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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145화 (145/209)

제145화

145. 145화

“이봐! 여기 맞아? 너무 조용한데?”

조은성은 1차 목표지가 일산 호수 공원이라는 말을 들었을 땐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평소보다 조용해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남궁현에게 계속해서 물어봤지만, 남궁현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남궁현! 내 말 듣고 있는 건가?”

“조용히 해라. 조은성!”

“아니, 여태까지 듣고 있었으면 좀 대답을 하든가?!”

“곧 군주님께서 오실 거다. 그러니 입 다물어라. 조은성…….”

“불안한데…….”

조은성은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평소보다 인기척도 적었고, 조용한 느낌이 들어 기분 탓인가 생각했지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태까지 자신의 감은 틀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입을 다물라고 했다…….”

“아니? 난 더 말할 건데! 그리고 남궁현, 네 군주랑 내 군주님이 다른데 네가 나한테 명령할 처지는 아닌 거 아니냐? 구해 준 건 고마운데……. 여긴 너무 개활지니까 좀 구석으로 가면 안 되냐?”

안 그래도 조은성의 복장은 죄수 복장이어서 너무 눈에 띄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을 지나가는 운동하는 시민이나 산책을 나온 시민이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어떤 한 시민은 경찰에 신고할까 고민하는 듯 보였다.

“이봐, 남궁현……. 자리 좀 옮기자니까?”

“알았으니까 그만 떠들어라.”

남궁현은 옆에서 자신에게 계속 말 거는 조은성 헌터가 꽤 귀찮았지만, 사람들 눈에 띄는 건 맞으니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그 둘은 조금 더 구석, 즉, 노래하는 분수대 쪽으로 이동하였다.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대라서 두세 명만 보였다.

“옷 갈아입을 거 없냐? 이거 너무 좀 그런데…….”

조은성은 죄수복 때문에 너무도 불편하였다. 이러다가 누가 신고라도 하면 경찰들이 우르르 몰려오지 않겠나.

“정말 쫑알쫑알 시끄럽군……. 이거나 받아라.”

남궁현은 너무도 그가 시끄러워 인벤에서 아무 복장이나 꺼내서 그에게 던져주었고, 조은성은 ‘고맙다!’라고 말한 뒤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었다.

“휴……. 이제 괜찮네. 그런데 그 지배의 군주님은 언제 오시냐?”

“내가 아까부터 조용히 하라고 했을 텐데? 조은성…….”

“에이, 알았다고……. 거참.”

조은성은 일단 입을 다물었지만, 속으로는 남궁현을 신나게 욕하였다.

일단 지배의 군주가 오면 접선하고 자신은 파멸의 군주 박주원에게 돌아갈 생각이었다. 물론 남궁현이 자신을 빼내 준 것은 고맙지만 일단 섬기는 군주도 달랐고 자신은 강진성에게 복수해야 했다.

그들이 도착한 후, 주변이 어두워질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그러자 어디선가 인기척이 났고 남궁현이 그쪽을 쳐다보자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소속은?”

남궁현은 그들에게 소속을 물었다.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하였다.

“지배의 군주 가로쉬 님의 소속 휘하 헌터들입니다.”

“가로쉬 님은 오셨는가?”

“아니요. 저희는 여기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하는데 마침 남궁현 님이 이곳에 도착하셨길래 확인하러 온 것뿐입니다. 그리고 군주님은 저희에게 별말 하지 않으셨습니다. 무슨 일로 이곳에 오신 겁니까? 남궁현 님.”

“이곳에서 가로쉬 님을 만나기로 하였다.”

“아, 그렇습니까? 그것 참 이상합니다. 가로쉬 님이 남궁현 님에게 그렇게 말했다면 저희에게도 남궁현 님을 도와주라고 말씀하셨을 텐데……. 그런 말은 전혀 없으셨습니다…….”

대략 40여명 정도 되는 헌터들이 남궁현을 향해 무기를 꺼내 겨눴다.

그걸 본 조은성은 ‘이봐, 남궁현! 이거 일이 잘못된 것 같은데?’라고 말을 작게 하였다.

“감히…… 가로쉬 님께서 직접 내리신 명령이 가짜라고 말하는 건가!”

남궁현의 사자후로 그들은 비틀거렸다. 역시 남궁현다웠다. 상위 랭커인 그의 외침에 다들 몸이 후들거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저희는 전달받은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의심하는 겁니다. 혹시 남궁현 님께서 변절하신 게 아닐까 하고 말이죠.”

“감히…….”

남궁현은 빠르게 그에게 다가가 목에 검을 대었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남궁현을 간신히 쳐다보았다. 남궁현의 눈에는 엄청난 살기가 도사리고 있던 것이다.

이 남자는 진짜 가로쉬 님의 충실한 부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자신을 베어 버릴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 것이다.

