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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155화 (155/209)

제155화

155. 155화

“처음부터 이럴 속셈이었군요……. 이든.”

-진성 님……. 파악 못 해서 죄송합니다. 설마 이런 식으로 살아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자신의 죽음조차 지배하다니.

“괜찮아, 시스템. 너도 모르는 게 있었구나.”

“자자! 시스템과 대화는 그만하고 나와 싸워보자! 강진성!!”

진성은 이든을 향해 삽을 휘둘렀다.

이든은 슬쩍 피하면서 인벤에서 어떤 가루를 꺼내 뿌리며 주문을 외웠다.

-저건…… 소환 의식?

“시스템, 소환 의식이라면?”

-어떤 걸 소환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악마가 될 수도 있고 다른 개체일 수도 있습니다. 조심하세요. 진성 님!

“흐흐흐, 강진성. 너는 여기서 죽는 거다!”

이든은 주문을 모두 마치고 크게 외쳤다.

“자! 나의 종들아! 어서 나와 저자를 공격해라!”

이든의 소환에 응한 것들은 지옥에 있던 각종 스켈레톤 병사들과 거대한 오크 한 마리였다. 스켈레톤은 약 100마리였고 오크는 한 마리였는데 왠지 낯이 익은 오크였다.

“설마 저 오크는?”

“그래, 맞다. 소개하지, 내 동료였던 가로쉬다.”

“자신의 동료까지 제물로 삼아 저렇게 만들다니…….”

“후후후, 뭐든지 쓰라고 있는 것이다. 너를 쓰러뜨리기 위해 만든 작품이다. 죽어라. 강진성!”

죽어서도 싸우게 된 가로쉬는 동료의 주술에 의해 언데드가 되어 진성을 공격하게 된 것이다.

진성은 동료의 시체까지 모독하는 이든에게 혐오감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그가 가로쉬를 소환하기 전까지 그들을 떠올려 보면 나름 동료 간의 유대감이 있는 것 같았는데, 가로쉬를 제물로 사용해 언데드로 부활시켜 자신을 공격한다?

이건 유대감이 아니라 어떻게든 자신을 이겨보려는 악독한 자일 뿐이다.

“너는 여기서 끝이다. 강진성!”

이든은 꽤 자신만만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진성은 가로쉬를 이긴 자이기에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또다시 주문을 외웠다. 추가적으로 스켈레톤 100마리와 좀비 100마리를 소환하기 위해서이다.

“어떠냐? 강진성. 이 몸이 소환해 낸 개체들을 보고 두려움이 생긴 것이냐?”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이런 술수를 부리다니……. 이든, 당신은 어디까지 타락한 겁니까?

시스템의 말에 이든은 그저 히히히 거리며 웃고 있었다.

-진성 님. 이든을 여기서 쓰러뜨려 주세요.

“알았어. 시스템!”

진성은 정화 스킬을 준비했다.

이든은 그가 정화 스킬을 쓰려는 걸 보자마자 스켈레톤들에 명령을 내렸다. 진성이 스킬 쓰는 것을 방해하라고 말이다.

명령을 받은 스켈레톤들은 각자의 무기인 활과 창 그리고 검으로 진성을 공격하였다.

“자, 2차 소환 간다!”

진성은 이든 쪽을 쳐다볼 겨를이 없었다. 이미 100여 마리의 스켈레톤에게 공격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켈레톤은 휘두른 삽에 부딪혀 부서져도 다시 복구되어 일어나고 있었다.

“강진성, 너는 여기서 살아나가지 못한다!”

이든은 2차 소환으로 스켈레톤 100마리 그리고 좀비 183마리를 소환하였다. 그리고 소환된 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강진성을 죽이라고…….

2차로 소환된 몬스터들이 진성을 포위하였다. 진성은 이제 스켈레톤 200마리와 좀비 183마리 그리고 좀비 가로쉬를 상대해야 했다.

혼자서는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

“크윽…….”

진성은 자신의 체력이 다할 때까지 공격하고 또 공격하였다. 좀비들은 쉽게 해치우고 있었지만, 스켈레톤들은 몸이 분해되어도 다시 일어나 몸을 복구하고 진성을 공격했기에 끝이 없어 보였다.

-진성 님, 스켈레톤들은 정화 스킬을 사용해서 제거해야 합니다. 정화 스킬을 진성 님의 삽에 걸어 주세요!

힘겹게 싸우던 진성은 시스템의 팁을 듣자마자 정화 스킬을 발동해 구체를 작게 만들어 자신의 삽에 스며들게 하였다.

삽이 하얀색 빛으로 밝게 빛이 나기 시작했다.

“받아라!”

빛이 나는 삽으로 스켈레톤을 공격하자 공격을 당한 스켈레톤들은 다시 몸을 복구하지 못하고 분해가 되기 시작했다.

“이길 수 있겠다. 후우…….”

