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8화
158. 158화
“어? 진성 님, 웬일로 오신 겁니까?”
드워프 족장 하멜이 대장간에서 나오면서 진성과 마주쳐 인사를 건넸다.
“그저 돌아다니는 것뿐이야.”
“아, 혹시 시찰입니까?”
“뭐……. 비슷해.”
“대장간부터 구경하실 겁니까? 저희 드워프들의 일터를 구경해 보시죠, 진성 님! 하하하.”
드워프 하멜은 호탕하게 웃으면서 진성을 대장간 쪽으로 안내했다. 진성과 세린은 거의 강제적으로 대장간 안으로 안내되었다.
“하하하, 어떠십니까? 진성 님.”
대장간 안에는 각종 화려한 농사 장비들과 무기 방어구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중 실패작들은 다시 녹여서 작업한다고 한다.
역시 드워프들은 완벽함을 추구하는구나.
“대단하네.”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진성 님. 재료만 잘 주시면 됩니다.”
드워프 하멜은 대장간과 드워프 거주지 여러 곳을 안내해 주었다. 드워프 거주지도 꽤나 많이 성장해 있었다.
이제 수인족 거주지만 가면 되는 건가? 수인족 거주지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경매장에 가서 강한이를 만날 생각이었다.
“다 둘러본 것 같으니까 이만 갈게, 하멜.”
“네, 진성 님.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하멜은 진성과 세린을 드워프 거주지 입구까지 배웅해 준 후 다시 대장간으로 향했다.
진성은 이제 수인족 거주지에 가기 위해 드워프 거주지에서 발걸음을 돌려 남쪽으로 쭉 내려갔다.
수인족 거주지는 1만 평으로 호숫가에 가장 밀접해 있다.
“아빠, 여기가 수인족 거주지예요?”
“응, 여기야.”
호숫가에 밀접하게 있어서 그런지 수인족 아이들이 호숫가에서 장난을 치며 놀고 있었다. 일부 청년들은 물을 담아 거주지 안쪽으로 옮기고 있었다.
호숫물은 훌륭한 식수로 사용되고 있었다.
아직 고기가 살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 생기지 않을까?
“어? 진성 님, 여기는 웬일로?”
수인족 거주지로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낀 수인족 일부가 인기척을 확인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인기척의 주인공이 진성인 것을 보고 수인족 전직 용사이자, 현재의 족장인 토끼, 안드레가 인사를 건넸다.
“그래, 안드레~ 지금 거주지 상황은 어때? 잠시 와본 거야.”
“아! 시찰이군요, 진성 님?”
“시찰은 아니고 그저 상황이 궁금해서 보러 온 것뿐이야. 긴장하지 않아도 돼.”
“제가 안내해 드릴까요? 진성 님.”
“어, 그렇게 해 주면 고맙고.”
“아직 완성된 게 아니라서 보여줄 곳은 별로 없긴 합니다.”
“별로 상관없어. 오래 걸리는 건 나도 아니까.”
진성은 그들의 안내를 받으면서 거주지 곳곳을 둘러보았다.
아직까진 완성된 집은 많지 않았다. 완성된 건 족장의 집과 몇몇의 집뿐, 대부분은 건설 중이었다.
그리고 우물이 지어져 있었다. 호숫가와 가까워 굳이 만들지 않아도 되는데 우물을 만들어 호숫물을 저장해 둔 것이다.
“어수선하죠?”
“뭐 그럴 수도 있지……. 아직 진행 중이니까.”
“며칠 뒤에 오시면 이것보단 더 정리되어 있을 거예요.”
수인족 거주지를 다 둘러본 진성은 그들에게 인사를 한 후 입구로 나왔다.
경매장에 가기 전에 여기서 정보창을 한번 열어 보았다.
[이름:수인족 거주지
규모:10,000평
인구:1,000명
등급:A+
상태:생긴 지 얼마 안 된 땅이다. 하지만 세계수의 버프를 일부 받아 꽤 기름진 상태의 땅이다.
시설물:집 177채, 건설 중인 집 600채]
“수인족 1,000명이라 많긴 많네.”
“아빠! 그래도 그들은 모두 디펜스 퀘스트 때 도움이 많이 되는 이들이에요.”
“알고 있어, 세린아. 이제 경매장에 가 볼까?”
“경매장에 가서 뭐 하려고요? 아빠.”
“아아, 다름이 아니라 황금 사과하고 호숫가 물을 조합해서 아이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한 번 물어보려고.”
“가능할 거예요. 아빠! 그 고라니는 요즘 연금술에 매진하고 있어서 A랭크는 되는 수준이니까요.”
“오? 그렇게 성장했다고?”
“네! 아빠.”
강한이에 대해 얘기하며 걸어다니 경매장 입구에 금세 도착했다.
입구를 지키던 다른 고라니 병사들이 진성을 보고 인사하였다.
