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6화
156. 156화
“아빠? 괜찮으세요?”
세린이 다가와 진성의 몸을 여기저기 살피고 상처가 없자 한숨을 내쉬었다.
“세린아……. 그가 나를 구해 준 거 같아……. 이게 무슨 의미일까?”
“저는 잘 모르겠어요. 아빠!”
진성과 세린은 그들을 지켜보면서 몸을 회복하고 있었다. 공격이 어느 순간에 들어올지 몰랐기에 준비하는 것이다.
“박주원, 정말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거냐?! 난 승리를 위해서 한 거라고!”
이든은 계속 발악하고 있었다. 주원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의 오른쪽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가 그러라고 너에게 힘을 준 것은 아닐 텐데?”
“그게 무슨……. 커억.”
주원은 그에게 귓속말하면서 가슴에 흑색 검을 꽂아 넣은 것이다.
“아직도 눈치 못 챈 건가? 이든…….”
주원은 목소리를 살짝 바꾸자 이든은 그제야 눈치챘다.
이 목소리는?!
“그래……. 네가 바로 우리에게 힘을 준 자구나.”
“그만 가라, 이든…….”
가슴에 꽂힌 검을 힘을 줘서 쑥 뽑아내었다. 이든은 피를 토하면서 쓰러졌다. 주원은 그가 죽은 걸 확인하고는 그 상황을 멀리서 지켜보던 진성에게 말했다.
“내 동료 이든이 패배를 인정 안 하고 이 사태까지 만들었던 건 미안하다. 강진성. 그러므로 특별한 보상을 하나 주마.”
“……??”
주원은 진성에게 크리스털 수정같이 생긴 아이템을 하나 건네주었다.
“이게 뭐지?”
“특별한 아이템이다. 내가 돌아간 후에 써 보도록……. 너에겐 아주 좋은 아이템이 될 것이다.”
진성에게 아이템을 넘겨준 후 주원은 이든의 시체와 가로쉬의 시체를 아공간에 담아서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진성은 그가 사라지기 전에 외쳤다.
“왜 나를 살려준 거지? 그대로 놔줬으면 너희가 이긴 거 아닌가?”
“내가 원한 그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강진성.”
박주원은 그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저 또한 이해가 안 갑니다. 하지만 그가 진성 님을 살려 준 것은 분명합니다.
“시스템……. 박주원에 대해 잘 알아?”
-저는 잘…… 모릅니다.
시스템은 분명 뭔가를 숨기고 있었다.
진성은 정신이 없어 일단 넘어가기로 하였다.
“그럼 박주원이 준 아이템, 혹시 감정 가능해?”
-가능합니다.
시스템은 진성에게 건네받은 아이템 감정을 10초 만에 끝마쳤다.
-이 아이템은 진성 님에게 확실히 도움이 되는 물건입니다. 파멸의 군주가 진성 님에게 엄청난 아이템을 넘겨주었습니다. 꼭 써 보시길 바랍니다.
“대체 무슨 아이템이길래…….”
진성은 일단 이곳부터 벗어나야겠다고 말했고 시스템은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문을 만들어 주었다.
-이 문 바깥을 나가시면 원래 있던 장소가 나옵니다. 진성 님.
“알았어. 시스템. 세린아, 이제 갈까?”
“네, 아빠!”
진성은 세린이를 데리고 그 문을 열어 그 공간을 빠져나왔다.
원래 자신의 땅으로 돌아오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마침 진성을 드워프 족장 하멜과 엘프 성녀 아이린이 기다리고 있었다.
“잘 다녀오셨나요? 진성 님.”
“이든을 이기고 왔나 봅니다. 진성 님!”
“어……. 그런데 둘 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거야?”
“네, 뭐, 그렇습니다…….”
“물론 진성 님이 이길 거라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 그렇구나.”
“아참! 진성 님! 세 번째 종족이 아까 도착했어요!”
아이린의 말에 진성은 귀가 솔깃해져서 ‘그래서 어떤 종족인데?’라고 물어보자 아이린은 미소를 지으며 ‘직접 만나보시는 게 어떨까요?’라고 말했다.
진성은 어떤 종족인지 상상해 보았다.
“혹시 세계수 정보창 열어보면 나와 있지 않을까?”
진성은 만나기 전에 어느 종족인지 미리 알기 위해 세계수의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세계수 Lv.80
등급:플래티넘
특징:지구 최초의 세계수
생각:성장 4단계 완료!
효과:세계수의 효과로 농부 헌터 강진성의 토지 30,000평은 성장 속도 2배 증가 및 모든 작물은 어떤 상황에서도 다 보호받는다.
(재해, 병해충 등 보호)
패시브:세계수의 장벽(세계수는 현재 위치의 즉 30,000평의 땅을 장벽으로 보호합니다.) 퀘스트로 인한 피해는 보호 불가능하나 빠른 회복 가능.
