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7화
147. 147화
“아, 접니다. 편집장님.”
-그래, 김 기자. 이 늦은 시간에 웬일인가?
“그, 다름이 아니라 편집장님. 저 특종 하나 물은 거 같습니다.”
-그래? 무슨 내용인데?
“제가 지금 일산 호수 공원에 와 있는데 현재 꽤 많은 경찰이 호수 공원 전체를 폐쇄하고 경찰 통제선을 설치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제가 어떻게든 들어가려고 엿보는데 마침 구급차 여러 대가 들어갔다가 나오는 걸 확인했습니다. 아무래도 큰 사건이 있나 봅니다.”
-흠……. 자네,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겠는가?
“일단 시도는 해 봐야겠습니다. 아! 그리고 구급차 영상은 확보했습니다.”
-또 폰으로 찍는 건가?
“네, 편집장님. 일단 안으로 들어가기 시도해 보겠습니다.”
-그럼 김 기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안쪽으로 들어가게. 그리고 실체를 알게 된다면 꼭 전화해 주고!
“네, 편집장님. 이만 끊겠습니다.”
뚝-
편집장과 대화를 끝낸 김 기자는 일산 호수 공원 안으로 들어갈 궁리를 하며 개구멍이라도 찾고 있었다.
예전에는 일산 호수 공원에 자유롭게 어느 입구든 뻥 뚫려 있어서 들어가기 쉬웠는데 헌터 시대가 도래한 이후로 호수 공원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공원 전체를 담장으로 둘러싸 버렸다.
“구멍이 있어야 하는데.”
노래하는 분수대 쪽에서 계속해서 폭음이 들려왔고 고함도 들리는 걸 봐선 저쪽이 확실한데……. 들어갈 곳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하…….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김 기자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다른 기자들보다 빠르게 이 특종을 올려야 보너스도 받고 승진할 텐데…….
“일단 계속해서 찾아보자……. 분명히 있을 거야!”
그는 시민인 척하고 경찰들에게 계속 말을 걸어가면서 틈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틈은 보이지 않았고 계속해서 기웃거리는 김 기자가 너무 이상해서 경찰들이 그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저 사람 수상합니다. 박 경사님, 저 사람 체포할까요?”
“그래! 지금 안쪽에서 중요한 작전을 하는데 몰래라도 들어가면 안 되니까…….”
순찰을 하던 두 경찰은 기웃거리는 김 기자 등 뒤로 다가와서 불시 검문을 하였다.
“이곳은 출입 금지인데 왜 자꾸 기웃거리시는 겁니까? 신분증을 제시하여 주십시오.”
“아……. 그게…….”
김 기자는 자신을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신분증을 보여주지 않으면 체포당할 것 같았다.
“신분증을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 여기 있습니다!”
김 기자는 결국 신분증을 주었고 기자인 게 들통이 나 버렸다.
“아무래도 같이 서에 가주셔야 할 듯합니다.”
“아…….”
결국 김 기자는 순찰 중인 두 경찰에게 연행되어 끌려 나갔다. 그 모습에 주변에 있던 시민은 ‘기레기 한 명 나가리 되는구나!’라는 생각만 할 뿐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김 기자는 끌려가면서도 특종을 놓쳤다는 생각에 굉장히 마음이 안 좋았다. ‘끌려가는 와중에 틈을 봐서 도망칠까?’ 생각했지만 그랬다간 진짜로 현행범으로 잡힐 수 있기에 포기했다.
“이쪽은 현재 특별한 훈련 중이니 안쪽으로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다들 돌아가 주시길 바랍니다.”
한 경찰관은 확성기로 공원 안쪽을 기웃거리려고 하는 기자들과 시민에게 외쳤다.
훈련이라는 말에 일부 시민은 불만을 쏟아내었고 기자들은 특종의 냄새가 나긴 하지만 들어갈 방법이 없어 이 자리에 계속 기다렸다.
“분명 안쪽에서 특종의 냄새가 나는데……. 들어갈 수도 없고. 참, 난감하네.”
“그러게 말입니다. 선배님.”
기자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이들도 김 기자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틈이 없던 터라 들어가지 못했고, 담장을 올라가려고 하면 바로 경찰들의 제지가 있었다.
지금 실시간 검색으로는 ‘일산 호수 공원 폭음’, 또는 ‘경찰들의 훈련’이라는 단어들이 급부상 중이었다. 무려 실시간 검색어 1위부터~5위까지 그 단어들뿐이었다.
경찰들의 말로는 그저 특별한 훈련 상황이라고 했지만 그 말에 속을 사람은 대부분의 시민뿐이었고 기자들은 전혀 믿지 않았다.
폭음과 고함이 계속 들리고 있는 걸로 봐선 사건이 터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무리 중요한 훈련이라고 해도 일부는 보여주길 마련이다.
“아무래도 기자들이 눈치를 깐 모양입니다.”
