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1화
141. 141화
“아, 아냐! 내가 질 리가 없어!”
“쯧……. 이제는 이성까지 없어진 건가?”
남궁천이 힘이 없어져 울부짖는 성 교관에게 다가왔다. 성 교관은 아직도 자신이 질 리가 없다며, 그리고 어둠의 힘이 없어졌을 리가 없다며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다.
“너무 추하군. 더 추한 모습을 보이기 전에 깔끔하게 처리해 주지.”
남궁천은 빠르게 도를 꺼내 슥삭 성 교관을 베어 버렸다. 고통 없이 깔끔하게 베어 버린 것이다.
성 교관은 끄억 소리 한 번 내고는 목을 움켜잡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진성과 성현은 성 교관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자, 잔인한…….”
성현은 남궁천의 눈빛이 무서웠다. 진정한 암살자의 눈빛이랄까?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내 부하가 추한 모습을 보였군……. 미안하다.”
남궁천은 진성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다. 아주 차가운 말투로 말이다.
진성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이자는 강하다……. 자신보다 더 강한 존재다. 과연 이자를 물리치고 본관 쪽 교관들을 도우러 갈 수 있을까?
“자……. 이제 돌아갈까? 아니면 좀 더 싸워 볼까?”
남궁천은 고민에 빠진 얼굴이었다.
진성과 성현은 초긴장 상태였다. 그가 언제 공격할지 몰랐기에 온몸의 신경이 전부 남궁천에게 쏠려 있었다.
학장은 자신의 상처를 간신히 지혈한 채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다.
“흠……. 학장이 죽는 것까지 보고 갈까?”
남궁천은 진성과 성현을 철저히 무시한 채 죽어가는 학장 쪽으로 걸어갔다.
“기, 기다려!”
성현은 남궁천의 기세에 몸이 굳었지만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서 남궁천의 앞을 몸으로 막았다.
“감히……. 열등한 존재가 나를 막아? 봐 주려고 했는데 아쉽군.”
서걱-
성현의 몸을 베었다. 성현은 간신히 몸을 뒤로 뺐지만, 배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다. 베인 것이다.
“쿨럭.”
“성현아!”
진성은 성현에게 다가와 회복 포션을 주고 인벤에서 붕대를 꺼내 지혈해 주었다. 진성은 자신의 힘으로 남궁천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에 분했다. 정화 스킬을 얻고 힘을 잃지만 않았더라면 비교적 쉽게 남궁천을 제압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학장의 죽음을 천천히 감상해야겠군.”
쓰러진 성현을 휙 지나친 남궁천은 죽어가는 학장의 앞에 섰다.
“배신한 자의 비참한 최후군……. 안 그런가? 조현재.”
“크허헉……. 나만 죽이면 되는 것 아니었던가? 자네…….”
“그래, 당신만 죽이면 되는 거였지. 그런데 자꾸만 나의 앞길을 방해해서 저 녀석은 그냥 죽지 않을 만큼만 벤 거다. 그러니 안심해라.”
“쿨럭.”
“이제 죽기 직전이군……. 아주 한심해.”
남궁천은 아주 차가운 눈길로 그가 죽어가는 걸 감상하고 있었다. 꽤 악취미였다.
약 3분이 지났을까. 학장의 눈은 점점 생기를 잃어갔다. 아무리 지혈해도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미 주변은 피바다가 되었다.
휘이익.
“음?”
남궁천은 자신에게 날아온 단검을 쳐내었다.
“누구냐?”
남궁천은 단검이 날아온 그곳을 향해 말을 꺼냈다. 별관 건물에서 나온 인물들이었는데. 아카데미에서 혼란을 펼친 성 교관의 동료가 아닌 S랭크 헌터들이었다.
“호오? S랭크 헌터들인가……. 재밌겠군.”
S랭크 헌터 두 명과 AAA랭크 열두 명이 나타난 것이다. 그들 중 일부가 진성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도련님. 괜찮으신가요?”
S랭크 이한나가 이끄는 진성을 호위하는 팀이었다.
“아……. 괜찮아요. 제 친구하고 학장님을 살려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도련님.”
이한나는 팀원들에게 지시해서 성현을 옮긴 후, 학장을 옮기려고 했지만, 남궁천의 도에 의해 가로막혔다.
“감히 내 먹잇감을 뺏어 가려는 건가?”
“후……. 이인우 씨. 당신이 나서 주셔야 할 것 같네요.”
이한나의 말에 사태를 보고 있던 이인우가 앞으로 나섰다.
“너 꽤 강해 보이는데?”
“열등한 녀석 따위가…….”
이인우와 남궁천은 대치 상태였다. 남궁천은 차가운 살기를 내 뿜고 있었고 이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남궁천을 도발하고 있었다.
“계속 열등한 이라고 말할 건가? 말로만 하지 말고 한 번 덤벼 봐.”
이인우의 도발은 계속되었다. 남궁천은 공격할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그가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건 S랭크인 상대방이 꽤 강해 보였기 때문이다.
역시 S랭크 헌터는 다른 건가…….
“뭐야? 말로만 하지 말고 어서 덤비라니까? 내가 갈까?”