레벨 50이 되었으므로 이제 세계수의 주민이 성장합니다.
레벨 60이 되었으므로 세계수의 과거 주민이었던 자들이 세계수를 보려고 찾아옵니다.
레벨 70이 되었으므로 세계수의 과거 주민이었던 두 번째 종족이 세계수를 보려고 찾아옵니다.
레벨 80이 되었으므로 세계수의 과거 주민이었던 세 번째 종족이 세계수를 보려고 찾아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아무런 정보도 없자 진성은 괜히 열어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나보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진성 님.
시스템의 말에 진성은 큭, 소리를 내며, 일단 아이린과 하멜의 안내를 받아 그들을 만나러 갔다.
세계수의 앞에 새로운 종족이 보였다. 그들은 바로 수인족이라는 종족이었는데 여러 종류의 귀와 꼬리들이 달린 종족이었다.
그중 제일 족장으로 보이는 이가 앞으로 나와 진성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토끼 귀가 달린 수인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수인족 족장, 안드레라고 합니다. 다른 세계에서는 전직 용사였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진성 님.”
“전직 용사?!”
“네, 그는 전직 용사예요. 진성 님.”
아이린의 덧붙인 말에 진성은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그럼 지금 자신의 땅에는 엘프 성녀 아이린 그리고 전직 용사 토끼 수인 안드레 그리고 드워프 하멜이 있는 것이고…… 여기에 마법사 격인 드래곤까지 합류하면 어마어마할 것이다.
“혹시 수인족 인구수가?”
진성은 궁금했다. 선발대로 얼마나 온 것인지…….
인원이 많으면 호수와 가까운 땅을 줘야 했으니 말이다.
“선발대로는 저희 포함 300명이고 후발대로 약 700명이 더 올 예정입니다. 진성 님.”
역대 최고로 많은 인원수가 오는 것이다. 무려 1,000명이라니!
“그럼 호수 쪽으로 배정해야겠네…….”
진성은 그들에게 따라오라고 말했고 그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진성을 따라나섰다.
“위치상으로는 아마 엘프들 주거지와 가까워지긴 하는데 그래도 상관없지?”
“네, 상관없습니다.”
진성은 엘프들 주거지 옆의 땅을 마련해 주었다. 수인족의 인구가 무려 1,000명인 데 반해 그 땅의 면적이 넓지 않아 고민이 되었다. 그런 진성에게 시스템이 말을 건넸다.
-진성 님, 제가 한 가지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비록 이든을 쓰러뜨린 건 진성 님이 아니지만, 기여도가 있기 때문에 토지 확장권 한 장을 증정해 드리겠습니다.
“주면 나야 고맙지.”
진성은 이게 웬일이냐? 하고는 시스템에게 토지 확장권을 받자마자 바로 그 자리에서 찢었다.
전과 같이 5,000평이나 생기겠지, 싶어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보라색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럼 레어라는 것인데?
띠링!
-토지 확장권 10,000평이 지급되었습니다.
“만 평이나 준다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평수가 나와 버렸다.
시스템이 노린 걸까?
-저는 전혀 예상 못 했습니다. 이건 다 진성 님이 운이 좋아서 그런 겁니다.
시스템은 자신이 조작한 게 아니라고 했지만, 진성은 전혀 믿고 있지 않았다.
자신이 그리 운이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이건 시스템이 손을 써준 것이다. 그러니 자신은 모르는 척을 해야 한다.
“아? 그런가? 내가 운이 좋기는 하나 보네.”
라고 말하며 넘어갔던 것이다.
“그럼 이 땅을 전부 저희에게 넘겨주시는 겁니까? 진성 님?”
토끼 수인의 안드레가 묻자 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이 땅은 전부 너희 거주지로 써! 인구도 그만큼이나 있는데 양보해 줘야지.”
“감사합니다. 진성 님.”
“그래. 더 필요한 거 있으면 물어보고…….”
수인족 족장 안드레는 진성에게 거듭 감사하다고 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자신들의 거주지가 될 그 땅을 선발대들과 함께 가서 작업을 시작하였다.
그나저나, 1만 평이나 내어 줄 줄이야…….
“엘프 거주지하고 드워프 거주지 그리고 수인족 거주지까지 하면 2만 평이나 되네? 실질적으로 내 땅 3만 평하고 합친다고 하면 5만 평이잖아?”
-오직 진성 님의 운이 좋아 그렇게 된 것일 뿐입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박주원이 준 아이템, 그거 진짜 써도 되는 거야?”
-진성 님에게 엄청 좋은 아이템입니다. 꼭 써 보시길 권유 드립니다.
“그럼…… 한번 써 볼까?”
