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2화
142. 142화
“도련님……. 이제 철수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한나 팀의 소속된 헌터 한 명이 진성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진성은 쭈글쭈글해져 버리고 기절해 버린 남궁천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그는 내버려 두고 본관 쪽으로 철수하기로 했다.
“남궁천은 뒤에 오는 경찰들에 의해 연행이 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도련님.”
이한나 팀장의 말에 조금 안심이 된 듯한 진성은 알겠다고 대답했다. 학장님의 시신은 이한나 팀장의 지휘 아래 헌터 두어 명이 시신 가방에 옮겨 담게 하였고 부상자와 함께 본관으로 이탈하였다.
그 장소에는 기절한 남궁천과 죽어 버린 성 교관과 이 교관뿐만이 남아 있었다. 그들이 떠나자 한 인물이 공간을 찢고 등장했다.
“결국 실패했군. 남궁천.”
그는 바로 지배의 군주 가로쉬였다.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오크가 중갑옷을 입고 그 장소에 나타난 것이다.
가로쉬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남궁천은 정신을 차리고 바로 가로쉬에게 ‘죄송합니다. 군주님……. 임무에 실패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빌기 시작했다.
“넌 내 마지막 기회를 날려 버렸다. 겨우 애송이인 그를 처리하지 못하다니……. 실망했다. 남궁천.”
“제발……. 군주님 마지막 기회를 주십시오!”
“이제 네게 기회는 없다……. 너의 임무는 남궁현에게 넘길 것이다.”
“아, 아버지에게 말씀입니까?!”
“그러니 네 목숨은 여기까지다.”
“제, 제가 아버지보다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제발, 군주님! 기회를!”
남궁천은 자신의 아버지가 언급되자 더 다급해졌다.
“허허, 제 아들이 또 실패했군요. 죄송합니다. 군주님.”
또다시 공간을 찢고 중년의 인물이 나타나 지배의 군주 가로쉬에게 사과를 하고 자기 아들인 남궁천을 슬쩍 쳐다보았다.
“죽음으로 사죄드리거라. 남궁천.”
아주 차가운 아버지의 말이 남궁천의 가슴속을 후벼 팠다.
남궁천은 현재 모든 힘을 잃은 상태였고 자신이 증오하는 남궁현을 공격할 수도 없었다.
가로쉬는 조금 생각에 잠겼으나. 그간의 공도 있었으니 남궁천의 처리는 남궁현에게 맡기기로 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남궁천의 죄는 남궁현, 네가 마무리해라.”
“감사합니다. 군주님.”
“제, 제발 살려주십시오……. 커억.”
남궁현의 빠른 검으로 남궁천은 목이 베여 쓰러졌다. 단숨에 죽인 것이다.
“제 아들 녀석이 말이 많군요, 죄송합니다. 군주님.”
“남궁현. 이 임무를 실패한다면……. 뒤는 알겠지?”
“네, 군주님. 제가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남궁현은 군주 가로쉬에게 고개를 숙였고 가로쉬는 공간을 찢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남궁현은 죽은 아들의 시신 앞에서 이런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미안하다. 천아.”
그 자리에는 오직 남궁천의 시신과 다른 두 시신만 남아 있을 뿐, 고요했다.
한편, 본관으로 철수한 진성의 일행이 본관에 도착해 보니 운동장과 본관 건물 등 아카데미 전체의 피해가 심각해 보였다.
운동장 한편에는 사상자들 즉, 시신들을 수습해 놓았고, 다른 한쪽은 아카데미에서 혼란을 일으킨 배신자들의 시신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는 부상당한 학생들과 교관들이 아픈 신음을 내뱉으며 치료를 받고 있었다.
“처참하군…….”
진성의 일행 중 한 사람이 그 말을 내뱉자 다른 자들도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상자들 사이를 지나갔다.
그들을 지나서 도착한 곳은 경찰 수사본부가 있는 곳이었는데 그쪽에서 부상을 당한 경찰들이 많이 보였다. 이쪽으로 파견된 경찰도 최소 C랭크 헌터였는데, 그들 중에서도 부상자들이 꽤 많았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한 경찰관이 수사본부 텐트에서 나와 진성의 일행을 가로막았다. 다른 경찰들도 그들을 주시하며 각자 무기에 손을 얹었다.
“저희는 별관 쪽에서 온 한울기업 소속의 헌터들입니다.”
“신분증을 주십시오. 요즘 사칭이 많아서요.”
이한나 팀장은 경찰의 요구가 기분이 나쁘지 않아 흔쾌히 라이센스를 보여 주었고, 경찰은 한숨을 내쉬며 확인한 후, 라이센스를 돌려주었다.
“그래서 저희에게 무슨 볼일이십니까?”