인우는 자신의 검을 검집에서 꺼내 남궁천에게 겨누고 있었다.
남궁천은 도를 손에 들기만 하고 인우에게 겨누지는 않았다.
“에이……. 지루하네……. 그럼 내가 가지 뭐.”
말이 끝나자마자 인우가 빠르게 남궁천의 품속으로 들어왔다.
남궁천은 인우의 엄청난 속도에 놀랐지만 이를 악물고 피했다. 하지만 서걱이라는 소리와 함께 남궁천의 배가 살짝 베였다.
“오? 대단한데!”
인우는 자신의 공격을 피한 남궁천에게 웃으면서 손뼉을 쳤다. 완전히 놀리는 것도 아니고 계속해서 도발을 거는 것이었다.
남궁천은 이를 갈면서 인우를 노려보았다.
“그럼 다시 가 볼까?”
인우는 빠르게 남궁천에게 공격을 날렸고 남궁천은 피하면서도 암기를 날려 인우의 움직임을 멈추어 보려고 하였다. 하지만 인우는 다 막아내었다. 이렇게 그 둘이 매우 빠른 속도로 공방전을 펼치고 있을 때…….
성현은 진성을 호위하는 자들에게 치료를 받고 있었다.
“도련님. 본관 쪽은 이제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희가 오는 길에 처리했으니까요.”
“아……. 그래요? 그 혼란을 일으킨 자들이 몇 명이죠? 본관 쪽 상황을 알려주세요. 이한나 팀장.”
“본관에서 혼란을 일으킨 자는 총 15명의 교관이고 대부분 군주라는 자와 관계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였어요.”
진성은 이어지는 한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번 혼란으로 사상자는 총 142명이에요. 사망자는 32명. 사망자 대부분은 별관과 본관의 교관들, 일부 경찰 그리고 학생 3명이에요.”
“교관들의 피해가 심각했나 보네요.”
“네.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수많은 교관이 군주와 관련 있는 자들과 싸우다가 사망하거나 학생들을 대피시키다가 죽은 자들이 대다수였으니까요.”
“혹시 사망자 중에 서강후라는 인물이 있었나요?”
“없었던 것 같아요. 도련님. 혹시 아시는 분이세요?”
“네…….”
이한나 팀장에게 말로만 들은 거지만 현재 본관 쪽은 심각한 거 같았다. 아무래도 자신이 가서 살펴봐야겠다.
“일단 인우 씨가 싸우고 있으니 어서 학장님을 치료해 주세요.”
진성의 요청으로 죽어가던 학장을 데려오는 데 성공하였고 빠르게 치료에 들어갔다.
하지만 학장은 그들의 손을 뿌리치며 진성에게 간신히 말을 건넸다.
“내…… 몸은 내가 잘 아네……. 강 교관.”
“하, 하지만 학장님!”
“됐네……. 어차피 이미 몸의 내부는 엉망진창이야……. 성현이는 무사한가?”
“네……. 기절했지만 무사합니다. 학장님…….”
“그래, 다행이구만……. 쿨럭.”
그 자리에서 피를 한 움큼 토하는 학장이었다.
“학장님!”
“괜찮다네……. 나 때문에 사망한 다른 교관들에게도 미안하고……. 속죄를 하고 싶었는데……. 결국, 죽음으로 도망치다니 나도 참 비겁하구만…….”
학장의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이미 너무 많은 피를 흘렸기 때문이다.
진성은 이한나 팀장을 쳐다봤지만 그녀는 이제 한계치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강 교관……. 부탁 하나 하세…….”
“네, 뭔가요? 학장님…….”
“성현 군을 잘 부탁하네……. 내가 죽고 나면 그 아이는 복수하려고 할 걸세……. 제발 그것만은 막아주게.”
“네, 알겠습니다. 학장님…….”
“허허허……. 쿨럭……. 이제 죽을 때가 다가왔구만…….”
학장은 서서히 눈에 초점이 없어져 가더니 이내 조용히 눈을 감았다.
“돌아가셨습니다.”
한나의 말에 진성은 약간의 현기증이 왔지만 버텨냈다. 결국, 학장은 살아남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렀다.
“…….”
그놈의 군주가 뭐길래 이렇게 사람들을 꾀어 혼란을 일으키고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것인지 진성은 이해가 도무지 가지 않았다.
“도련님. 인우 씨 쪽도 거의 정리가 되어가는 듯합니다.”
이 팀장의 말에 진성은 인우와 남궁천의 싸움 쪽에 눈을 돌렸다.
인우는 전혀 지치지 않았고 남궁천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이제 지친 건가? 너무 쉽네…….”
“크으으……. 열등한 녀석 따위가!!”
“말로만 하지 말고 날 쓰러뜨려 보라니까?”
인우는 아직도 여유가 넘쳤다. S랭크가 되면서 더 체력이 좋아졌고 능력치도 꽤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많은 던전에 들어가 숙련도를 높여 나갔다. 지금 인우에겐 어떠한 적이 와도 상대할 자신감이 있었다.
“크윽……. 그걸 쓸 수밖에 없는 건가.”
