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6화
146. 146화
“저는 분명 가로쉬 님이 다시 내리신 임무를 했을 뿐입니다.”
가로쉬는 대체 이 남궁현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자신이 내린 임무는 아카데미 학장을 죽이고 강진성을 제압하거나 방해하라고 했을 텐데. 갑자기 파멸의 군주 부하를 데려와서 임무를 했다고?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나는 분명 조은성 저 녀석을 구해서 데려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가로쉬는 남궁현의 말이 맞지 않자 뭔가 이상했다. 가로쉬는 어둠의 기운을 풀어서 남궁현의 전체를 스캔해 보았다. 진짜 남궁현인지 파악하려는 것도 있었지만 어떤 스킬에 당해 저러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캔한 지 10초가 조금 지나고 가로쉬는 알아 버렸다. 환각 스킬에 당한 흔적이 보인 것이다.
“남궁현. 환각 스킬에 당한 것이더냐!”
“무, 무슨 소리입니까? 가로쉬 님.”
“가만히 있어라. 스킬 효과를 전부 없애 줄 테니.”
가로쉬는 남궁현의 몸에 걸려 있는 스킬들을 몽땅 제거하였다.
남궁현은 기억이 왔다 갔다 하긴 했지만 정신을 차렸다.
“군주님. 죄송합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되돌이킬 수 없다. 하지만 이 연극에 너를 끌어들였다는 것은 나를 부르기 위함이었군……. 크크, 재밌어졌군.”
지배의 군주 가로쉬는 그 자리에서 호탕하게 웃었다. 이런 계략은 참 오래간만에 당해 보는 것이다. 누군지 몰라도 이 연극에 어울려 주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아마 강진성이 관련돼 있겠지.
“강진성……. 참 재밌는 녀석이군. 시스템의 꼭두각시일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는가?”
그저 가로쉬는 그 자리에서 웃었다. 남궁현은 당황해 하였고 조은성은 ‘대체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 거지?’라는 생각뿐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즉 남궁현, 네 덕분에 함정에 빠졌다는 거 같은데?”
가로쉬가 해야 할 말을 옆에 있던 조은성이 대신 말하자 남궁현은 조금 미간을 찡그렸지만 가로쉬는 그 말이 맞다는 듯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가 문제였군요……. 죄송합니다. 가로쉬 님.”
“어쩔 수 없지. 죄는 나중에 묻겠다. 지금은 주변 반경에 나를 잡으려고 오는 인원만 거의 300명 되는군. 아주 재밌겠어. 흐흐흐.”
가로쉬는 곧 닥칠 전투에 흥분하며 인벤에서 배틀엑스 무기를 꺼내 살기를 흘렸다.
“자, 피가 끓는 전투를 해 볼까?”
“저희도 따라가겠습니다. 군주님.”
노래하는 분수대 주변에서 경계하던 지배의 군주 소속 헌터들이 분수대 중앙으로 다시 집결하였고 가로쉬는 그들에게 말했다.
“모두 나를 따라라.”
“네, 군주님.”
가로쉬는 거대한 배틀엑스를 휘두르며 자신에게 달려오는 경찰들을 노려보았다. 철저하게 힘의 차이를 보여줄 셈이었다.
강진성을 제외한 피라미들에게는 공포심만 심어줄 생각이었기에 남궁현과 부하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강진성과 싸울 것이다.
“마침 뒤에도 있군.”
가로쉬는 배틀엑스를 뒤쪽에 휘두르자 둔탁한 소리가 나며 나무가 베어졌고 나무 위에 있던 수상한 인물 한 명이 툭 떨어졌다.
“어이쿠, 들켜 버렸네.”
S랭크 이인우였다. 남궁현과 조은성은 바로 알아보았다.
“S랭크 헌터 이인우!”
“이 오크 녀석이 바로 그 지배의 군주라는 녀석인가?”
“감히 군주님을 함부로!!”
“아아, 됐다. S랭크라, 강한 녀석이군. 재밌겠는걸?”
남궁현이 나서려고 했으나 가로쉬는 남궁현에게 다른 녀석들을 상대하라고 손짓하였다.
남궁현과 조은성은 다른 헌터들과 같이 사방에서 몰려오는 경찰들과 현상금 헌터들을 상대하러 떠났다. S랭크 이인우의 뒤에는 강진성, S랭크 이한나, 한소율 등이 있었다.
“S랭크 3명이라. 이거 쉽지 않겠군.”
가로쉬는 그들의 힘을 스캔해 보았다. 한 명 정도라면 쉽게 제압할 수 있었으나 무려 3명에 강진성까지 있었기에 쉽지 않을 듯싶었다.
