다.

“이제 슬슬 겨울시즌이네……. 곧 눈이 올 시기인가?”

눈이 내리면 집에서 밭으로 가는 길목이 꽁꽁 얼 것이고 쌓인 눈을 치워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끔찍해졌다.

군대에 있을 때 눈을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라 칭하며 끊임없이 치웠던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으휴……. 끔찍해라.”

군대에 있을 다들 융통성이 없던 터라 눈을 치우면 그 자리에 또 눈이 쌓이고, 일을 다 하고 돌아보면 또 쌓여 치우길 반복했다.

지금은 군대에 있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랄까? 연금술사들이 개발한 장비를 쓰면 제설작업을 빨리 끝내지 않을까? 아직 눈이 내리지 않아서 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눈 내리면 어떻게든 되겠지…….

“아빠, 눈 내리는 날에 눈 치우는 거 도와 드릴게요.”

진성의 생각을 읽은 것인지 아니면 눈치가 빠른 것인지 세린이가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했다. 진성은 마음은 고맙지만, 괜찮다고 하였다.

“괜찮아, 세린아. 제설 작업 장비가 많이 있으니까 그때 가서 주문하면 되거든.”

“그래도 일손이 부족하면 얘기해 주세요. 아빠! 도와 드릴게요.”

“그래, 고마워. 세린아.”

항상 진성의 곁에는 세린이가 있었다.

세린이를 만나기 전에는 부모님께서 곁에 있었지만 이젠 부모님도 바쁜 생활을 보내고 계신다.

조만간 만나러 가야 할 텐데…….

요즘 자주 만나지 못해 아쉽다고 해야 할까? 다음 군주들이 찾아오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테니까 그 중간에 한번 부모님을 뵈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세린이의 존재와 세계수 그리고 자신의 밭에 대해 부모님께 말할 때가 되었다. 언제까지 꼭꼭 숨길 수만 없다. 이미 친구들과 할아버지는 알고 있었다.

다음에 부모님께 찾아가면 꼭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그저 쉬자……. 지금은 그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모든 걸 잊자……. 복잡한 건 내일부터 생각하면 된다.

시스템은 여전히 조용한 상태였다.

진성은 군주들과 싸우면서 피폐해져 가고 있었다. 모든 군주를 쓰러뜨려야 비로소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건데……. 그 과정이 참 힘들었다.

“아빠,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오늘은 쉬세요.”

“그래, 세린아.”

세린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오늘은 다 잊기로 했다.

복잡한 생각을 그만둔 진성은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기었고 점점 나른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어느새 눈을 감고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세린이는 진성이 잠들 때까지 옆에서 지켜보다가 잠든 진성을 세계수 그늘 아래 놔둔 채 어디론가 날아갔다.

아빠를 위해 뭔가를 하려는 그녀였다.

“아빠 혼자 고생하게 할 순 없어……. 그렇지, 시스템?”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 세린 님.

“넌 그저 나를 보조해 주면 돼. 아니, 지켜보기만 해.”

-알겠습니다…….

“아빠를 노리는 적들은 내가 용서하지 않을 거니까.”

진성이 퀘스트와 군주들과의 싸움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동안 세린은 혼자 밭을 지키며, 걱정만 했는데 이제 직접 움직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시스템은 불안함을 느꼈다. 세계수의 정령왕인 그녀가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는 모르겠지만, 꽤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결심과 더불어 그녀에게서 군주들에 대한 적개심 또한 느껴졌기 때문이다.

* * *

한편…….

진성의 퀘스트를 방해하려는 흡혈 군주 디아나는 파멸의 군주 허락 아래 최근에 부하가 된 이들을 한 명, 한 명 만나러 갔다.

처음에는 진성의 힘을 깔보다가 대머리가 되어 버린 A랭크 조은성 헌터를 만났다.

“누구십니까?”

조은성 헌터는 자신의 앞에 나타나 강력한 기운을 내뿜는 그녀를 보고 경계했다. 그녀는 긴장하지 말라며 자신을 흡혈 군주 디아나라고 소개하였다.

“그래서 저한테 무슨 용건이십니까? 디아나 님.”

“너를 이용하려고?”

“그게 무슨 소리이십니까?”

“강진성에게 복수를 원하지? 나한테 좋은 계획이 하나 있거든.”

“복수를 원하긴 합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힘에 보호받고 있는 강력한 녀석인데, 복수할 수 있다는 겁니까?”

