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8화
148. 148화
풀썩.
“누, 누님! 괜찮으세요?”
S랭크 인우가 다가와 한소율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외상은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그녀의 몸 전체가 금색의 기운으로 가득해졌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자들. 아니, 전 세계 헌터들에게 한 개의 알림이 떴다.
띠링!
-대한민국에서 세계 최초 SS랭크 헌터가 탄생하였습니다.
가로쉬를 베어 버린 S랭크 헌터 한소율이 SS랭크가 된 것이다.
가로쉬의 몸은 가루로 흩날리면서 소멸해가고 있었다.
“크으……. 나를 베다니 대단하군…….”
몸이 반으로 베어졌지만, 아직 숨은 붙어 있었다. 아니, 곧 없어질 육신이었다.
진성은 가로쉬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나를 노리는 거지? 그리고 시스템의 정체라는 게 뭐야?”
“흐흐흐, 내가 말해 줄 것 같은가?”
“말해!”
“그래. 한 가지는 알려주지……. 시스템을 너무 믿지 마라.”
가로쉬가 중요한 말을 할 줄 알고 최대한 접근했는데 그는 겨우 시스템을 믿지 말라는 말을 할 뿐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흐흐흐,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진성은 더 물어보려고 했지만 이미 가로쉬의 몸은 가루가 되어 사라진 후였다.
“…….”
-진성 님. 이거 한 가지만 알려 드리겠습니다. 저는 수상한 시스템이 아닙니다. 진성 님에게 도움이 될 존재입니다. 군주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마십시오.
시스템이 이렇게 말했지만, 진성은 현재 머리가 복잡해진 상태였다. 시스템을 믿지 말라는 말을 저번에도 들었기 때문이다.
대체 시스템은 뭘까?
-진성 님. 믿어 주십시오. 저는 절대로 진성 님에게 해가 되는 존재가 아닙니다.
뭔가 오늘따라 시스템이 자신에게 필사적으로 말한다고 해야 하나? 진짜 뭔가 있는 건가? 군주가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할 리가 없지 않은가?
일단 반은 의심해 봐야 한다.
“그나저나, 한소율 헌터가 SS랭크라니…….”
진성은 비록 자신이 가로쉬를 쓰러뜨린 건 아니었지만 뭔가 스틸 당한 느낌이어서 아쉬웠다.
자신이 쓰러뜨렸으면 뭔가 새로운 스킬이 생기지 않았을까?
“도련님. 괜찮으신가요?”
한소율 헌터는 SS랭크에 올라섰지만, 그것보다도 자신의 도련님이 걱정되어 시우에게 다가갔다.
시우는 괜찮다고 하며 오히려 한소율을 보고 SS랭크 헌터에 올라서 다행이라면서 축하를 해 주었다.
“와……. 누님이 먼저 SS랭크에 도달하다니……. 크, 분하다.”
이인우 헌터는 매우 분하다는 듯이 말했다.
군주는 소멸하였고 남궁현과 조은성은 싸움을 잠시 멈추고 말했다. 아니, 남궁현이 먼저 말을 꺼냈다.
“군주…… 님이 소멸하셨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남궁현?”
남궁현은 나라 잃은 표정이 되었다. 자신의 소망을 이루어줄 군주 가로쉬가 소멸하자 눈에 초점이 없어졌다. 그리고 무기를 땅에 떨어뜨렸다.
남궁현의 상태가 이상한 걸 본 조은성은 자신도 무기를 인벤에 넣고는 남궁현에게 말했다.
“이제 모든 게 끝났다……. 내 아들들은 살릴 수가 없는 거군. 하하하.”
“미친 건가? 남궁현…….”
군주가 소멸하면 휘하 헌터들에게 심어진 어둠의 씨앗이 소멸하거나 폭주한다. 남궁현은 폭주보다는 소멸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걸 모르는 조은성 입장에서는 남궁현이 저러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난 여기서 탈출이다!”
조은성은 인벤에 있던 섬광탄을 몇 개 꺼내 들고 포위하는 자들에게 던졌다.
섬광탄이 날아오자 수류탄인 줄 알고 이 경위는 엎드리라고 외쳤고 그의 외침에 반응한 모든 이들이 엎드렸다.
그리고 엄청난 빛이 사방을 비췄고 조은성은 그 자리에서 도주했다. 남궁현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조은성 헌터가 도주했습니다! 경위님.”
“모든 병력에게 전달해! 꼭 잡아야 한다.”
“네, 경위님.
이 경위의 명령을 받은 경찰은 헐레벌떡 무전기를 들고 어디론가 달려가면서 모든 병력에게 전달하였다.
조은성 헌터가 도주하였으니 발견하는 즉시 제압하라고 말이다.
“섬광탄이라니……. 구치소를 탈출할 때 가져온 것인가?”
이 경위는 남궁현을 체포한 후에 현장 정리를 시작하였다.