“당신이 지배의 군주 가로쉬입니까?”
S랭크 한소율 살기를 내뿜으며 가로쉬에게 말했다.
가로쉬는 감탄했다. 대한민국의 S랭크 헌터가 비록 자신들보다 조금 약하지만, 자신의 앞에 있는 이 3명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강해 보였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헌터들보다 숙련도가 높다고 해야 할까?
“호오? 대단한 힘이군. 아주 재밌는 전투가 되겠어.”
마치 자신들이 상품이라도 되는 것처럼 가로쉬가 아래위로 훑어보자 기분이 나빠진 한소율은 빠르게 검을 꺼내 가로쉬를 공격하였다.
“크으. 빠른 검격이군.”
가로쉬는 아무래도 장난으로 싸우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무기인 거대한 도끼, 배틀엑스로 한소율의 검격을 한 번 받아내자 생각이 바뀌었다. 검의 속도가 빨라 가벼운 공격인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묵직한 공격이 들어와 깜짝 놀랐다.
이게 대한민국 S랭크 헌터의 힘인가?
“이번엔 나도 공격을 해 볼까?”
이인우도 자신의 검을 꺼내 가로쉬 뒤통수를 쳤다.
가로쉬는 스윽 피했지만, 이인우의 공격이 강했는지 그의 주변 바닥에 크게 구멍이 생겨났다.
“이거, 대한민국 S랭크 헌터들은 모두 이런 건가? 아주 무서운 공격이군.”
솔직히 조금 얕보고 있었다. 쉽게 제압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는데 S랭크 헌터들의 실력이 남달랐다.
대한민국은 게임도 잘하는 나라였지만 헌터의 질도 매우 달라, 이게 전투 민족 한국인의 힘인가, 싶었다.
“그럼 저도…….”
이한나의 정령 공격까지 세 곳에서 공격이 날아오자 가로쉬는 조금 버거워졌다.
“3명의 합동 공격이라니, 크으…….”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군주라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강하다고 해서 협공하는 거니까요.”
이한나 헌터의 말에 가로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그래, 전투에 비겁함은 없지.”
S랭크 3명의 협동 공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가로쉬는 아직 어둠의 기운을 쓰지도 않았는데 여유가 있어 보였다.
뒤늦게 도착한 박성현, 이시우 그리고 강진성도 공격에 가세했고, 총 6명 헌터의 공격이 시작됐다.
일반 헌터라면 정신없이 날아오는 공격에 혼란이 왔겠지만 가로쉬는 군주이기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
“이게 군주의 힘이군요…….”
이한나의 말에 이인우도 한소율도 더욱 전력으로 가로쉬를 공격하였다.
“진성아. 이따가 정화 스킬인가 뭔가 쓴다고 했지? 우리가 계속 저 녀석의 체력을 깎아 놓을 테니까 신호를 줘!”
성현의 말에 진성은 알았다고 대답하면서 정화 스킬을 쏟아부을 준비를 하였다.
가로쉬는 날아오는 공격을 막거나 피하면서 강진성이 무언가 준비하는 듯하여 그쪽을 주시하였다.
주변을 살펴보니 아무래도 자신 쪽의 인원이 부족해 보였다. 저쪽은 300명이 넘는 인원이고 자신은 남궁현과 조은성을 제외하면 겨우 40명이었다.
실력은 역시 경찰들 쪽이 우수했는지 부하들이 하나둘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이것 참 불리하군…….”
가로쉬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고민이 되었다.
물론 자신이야 내뺄 수 있지만 아무래도 자존심상 모두를 쓰러뜨리고 나가는 게 더 좋아 보일 것 같았다. 이대로 내빼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남궁현과 조은성은 나름 상위 헌터라서 그런지 수많은 경찰을 상대로도 아주 잘 버티고 있었다.
“어디서 한눈을 파시는 거죠?”
이한나의 정령 공격에 하마터면 제대로 맞을 뻔했다.
“크흐흐흐. 이것 참, 생각도 못 하게 만드는군.”
일산 호수 공원 각지에서 전투가 벌어지자 사방으로 폭음이 퍼지기 시작했다. 근처에 거주하는 시민은 이벤트나 레이드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호수 공원을 통제하는 수많은 경찰이 보이자 이상한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디서 이 정보가 샜는지 기자들 몇 명이 일산 호수 공원 근처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자자, 물러서십시오. 여기는 잠시 봉쇄 중입니다.”
경찰들이 일산 호수 공원 입구와 외곽 쪽에 경찰 통제선을 치자 수많은 시민과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안쪽에 무슨 일 있나요? 폭음이 계속 들려오던데.”
“아무 일도 없습니다. 그러니 돌아가십시오!”