조은성 헌터는 흡혈 군주 디아나의 계획이 좋지 않다면 참여할 생각이 없었다.

“계획, 들어보지 않을래?”

“일단 들어는 보겠습니다. 디아나 님.”

“네 동료 중에 이하늘 대통령이 있지? 그하고 연계할 거야. 그러니 미리 알고 있어.”

“대통령 말입니까?”

“그래. 아주 재밌는 계획이 될 거야.”

디아나의 계획 일부는 이러했다.

이하늘 대통령이 강진성의 땅을 조사해서 불법적인 토지 구매와 관련이 있는지 조사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엘프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지시할 것이며, 다른 곳으로 옮겨둔 엘프들은 조은성 헌터의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이 내용이 계획 일부라는 겁니까? 이하늘 대통령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 강진성이 쉽게 넘어갈까요? 그는 제가 알기엔 한울 기업 회장의 손자로 알고 있습니다. 그 회장이 개입하면 저도 그렇고 이하늘 대통령도 쉽게 못 움직입니다.”

“그걸 내가 해결해 주겠다면?”

“아마 가능할 것입니다…….”

그녀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다는 것일까? 한울 기업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대한민국 정부를 휘두를 수 있는 기업이다.

그런 곳을 일개 군주 한 명이 해결해 주겠다고? 솔직히 말이 안 된다.

디아나라는 군주가 얼마나 강한지 모르는 조은성에겐 디아나의 계획이 무리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군주인 파멸의 군주라면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군주는 이런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너……. 내 힘을 못 믿는 거지?”

“솔직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갑자기 찾아와서 흡혈 군주라고 소개하는 건 그렇다 쳐도, 어떤 힘을 가진지 저는 모르기 때문입니다. 파멸의 군주님이 오셨으면 이해했을 겁니다.”

“그래. 그렇게 듣고 보니 그러네. 그럼 내 부하를 붙여줄 테니 그녀와 함께 작업해 보지 않을래?”

“부하 말씀이십니까? 어떤 일부터 하려고 하십니까?”

“글쎄? 아주 재밌는 일?”

이 흡혈 군주는 대체 뭘 하고 싶은 거지? 나를 놀리는 건가?

조은성은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파멸의 군주의 명령이라면 군말 없이 했을 것이다. 자신이 모시지도 않는 군주가 와서 이래라저래라한다고?

군주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자신은 A랭크 헌터다.

“이렇게 말해도 못 알아듣는 거니?”

디아나는 조은성 헌터를 위협하기 위해 강렬한 기세를 내뿜으며 그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마치 파멸의 군주 힘을 마주한 것 같았다.

그녀의 강렬한 기세에 조은성 헌터는 하마터면 정신을 놓을 뻔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충성의 대상은 파멸의 군주인 박주원이었기에 그녀의 강렬한 기세를 간신히 버텨내며 입을 열었다.

“그…… 래도 충성의 대상…… 은 파멸 군주 박주원 님입니다!”

“호오? 충성심 하나는 대단하네……. 역시 주원이 부하들은 재미없다니깐…….”

강렬한 기세를 거둔 디아나는 알 수 없는 말을 하였다.

숨이 턱턱 막혔던 조은성은 그녀가 기세를 거두자마자 캑캑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면서도 경계를 풀지 않았다.

“아! 그러고 보니까 그 말을 하지 않았네. 이미 주원이에게 허가는 받았어.”

그녀의 말에 갑자기 기운이 쑥 빠지는 조은성이었다.

자신의 군주가 허락했다고? 뭐야, 이럴 거면 빨리 얘기해 주지…….

“아니, 그걸 이제 왜 말씀해 주십니까? 미리 말씀해 주셨으면 군말 없이 따랐을 겁니다.”

“그냥 시험해 본 거야~ 주원의 부하 중에 너가 제일 늦게 들어왔잖아? 혹시나 해서, 호호.”

진짜 이 여자, 악취미다. 기세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여자다.

앞으로 조심해야겠어.

“일단 내 부하들을 붙여 줄 테니까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보든가?”

“아, 알겠습니다.”

“자! 나와서 조은성 헌터를 도와주도록 해!”

디아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그림자에서 일단의 무리가 솟아났다. 약 20여 명으로 구성된 이들이었는데 하나같이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들이 저를 도와줄 디아나 님의 부하들입니까?”

“그래, 맞아. 다크 엘프야.”

