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0화
140. 140화
“이 교관님까지…….”
성현은 매우 놀란 표정이었다.
대체 군주가 뭐길래, 힘이 뭐길래? 아카데미의 교관들까지 배신하는 걸까?
“이 교관. 다른 녀석들한테도 알리게.”
“네네, 알겠습니다. 성 교관님.”
이 교관이 헌터 용 호루라기를 꺼내 불자 본관과 별관 쪽에서 큰 폭음이 들려왔다. 학생들의 비명과 교관들의 고함이 들리기 시작했다.
“자……. 이제 혼란이 시작되었으니, 먼저 박 교관과 강 교관을 제거해 볼까?”
성 교관은 자신의 무기인 톤파를 꺼내 진성과 성현을 노려보았다. 이 교관 또한 중얼거리듯이 주문을 외워 화염의 구체를 생성하였다. 마법사 헌터였던 것이다.
“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건가……. 그렇게 힘을 원했던 것인가? 자네들.”
학장님이 성 교관과 이 교관에게 외쳤지만, 그들은 비웃을 뿐이었다.
“학장님. 헌터 시대에는 힘이 제일 중요하다고요?”
이 교관은 학장에게 그 말을 한 뒤 피식 웃었다.
“자자, 학장님은 가만히 계시고……. 일단 두 교관부터 제거하겠습니다.”
성 교관이 기합 소리를 내며 톤파로 성현을 때렸다. 성현은 간신히 피했다.
“성현아!”
“괜찮아. 진성아, 너는 이 교관님을 맡아줘.”
“아, 알았어.”
진성은 인벤에서 중급 농부의 삽을 꺼내어 이 교관을 향해 겨누었다.
마법사 헌터인 이 교관은 화염의 구체를 더 많이 생산해 진성에게 날렸다. 진성은 계속해서 피하기만 했고, 날아오는 구체를 받아치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화염구체를 잘못 날리면 별관의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교관, 저 사람은 제압 가능했지만, 성 교관은 자신의 힘으로 조금 부족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큰 힘을 가지고 있을 때는 두려움이 없었는데 지금은 정화 스킬을 얻어 능력치가 대폭 감소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없어진 것이다.
“어이~ 강 교관, 그래서야 날 쓰러뜨릴 수 있나?”
이 교관은 계속해서 진성이 피하고 막기만 하자 조롱하면서 도발하였다. 진성은 조금 인상을 찌푸렸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싸움을 지켜보고만 있던 학장이 외쳤다.
“강 교관! 별관의 인원들은 다 대피했을 테니까 상관없네! 싸우게!”
학장님의 외침 이후, 시스템이 진성에게 알림을 주었다.
띠링!
-정화 스킬을 써서 적들을 제압하세요. 이 아카데미에 있는 군주의 조력자들은 모두 어둠의 씨앗을 품고 싸우고 있는 자들입니다. 진성 님의 정화 스킬로 제압이 가능합니다.
“정화 스킬……. 능력치 감소는 안 되겠지?”
-네, 진성 님은 그동안 정화 스킬 연습을 해 오셨고 지금 스킬 레벨이 8입니다. 마력의 감소가 크겠지만 진성 님의 지금 마력이면 최소 10명은 정화 가능합니다.
“그래? 10명이라……. 여기 두 명 제압하고도 8명 아래였으면 좋겠네! 그 조력자들…….”
방어와 회피만 하던 진성의 분위기가 변했다.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정화 스킬을 쓰라고 하니, 써 줘야 하지 않겠는가?
-진성 님, 이제 정화 스킬을 마음껏 쓰십시오. 쓰면 쓸수록 정화 스킬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이제 안 피하는 건가?”
이 교관의 질문에 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젠 공격도 해 보려고요. 당신의 공격 궤도는 전부 파악했습니다.”
“호오? 재밌는 말을 하네…….”
이 교관은 아까보다 작은 구체들 수백 개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진성에게 한 번에 쏟아 내었다.
작은 돌멩이만 한 불의 구체 수백 개가 사방에서 날아왔고 진성은 대부분을 피하고 정면으로 날아오는 구체 몇 개를 삽으로 날려 버렸다. 그것도 정확히 이 교관이 서 있는 자리로 말이다.
휘이이익-
엄청난 소리와 함께 이 교관의 자리에 수십 개의 구체가 다시 돌아왔다.
“크아악.”
구체들은 이 교관의 몸, 아니, 전신을 때렸다. 비록 화상은 입지 않았지만 큰 데미지를 입은 것은 확실하였다.
“크으으윽.”
“이런, 이 교관……. 자네 애송이한테 당하는 건가?”
성현과 여유롭게 싸움을 즐기던 성 교관은 쓰러진 이 교관을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성 교관의 힘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몰랐지만 한눈팔면서 공격을 다 막아내는 것을 보면 상당한 실력자임은 분명하였다.
성 교관은 성현의 공격을 맞받아치고 성현을 멀리 날려 보내고는 쓰러진 이 교관을 부축하기 위해 다가왔다.