라인을 지키던 한 명의 경찰이 옆에 있던 지구대 서장에게 말을 건넸다.
“뭐, 그렇겠지. 저 기자 중에 내가 아는 이도 있으니까……. 저들이 냄새는 잘 맡거든.”
“빨리 이 상황이 끝나고 퇴근하고 싶네요. 서장님.”
“나도 같은 마음이다. 이 경사.”
두 경찰관의 속마음은 그저 퇴근이었다.
물론 이들도 안쪽에서 뭐가 벌어지는지 들은 상태였다. 기자들은 군주에 대해 전혀 모르기 때문에 다른 심각한 사건이라 생각할 것이기에 말을 아끼는 것이다.
* * *
실검 덕분에 꽤 많은 이목이 일산 호수 공원에 집중된 이 늦은 밤, 노래하는 분수대 쪽에서는…….
여전히 남궁현과 조은성은 피가 터지게 싸우고 있었다. 그들을 포위하는 경찰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그 둘을 감시하고 있었다.
아무리 내분이라고 해도 둘 중 한 명이 갑자기 공격 방향을 자신들에게 틀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분이라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조심해라!”
“네, 이 경위님. 잘 알고 있습니다.”
이 경위는 남궁현과 조은성은 잘하면 생각보다 간단하게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는 군주 쪽 상황을 슬쩍 바라보았는데 엄청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남궁현과 조은성이 싸우는 전투와는 비교도 안 되었다.
“엄청나군…….”
S랭크 3명과 A랭크 11명, B랭크 2명을 상대하는데도 지배의 군주 가로쉬는 전혀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위는 군주에 대해 더욱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군주라는 자가 저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S랭크가 있는데도 전혀 밀리지 않고 있었다. 이런 무시무시한 자가 저 한 명뿐만 아니라 네 명이나 더 있다니……. 정말 끔찍했다.
강진성이 국내에 지배의 군주를 포함해서 두 명이 더 있다고 했기에 처음에는 S랭크 헌터가 쉽게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전혀 아니었다.
아주 위험한 자다. 이들은 분명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를 공포로 넣을 존재다.
“강진성 씨가 저 군주를 잘 제압해야 할 텐데…….”
이 경위는 군주와의 싸움에 지친 그들을 멀리서 지켜보며 속으로 응원하고 있었다.
이 싸움에서 이겨야 다른 군주들에 대한 작전도 세울 수 있고 약점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에 공개해야 한다. 군주라는 자들을 철저하게 수배령을 내려서 모두 잡아야 한다.
“무섭구나, 군주라는 자들은…….”
* * *
진성이 정화 스킬을 발동하기 위해 왼손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성현은 시우와 함께 가로쉬의 측면을 노려 공격했다. 하지만 군주가 완전히 피하거나 잘 막아내자 성현은 군주가 이렇게 강할 줄은 몰라 놀랐다.
물론 강할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차원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그러게…….”
시우도 성현의 말에 동감하였다. 여기서 저 오크를 제압하지 못하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진성아, 멀었냐?”
성현은 계속 정령들을 소환해서 공격하고 있었고 맨 뒤에 있는 진성에게 말을 급하게 걸었다.
“조금만 버텨줘!”
“얼마나? 오래 못 버틸 것 같다…….”
성현의 말에 진성은 마음이 급해졌다.
모든 마력을 쥐어짜서 왼손에 집중시킨 다음 정화 스킬로 하얀 구체를 만들어내는 데까지 성공은 했는데 문제는 불안정한 상태라서 언제 구체가 풀릴지 몰랐다.
그래서 기회를 엿봐 가로쉬의 심장에 박아 넣을 생각인데 가로쉬가 눈치를 챘는지 강진성이 접근하려고만 하면 거리를 벌리는 게 아니겠는가?
“가로쉬의 움직임을 멈출 방법이 필요해!”
진성의 말에 성현과 시우는 고민 중이었다.
저 괴물을 멈출 방법이라…….
“몇 초면 되는데?”
“대략…… 5초 정도야!”
“5초라…….”
시우는 뭔가 결심했는지 연금술사 능력을 최대한 끌어 올렸다. 그리고 식물을 만들어 가로쉬의 발과 몸을 노렸다.
덩굴줄기들이 사방에서 날아오며 가로쉬의 몸과 발, 그리고 팔을 붙잡으려고 하였다.
가로쉬는 ‘뭐지? 이 덩굴줄기는.’ 하면서 배틀엑스로 쳐내었는데 그럴수록 덩굴줄기가 더욱 단단해지면서 결국에는 끊어내기가 힘들어질 정도가 되었다.
“이 덩굴줄기를 보낸 녀석이 네놈이냐!”
가로쉬는 배틀엑스를 시우에게 휘둘렀다. 하지만 S랭크 한소율과 이인우의 검에 막혔다.
깡, 끼익- 소리를 내면서 그들의 검에 금이 갔다.
“도련님! 피하세요.”