“다크…… 엘프 말씀이십니까? 설마 그 소설 속에 나오는 종족?”

“너희에게는 소설 속의 인물들이지. 그 다크 엘프가 맞아.”

디아나는 팔짱을 낀 채 조은성에게 말했다.

조은성은 망토를 쓰고 있는 그녀들을 보았다. 그녀들 한 명, 한 명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인간으로 치면 A랭크가 넘는 실력자들처럼 보였다.

이거 재밌게 돌아가는걸?

“이하늘 대통령한테는 내가 가서 얘기해 둘 테니까 그와 상의해서 잘 만들어 봐~”

“그럼 디아나 님의 계획대로 하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어~ 상관없거든. 나보다 질이 나쁜 너희가 잘 짜리라 믿고 있어.”

“너무 대놓고 말씀하시는 거 아닙니까?”

디아나가 신랄하게 자신들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조은성은 어이가 없었다.

장본인 앞에서 이렇게 대놓고 말하다니 하여간 군주들이란……. 가로쉬도 그의 부하도 자신을 막 대했었다.

그러고 보니 가로쉬의 부하들은 모두 감옥에 갇혀 있다고 했지? 이번 기회에 모두 꺼내서 대혼란을 만들어 볼까?

모두 하나같이 강진성에게 적개심이 가득한 녀석들이라 충분할 듯싶었다. 강진성을 쓰러뜨리긴 힘들어도 멘탈을 박살 내기엔 충분할 것이다.

“흐응~ 벌써 나쁜 생각 중이구나?”

디아나의 말에 조은성이 크흠 거리면서 ‘아무것도 아닙니다.’라고 얼버무렸다.

“그래서 모든 수단 방법 가리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디아나 님.”

“그래! 내가 지원은 다 해 줄 테니까 제대로 깽판 쳐도 돼. 파멸의 군주 주원이도 허락한 일이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준비에 착수하겠습니다. 제대로 깽판 쳐 보겠습니다. 흐흐흐.”

“너 진짜 사악하구나? 역시 주원이가 부하는 잘 고르네.”

“사악이라뇨? 저는 원래 이런 놈 아닙니다.”

깽판 칠 생각이 벌써 기분이 좋아지는 조은성이었다.

대한민국에 큰 똥을 하나 싸지르고 신문 1면에 나오는 그런, 대 환장의 깽판을 쳐보는 것이다.

강진성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 싶었다.

“디아나 님,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뭔데?”

“왜 이렇게까지 강진성을 노리시는 겁니까?”

“그거? 아주 간단해. 우리 군주들이 그를 타깃으로 삼았으니까. 그리고 시스템의 붕괴를 위해서 움직이는 것뿐이야.”

“시스템이라…….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군주님들이 왜 그를 타깃 삼은 건지 몰라도, 불쌍하네요. 크크크.”

“뭐, 자세한 건 알려고 하지 마! 너희는 우리가 시키는 일만 제대로 하면 되는 거니까.”

“예이예이, 알겠습니다요.”

“그럼 볼일은 끝났으니 난 이만 가야겠네. 이하늘 대통령한테도 가야 하니까.”

디아나가 사라지려고 하자 조은성 헌터가 ‘잠시만요!’라고 외쳤고 디아나는 그가 또 질문할 건가 해서 기다려 주었다.

“그……. 추후 연락은 어떻게 하죠?”

“그건 내 부하들에게 얘기하면 돼!”

“아……. 네.”

“이제 더 질문 없지? 이만 간다.”

“네, 디아나 님. 안녕히 가십시오.”

조은성은 사라지는 디아나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이제 조은성과 다크 엘프라는 종족의 그녀들만 남았다.

조은성은 그녀들 중 한 명에게 말했다.

“이들 중 제일 상급자가 누구지?”

“저예요.”

그녀들 중 한 명이 나와 조은성에게 말했다.

“이름은?”

“슈리엘입니다.”

“그럼 슈리엘……. 너희들이 주로 하는 일은?”

“우선은 당신을 감시하는 것입니다. 저희의 주특기는 암살이에요. 함정 매복에도 능하죠.”

그녀는 여전히 망토를 쓴 채였다. 조금 거슬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암살과 매복 함정이라…….”

그녀들을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할까?

엘프와 다크 엘프를 생각하던 조은성은 갑자기 망치를 얻어맞은 것처럼 뭔가 생각이 났다.

그 생각을 슈리엘에게 말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