진성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인벤에 잘 넣어 두었던 그 정체불명의 아이템을 꺼냈다.
“이거, 깨뜨려서 사용하는 건가?”
-깨뜨리면 됩니다. 진성 님.
시스템의 친절한 설명에 진성은 손에 쥐고 살짝 힘을 주었다. 그러자 바스러지는 소리가 나면서 가루가 되어서 사라졌다.
띠링!
-사용자의 능력치와 스킬의 수치가 랜덤하게 올라갔습니다.
“능력치하고 스킬의 수치를 올려 주었다고?”
바로 상태 창부터 열어서 확인하는 진성이었다.
[이름:강진성
나이:25
레벨:30
랭크:A
명성도:1,700
직업:상급 농부
칭호:세계수의 가호를 받는 자+정령 나무의 주인
능력치:힘 40 민첩 40 마력 450 체력 350
고유스킬:황금손(작물의 성장을 3배 빠르게 적용합니다.)
세계수의 가호(+체력 100 마력 100)
정령 나무의 주인(정령 친화력 Up)
패시브: 동식물 정보 및 생각, 상태 이상 저항
스킬:정화 Lv.20 (어둠의 기운을 정화합니다.)]
무려 레벨이 10에서 20으로 올라가 있었고 각 능력치도 크게 오른 상태였고, 정화 스킬도 3단계나 올라가 20레벨이 되어 있었다.
-정화 스킬 레벨이 20이 되었으므로 새로운 스킬이 개방됩니다.
띠링!
-새로운 스킬, 정화의 씨앗을 얻으셨습니다.
“정화의 씨앗?”
-정화의 씨앗이란 어둠의 씨앗에 대항하는 씨앗입니다. 용도는 정화의 씨앗 스킬이 발동되면 일시적으로 진성 님의 능력치와 스킬 레벨을 올려 드립니다.
“그래서 쿨타임 시간은?”
-24시간입니다. 다만 정화의 씨앗 스킬을 쓰시면 마력의 절반 이상이 소모됩니다.
“양날의 검인가? 그래도 좋긴 하네! 없는 것보다 나으니까.”
진성은 새로운 스킬은 나중에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휴식이 필요했다. 이든 과의 싸움은 너무나 힘들었다.
그리고 충분히 상대할 만한 상대라고 여겼는데 힘으로 맞서보니 너무 힘들었기에 무력감이 생기기도 했다.
“일단 쉬고 다음 날 생각해야겠다…….”
진성은 수인족 거주지를 한동안 지켜보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그가 힘든 걸 아는지 세린이를 포함해서 아무도 진성에게 묻지 않고 그가 집으로 가는 걸 지켜보았다.
“아무래도 이든 과의 싸움이 힘들었나 보네요……. 세린 님.”
“이든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비겁한 술수로 아빠를 공격했으니까.”
“그런 일이…….”
아이린은 진성이 진심으로 걱정되었지만, 앞으로 진성이 더욱 성장해야 세계수를 지킬 수 있다.
이제 남은 군주는 총 세 명이다. 이렇게 차근차근 한 명씩 제압해 나가면 언젠가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 * *
“후……. 빨리 가자. 너무 힘드네.”
자신의 밭에서 나온 진성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아주 천천히 자신의 집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뻗을 것 같았다.
“이제 군주는 세 명 남았으니까…… 다음은 누굴 상대해야 할까?”
박주원은 마지막에 상대할 것 같은 느낌이 강했다. 다음에 붙게 될 상대는 흡혈의 군주 디아나인가? 아니면 운명의 군주 제시카일까?
일단 이런 생각들은 한숨 자고 생각해야 할 거 같았다. 지금은 너무 몸이 피곤한 상태였다.
오늘은 진짜 죽다 살아난 기분이었다.
박주원의 그 강함……. 자신이 그렇게 공격해도 생채기밖에 나지 않았던 좀비 가로쉬를 단 일 검에 베어 쓰러뜨린 그 힘……. 정말 무서웠다.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를 이기지 못한다.
“내일은 할 수 있는 퀘스트부터 빨리해 버리자……. 능력치를 엄청나게 올려서 다른 군주들부터 제압하고 박주원과 싸워야 돼!”
진성은 각오를 다지고 집까지 빠르게 달려나갔다.
2분도 안 돼서 집에 도착한 진성은 샤워하면서 땀 냄새와 몸에 붙은 흙과 먼지들을 말끔히 씻어내었다. 씻은 후 개운해지자 졸음이 강하게 밀려들어 간신히 화장실에서 나와 자신의 방에 들어서는 순간 픽하고 쓰러져 버렸다.
진성의 몸은 이미 한계치에 다다른 것이다.
그렇게 쓰러진 진성은 잠자리에 제대로 눕지도 못하고 뻗어서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