한소율의 외침에 시우는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하였다. 인우와 소율이 그의 공격을 막아주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큰 치명상을 입거나 죽었을 것이다.
시우의 덩굴이 헛된 공격은 아니었는지 가로쉬의 몸을 휘감으며 그의 움직임을 멈추었다.
가로쉬는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평범한 덩굴줄기가 아니어서 움직이지 못했다.
겨우 B랭크 따위가 자신의 움직임을 막다니…….
역시 대한민국이라는 조그만 땅의 헌터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그래, 날 붙잡은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제 어떻게 할 거지? 크흐흐흐.”
“그건 이 구체나 먹고 말해라!”
가로쉬의 허세에 진성은 이때다! 하고 가로쉬의 심장을 노려 왼손에 있는 하얀 구체를 던져 맞췄다.
“크허헉!”
가로쉬는 공격을 그대로 맞았다.
평범한 구체는 아닐 것 같았는데, 직접 맞아보니 온몸의 어둠의 기운이 소멸하기 시작했다.
“서, 설마 이건! 정화 스킬인 건가?!”
가로쉬는 온몸이 아파지고 있었다. 어둠의 기운이 소멸해 가자 몸을 지탱하고 있던 요소들이 하나하나 붕괴되고 있었다.
이대로 죽기엔 아까웠다. 아직 시스템의 계획을 망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크아악! 이대로 죽을 수 없다! 강진성!!”
엄청난 괴력으로 자신에 몸에 붙어 있는 덩굴줄기들 덕분에 달리는 속도는 줄었지만, 자신의 앞에 있는 강진성의 목을 움켜잡고 땅으로 내리쳤다.
쿵!
큰 소리와 함께 진성은 큰 데미지를 입었다.
가로쉬는 쓰러진 진성을 보며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 어떠냐! 이 한 방으로 너는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진성아! 일어나!!”
성현이 외쳤지만, 진성은 미동이 없었다.
설마 진성이가 당한 건가? 말도 안 되는 힘을 보여주던 그런 친구가 당했다고?
“자, 다음은 누구냐? 내가 소멸하기 전에는 모두 때려눕혀 주마!”
가로쉬는 자신을 포위하는 그들에게 포효했다.
하지만 바로 자신의 뒤에 쓰러져 있어야 할 강진성이 일어나는 듯한 느낌에 가로쉬는 뒤를 쳐다보았다.
“아니……. 어떻게?!”
“후우……. 죽을 뻔했네.”
진성의 몸에는 식물 줄기들로 이루어진 갑옷이 만들어져 있었다.
진성이 공격받기 전에 시우가 재빠르게 줄기들로 갑옷을 만들어 준 것이다. 덩굴로 만들어진 갑옷은 강했기에 가로쉬의 공격에 끄떡없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가로쉬는 경악했다.
자신의 주먹을 저 약한 덩굴줄기로 이루어진 갑옷이 막아내었다고?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는 말인가……. 강진성 말고도 특별한 힘을 가진 이가 더 있다니…….
“젠장……. 힘이 점점 빠져나간다.”
가로쉬는 조금 비틀거렸다. 앞으로 2분 후면 자신은 소멸될 것이다. 저 강진성조차 못 이기고 여기서 져야 한다니…….
가로쉬의 심장은 어둠의 기운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 기운이 정화 스킬 덕분에 소멸하고 텅 비어 버렸다. 자신의 몸은 죽어가고 있었다.
“쿨럭.”
가로쉬는 검은색 피를 토해냈다.
“미안하군……. 다른 동료의 힘이 되지 못해서…….”
가로쉬는 죽음이 점점 다가오자 다른 군주들을 생각하였다.
가로쉬가 가만히 서 있자 진성과 성현 그리고 시우, 다른 일행들은 그가 공격하지 않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앞으로 1분인가……. 하지만 강진성 대신 다른 녀석이라도 데리고 가야겠어.”
바로 앞에 있는 목표인 강진성을 무시하고 바로 이시우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그 빠른 속도에 다들 반응을 하지 못했다. 이시우 앞까지 단 5초 만에 다가온 가로쉬는 배틀엑스를 휘둘러 시우를 베었다.
시우는 이제 죽는가 보다 하고는 눈을 감았다.
촤아악-
한 줌의 피가 사방에 흩날렸다.
시우는 자신이 죽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감았던 눈을 떠보니 자신은 멀쩡했고 가로쉬의 몸이 정확히 이등분이 되어 쓰러져 있었다.
가로쉬를 베어 버린 자는 S랭크 한소율이었다. 그녀는 이만큼 강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신의 소꿉친구이자 호위 대상인 시우가 죽음의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발에 가속 스킬을 무리할 정도로 집중해 빠르게 달려갔던 것이다.
그리고 검에 모든 마력을 집중시켜서 가로쉬를 베었다. 마침 가로쉬는 온몸의 붕괴가 시작된 시점이라 몸의 강도가 약해져 있었기에 한 번에 벨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