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3화
143. 143화
진성은 중얼거렸다. 남궁천은 어떻게든 제압했지만……. 그 남궁천보다 강하다면 이번 싸움은 꽤 어려울 듯하였다.
다행인 건 남궁천을 처리한 뒤 마력의 회복이 끝나자 정화 스킬이 레벨업을 한 것이다. 알림을 꺼놔서 몰랐지만 잠깐 확인해 보니 레벨 8이었던 정화 스킬이 레벨 9까지 올라있던 것이다.
“자……. 오늘도 인간사냥을 해 볼까?”
남궁현은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경찰들은 모두 베어나가기 시작했다.
“어서 저자를 제압해!”
경찰 간부의 목소리에 남은 경찰이 모두 다 달려들었으나 그자와 실력 차이가 심했다. 남궁현이 주변 헌터들을 베어나감에도 아무도 저지를 못 하고 있었다.
“겨우 이 정도 수준이라니…….”
남궁현은 한심하게만 느껴졌다. 자신을 막을 인물이 하나도 없단 말인가? 어둠의 기운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힘을 쓰고만 있는데도 막지 못하는 것이다.
깡!
진성이 삽을 날려 남궁현의 검을 가로막자 남궁현은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역시 자신을 막을 만한 존재는 저기 S랭크 헌터 한 명과 강진성뿐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머지는 그저 벌레들일 뿐.
“호오? 그나마 당신의 실력이 여기서 제일 낫군요. 역시 가로쉬 님의 대적자다운 분이군요.”
진성과 남궁현 주변엔 많은 경찰이 쓰러져 있었다.
“자아~ 저를 막아보십시오. 안 그러면 여기 있는 자들은 모두 죽을 겁니다.”
남궁현은 기세를 더욱 내뿜었다. 그럼에도 어둠의 기운이 전혀 감지되지 않자 진성은 꽤 당황하였다. 당연히 그도 군주의 부하니까 어둠의 기운을 뿜으면서 쓸 줄 알았건만……. 저게 본신의 힘이라니. 너무도 강했다.
“겨우 이 정도입니까? 저를 더욱 막아보십시오.”
진성과 남궁현은 엄청난 속도로 검과 삽을 휘둘러 막고 피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둘의 속도가 너무 빨라 이한나 팀장만 싸움을 겨우 알아보았고, 나머지는 전혀 볼 수 없었다.
둘 주변의 땅이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있었다.
빈틈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싸움이 20분째 지속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진성에게 꽤 불리해져 갔다. 남궁현은 이런 싸움을 워낙 많이 해 봐서 힘의 조절이 있는데 진성은 어떻게든 남궁현을 쓰러뜨리기 위해 힘 조절을 안 하고 무턱대고 공격만 날리고 있던 것이다.
“후우……. 전투의 경험이 많이 부족하군요.”
남궁현은 너무도 여유로웠다.
진성이 위험해질 찰나, 이한나 팀장이 정령을 소환해 보조해 주었다. 정령들이 공격을 퍼붓자 남궁현은 혀를 한 번 차고는 정령들의 공격이 귀찮은지 진성의 뒤를 조금씩 신경 쓰기 시작하였다. 그럴수록 남궁현의 빈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정령사는 귀찮은 존재군요.”
남궁현은 자신의 앞에 있는 진성을 빠르게 쓰러뜨리고 이한나를 제압해야겠다는 생각에 진성에게 더욱 강한 힘을 휘둘렀다. 그때 빈틈이 보여 진성은 ‘이때다.’ 하고는 남궁현의 공격에 맞아 쓰러지는 척을 하면서 삽으로 그 빈틈을 향해 공격을 날렸다.
빠각.
“크…… 헉.”
남궁현의 빈틈에 날아온 삽은 정확히 그의 몸을 때렸다. 남궁현이 공격에 비틀거리자 진성은 있는 힘껏 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사정없이 삽을 휘둘러 그를 때리자 남궁현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도련님! 계속 공격해 주세요.”
진성은 이한나의 정령 공격에 맞춰 남궁현이 공격을 못하도록 자신의 힘을 쏟아부었다.
남궁현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방금 첫 공격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데미지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던 것이다. 저 삽에 시스템의 힘이 담겨 있기라도 한 걸까? 데미지가 너무 컸다.
“이길 수 있어!”
진성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남궁현에게 계속해서 데미지를 주었다.
그렇게 반복하기를 30분이 지났을까. 남궁현이 쿨럭 피를 한 움큼 토하며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진성을 노려보았다.
“가, 강하군요. 허허.”
아직도 여유를 잃지 않고 피를 토하면서도 진성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진성은 분명 자신이 쓰러뜨렸음에도 아직도 그의 기세에 눌려 주눅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진성이 거의 코앞으로 다가오자 남궁현은 벌떡 일어나 진성을 붙잡았다.
“어, 엇!”
진성은 그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자……. 이제 당신은 어떻게 될까요? 제가 데려가도 되지만 죽여도 그만입니다. 어차피…….”