“별관 쪽은 저희가 다 해결했으며 사건의 배후 그리고 처리한 인물들에 관해 얘기하러 왔습니다.”
“그렇습니까? 일단 안으로 들어 오시죠.”
텐트 앞을 막고 서 있던 경찰관이 수사본부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였다.
그들 중 대표로 이한나 팀장과 진성만 들어가고 성현과 다른 팀원들은 텐트 바깥에서 같이 대기하기로 하였다.
“그분들이 한울기업 소속인 겁니까?”
수사본부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들을 통솔하던 경찰 간부가 말을 하자 안으로 같이 들어온 그 경찰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사건의 배후라는 게 무슨 말인지 들어 보겠습니다.”
이한나 팀장은 머뭇거리는 진성 대신 말을 꺼냈다.
사건의 배후는 지배의 군주 오크 가로쉬라는 자이며 그가 조종한 인물들은 성 교관, 이 교관 그리고 학장님 등 일부 아카데미 교관들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와 별관에서 싸움을 벌였으며 대부분 저지했다고 말을 하였다.
계속 듣고 있던 경찰 간부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즉, 지배의 군주라는 자가 모든 일을 다 계획한 것이다?”
“네. 저희는 그렇게 파악을 했습니다.”
“흐음……. 그 말이 진짜라면 심각한 건데…….”
“그리고 경찰들 사이에도 지배의 군주에게 조종을 당하거나 조력자 역할을 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설마……. 그럴 리가 없습니다. 파견 온 경찰들 대다수는 뒤가 깨끗한 이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들을 가려내는 것은 저희 도련님만 가능하거든요.”
이한나 팀장이 자신의 뒤에 있던 강진성을 언급하자 경찰 간부와 텐트 안에 있는 모든 경찰이 진성을 쳐다보았다.
“진짜……. 저분이 가려낼 수 있으신 겁니까?”
경찰 간부는 진성을 조심스럽게 불렀다. 한울기업 강재환 회장의 손자였으니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진성은 자신이 언급되자 당황했지만…… 그래도 얘기는 해야 했다.
“네. 가능합니다.”
“그럼 허가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제 부하 중에 그런 녀석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부탁드립니다.”
경찰 간부가 쉽게 부하를 조사해 달라고 하는 말에 양옆에 있던 다른 경찰들이 발끈해서 ‘이건 아닙니다!’라고 외쳤지만, 간부의 마음은 굳어졌다.
“전 부하들을 모두 믿습니다.”
그 말에 텐트 안에 있던 경찰들은 자신들 지휘관의 명령에 항의하던 걸 멈췄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진성은 정화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어둠의 기운과 씨앗을 감지하는 게 더 쉬워졌다.
진성은 속으로 정화 스킬을 외쳤고 정화 스킬의 밝은 빛의 입자가 주변에 퍼져나갔다.
그 입자는 웬만한 헌터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나름의 경지에 오른 헌터들에게는 보이긴 하였다. 경찰 간부인 그와 이한나 팀장만 희미하게 보였던 것이다.
“그게 어둠의 기운을 찾아내는 스킬인가 보군요. 도련님.”
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행히 텐트 안에는 없네요.”
진성의 말에 다들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바깥부터 조사합시다. 바깥의 제 부하들도 조사 부탁합니다.”
경찰 간부를 따라 진성은 텐트 바깥으로 나왔고 텐트 주변에 경찰관들이 모여 있었기에 여기서 정화 스킬을 쓰면 되었다. 사망자 중에도 경찰관이 있었지만, 사망자에는 없을 것이다. 조력자라면 분명 살아 있을 것이다.
“그럼 부탁합니다. 한울기업 도련님.”
경찰 간부가 진성에게 말하자 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번 더 정화 스킬을 발동하였다. 희미한 입자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정확히는 텐트 주변에 머물며 부상을 치료하는 경찰이나 텐트 주변을 감시하는 경찰 즉, 모든 경찰에게 퍼져나갔다.
“아…….”
진성은 스킬을 쓴 지 몇 초도 안 돼서 말을 꺼냈다.
“설마, 제 부하들 중에?”
경찰 간부의 불안한 말에 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화 스킬에 걸린 사람이 두 명이나 있기 때문이다. 경찰 중에서도 지배의 군주 조력자가 있는 것이다.
“누굽니까? 누가 지배의 군주와 연관이 있습니까?”
경찰 간부의 말에 진성은 조용히 두 사람을 가리켰다. 두 명 중 한 명은 신참 경찰이었고 다른 한 명은 간부와 오래 근무를 했던 헌터 강력계 형사였다.
“조 형사하고 차 순경이……?”
경찰 간부의 말에 다른 경찰들도 꽤 놀란 표정들이었다. 신참이야 그렇다 쳐도 오래 근무한 베테랑 형사까지?