부하 중에 연금술사와 마법사 헌터들에게 주변의 파괴된 조형물을 복구하라고 지시했다.
“빨리 복구하게!”
“네, 경위님!”
“사상자는 철저하게 조사해서 보고 올리고!”
“네, 알겠습니다.”
이 경위의 지시를 받은 현장에 있던 경찰들은 모두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주변 정리를 하였고 경위는 진성 쪽으로 다가가 말했다.
“여기는 저희가 정리할 테니 일단 떠나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이한나 헌터가 일행들 대신 대답하였다. 경위는 본부에 보고해야 했기에 서둘러 자리를 떴다.
“도련님. 일단 자리부터 벗어나야 할 것 같아요.”
“아……. 네.”
진성은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일단 현장부터 벗어나고 생각해야 했다.
“성현아, 시우야. 군주에 대해선 나중에 설명해 줄 테니까 일단 헤어지자, 각자.”
“알았어.”
시우는 SS랭크 한소율과 S랭크 이인우 헌터와 함께 일회용 아이템을 써서 자리를 떴고 은신 스킬을 써서 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남은 건 진성의 일행뿐이었다.
“도련님! 빨리 벗어나야 할 것 같아요.”
“알았어요. 이 팀장.”
그들도 서둘러 아이템을 써서 현장을 빠져나왔다.
현장은 빠르게 정리되어 가고 있었다. 사상자를 분류하는 작업도 거의 끝났고 일산 호수 공원을 지키던 병력도 철수하기 시작하였다.
그것을 본 시민은 이제 훈련이 끝났나 했지만, 기자들은 ‘젠장, 특종을 놓쳤구나!’ 하면서 아쉬워했다.
그리고 실시간 검색어도 1위부터 5위까지 일산 호수 공원 단어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빠르게 언론까지 통제하는 정부였다.
진성의 일행이 떠난 지 2시간도 안 돼서 모든 경찰과 현상금 헌터들이 철수하였다.
시민은 다시 호수 공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대체 무슨 훈련을 하길래 장시간 동안 막고 있었던 걸까?”
“그러게 말이야.”
호수 공원에 운동하러 온 사람들의 대화였다.
* * *
한편, 진성은 현장에서 빠져나와 어느새 가야리에 도착하였다.
“오늘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진성은 이한나 팀장과 그녀의 팀원들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도련님. 오늘은 집에서 푹 쉬시길…….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네.”
이한나 팀장과 그녀의 팀원들이 모두 떠났고 진성은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꽤 긴 하루였다. 드디어 군주를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후……. 진짜 힘든 하루였네…….”
마력을 모두 소진하였고 몸도 엄청 힘들었다. 그냥 이대로 잠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래도…… 씻고는 자야지.”
지친 몸을 이끌고 간신히 화장실로 들어간 진성은 빠르게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나와 옷을 갈아입었다.
몸에 피로가 꽤 누적된 터라 이대로 잠들면 내일은 늦게 일어날 것 같았다.
“내일 운동은 못 하겠는걸? 시스템.”
-오늘 큰일을 하셨으니 당분간 운동 퀘스트는 동결시키겠습니다. 지배의 군주 가로쉬의 제압을 축하합니다. 진성 님.
“내가 제압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결과는 좋았으니까.”
-비록 진성 님이 쓰러뜨리지 않았지만, 두 가지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이상한 선물은 아니지?”
-원래 오늘 해야 할 퀘스트가 있었지만, 내일모레로 연기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퀘스트가 있었어?”
진성은 잠깐 생각해 보았지만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았다.
-오늘까지 마감이었던 퀘스트는 바로 디펜스 퀘스트입니다.
“아! 그게 있었구나……. 이틀이나 연기해 줘서 고마워……. 사실은 하기 싫지만…….”
-다른 군주들이 걸어 올 싸움에 유리해지려면 진성 님은 더욱 성장해야 합니다.
“알아……. 나도 알고 있어…….”
진성은 이제 군주 한 명을 처치했고 앞으로 4명이나 더 남아 있다.
일단 무력으로 두 번째 강한 가로쉬를 쓰러뜨렸으니 남은 건 최종 보스 박주원인가……. 다른 군주들의 무력은 모르겠다.
-진성 님. 아직 한 가지 선물이 더 남아 있습니다.
“뭔데? 퀘스트 연기 말고도 또 뭔가 있어? 아니면 진짜 선물이야?”
-이번에는 진성 님에게 꽤 도움 되는 선물이 될 것입니다.
“그래? 뭔지 모르겠지만……. 줘 봐!”
시스템이 자신에게 무슨 선물을 줄지 모르겠지만, 이번엔 쓸 만한 것을 주기를 바랐다.
-이번의 선물은 특별한 선물이 될 것입니다. 진성 님.
“뭘 주길래 이렇게 뜸 들이는 거야?”
뭔가 불안해졌다. 시스템이 뜸을 들이면 항상 이상한 것을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퀘스트라든가…….
띠링!
