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7화
157. 157화
진성이 깊게 잠든 그 시각. 다른 장소에서는 군주들이 모여 이야기를 한창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이든은?”
흡혈 군주 디아나는 무표정을 한 파멸 군주 박주원에게 매우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이든의 생사에 대해 물어봤다.
그런 그녀에게 주원은 표정 변화 없이 말을 하였다.
“그는 내 손으로 죽였다.”
“왜? 이든이 이상한 짓이라도 한 거야?”
“그는 우리의 동료 가로쉬의 시체를 제물로 바쳐 좀비로 만들고는 강진성을 공격하게 하여서 그랬다. 그리고 내 계획을 중간에 망치기도 했지.”
“아아……. 그런 이유였구나? 이든이 이번에는 진짜 더럽게 했네…….”
디아나는 이해했다는 듯이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어차피 우리가 강진성을 이기면 가로쉬하고 이든은 다시 살아나니까…….”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일까? 이미 죽어 버린 가로쉬와 이든이 다시 살아난다니? 어떻게 그들이 살아난다는 걸까?
“그리고 강진성도 타락해서 우리들의 동료가 되어 시스템과 싸우면 되는 건가?”
디아나는 강력한 강진성이 자신들의 편이 되면 시스템을 공략하고 파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물론 자신들도 시스템에 대해 잘 알지만, 세계수의 마지막 수호자인 강진성을 타락시켜서 그를 앞세워 강진성을 믿고 있는 시스템의 멘탈을 흔들어 놓으려는 속셈이었다.
“그날이 되면 재밌겠네……. 안 그래? 박주원.”
흡혈 군주 디아나는 크게 웃었다. 그녀의 광기에 찬 모습에 운명 군주 제시카가 그녀에게 한마디 하였다.
“너무 사악하게 웃는 거 아니에요? 디아나.”
파멸 군주 박주원은 디아나와 제시카를 훑어본 뒤 중얼거렸다.
“강진성……. 좋은 장기 말이 될 거 같군.”
“아무튼 이번에 강진성을 이기고 군주로 만든 다음 가로쉬와 이든이 되살아나면 교육 좀 해야 하지 않을까? 박주원.”
“이번에는 이든을 살리지 않을 거다.”
“왜?”
“이든의 자리는 강진성이 채울 거다.”
“아하! 그런 의미구나? 알았어, 주원.”
이든이 주원의 정체를 알았기에 그를 버리기로 했다.
그의 자리에 강진성을 넣고 지구를, 아니, 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이건 시스템에 대한 복수다.
군주들의 실질적 리더는 박주원이었고 모두가 평등한 것은 아니었다.
박주원과 다른 이들은 강진성을 동료로 맞이하는 것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든은 평소 박주원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고, 자신의 의견과 동료들의 의견이 다르다는 걸 눈치채 그들이 마음에 들어 하는 강진성을 처치하려 한 것이다. 그러다 결국 박주원에게 들켰고, 그가 죽게 되었다.
“그럼 주원,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 내가 나설까?”
“아니. 당분간 강진성이 더욱 성장하기를 기다린다.”
“그럼……. 자잘하게 방해하는 건 괜찮지?”
“그건 상관없다. 디아나.”
“알았어. 그럼 우리는 가만히 있는 걸로 하고 밑에 있는 애들을 시켜야겠네.”
“…….”
주원의 허가를 받은 디아나는 흥얼거리면서 나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 강진성을 괴롭히고 성장시킬지 고민하는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까 주원……. 네 밑에 있는 부하 중에 대한민국 이하늘 대통령하고 조은성 헌터 있지 않아? 그들을 내가 잠깐 써도 될까?”
“마음대로 해. 그 둘이 죽어도 상관없다.”
“고마워, 주원!”
디아나는 그 둘을 이용해 진성을 철저하게 방해하려는 마음을 먹었다.
“재밌겠네, 앞으로. 후후후.”
“진짜 성격 나쁘다니까요……. 디아나는.”
“그러는 게 재밌잖아, 제시카.”
“저는 잘 모르겠어요.”
“칫……. 재미 없어! 제시카는…….”
“그럼 주원, 오늘 회의는 끝이지? 나 그럼 잠시 나가 있으려고. 네 부하 좀 써 보게.”
“그래.”
주원은 그 장소에 우두커니 있었다.
디아나는 흥얼거리면서 그 장소를 벗어났고, 주원의 옆에는 운명의 군주 제시카만 비서처럼 서 있을 뿐이었다.
* * *
한편, 다음 날, 진성의 집 쪽에서는…….
“으음……. 벌써 일어날 시간이네?”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진성은 손을 더듬어 알람을 끄고 간신히 눈을 떴다. 어제의 전투가 너무 격렬했던지 아직도 몸에 여파가 남아 있었다.
