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8화
138. 138화
하늘지기 그 사람과 대화가 끝난 후 진성은 두근거렸다.
군주라는 단어를 알고 있는 헌터가 있다니……. 매우 극소수만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잠시만……. 이거 함정은 아니겠지?
소수만 알고 있는 단어였기에 닉네임 하늘지기인 그가 군주 쪽의 조력자일 가능성도 절반이었다. 아닐 가능성도 있었지만……. 일단 내일 가 보면 알겠지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시스템……. 내일 일정 취소하고 여의도역에 갔다 와도 돼?”
-그럼 오전과 오후 단련 일정을 조깅으로 대체하겠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여의도역까지 조깅 어떠십니까? 진성 님.
“에엑?! 거기까지 달려가라고? 에휴, 알았어.”
-알겠습니다. 진성 님, 그럼 하멜과 아이린에게는 제가 미리 말해 두겠습니다.
“어……. 그래.”
집에서 여의도역까지는 꽤 멀기에 진성은 빨리 자야겠다며 잠을 청하기로 하였다.
아무래도 새벽 5시 또는 6시에는 출발해야 할 것이다. 보통 일반인 걸음 속도로는 12시간이나 걸리지만 각성해서 헌터가 되면 빠른 경보로 가면 아마도 약 4시간 정도 걸릴 것이다.
“빨리 자고 일찍 일어나서 가야지……. 집에 올 때는 시스템하고 타협해서 텔포 타고 와야겠다.”
오늘 하루도 힘이 들었던 터라 진성은 눈을 감자마자 바로 곯아떨어졌다. 진성이 자는 동안 여러 개의 알림이 떴다.
-체력 단련의 효과로 힘 5 상승합니다.
-체력 단련의 효과로 민첩 4 상승합니다.
-체력 단련의 효과로 체력 20 상승합니다.
-정신 단련의 효과로 마력 30 상승합니다.
다음 날.
폰 알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고 진성은 폰을 찾으려 손을 더듬거렸다.
“어우……. 1시간 잔 거 같은데…….”
알람을 끄고 시간을 확인해 보니 오전 5시 10분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눈앞에 떠 있는 알림들을 확인하였다.
“능력치가 크게 오르는 건 아닌가 보네……. 랜덤이구나?”
진성은 씻기 전에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강진성
나이:25
레벨:40
랭크:B
명성도:1,000
직업:중급 농부
칭호:세계수의 가호를 받는 자+정령 나무의 주인
능력치:힘 40 민첩 35 마력 650 체력 320
고유스킬:황금손(작물의 성장을 3배 빠르게 적용합니다.)
세계수의 가호(+체력 100 마력 100)
정령 나무의 주인(정령 친화력 Up)
패시브: 동식물 정보 및 생각, 상태 이상 저항
스킬:정화 Lv.7 (어둠의 기운을 정화합니다.)]
“마력도 조금 올랐네……. 적게 오르긴 하지만 그래도 오르는 게 어디냐? 남들은 이렇게 해도 나보다 적게 오를 텐데……. 내가 큰 혜택을 받고 있으니까 불평은 하지 말아야겠다.”
상태창 확인도 했겠다. 진성은 슬슬 씻을 준비를 하였다. 이렇게 꾸물거리다간 약속 시간에 늦을지도 모른다.
가는 도중에 건널목도 많을 테니, 신호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5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다. 그러니 빨리 준비하고 출발해야 한다.
“슬슬 씻고 나가야지……. 거의 겨울이니까 따뜻하게 입고 나가야겠다.”
침대에서 일어나 곧장 화장실로 들어가 따뜻한 물로 간단하게 씻고 배고프지 않아 물만 조금 먹고 공복인 상태로 옷을 갈아입고 패딩을 걸치고 집에서 나왔다.
“폰 내비게이터로 위치 설정해 두고……. 휴우, 달려야겠다.”
집에서 나온 진성이 한숨을 푹 내쉬는데 입김이 나왔다. 이제 곧 겨울이라서 그런지 매우 쌀쌀하였던 것이다. 거기에 겨우 오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니 추울 수밖에 없던 것이다.
“시스템……. 4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합니다. 물론 많이 힘들 수 있겠지만 제가 선택한 진성 님이라면 충분히 3시간 주파도 가능할 듯합니다.