“혹시 모르니 대질 심문해 보겠습니다.”
“네…….”
경찰 간부는 진성의 스킬을 완전히 믿지는 않았다. 자신의 부하들 중 배신자가 있을 리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간부는 바로 조 형사와 차 순경에게 가서 말을 꺼낸 것이다.
“자네들 혹시…… 군주 가로쉬와 관계돼 있는 건가?”
그 말에 차 순경은 움찔하였고 조 형사는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하면서도 ‘농담은 그만두십시오.’라고 했다. 하지만 이 질문을 하고 경찰 간부는 간파 스킬을 가지고 있는 한 경찰을 쳐다봤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차 순경이야 그렇다 쳐도……. 조 형사, 자네. 왜 동료를 배신했는가?”
“무슨 말 하는 것인지 모르겠군요…….”
“진실을 말하게.”
“자꾸 왜 그러십니까? 저는 아닙니다.”
경찰 간부는 그들을 체포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주변의 경찰들은 반신반의했지만 그래도 명령이니 그 둘을 체포하기 위해 다가갔다.
“이런…….”
조 형사는 ‘결국 들킨 건가…….’라는 속마음이었다. 순순히 잡힐 생각이었다. 하지만 차 순경은 자신을 체포하려는 동료 순경들을 공격하였다. 잡힐 생각이 없는 것이다.
“으악.”
“왜, 왜 이래?!”
차 순경을 체포하기 위해 다가간 두 명의 순경은 그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굴러나가 떨어졌다.
“다, 다가오지 마!”
차 순경은 자신의 무기라곤 작은 단검뿐이었다. 대부분의 무기는 수사본부에 있기 때문에 가진 건 그뿐이었다. 이제 와서 잡힐 수 없다.
“차 순경……. 이만 순순히 잡히시게.”
“장난하십니까? 조 형사님. 그렇게는 못 합니다!”
“무의미한 저항은 그만두게!”
순순히 잡힌 조 형사의 말에 차 순경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래……. 순순히 잡히면 안 되지.”
차 순경의 뒤로 어느새 공간을 찢고 나온 중년 사내가 있었다.
차 순경은 뒤를 돌아보려고 했으나 그 중년 사내는 검으로 차 순경의 등을 베었다.
“으아악!”
“차 순경!!”
차 순경은 잔인하게 베여 쓰러졌고 조 형사는 분노했다. 차 순경을 죽인 자를 똑바로 보았다.
“뭘 그리 분노하는 건가? 걱정하지 말게나. 자네들도 전부 그를 따라갈 테니.”
“누, 누구냐!”
경찰 간부가 그에게 정체를 묻자 그 중년 사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배의 군주 가로쉬 님의 부하, 남궁현이다.”
“가로쉬의 부하?!”
“도련님. 어떻게 할까요?”
진성의 옆에 붙어 있는 이한나 팀장은 진성에게 의사를 물었다. 진성은 ‘저 남궁현이라는 자를 제압하죠.’라는 말을 하였다.
“그럼 도련님을 엄호하겠습니다.”
이한나 팀장은 텐트 바깥에 대기 중이던 같은 팀원들에게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들은 전원 B랭크 이상, A랭크들이었기에 전투 경험도 많았다. 랭크는 낮지만, 전투 경험은 최소 AA랭크 급이었다.
“저는 정령들을 소환해서 보조하겠습니다.”
“네. 그럼 이제 저자를 제압해 볼까요?”
진성은 자신의 애용 무기인 삽을 꺼내 들었다.
“호오? 저자가 가로쉬 님이 말한 강진성이라는 자군…….”
자신의 주변을 포위한 경찰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똑바로 강진성을 쳐다보는 남궁현이었다. 그리고 진성 또한 남궁현과 눈빛이 마주쳤다.
남궁현은 곧장 진성에게 천천히 걸어왔다. 수많은 경찰의 공격을 죄다 날려 버리면서 말이다. 그 과정에 많은 경찰은 부상을 입어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진성은 남궁현이 자신을 향해 똑바로 걸어오자 크게 긴장됐다. 그리고 바로 정화 스킬을 쓸 준비를 하였다. 분명 그도 어둠의 씨앗을 심장에 품고 있을 것이다.
스킬을 쓰기 전에 진성은 남궁현의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남궁현
등급:불명
소속:지배의 군주 가로쉬
생각:저자를 제압해서 군주님께 받치면 죽은 내 아들들을 모두 살릴 수 있겠지…….
특징:지배의 군주 가로쉬 밑에서 꽤 오랫동안 전투를 치러온 남자입니다. 남궁한과 남궁천보다 더욱 강합니다.]
“역시나……. 남궁천보다 더 강하다면 조금 힘들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