꽤 많은 경찰이 막아서자 기자들의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경찰 통제선을 치고 지키는 경찰들도 속으로 빨리 이 상황이 끝나기를 빌고 있었다.
몇몇 기자가 특종인 듯한 감을 느꼈는지 어떻게든 이곳을 돌파하려고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저기에 특종이 있어!”
“맞아. 빨리 본사에 연락해!”
이미 눈치 빠른 기자들은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본사에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일산 호수 공원 안쪽에 큰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그냥 다 막고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기자들과 일부 시민들은 경찰 통제선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경찰들이 철통같이 지켜내고 있었다.
한편…… 남궁현과 조은성 쪽에서는 이미 가로쉬의 말단 부하들은 죄다 쓰러져서 체포를 당했거나 기절한 상태였고 남궁현 주변은 이미 현상금 사냥꾼과 경찰들 몇 명이 쓰러져 있었다. 사방이 핏자국이었다.
남궁현은 헉헉 가쁨 숨을 몰아쉬며 지쳐가고 있었다. 조은성 헌터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봐, 남궁현……. 이거, 끝이 안 보이는데?”
“입 닥치고 계속 싸워라!”
“에휴……. 난 도망가면 안 되나?”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까지 도와주지 않아도 되는데……. 이미 이 정도까지 싸웠으면, 구해 준 도리는 다한 거라 생각하는 조은성이었다.
아까 교도소를 나올 때 무기는 못 챙겼지만 그래도 섬광탄은 챙겼는데, 그걸 쓰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한 것이다.
“머리 굴리는 소리 들린다……. 조은성.”
“어허, 난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그저 힘들어서 딴생각 중이었어!”
남궁현은 이미 조은성 헌터가 다른 마음을 품기 시작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도망갈 생각인 거 같은데 어차피 여기서 조은성 헌터를 죽여도 뭐라고 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같은 군주 소속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이 조은성 헌터를 구출하게 된 까닭도 다 경찰의 계략 때문이었기에 더욱 그런 마음이 든 것이다.
남궁현에게 조은성은 완전히 남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남궁현. 지금 이상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조은성은 눈치가 빨랐다. 그래서 대한민국 어둠의 세계에서도 살아남아 있는 것이다.
“아마……. 그 생각이 맞을지 모른다. 조은성.”
“나를 없애 버리려고 하는 거구만……. 이거 안 되겠네.”
남궁현과 조은성의 실력에 압도당해서 덤비지 못하고 있던 경찰들과 현상금 사냥꾼들은 갑자기 둘의 분위기가 바뀌며 서로를 노려보자 의문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이 경위조차 ‘대체 이게 무슨 경우인가?’라는 표정이었다. 남궁현과 조은성이 서로 대치하면서 노려보자 내분이 생긴 건 아닌지 의심이 되었다.
“이 경위님. 이거, 잘하면 둘 다 쉽게 잡을 것 같습니다.”
이 경위 옆에 있던 엘리트 경찰 후배 한 명이 말하자 이 경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하면이지……. 하지만 그들의 계략일 수도 있다. 그러니 일단은 유심히 지켜볼 수밖에.”
“아! 그럴 수도 있군요.”
과연 그들이 짜고 치는 계략인 건가? 아니면 진짜로 내분이 일어나 싸우는 건가. 정확한 건 알 수 없지만,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대치를 한참 하던 남궁현과 조은성은 서로 붙었다. 아주 치열하게 싸우는 걸 보니 짜고 치는 게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저 둘을 포위하고 있는 병력은 그들을 조용히 지켜보면서 주변에 쓰러진 동료를 데려와 치료하거나 부상이 심각한 자들은 무전기 호출로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하기도 했다.
안쪽의 상황을 보려던 기자 한 명이 구급차가 들어와 누군가 싣고 가는 걸 발견하고 ‘진짜 특종이구나!’ 하면서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이거 진짜 특종이구만. 갑자기 구급차 여러 대가 들어왔다가 급하게 나간다? 일이 있는 게 분명해! 아무리 훈련이라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지!”
그 기자는 다른 기자가 긴급 속보로 기사를 먼저 냈는지 확인하려고 실시간 뉴스 기사를 찾아봤는데 아직 올라온 건 없었다. 그저 일산 호수 공원 경찰 통제선이라는 자잘한 기사들만 있던 것이다.
“바로 편집장님께 전화해야겠다.”
그 기자는 바로 편집장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편집장은 바쁜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아, 편집장님. 제발 빨리 받으셔야 하는데…….”
김 기자는 초조해지고 있었다.
‘대체 뭐 하고 계신 거지? 제발 받으세요…….’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몇 번을 더 전화했고, 드디어 연락이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