“남궁현 님의 기밀 임무였다면 저희가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다시는 함부로 그런 말을 하지 마라.”

“네, 알겠습니다…….”

“역시 남궁현이구만.”

조은성은 구경하다가 갑자기 한마디를 던졌다.

“혹시 저희가 도와 드릴 일이 있습니까?”

“그럼 우리를 호위해라. 불온한 움직임이 있을 수도 있으니.”

“네, 알겠습니다. 남궁현 님.”

그들은 기밀 임무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남궁현을 호위해 주겠다며 그들과 합류하였다. 처음에는 의심했었으나 설마 저렇게 가로쉬 님에게 충직한 남궁현이 배신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점수도 딸 겸, 그를 도와주기로 한 것이다.

“그럼 저희가 주변에서 경계를 해 드리고……. 군주님이 오시면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라.”

그들은 남궁현에게 고개를 숙이고 스르륵 물러갔다. 각자 조를 짜서 노래하는 분수대 주변에 잠복하여 감시하기 시작했다. 강한 어둠의 기운이 느껴지면 군주님이 오신 게 분명할 테니 말이다.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밤 10시가 다 돼도 군주는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남궁현은 끝까지 기다렸다. 조은성도 어차피 지배의 군주는 봐야 했기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들만 지배의 군주를 기다리는 게 아니었다. 바로 반대편 쪽 건물에서 그들을 감시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이 경위와 수많은 경찰, 그리고 수배자들을 잡아다 넘기는 현상금 헌터들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강진성 또한 같이 있었다.

“이 경위님! 그들은 계속 있을 건가 봅니다. 일단 지금 출동해도 꽤 많이 잡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

고양시에 주둔해서 지원을 온 한 기동대장의 말에 이 경위는 고민을 했다.

지금 출동해도 일망타진해서 40여 명이 넘는 녀석들을 잡을 수 있다. 조금 더 기다리면 군주가 올까? 물론 자신들이 남궁현을 속인 게 맞지만……. 그가 함정인 줄 뻔히 알면서도 올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 올 거예요.”

강진성은 고민하는 이 경위에게 말했다.

진성은 여기 있는 자들보다 군주에 대해 더 많이 알기 때문에 정보 제공자 및 도움을 주기 위해 중간에 합류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죠. 만약 그때도 오지 않으면 그냥 일망타진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세요.”

경위의 말에 진성은 괜찮다며, 일단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저들과 군주를 잡기 위해 동원된 경찰은 200명에 달했다. 거기에 현상금 사냥꾼도 50명이나 불러 모았고 혹시 몰라 S랭크 헌터도 세 명이나 지원받았다. 지원받는 과정에서 현성 기업의 후계자로 지목된 이시우까지 온 것이다. 그가 온 이유는 친구인 강진성을 도와주려고 온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이 정도 인원으로도 군주를 잡지 못하면 그것 또 문제가 되긴 하였다.

군주를 잡는 명목하에 본부에 지원 요청을 한 것이다. 그 정도 공은 세워야 이렇게 많은 병력을 동원한 것에 대한 변명거리가 생기지 않겠는가?

군주를 잡아야 매스컴에도 보도하고 세계 곳곳에 알릴 수 있다. 경찰의 본분으로써, 이렇게 위험한 세력은 꼭 잡아야 했다. 그리고 알려야 했다. 위험하다고 말이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경위님. 저희도 있지 않습니까?”

이 경위 뒤에 있던 부하들이 불안해하는 자신에게 말했다.

“그래. 자네들도 있었지. 일단 기다려 보자고.”

“아무리 그래도, 병력이 이 정도나 되는데 군주 따위, 잡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대한민국 경찰을 우습게 보면 안 되죠!”

부하들은 하나같이 다들 자신이 있어 보였다. 그래, 자신의 부하지만 우수한 녀석들이었다. 앞으로 대한민국 경찰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녀석들이었기에 이 경위는 그들을 믿었다.

“이제 10시가 다 되었네요. 거의…….”

이한나 팀장은 곁에 있는 진성에게 슬며시 말했다.

“그러게요……. 에휴, 오늘도 늦게 들어가려나.”

진성은 빨리 들어가고 싶었지만, 군주 가로쉬를 제압해야 앞으로 좀 더 편해질 것이다. 최종 보스로는 파멸의 군주 박주원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

왜 자신에게 이런 시련이 오는 것인가? 그저 편하게 농사나 하면서 즐겁게 살려고 했는데……. 참으로 얄궂은 운명이랄까?

“1시간 정도 더 기다려 보고 안 되면 들어가죠.”

진성이 이 경위 쪽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이한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1시간 후네요. 그 안에 군주가 오면 좋겠네요. 그래야 도련님도 앞으로 덜 위협 받으실 테니까요.”