“크으……. 성 교관님, 고맙……. 커억.”
이 교관은 자신을 도와주려고 하는 성 교관에게 고마운 인사를 건네려고 했는데 성 교관은 이 교관의 목을 잡아 비틀었다. 성 교관의 악력이 엄청 강했던지 이 교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아등바등하다 결국 몸이 축 늘어졌다. 이 교관은 죽었는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자, 잔인한…….”
성 교관의 공격에 날아갔다 돌아온 성현의 몸은 상처투성이였다. 이 교관의 목을 잔인하게 비트는 성교관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하하하.”
성 교관은 진성과 성현이 자신에게 뭐라고 해도 전혀 듣지 않고 죽어 버린 이 교관의 몸에 손을 대 어둠의 기운을 뽑아내고 있었다.
이 교관의 몸에 있던 어둠의 씨앗이 성 교관의 몸으로 흘러 들어갔고 씨앗 두 개가 합쳐지자 폭발적인 힘을 가지게 되었다.
“오오! 몸에 힘이 넘쳐흐르는구나. 하하하.”
성 교관의 몸은 근육질로 강화되었고 어둠의 기운도 엄청나게 강해졌다. 마치 S랭크 헌터를 보는 듯하였다.
“어라? 내가 너무 늦게 구경하러 온 건가?”
성 교관 뒤에서 휘익- 하며 휘파람을 불며 한 인물이 나타났는데 바로 남궁천이었다.
“남궁천……. 무슨 일로 온 거냐?”
성 교관은 자신이 더욱 큰 힘을 얻어서 그런지 갑자기 나타나 구경하러 왔다는 남궁천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감히! 벌레가……. 나한테 하는 말인가?”
남궁천은 매서운 기세를 뿜었다. 성 교관은 큰 힘을 가졌음에도 남궁천의 기세에 긴장을 하였다.
“그래……. 벌레는 그렇게 가만히 있어야지.”
성 교관은 이를 바드득거리며 이 교관의 힘을 흡수했음에도 남궁천을 못 이기는 게 안타까웠다.
“그래……. 어디 보자, 상황을 보니까 이 교관 저놈의 힘을 네가 먹었네?”
“그, 그래서 어떻게 할 건가?”
“아니. 난 별로 생각이 없어. 다만 저기 강진성이라는 자에게 관심이 있을 뿐이지. 아, 그리고 학장 저 녀석은 그냥 죽여라! 배신자니까.”
“아, 알았다.”
“알았다? 말이 좀 짧네. 벌레 주제에.”
남궁천이 더 강한 기세를 내뿜자 성 교관은 ‘알았습니다…….’로 바꿨다.
“그래……. 그렇게 말해야지. 감히 열등한 벌레가 지배의 군주님 간부에게 기어올라?”
진성과 성현 그리고 학장은 갑자기 나타난 인물을 경계하였다. 학장은 남궁천을 얼핏 알고 있었다.
“저자는??”
“학장님……. 저 사람을 아세요?”
“그래, 성현 군. 저자는 남궁한의 친형인 남궁천이라고 하는 자인데……. 나보다 훨씬 강하다네.”
“남궁한? 그 저번에 진성에게 까불다가 박살이 난 녀석이요?”
“그렇다네, 성현 군.”
“친형이 그 동생보다 훨씬 세다니……. 아무튼, 위험하겠네요.”
“남궁천을 절대로 얕보지 말게.”
“네, 학장님.”
“자자, 수군거리지 말고 다들 할 일이나 하세요.”
남궁천은 웃는 표정으로 돌아와 성 교관과 성현의 싸움을 지켜보려고 살짝 뒤로 물러서 전투를 시작하라고 말했다.
“제 전투에 끼어들지 않는 겁니까? 남궁천 님.”
“당연하지. 너는 저 박성현이라는 존재를 쓰러뜨리라고. 네가 학장을 제거하지 못하면 내가 하면 되니까.”
“네……. 알겠습니다.”
성 교관은 학장을 보호하는 성현의 앞에 섰다.
“아무래도 빨리 끝내야겠다. 박 교관.”
“절대로 쉽게 안 쓰러질 겁니다. 성 교관님.”
둘의 싸움이 재개되었다. 피가 터지게 싸우기 시작했다.
진성은 학장님을 보호하면서 주변을 살폈다. 주변은 죽어 있는 이 교관과 그리고 조금 떨어져서 싸움을 지켜보는 남궁천이라는 존재뿐이었다.
아직도 본관 쪽에서는 고함이 나며 전투를 지속하는 것 같았다. 빠르게 이들을 처리하고 본관 쪽을 도와줘야 했다.
“저기에 신경 쓸 시간이 있습니까?”
휙-
어느새 진성의 앞에 남궁천이 나타났다. 엄청나게 빨랐다. 진성조차 그가 움직이는 걸 전혀 눈치 못 챌 정도였다.
“……?”