남궁천이 그렇게 중얼거리는데 인우는 잘 못 들었는지 ‘어! 뭐라고 했어?’라고 하였다.
“이젠 안 봐 주겠다…….”
“퍽이나……. 할 수 있는 거 다 해 보든가.”
남궁천은 자신의 심장에 심겨 있는 지배의 군주 가로쉬가 준 어둠의 씨앗을 개방하였다. 씨앗을 장기간 사용하면 안 좋기 때문에 남궁천은 씨앗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만 싸워온 것이다.
“넌 이제 끝날 것이다…….”
남궁천의 알 수 없는 소리에 인우는 ‘뭐라고 하는 거야?’라는 반응이었다.
남궁천의 심장에서 나온 어둠의 기운이 전체 몸을 감싸고 있었다. 엄청난 힘의 기운이 느껴지자 인우는 살짝 긴장하였다.
“이제 비장의 무기를 쓰는 거야? 재밌겠는데?”
엄청난 어둠의 기운이 남궁천의 몸만이 아니라 주변에까지 퍼져나갔다. 그 기세에 AAA랭크 헌터들도 긴장하고 있었다. 이한나도, 인우도 긴장 상태였다.
그리고 남궁천은 힘들었던 기색은 없어지고 조금 편안해진 상태의 표정으로 인우를 노려보았다.
“이제 모두 죽여주마…….”
“해 보든가?”
인우의 말에 남궁천은 인우에게 달려 나가 도를 휘둘렀다.
남궁천의 도에는 아까와는 다른 묵직한 힘이 실려 있었는데, 그것을 막자마자 인우의 검에 금이 갔다.
“내…… 검이? 엄청난 힘인데!”
아직까지 여유를 부리고 있는 인우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조금 놀랐다.
‘희귀한 아이템으로 강화하고 만든 검에 금이 간다고?’
남궁천이라는 사내가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흐흐흐, 어떠냐?”
남궁천은 자신감이 생겼다. 인우의 자신 있던 표정이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바뀌는 걸 잠깐 사이에 알아챘기 때문이다. 아마 자신의 힘에 밀려서 당황하는 것 같았다.
한편, 그 둘의 싸움을 지켜보던 이한나가 진성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저도 가세해야 할 것 같네요. 도련님.”
“아니, 그럴 필요 없어요. 이 팀장. 제가 해결할 거니까요.”
“도련님?”
진성은 꽤 분노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둠의 기운을 쓰고 있는 남궁천의 모습에 정화 스킬을 다 때려 넣을 생각이었다.
“시스템……. 정화 스킬 다 때려 넣어도 되지?”
-네 진성 님. 마음껏 사용하셔도 됩니다. 모든 건 진성 님 마음대로 하세요.
“그래……. 학장님의 복수다.”
진성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력을 정화 스킬에 다 때려 넣고 발동시켜서 자신의 왼손의 주먹에 실리게 하였다. 신성한 무지개색으로 감싸진 왼손 주먹을 보곤 진성은 잠깐 웃었다. 그리고 남궁천에게 달려가서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배에 때려 박았다.
“크아악!”
남궁천은 갑자기 들어온 공격에 반응하지 못하고 무려 100m를 날아가 버렸다.
별거 아닌 공격으로 보였지만 그게 정화 스킬이라는 게 문제였다.
남궁천은 정화 스킬에 의해 심장에 있던 어둠의 씨앗이 파괴되고 부작용으로 몸이 쭈글쭈글해지면서 갑작스럽게 노화되었다. 겉모습이 할아버지가 된 것이다. 그것도 아주 힘이 없는 존재로 전락하였다.
“무, 무슨 짓을 한 거……. 크아악.”
남궁천은 자신의 몸이 힘없는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것에 분노하면서도 절망하였다.
진성이 남궁천에게 다가가 말을 꺼냈다.
“학장님의 복수다!”
진성은 한 번 더 정화 스킬을 담은 왼손 주먹으로 그의 안면을 때렸다.
남궁천은 피하지도 못하고 더 날아가 버렸다.
“휘유……. 한울기업의 도련님이 꽤 화가 나셨나 보네.”
인우는 진성의 힘에 놀라 휘파람을 불며 남궁천이 처맞는 것을 보았다.
“이봐, 이한나 팀장. 네가 보기에도 대단한 거 같지 않아?”
인우의 말에 이한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도련님이네요. 저런 공격을 할 수 있는 건 저분뿐이에요.”
“무슨 스킬이길래 저 강력하던 적이 저렇게 노화한 거지? 저주 스킬인 건가? 생각만 해도 무섭네……. 갑자기 공격을 맞고 할아버지가 된다니……. 아주 끔찍해.”
저런 공격은 사양이다. 맞으면 할아버지가 된다니……. 아주 무서운 공격이었기에 저 도련님이 자신의 적이 아닌 것에 감사하는 인우였다.
“이 팀장님! 도련님의 친우분 치료가 모두 끝났습니다.”
성현을 치료하고 있던 팀원 한 명이 치료가 끝났음을 알려왔다. 한나는 이제 ‘철수할 준비를 하죠!’라고 말했고, 그들은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