-중급 농부 강진성 님의 헌터 랭크가 상승하였습니다.
-정화 레벨이 올랐습니다.
“어?!”
진성은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닌가 하고는 상태 창을 열어 보았다.
낚시는 아니겠지? 진짜 헌터 랭크 상승시켜 준다고?
[이름:강진성
나이:25
레벨:40
랭크:A
명성도:1,000
직업:중급 농부
칭호:세계수의 가호를 받는 자+정령 나무의 주인
능력치:힘 40 민첩 50 마력 650 체력 420
고유스킬:황금손(작물의 성장을 3배 빠르게 적용합니다.)
세계수의 가호(+체력 100 마력 100)
정령 나무의 주인(정령 친화력 Up)
패시브: 동식물 정보 및 생각, 상태 이상 저항
스킬:정화 Lv.12 (어둠의 기운을 정화합니다.)]
“어? 진짜로 올랐잖아? 거기에 정화 스킬 레벨이 드디어 12구나!”
이런 큰 선물을 주다니……. 시스템 녀석. 설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니겠지?
“드디어 나도 A랭크 헌터라니……. 같은 직업 중에선 내가 최초인 건가?”
-네, 그렇습니다. 현재 전 세계 기준으로 농부 직업을 가진 사람 중에 이렇게 단기간에 A랭크가 되신 분은 진성 님이 최초일 겁니다. 물론 A랭크 농부 헌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진성 님은 헌터로 각성한 지 겨우 몇 개월 차 만에 이렇게 성장한 것입니다.
“그래. 다 네 덕분이다. 시스템. 이런 말을 원한 거냐?”
-네. 감사합니다. 강진성 님.
“큰 보상을 받으니까 기분은 좋네……. 오늘 기분 좋게 잠을 잘 수 있겠다…….”
진성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다.
자기 전에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해 보려고 폰으로 검색해 봤는데 1위는 SS랭크 헌터, 2위는 대한민국 SS랭크 헌터라는 단어뿐이었다.
SS랭크 헌터가 된 기분은 어떨까? 언젠가 자신도 S랭크가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하였고…….
잠자리에 누운 지 얼마 안 돼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더니 결국 금세 뻗어 버렸다.
코를 크게 골며 진성이 자는 동안…….
* * *
“결국 가로쉬가 소멸한 건가…….”
파멸의 군주 박주원은 소멸해 버린 동료 가로쉬를 생각하였다.
다른 군주들도 다 같이 모여 있었는데 그중 죽음의 군주가 말을 꺼냈다.
“가로쉬 녀석……. 힘 믿고 까불더니 꼴좋네.”
“닥쳐라. 이든.”
“뭘 그리 화를 내냐? 박주원! 어차피 빨리 갈 놈은 가는 거지.”
동료에 대한 정이 없는 이든의 모습에 주원은 얼굴을 조금 찡그렸다.
“말 좀 조심해 주세요. 이든 님.”
운명의 군주 제시카가 말을 걸자 이든은 ‘쳇. 알았다고!’라고 말하며, 속으로는 운명의 군주를 욕했다.
저, 박주원 광신도 같으니라고…….
“칭찬 감사해요. 이든 님.”
“거……. 속마음 좀 읽지 말라니까! 제시카.”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앞으로…….”
이든의 말에 주원을 제외하고 제시카, 디아나는 조용해졌다. 다들 박주원을 쳐다보는 것이다.
“강진성을 제압한다는 목적은 그대로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니까 그런 계획 말고 제대로 된 걸 말하라고, 박주원!”
이든은 박주원의 말에 답답해 했다.
가로쉬는 힘으로 제압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강진성에게 당해 버렸다. 박주원도 가로쉬와 똑같이 힘으로 누르려고 하는 거라면 자신이 나서야 했다.
“다 필요 없고! 내가 가서 해결하면 되는 거 아니야?”
“할 수 있다면 해 보든가?”
조용히 있던 흡혈 군주 디아나가 이든에게 시비를 걸듯이 말했다.
“그래! 두고 보라고 내가 그 강진성을 제압해서 데리고 올 테니까!”
이든은 화가 잔뜩 나서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또 저러네요…….”
“원래 저런 놈이니까.”
각각 제시카와 디아나의 말이었다.
박주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로쉬는 강진성을 얕보다 당한 것인데, 이든 또한 얕보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주원, 너는 어떻게 하려고? 이든은 따로 행동하려고 하는 거 같은데.”
디아나의 말에 주원은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었다.
강진성은 절대로 얕볼 존재는 아니었다. 가로쉬를 쓰러뜨렸으니 시스템에게 또 괜찮은 보상을 받았을 것이다. 그 보상이 뭔지 모르겠지만, 조심히 접근해야 한다.
“저는 주원 님이 어떤 방식으로 가든지 따를 거예요.”
제시카는 오직 박주원 바라기였다.
“에휴……. 제시카나 박주원이나 참…….”
디아나는 조금 골치가 아픈 것인지 고개를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