진성은 남궁현의 말에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했다.
이한나 팀장과 그녀의 팀원들은 모두 무기를 꺼낸 채 남궁현을 포위하고 있었다.
“도련님을 놔 주세요!”
“허허허……. 다들 물러서는 게 좋을 겁니다. 당신들의 도련님이 다치기 전에 말이죠.”
진성은 꽉 붙잡힌 채로 자신의 등 뒤에 검을 대고 찌르기 직전인 상태인 남궁현에게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진성에게 시스템이 말을 걸었다.
-진성 님, 이 상황이 매우 곤란하신 겁니까? 제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 대답하기 힘든 거 같으니 해결을 원하신다면 고개를 한 번 끄덕이시면 도와 드리겠습니다.
진성은 시스템의 말에 고민을 잠깐 하다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아주 미세하게 끄덕여서 남궁현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럼 도와 드리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눈을 감아 주세요.
진성은 그제야 시스템이 무언가 하려는 것을 눈치채었다. 바로 눈을 감았다. 그러자 진성의 온몸에 빛이 나와 사방을 비추었다.
등 뒤에서 진성을 잡고 놓아주지 않던 남궁현조차 빛에 의해 잠깐 실명이 되었다.
“크아악!”
남궁현은 비명과 함께 진성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이 약해졌고, 진성은 그의 품속에서 나올 수 있었다.
-진성 님. 정화 스킬을 발동해서 삽을 들고 그를 있는 힘껏 공격하세요. 어둠의 기운을 안 쓴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군주들의 부하들에게는 모두 통합니다.
“알았어. 시스템!”
진성은 시스템의 말대로 정화 스킬을 발동하고 삽을 쥐자 삽에서 황금색 기운이 흘러넘쳤다. 그 삽으로 남궁현이 빛으로 눈이 안 보여 비틀거리고 있을 때 그의 머리를 있는 힘껏 때렸다.
빠각.
엄청 큰 소리가 났고, 남궁현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방어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그럼에도 움찔거리며 일어나려고 하자 진성은 그의 머리를 한 번 더 때렸다. 남궁현은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머리를 강력하게 맞았지만 남궁현 정도라면 그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정화 스킬이 남궁현의 머리에 침투해서 온몸을 무겁게 했고, 어둠의 씨앗을 제거해 모든 기운이 없어졌기에 그대로 기절해 버린 것이다.
“후우……. 살았다. 시스템, 고마워.”
-별일 아닙니다. 하지만 진성 님이 요즘 많이 약해진 것 같으니 조만간 퀘스트를 많이 드리겠습니다.
“아니……. 연달아 주는 건 아니겠지?”
-진성 님에게는 무척이나 쉬운 퀘스트일 테니 안심하세요.
“글쎄……. 그게 더 수상한데 시스템…….”
-기대하세요. 진성 님.
“에휴……. 내 팔자야.”
진성은 인벤에서 밧줄을 꺼내 쓰러진 남궁현을 포박하였고, 다가오는 이한나 팀장에게 자신은 이제 괜찮다고 손을 흔들어 보였다.
“다행이네요.”
“경찰들은 모두 괜찮은가요?”
“저희가 모두 옮겨서 치료하고 있어요. 대부분 괜찮은 듯합니다.”
“그건 다행이네요. 다만 이 남궁현은 어찌해야 할지…….”
“그건 아무래도 경찰에게 넘기는 게 맞을까 해요. 진성 님, 저희가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요.”
“그러면……. 어쩔 수 없죠! 저 경찰 간부에게 넘겨주는 수밖에.”
“네, 진성 님.”
이한나 팀장과 진성은 기절해 버린 남궁현을 데리고 경찰 간부에게 넘겨주었다.
“감사합니다. 꼭 기필코 이자의 입을 열게 해서 정보를 얻게 되면 가장 먼저 드리겠습니다.”
경찰 간부는 진성에게 약속하였다. 정보가 나오자마자 바로 주겠다고. 진성은 ‘네.’라고 대답하고는 이한나 팀장과 대기하고 있는 팀원들과 함께 아카데미를 빠져나왔다.
아직도 성현은 기절한 채였고, 학장님의 시신은 아카데미에 남겨 놓았다. 경찰 간부가 잘 처리해 주겠다고 했으니, 아마 잘해 줄 것이다.
진성의 일행이 떠나자마자 경찰 간부는 본부에 연락을 취해 모든 일을 설명하였고 지원을 요청하였다. 지금 지휘하고 있는 경찰들 병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정말 난감하군…….”
경찰 간부는 아까 남궁현에게 당해 버린 자신의 부하들을 보았다. 차 순경은 순직했고, 조 형사는 순순히 체포에 응했고 나머지 부하들은 대부분 남궁현에게 베어졌지만, 치료를 받아 간신히 서 있는 정도랄까…….
10분 후, 운동장에 본부의 지원 병력이 도착하였다. 본부의 특별한 엘리트들로 이루어져 있는 A랭크 이상 헌터들이었다.
“인수, 인계받으려고 왔습니다.”