“말을 못 하는 벙어리인가?”
“벙어리라니…….”
“어라? 이제 말을 하는군.”
“원하는 게 뭐지?”
“원하는 거라……. 학장의 죽음입니다.”
“절대로 못 지나간다.”
“후……. 필요 없다. 이미 베었다.”
“……?”
베었다는 그의 말에 뒤를 쳐다보니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는 학장님을 발견할 수 있었다. 베이는 소리가 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아직 살아 있었지만 위독한 상태였다.
“어떻게……?”
“간단하다. 굉장히 느린 속도로 벤 것뿐. 당신은 눈치를 못 챘지.”
진성은 침을 꿀꺽 삼켰다. 남궁천이라는 사람은 절대 보통이 아니었다. 역대 최강이라고 해야 할까? 파멸의 군주와 흡혈의 군주를 제외하면 강한 헌터였다.
남궁천은 아직도 웃는 표정이었다. 여유가 흘러넘쳐 보였다.
“일단 학장은 곧 죽을 것 같으니 내버려 두고……. 그다음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해야 할까?”
“그게 무슨……?”
“말 그대로. 군주님이 꽤 화가 나셨다. 임무에 실패해 버린 내 남동생 남궁한과 배신자 학장 때문에도 화가 꽤 나셨지만……. 그 둘을 방해한 당신을 더욱 증오한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나까지 처리하겠다는 건가요?”
“아니! 그저 오늘은 얼굴만 보려고 왔다. 조만간 곧 처리할 테니 그때 나를 즐겁게 해 주길 바란다. 강진성.”
콰아앙-
성 교관 쪽에서 큰 폭음이 들렸다.
“저쪽은 거의 끝났나 봅니다.”
남궁천의 말에 진성이 그쪽을 바라보았다.
친구인 성현이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성 교관은 아직 멀쩡하였다. 그는 저벅저벅 걸어 쓰러진 성현에게 다가가 몸을 밟았다. 그냥 단순히 밟은 게 아니라 발로 지근지근 밟아서 고통스럽게 하였다.
“성 교관은 악취미를 가지고 있네요.”
남궁천은 웃고 있었다. 아주 사악한 얼굴로 말이다.
진성은 이를 갈았다. 성현은 계속해서 밟히며 괴로워했다.
“겨우 이것뿐인가? 실망이군. 박 교관.”
“크으윽.”
성현은 성 교관님이 이렇게 강할 줄 몰랐다. 너무도 강했다. 자신과 비슷하거나 조금 아래일 줄 알았는데 전혀 B랭크 실력이 아니었다. 좀 더 상위 랭크 헌터라고 해야 할까?
“너무 고통스러워하니 끝내 주겠다. 박 교관…….”
성 교관은 톤파에 어둠의 기운을 강하게 흘려 검강 비스름하게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걸로 성현을 죽이려고 하고 있었다.
진성은 자신을 가로막는 남궁천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를 구해 주세요!
시스템이 아닌 다른 목소리가 진성에게 들려왔다. 진성은 그 목소리가 누구인지 몰라 속으로 대답하였다.
‘그를 구할 수 없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제가 잠깐 시간을 멈춰 드릴게요.
정체 모를 목소리가 그 말을 한 후……. 정말 시간이 멈춘 것처럼 조용해졌다.
진성이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멈춰 있었다.
-이제 박성현 그를 구해 주세요!
“누군지 몰라도 고마워.”
진성은 남궁천을 지나 성 교관이 쓰러진 성현을 찌르려고 하는 순간에 성현을 구해 내서 학장님 곁에 놔뒀고 정화 스킬을 발동하였다. 자신의 왼손에 정화 에너지를 만들어 시간이 풀리기 전에 성 교관의 심장에 넣어 버렸다.
진성의 감이 그곳이 어둠의 씨앗이 있는 곳이라고 말해 주었다.
딱!
세상의 멈춤이 풀리자 성 교관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정확히는 정화 스킬에 의해 성 교관 심장에 있던 어둠이 모두 정화되고 씨앗 두 개가 진성의 인벤에 들어온 것이다.
“호오? 순간이동 스킬인가?”
남궁천은 조금 놀란 눈치였다. 자신의 앞에 있어야 할 진성이 어느 순간 없어지고 성 교관을 쓰러뜨리고 저쪽으로 가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이동인가……. 아니면 가속 스킬인가? 아무튼, 대단한 스킬을 가지고 있군. 농부 헌터치고…….”
성 교관은 자신이 왜 쓰러져 있는지 몰랐다.
“내가…… 쓰러진다고? 그리고 몸에 어둠의 기운이 없어……?”
어둠의 씨앗이 소멸한 건가? 아무리 기운을 펼치려고 해도 그저 헌터의 힘만 남아 있을 뿐이다. 성 교관은 멘탈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
“성 교관이 아주 쉽게 졌군.”
남궁천은 강진성을 다시 보았다. 역시 군주들의 대적자 시스템의 선택을 받은 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