몸 전체가 욱신거렸고, 정신이 차려지지 않아 ‘조금만 더 잘까?’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일어나기 싫은데…….”
온몸이 근육통으로 욱신거렸다. 근육통을 치료하는 방법은 푹 쉬거나, 아니면 황금 사과를 먹고 몸 상태를 최적으로 돌리는 게 있다.
“헌터가 아니었으면 푹 쉬었겠지만……. 황금 사과 하나 먹고 정신 차려야겠다.”
사과를 섭취하기 전에 일어나 주변 정리와 아침 샤워를 마친 진성은 인벤에서 남은 황금 사과 한 개를 꺼내 상쾌하게 섭취하였다.
한 입을 베어 물자 아삭, 이라는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일부 내용물이 진성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황금색 기운이 퍼져나가며 진성의 몸을 감쌌다.
황금색 기운이 진성을 감싸자 몸이 회복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사과를 먹기 전만 해도 근육통이 꽤 있었는데 황금 사과를 먹자 근육통과 누적된 피로가 실시간으로 없어져 갔다.
“역시 황금 사과는 대단하네……. 이거 하나로 이렇게 회복이 되다니.”
황금 사과에도 부작용이 있다.
황금 사과의 주인인 진성은 하루에 여러 개를 먹어도 부작용이 없는데, 일반인과 다른 헌터들은 1~3일에 한 개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섭취하는 날은 복통이 오며 크게 고생하는 것이다.
원래 몸에 좋은 것이라도 과도하게 먹으면 좋지 않다.
“황금 사과로 즙을 짜서 팩으로 팔아볼까?”
갑자기 이상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황금 사과 원액과 자신의 땅에 있는 호수의 물을 같이 제조해서 만들어 팔면 꽤 효과 있지 않겠느냐는 그런 생각 말이다.
“강한이한테 물어봐야겠다. 이런 건 그 녀석이 전문이니까.”
요즘 고라니 고강한을 못 본 지 오래되었다.
얼굴이나 볼 겸 밭에 있는 경매장에 오랜만에 들러야겠다는 생각이 든 진성은 황금 사과 모두 먹은 후 집에서 나와 밭으로 향했다.
황금 사과를 먹은 덕분에 몸이 홀가분해진 진성은 상쾌한 기분이 되었다.
“이제 세 번째 종족인 수인족까지 왔으니까……. 남은 건 드래곤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걷자 어느새 밭 입구에 도착하였다.
“오늘은 일단 강한이한테 가서 할 만한 퀘스트가 있는지도 알아봐야겠다.”
진성은 밭 입구에서 들어서자마자 자신을 기다린 것처럼 슈웅 날아오는 세린과 인사했다.
“아빠! 이제 몸은 괜찮아요?”
“오! 그래. 세린아. 난 이제 괜찮아~너는 괜찮니?”
“네! 문제없어요.”
세린은 날아다니면서 자신의 상태가 괜찮다는 것을 진성에게 보여주었다.
“다행이네. 괜찮은 것 같아서. 오늘은 밭 상태도 꼼꼼히 보고 다른 퀘스트도 하려고.”
“네! 아빠. 저랑 같이 밭 구경하러 다녀요!”
“그래. 같이 갈래?”
진성은 세린이와 함께 밭 입구부터 호수, 경매장 위치까지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아직 그대로 3만 평이지만 여전히 넓게만 느껴진다.
요즘은 퀘스트나 아카데미 교관 일을 하느라 정령들과 세린이하고 같이 있는 시간이 너무도 줄었다. 두 번째 군주를 쓰러뜨린 터라 시간이 조금 남는 것이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밭을 꼼꼼히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밭 상태는 훌륭하네. 역시 세린이가 특별하게 관리해 준 탓일까?”
“아빠가 성장할수록 세계수 그리고 여기에 있는 모든 작물도 성장하는 법이에요. 그러니 아빠의 지분도 있어요!”
“아, 그래?”
“그러니까 아빠가 요즘 바쁜 건 어쩔 수 없어요. 중요한 분기니까. 그러니 아빠, 너무 미안해하지 말아 주세요.”
“그래, 고마워. 세린아.”
“네, 헤헤헤.”
세린이가 기특하게도 자신을 신경 써주는 말을 하자 기분이 좋아진 진성은 세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세린이와 앞으로 계속 함께한다면 이렇게 즐겁고 재밌는 농부 생활이 될 것이다. 이젠 자신이 동경하던 성기사, 전사 그런 전투직업은 필요 없다. 오직 세린이와 함께 하면서 같이 성장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이제 전투직업에 대한 미련이 없어졌다.