두 발로 서서 지키고 있다니, 너무 괴리감이 느껴지는걸? 심지어 두 발로 서서 경계하며 갑옷도 껴입고 있었다.
뭔가 무섭다고 해야 할까? 모습이 이상하다……. 내가 알고 있는 고라니가 아닌 걸까?
“어서 오십시오, 진성 님.”
“어~ 혹시 강한이 경매장에 있어?”
“네, 2층에서 연금술을 진행 중입니다. 불러드릴까요?”
“아니, 됐어. 내가 가서 이야기하지 뭐……. 수고해라.”
“네, 진성 님.”
고라니 경비병 두 마리가 꼿꼿이 서서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다시 봐도 괴리감이 느껴지는 모습이다.
“아빠, 전 여기서 기다릴게요~”
“같이 안 가고?”
“괜찮아요. 강한이하고 얘기하고 오세요.”
“그래, 금방 올게~”
세린이는 1층에 남아 있겠다고 해서 진성 혼자 2층으로 올라갔다.
이 경매장도 참 활기를 띠고 있었다.
고라니들이 두 발로 서서 일하거나 의자에 앉아 업무를 보는 모습은 참 희한했다.
똑똑똑.
“들어오세요~”
진성은 2층 구석에 있는 고라니 고강한 업무실 문을 노크했고 문 안쪽에서 강한의 말이 들려왔다.
저 녀석 완전 사람이네…….
진성은 망설이지 않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어? 진성 님, 웬일로……. 아니, 오랜만에 저를 보러 오셨네요……. 무슨 용건이라도?”
“어……. 용건이야 있지……. 그런데 요즘 잘 지내고 있냐? 거의 경매장에서 나오지 않는다면서?”
“네. 요즘 바쁘죠. 연금술에 푹 빠진 터라……. 진성 님이 오지 않는 사이에 새로운 아이템들도 많이 만들어 냈는데요.”
“오? 어떤 물건들인데?”
강한은 자신만만해하는 표정으로 업무실 책상에 아이템들을 꺼내놨다.
굉장히 다양한 병이 놓여 있었다. 포션같이 보이는 것들도 있었고, 그중 위험해 보이는 색깔을 가진 병들도 있었다.
“이게 다 뭐야?”
“하하하, 저기 검은색 포션은 독입니다.”
“무슨 독인데?”
“저 독은 영원히 탈모화가 되는 아이템이죠. 저 아이템을 맞은 사람은 머리카락이 단 한 가닥도 안 납니다.”
“너, 잔인하구나?”
“에이, 어차피 제 아이템들은 모두 진성 님이 쓰실 거잖아요. 제가 잔인한 게 아니라 진성 님이 잔인……. 크흠, 아무튼 그렇고요……. 그리고 저기 노란색 포션은 영구적은 아니지만 약 24시간 동안 힘을 두 배로 늘려주는 포션입니다.”
강한은 병 하나하나를 모두 설명해 주었다.
꽤 오랫동안 이 방에서 나오지 않고 연금술로 많은 포션들을 제작한 것이다.
무서운 녀석…….
설명을 모두 끝낸 강한이는 ‘자, 어떠신가요?’라는 말을 하며 자신만만해 하였다.
모두 아이템은 17가지였다. 그중 버프용 아이템과 탈모 관련 아이템은 흥미로웠다.
“그래서 이 아이템들을 꺼낸 이유가……. 자랑하려는 건 아닐 테고……. 다 실험에 써달라는 거지?”
“네! 그런 겁니다. 저번에도 제 아이템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니 또 이용해 주세요. 그래야 고칠 걸 고치죠!”
“그래그래, 알았어……. 다 챙겨갈게.”
진성은 그가 꺼낸 아이템 17가지를 모두 인벤에 넣었다.
“자! 이제 오신 용건을 한번 말씀해 보세요. 마침 시간이 남아서 충분히 도와 드릴 수 있습니다.”
“그…… 다름이 아니라 황금 사과 즙을 짜서 아이템 하나 만들려고 하거든……. 아무래도 황금 사과가 비싸긴 하잖아…….”
“서민용으로 만들고 싶다는 말씀이신가요? 진성 님.”
“그래! 그거야 바로.”
“거기에 호숫가 물을 써서 조합해서 만들면 어떨까 해서……. 가능하겠냐?”
“흐음……. 시도해 본 적은 없지만 한번 해 봐야겠네요……. 며칠 정도 걸릴 예정이니 나중에 찾아오세요.”
“대략 어느 정도?”
“4~7일 후에 오세요.”
“진짜 그 시간 만에 돼? 더 필요하지 않아?”
“충분합니다. 저를 뭘로 보시고……. 저, 이제 헌터 랭크로 치면 A랭크 넘는데요?”
아무래도 이 녀석, 여기 안에서 연금술에만 매진해서 단기간에 실력이 상승한 것 같다.
얼마나 많은 재료를 썼을까? 무서운 녀석 같으니라고…….