진성은 좀비들을 빠르게 처리하고 남은 스켈레톤들을 상대하고 있었는데 좀비 가로쉬는 멀뚱멀뚱 서서 진성이 싸우는 것을 구경만 하고 있었다.

“후후, 아직 안 끝났다. 강진성! 3차 소환이다!”

이든은 또 소환을 했다. 자신의 모든 마력까지 바쳐서 소환을 하는 것이다.

진성은 체력이 거의 다 떨어진 상태에서 3차 소환이라는 소리를 듣고 ‘이제 끝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든의 3차 소환에는 무려 리치가 소환되었다. 리치 1마리와 좀비 500마리였다.

“후우후우……. 나도 힘들군……. 이제 이게 마지막이다. 강진성! 막아 봐라!!”

이든의 명령에 좀비 500마리와 리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성은 이제 체력이 거의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시스템……. 나 이길 수 있을까?”

-진성 님. 제가 한 가지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이 장소에 세린 님을 소환시켜 드리겠습니다.

“세린이를?”

-네. 세계수의 정령왕이신 그분은 충분히 진성 님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후우……. 세린이에게까지 손을 벌리고 싶지 않은데…….”

-이 방법을 안 쓰시면 진성 님은 진짜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만큼 내 상태가 위험한 거지?”

-네, 그렇습니다.

“알았어. 소환해 줘.”

진성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옆에 문이 생겼다. 그 문을 열고 세계수의 정령왕 강세린이 나왔다.

“아빠!”

세린은 진성의 품에 쏙 하고 들어왔다.

“이제 제가 왔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이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이든은 큰 소리로 말했다.

“이봐! 시스템. 세계수의 정령왕을 소환하다니……. 너도 급했구나? 하지만 그녀가 온다고 해도 이번 싸움은 내가 이겼다!”

이든은 확실히 세계수의 정령왕의 힘을 깔보고 있었다.

시스템이 뭔가 도움을 주는 줄 알고 그에 대비해서 리치를 소환했고, 동료 가로쉬 시체를 제물로 삼아서 무한 생명력인 좀비 가로쉬를 만들어 낸 것이다.

“아빠. 제가 큰 도움을 드릴게요.”

이미 이든의 말을 무시하고 있는 세린은 진성에게 황금색 기운을 나눠줬고 진성의 체력과 마력이 모두 회복되었다.

“내 몸을 치료해 준 거니?”

“네, 아빠! 이제 저랑 함께 싸워요!”

“그래, 세린아. 고마워.”

진성은 다시 정화 스킬을 크게 발동해서 구체를 만들어 내고 삽과 자신의 몸에 골고루 기운을 퍼뜨렸다.

세린은 각종 덩굴 식물들을 소환해 내었다. 세린이의 고유 스킬인 덩굴줄기들은 너무 질기고 단단해서 끊어지지 않았다.

“자, 와라!”

이든은 소리쳤고 이든의 몬스터 군대는 진성과 세린에게 달려 나갔다.

진성과 세린은 그들이 조금만 더 가까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든은 이미 승리를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아빠! 지금이에요!”

진성은 세린의 말에 만들던 정화 구체를 다가오는 좀비들 무리에게 날려 버렸다.

그 구체는 좀비들의 정면에 날아갔고 구체가 터지면서 사방으로 하얀색 빛이 퍼져나갔다. 그 빛들이 좀비들의 몸을 감싸면서 정화를 했다.

좀비 군대는 구체가 터진지 단 5초 만에 전멸하였고 리치만 남은 상황이었다.

리치는 소환진을 만들려고 했으나 세린이의 덩굴줄기들에 의해 붙잡혀 버렸다.

“아빠! 리치도 정화해 주세요.”

“응, 알았어. 세린아!”

진성은 삽으로 리치의 머리를 정확히 내려쳤고, 삽에 퍼진 정화의 기운이 리치를 소멸시켰다.

리치와 좀비 군대가 허망하게 없어지자 이든은 비명을 질렀다.

“너무 사기잖아! 강진성……. 감히!!”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비명만 지르던 이든은 아직 비장의 수가 남아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 아직 끝나지 않았어! 가라, 가로쉬!”

무한 생명력의 좀비 가로쉬는 이든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진성에게 돌격해서 거대한 배틀 엑스로 후려갈겼다.

진성은 삽으로 간신히 막았지만, 몇 m나 밀려 버렸다.

“이게 좀비 가로쉬? 너무 강해.”

살아 있을 때의 가로쉬 힘과 죽어서 좀비가 된 가로쉬의 힘은 너무도 달랐다. 죽어서 더 강해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

“후후후, 강진성. 이젠 진짜로 끝이다!”

“절대로 여기서 안 질 거다. 이든!”

진성은 자신의 동료마저 제물로 쓰는 이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든 여기서 이겨서 그를 제압할 것이다.