“네, 그랬으면 좋겠어요.”

초조하게 기다리는 경찰들에 비해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이 당당하게 기다리는 남궁현.

시간이 더 흘러가고 있었다. 30분……. 그리고 1시간. 약속된 11시가 되었다.

남궁현을 감시하는 경찰들 측에서는 아무래도 군주가 나타나지 않을 듯하여 그들을 잡기 위해 장비를 점검하였다.

“아무래도 그는 오지 않나 봅니다…….”

이 경위가 진성에게 말했고 진성은 ‘아쉽네요.’라고 하면서 장비를 챙겼다.

경위도 부하들과 각 지역에서 온 경찰들에게 슬슬 준비하라고 하였다. 바로 출동하려는 것이다.

그때였다. 남궁현을 감시하던 한 명의 경찰이 급한 목소리로 무전을 보내왔다.

“겨, 경위님! 군주로 보이는 자가 나타났습니다!”

“뭐, 뭐라고? 그의 생김새는?”

치지직-

“오, 오크입니다. 녹색 피부의, 소설 속에 나오는 그 오크입니다!”

“알았다. 잠시 대기해라!”

무전기를 끊은 이 경위는 이 건물 안에 모여 있는 부하들과 기동대 대원들 그리고 진성의 일행에게 말했다.

드디어 우리가 원하는 거물이 왔으니 다들 준비하라고 말이다.

그러자 다들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중무장 장비를 챙겼다. 그리고 일부 인원은 시민이 휘말리지 않게 각 지구대에 연락해서 일산 호수 공원 일대 주변을 전부 통제하라고 전달했다.

“왔네요…….”

진성은 아주 강한 어둠의 기운이 일산 호수 공원으로 가까이 오는 걸 느꼈다.

진성은 침을 꿀꺽 삼켰다.

엄청 강해 보이는 그 지배의 군주 가로쉬를 제압할 수 있을까? 물론 혼자는 힘들겠지만, 이곳에는 꽤 실력 좋은 헌터들이 많았다. 그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정화 스킬이 있다. 이것을 사용해서 지배의 군주를 이길 것이다.

-진성 님. 지배의 군주 가로쉬가 옵니다. 대비해 주세요. 그는 군주들 사이에서 두 번째로 강한 군주입니다. 절대로 얕보시면 안 됩니다.

“알고 있어. 시스템. 하지만 이 녀석을 제압하면 앞으로 내가 군주들 상대할 때 더 쉬워진다는 얘기 아니야?”

-네, 맞습니다. 진성 님. 그를 이기면 정화 스킬 레벨이 꽤 상승할 것입니다.

“알았어. 일단 붙어보면 알겠지…….”

시스템과 짤막하게 속으로 대화를 나눈 뒤 진성은 표정을 굳힌 채 자신의 일행인 이한나, 이인우, 항소율이라는 S랭크 헌터 세 명과 친구인 시우와 성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한나 팀원들도 꽤 A랭크 이상급들이었기에 이 싸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정도면 싸움은 힘들겠지만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자, 나가 봅시다…….”

이 경위는 이 건물 외에도 일산 호수 공원 곳곳에 잠복해 있는 모든 병력에게 명령을 내렸다. 노래하는 분수대를 습격하라고.

“이봐……. 남궁현. 아무래도 이상해…….”

“뭐가 말이냐? 조은성. 가로쉬 님이 오는 게 느껴지지 않는 건가?”

“아니, 그건 아는데……. 아무래도 함정 같단 말이야.”

“상관없다. 어차피 가로쉬 님이 오면 어떤 적이 오든 다 이길 수 있다.”

“……군주 광신도 같은 놈.”

“방금 뭐라고 했나? 조은성.”

“아, 아니라고!”

조은성은 무기가 없어 남궁현에게 남는 무기나 달라고 말했고 남궁현은 인벤에서 검 한 자루를 꺼내 그에게 주었다.

“단검이나 있으면 주지. 그냥 한 손 검은 익숙하지 않다고!”

“잔말 말고 그거나 써라.”

“젠장, 말이 안 통한다니까…….”

약 3분이 지나자 남궁현과 조은성의 앞에 오크 군주 가로쉬가 나타났다. 진짜였다. 진짜 실물이었다.

“가로쉬 님……. 오셨습니까?”

남궁현은 무릎을 한쪽 꿇고 고개를 숙였다. 조은성은 얼떨결에 같이 숙였다. 자신이 모시는 군주님은 아니었지만, 왠지 해야 할 것 같았다.

“남궁현. 일은 잘 처리했나?”

“……잘 처리했습니다. 가로쉬 님. 구치소에서 조은성 헌터를 이렇게 빼 왔습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남궁현. 내가 파멸의 군주 부하를 꺼내오라고 하진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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