진성은 세린이와 함께 밭 전체를 꼼꼼하게 둘러보았다.
오랜만에 둘러본 탓일까? 조금 어색한 부분도 있었다. 세린이와 정령들에게 맡겨두고 외부만 돌아다닌 결과다.
너무도 미안해진 진성은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다시 농부로서의 삶을 시작해야고 마음을 먹었다.
“이제 외부 퀘스트도 자제해야지…….”
“아니에요. 아빠! 아빠가 제대로 성장하려면 외부 퀘스트들도 열심히 해야 해요.”
진성은 농사와 관련된 퀘스트만 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세린이 말렸다. 진성이크게 성장하려면 내부보단 외부 퀘스트들이 더 도움이 되는 것이다.
“외부 퀘스트를 계속하라는 것이니?”
“네! 아빠가 성장하고 모든 군주를 물리쳤을 때 저랑 같이 있는 시간이 더욱 늘어날 거거든요!”
“아! 그렇구나……. 그럼 외부 퀘스트들도 하는 대신 자주 밭에 와서 너희랑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볼게.”
“네! 아빠.”
진성은 모든 밭을 둘러보았다. 이제 엘프, 드워프, 수인족의 거주지만 살펴보면 된다.
경매장은 거주지를 모두 둘러본 후에 갈 것이므로 안쪽까지는 들어가 보지 않았다.
“일단 엘프 거주지부터 갈까? 세린아.”
“네!”
세린이와 함께 엘프 거주지부터 방문했다.
이곳은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발전해 가고 있었다. 처음이랑 완전 딴판이었다.
“오셨어요? 진성 님.”
엘프 아이린이 자신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어! 아이린. 안녕?”
“오늘은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
“아! 다름이 아니라 거주지들도 둘러보고 필요한 게 있는지 해서.”
“저희 엘프들에게 필요한 건 없어요. 진성 님. 이렇게 땅을 내주신 것만 해도 저희는 감사하거든요.”
“아, 그래? 혹시 필요한 거 있으면 꼭 얘기해 줘!”
“네, 진성 님.”
진성은 세린이와 아이린을 지나치고 엘프 거주지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여기는 얼마나 커지려고 하는지…….
한 번 정보창을 열어 볼까?
[이름:우드 엘프 거주지
규모:5,000평
인구:207명
등급:A+
상태:생긴 지 얼마 안 된 땅이다. 하지만, 세계수의 버프를 일부 받아 꽤 기름진 상태의 땅이다.
시설물:집 80채, 대장간 2개, 기타 건물 5개]
“어? 여기 인구가 늘었네? 내가 저번에 봤을 때는 165명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진성의 말에 세린이가 대답해 주었다.
“디펜스가 끝난 이후로 흩어졌던 엘프 종족이 이곳에 아이린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와서 늘어난 거래요, 아빠!”
“그런 일도 있는 거구나? 그러면 드워프 쪽도 꽤 늘었겠네?”
“네, 아빠.”
엘프 거주지는 어느새 A+ 등급이 되었다.
이러다가 내 밭 주변에 엘프 드워프 수인족의 거대한 왕국이 생기는 게 아닐까?
“이제 다 둘러본 거 같으니 드워프 거주지로 가자. 세린아.”
“네~”
엘프 거주지에서 나온 진성은 조금 떨어진 드워프 거주지로 향했다. 조금 떨어져 있다고 해도 가깝기에 금세 도착했다.
들어가기 전에 드워프 거주지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바위 일족 드워프 거주지
규모:5,000평
인구:407명
등급:A+
상태:생긴 지 얼마 안 된 땅이다. 하지만, 세계수의 버프를 일부 받아 꽤 기름진 상태의 땅이다.
시설물:집 48채, 대장간 5개, 기타 건물 11개]
“어? 여기도 인원이 2배로 늘었네?”
“아빠, 드워프 일족도 같아요. 디펜스 이후, 정확히 말하면 아빠가 자는 밤사이에 하나둘 찾아온 거예요.”
“그렇구나……. 수인족 쪽은 인원이 그대로야? 1,000명.”
“네, 그쪽은 그대로예요! 아직 디펜스 전을 한 번만 치렀으니까요. 아마 앞으로 퀘스트와 디펜스를 진행하다 보면 수인족 쪽도 엄청나게 늘어날 거에요.”
“그렇구나……. 드워프 거주지로 들어갈까?”
“네, 아빠.”
세린이와 같이 드워프 거주지 안으로 들어가자 드워프 경비병이 진성을 알아보고 인사를 하며 안쪽으로 안내했다.
드워프 마을은 꽤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는데 특히 대장간에서 시끄럽게 철을 두드리는 소리와 고함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역시 자신이 생각한대로 드워프는 바쁘게 지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