“얼마나 많은 재료를 썼냐?”
“크흠……. 그건 몰라도 돼요! 이제 용건은 끝나셨죠? 그럼 나가주세요. 진성 님.”
강한이는 힘을 써서 진성을 바깥으로 쫓아내려고 했다. 이제 자기 일을 방해하지 말라며 말이다.
진성은 버티려고 했으나 강한이 안 본 사이에 힘이 더 강해져 진성이 밀릴 정도였다.
“자자, 나가주세요. 저도 작업해야 한다고요!”
“아, 알았어. 아무튼, 며칠 후에 올게.”
“네, 오시기 전에 아이템 절반이라도 써 보시고 후기 알려주세요.”
“그래, 알았어.”
진성은 일단 그의 방에서 나왔다.
저러다가 저 녀석, 연금술사 헌터가 되는 건 아니겠지? 고라니가 헌터 일을 한다? 상상만 해도 이상할 것 같았다.
“아무튼……. 일단 1층으로 가야지. 세린이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황금 사과와 호숫가 물 조합의 결과가 매우 기대되었다.
잘 조합이 될 것인지, 아니면 실패할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 4일 후에 와서 확인해 보면 되겠지.
진성은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왔다.
1층에는 일부 엘프와 드워프 등이 고라니들과 대화 중이었는데 그들도 경매장을 이용할 수 있는 듯했다.
드워프야 자신들이 만든 농기구나 장비들을 경매장에 올려놓고 팔아서 돈이 꽤 벌릴 텐데 엘프는 어떤 식으로 돈을 버는 거지? 약초를 찾아서 판매에 올리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진성은 1층에서 쉬고 있던 세린이를 발견했다.
“세린아~ 많이 기다렸지?”
“아니에요. 아빠! 일을 잘 끝나고 오신 거예요?”
“응……. 가능성은 반반이지만 4일 후에 와서 확인해 보면 될 것 같아.”
“잘 되면 좋겠네요. 아빠.”
“잘 되면 다행이지. 실패하면 모르겠네.”
“아빠, 이제 뭐 할 거예요?”
“글세…….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아 있으니까 밥이나 같이 먹을까?”
“네, 아빠!”
그러고 보니 세린이가 먹을 것을 섭취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아빠! 저도 이제 섭취 기능이 생겼어요! 사람이 먹는 것도 다 먹을 수 있어요.”
“아, 그러니? 그러면 뭘 먹지?”
그냥 땅에서 나는 작물들로 과일샐러드 만들어서 먹는 게 제일 좋은 생각이긴 했다.
“과일샐러드 어떠니?”
“네! 맛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그걸로 하자!”
진성은 세린이와 경매장에서 나와서 바질과 루콜라 등을 수확하고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고 있던 수박과 딸기 등도 채취하였다.
먹을 만큼 땄다고 생각했는데 따고 나니 두 명이 함께 먹기에는 꽤 많았다. 하지만 샐러드는 금방 배가 꺼지기 때문에 많이 먹어도 상관없을 듯하였다.
“이제 드레싱만 준비하면 되나? 샐러드드레싱은 집에 있을 텐데……. 흐음, 어떻게 하지?”
“아빠!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저번에 아이린이 나눠준 샐러드용 드레싱이 있어요!”
세린이는 진성에게 드레싱이 담긴 병을 꺼냈다.
“뭐가 조합이 된 드레싱이니?”
“각종 특이한 과일들로 만들어진 드레싱이에요.”
“그럼 그릇은 뭘 써야지?”
“그것도 이미 있어요!”
세린이는 주섬주섬 나무 그릇 2개를 꺼냈다.
솜씨를 보아하니 엘프들이 만든 작품이네.
“여기에 담으면 돼요. 아빠!”
각자 수확해 온 과일과 채소를 나무 그릇에 담았고 마무리로 아이린에게 받은 드레싱을 뿌렸다. 꽤 먹음직스러웠다.
“오! 맛있겠다.”
진성과 세린은 과일샐러드를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매우 훌륭한 맛이었다. 역시 자신이 기른 작물이 더욱 맛있는 법이었다.
밭은 이미 포화 상태였는데 몇 가지 작물은 시우네 회사에 납품하고 나머지는 다시 판매해야 했다. 작은 퀘스트부터 완료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은 작은 퀘스트부터 꼼꼼히 완료해서 성장하고 다음 전투에 대비해야 한다.
남은 군주는 이제 3명…….
군주들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부하들이 자신을 찾아올 것은 분명하다. 성장하는 것을 어떻게든 방해하겠지…….
“아빠, 뭘 그리 골똘하게 생각하세요?”
“아, 아니야 아무것도……. 그저 앞으로가 걱정돼서”
“괜찮아요! 아빠는 어떠한 위험에 처해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거예요!”
“고마워, 세린아.”
진성은 자신에게 용기를 주는 세린이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렇다 세린이의 말대로 어떻게든 극복해서 살아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