하지만 가로쉬의 힘은 막강했다. 진성과 세린이 아무리 공격해도 가로쉬는 생채기 수준의 데미지만 입었고 쓰러지지 않았다.

공격 공방이 벌써 2시간째였다.

“꽤 오래도 버티는구나! 강진성. 하지만 내가 만든 이 좀비 가로쉬는 무한 체력이지. 네가 이길 일은 절대로 없다. 하하하.”

가로쉬는 전혀 지쳐 보이지 않았지만, 반면에 진성과 세린이는 점점 지쳐갔다.

진성은 헉헉거리면서 숨을 몰아 내쉬고 있고 세린이는 덩굴줄기를 만들어 공격하고 있지만 아까보다 속도가 느려졌다.

“이제 끝이냐?”

이든은 계속해서 진성의 멘탈을 뒤흔들어 놓았다.

진성은 꽤 많이 지쳤다. 더는 힘이 없는 것이다. 아무리 삽으로 때리고 정화 구체를 날려도 가로쉬는 끄떡없었다.

“흐흐흐, 강진성. 네가 좋아하는 시스템에게 도움 요청해 보시지?”

“크윽…….”

이든의 도발에도 진성은 시스템에게 손을 벌릴 생각이 없었다.

-진성 님, 더 이상 큰 도움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시스템조차 널 버린 거야! 강진성……. 꼴 좋다.”

이든은 진성이 시스템에게 결국 버림받은 것이라고 하면서 멘탈을 크게 흔들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이든은 속으로 ‘불쌍한 후배 녀석. 저 녀석도 군주가 되겠군.’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로쉬는 겉보기에는 작은 상처들이 가득했지만 큰 데미지는 입지 않은 것 같았다. 크르릉이라는 소리를 내면서 진성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여기서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강진성. 항복할 거냐? 어차피 너는 시스템에게 버림받은 몸……. 내가 널 도와주마.”

이든은 시스템에게 버림받은 진성을 군주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항복 안 할 겁니다……. 이든.”

진성이 안타까운 고집을 펼치자 이든은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냐? 그러면 이게 네 마지막이군.”

배틀엑스를 들고 있는 가로쉬에게 눈치를 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좀비 가로쉬는 거대한 배틀 엑스로 진성의 머리를 내려쳤다. 체력이 다한 세린이는 ‘안 돼! 아빠 피하세요!’라고 외치며 진성에게 날아왔다. 하지만 배틀엑스의 속도가 더 빨랐다.

채앵!

마치 검끼리 부딪치는 맑은소리가 퍼졌다.

진성은 끝인가 보다 하고 눈을 감고 부모님과 친구들 그리고 지인들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픔이 느껴지지 않아 감았던 눈을 떴다.

자신의 앞에 웬 검은 복장을 한 사내가 있었는데 어딘가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아니?! 네가 여기서 왜 나오느냐!”

이든은 크게 놀랐다.

이 녀석이 강진성을 처치하려는 것을 막는다고?

“실망했다, 이든. 동료인 가로쉬를 저렇게 만들다니.”

이든과 진성에게 아주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는 바로 파멸의 군주 박주원이었다. 그가 진성을 살려준 셈이었다. 진성은 어안이벙벙했으나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박주원은 주저앉아 있던 진성에게 말을 걸었다.

“강진성. 이번 일은 미안하다. 이 일은 내가 마무리하겠다.”

박주원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진성은 그게 무슨 소리냐고 외치려고 했으나 박주원은 그 자리를 떠나 검은색 검으로 가로쉬를 단 한 번에 베었다.

가로쉬는 그 한 번에 베어진 걸로 두 동강이 나버렸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박, 박주원! 나를 방해하다니! 무슨 속셈이냐? 왜! 적인 강진성을 살려주는 것이냐!!”

이든은 크게 화가 나서 박주원에게 따졌다.

박주원이 이든에게 말했다.

“동료 가로쉬를 제물로 썼다는 점에서 너는 더 이상 우리의 동료가 아니다.”

“이, 이건 다 이기기 위해서였다고!!”

이든은 굉장히 억울했다. 동료의 시체로 강진성을 이기려고 한 순수한 행위였는데 왜 이걸로 화내는 거지?

물론 오랜 세월같이 생존해 온 동료였다. 죽은 가로쉬의 염원을 풀어주려고 이든은 자기 멋대로 생각하며 그를 좀비로 만들어서 쓴 것이다.

“가로쉬는 우리의 동료다……. 그런 그의 죽음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건가? 이든……. 나는 정말 실망했다.”

박주원의 차가운 목소리에 이든은 몸을 크게 떨었다. 그에게서 나오는 어둠의 큰 기운이 이든의 몸을 떨리게 하는 것이다.

군주 중에서 제일 강한 게 가로쉬인 줄 알았지만, 이 기운으로 보아서는 군주 중의 최강은 박주원이었다.

진성은 지쳐 쓰러진 상태라 이든과 박주원이 무슨 대화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전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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