경찰 간부에게 다가온 그는 경찰 본부에서 특별히 힘을 기르고 있는 이연우 경위라는 자였다.
“오……. 이 경위, 자네가 온 건가?”
“네, 선배님.”
“내 부하들은 죄다 부상당해서 임무 수행을 못 하네…….”
“네, 알고 있습니다. 선배님. 저를 포함해서 52명 전부 최소 A랭크 이상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 그것참 다행이군.”
“아까 잡힌 그자는 어디 있습니까?”
“아! 남궁현 말인가? 안내해 주겠네.”
경찰 간부는 후배 이 경위를 수사본부 텐트로 들여보냈고 한구석에 갇혀 있는 남궁현을 보여 주었다.
“지금은 기절해 있는 상태지만 무척이나 강한 놈이라네. 조심해야 할 걸세.”
“네, 알겠습니다. 선배님. 일단 저희 쪽 텐트로 옮기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그 간부는 그나마 덜 다친 부하들에게 이 경위 쪽에 그를 넘겨주라는 명령을 했다.
아마 저 엘리트들이 그를 철저하게 심문할 것이기에, 기대감이 들었다.
남궁현을 넘겨받은 이연우는 자신들의 텐트 구석 간이 취조실에 그를 가두고 일반 밧줄에서 헌터 용 수갑으로 바꾸었다. S랭크가 아닌 이상 절대 혼자서는 못 푸는 특별한 수갑이었다.
“지배의 군주라…….”
이 경위는 기절해 있는 남궁현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이 경위님. 저희들이 이자를 조사하면 되는 겁니까?”
같이 따라왔던 A랭크 엘리트 경찰들이 말을 걸어왔다.
“그렇다. 경찰을 살해하고 다치게 한 저자의 입을 열게 하여라.”
“네, 경위님.”
이 경위가 데리고 온 자 중에는 고문에 뛰어난 특수 경찰들도 있었다.
“이자를 깨우자고.”
“그래.”
특수 경찰 두 명은 간이 취조실에 들어가 수갑으로 묶여 있는 남궁현의 얼굴에 차가운 물을 뿌렸다.
얼굴에 물이 뿌려지자 남궁현은 기절해 있다가 깨어났다.
“여, 여기는?”
“드디어 정신이 들었나 보구만.”
“그러게. 재밌는 고문을 시작하자고!”
“누, 누구냐?”
“누구냐고? 당신을 고문할 특별한 경찰들이라고”
남궁현은 깨어나자마자 강진성이 아닌 초면인 경찰들이 자신을 보고 있어 조금 당황했다.
남궁현에게 고문을 하는 그 두 경찰은 특수 경찰이자 고문을 끝내주게 잘하는 엘리트 경찰이었다. 어느새 인두와 손톱과 발톱을 뽑는 도구 등을 준비했다. 그들은 남궁현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인두로 다짜고짜 그의 허벅지를 지졌다.
“크아아악!”
“이 녀석, 우렁차네! 목소리가.”
그들은 심문이 아니라 그저 고문을 즐기고 있었다.
이 경위는 지켜만 보고 있었다. 고문에 특화된 유능한 부하들이 적의 정신을 붕괴시킨 후에 군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버티나 보자고?”
인두가 끝나자 여러 가지 고문 도구들로 몸에서 힘을 빼게 한 다음 자백제를 다량 투입하였다.
남궁현이 이렇게 고문을 받는데도 지배의 군주 가로쉬는 그를 구할 마음이 없었다. 진성에게 진 이상 패배자이기 때문이다. 남궁현은 그렇게 버려졌다.
“자백제 투입했습니다. 경위님!”
“얼마나 투입했지?”
“평소보다 3배로 넣었습니다. 흐흐.”
“그럼 질문을 시작하지, 준비하게.”
“네, 경위님!”
누가 보면 불법적인 일을 하는 썩은 경찰들로 보겠지만, 이들은 범죄를 저지르는 헌터들을 위해 만든 특별부서의 인원이었다. 힘으로 날뛰는 자들을 힘으로 눌러 버리는 그런 부서였다.
오죽하면 이 부서의 소문이 범죄자 헌터들에게도 퍼져 무서워할 정도였다. 그들에게 걸리면 몸이 만신창이가 돼서 나온다는 소문이 돈다.
“자, 지배의 군주가 있는 위치는?”
이 경위가 직접 너덜너덜해진 남궁현에게 다가가 물었다.
남궁현은 온몸에 통증이 몰려왔다. 몸에 기운도 없었다. 뭔지 모를 약도 주입이 된 상태라 말이 조금 어눌했다. 자신에게 질문하는 저 젊은 경찰에게 희미하게 비웃는 미소를 지었다.
“말……할 수…… 없다.”
“아직 정신이 살아 있군. 다시 시작하게.”
“네, 경위님.”
이 경위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 두 명의 경찰은 고문 도구로 남궁현을 끝까지 괴롭혔다.
남궁현은 정신을 잃어갔다. 말하면 편해질지 모르지만 그럴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