“무슨 그게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만약 내가 제 시간 내로 도착 못 하면?”
-그때는 텔포 쓸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달리세요. 진성 님.
“휴우……. 그래, 알았어.”
늦으면 시스템이 텔포를 시켜준다고 하니까 일단 달려 보기로 한 진성이었다.
이게 무슨 고생인지……. 에휴.
집에서 정확히 오전 5시 35분에 출발하였다. 이른 시각이어서 그런지 가야리 마을은 무척이나 조용하였다.
자신의 체력을 생각해서 조절하면서 뛰고 있는 진성이었는데 정신없이 달리고 달리다 보니 어느새 아침 해가 밝아왔고 내비를 확인해 보니 월롱역을 막 지난 참이었다.
“어라. 벌써 월롱역 지났네?”
벌써 월롱을 지났다고? 시간 얼마 안 지났을 텐데…….
진성은 다시 집중해서 달려 나갔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조금 힘이 들어서 헉헉거리면서 속도를 조금 줄이고 폰으로 다시 내비를 확인해 보니 현재 위치는 식사동이었다.
“1시간 조금 지난 거 같은데……. 벌써 식사동이라니?”
내가 이렇게 발이 빨랐던가? 아니면 내가 정신없이 달려서 그런 건가? 시스템 말대로 진짜 3시간 만에 도착할 판인데?
뛰다 보니 더워져서 패딩을 인벤에 넣고 다시 달리기 시작하였다. 마라톤 선수도 아니고 이렇게 달려야 한다는 사실에 조금 기분이 묘했지만, 열심히 또 달려 나갔다.
화정동을 지나 화전역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화전역이라니……. 절반이나 왔잖아?”
진성은 잠시 화전역에서 쉬다가 가도 늦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들어 화전역에 도착하자마자 근처 편의점으로 들어가 작은 생수 한 병과 샌드위치를 구매했다.
“시스템, 진짜 너 말대로 3시간도 안 돼서 도착하겠는데?”
-제가 아까 말했지만, 진성 님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진성 님이 각성하고 초반에 조깅 퀘스트를 어느 정도 해왔기에 몸이 적응된 것입니다. 그러니 여의도까지 열심히 달리시길 바랍니다.
“아……. 그래서 크게 힘들지 않은 거구나?”
시스템의 말대로 자신이 초반에 조깅 퀘스트를 꽤 오랫동안 한 것이 도움이 된 것이다.
“일단 먹고 출발해야겠다.”
편의점에서 사 온 샌드위치와 물을 먹고 근처에서 적당히 쉬다가 다시 출발하였다. 체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했다.
현재 시간은 7시가 다 돼가고 있었다. 오전 11시에 약속 시각인데 이 속도면 아마 8시 30분쯤에 여의도역에 도착할 것이다.
거기 근처 카페에서 들어가서 기다려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든 진성이었다.
“이제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이네.”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은 화전에서 꽤 가깝다.
“빨리 가서 쉬어야겠다.”
다시 같은 속도로 달려 나갔다.
약 1시간 10분 정도를 더 달리자 여의도역에 도착하였다.
“후우……. 겁나 힘드네……. 진짜로 내가 내 동네에서 여기까지 3시간도 안 돼서 주파하다니……. 나 진짜 인간인가?”
여의도역에 도착한 진성은 1번 출구를 확인하고 근처 카페에 들어가 딸기라떼를 주문하고 받아 구석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폰으로 헌터 커뮤니티 한울에 들어가서 이슈를 보았는데 상위 이슈들은 아카데미 사건 얘기뿐이었다.
워낙 시끄러운 사건이었고 목격자가 많았던 터라 오래 갈 듯 보였다.
“오전 9시……. 3시간만 더 기다리면 되나?”
진성은 혹시 몰라 1대1 대화창에 오프라인으로 표시된 하늘지기한테 개인 채팅을 보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오전 8시 조금 넘어서 여의도역에 도착하였고 근처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따가 보겠지 뭐……. 내가 너무 일찍 왔으니까.”
진성은 커뮤니티 글을 보며 딸기라떼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 그러고 보니 시스템……. 나 조깅 보상은 안주냐? 이렇게 긴 장거리는 처음인데?”
-지금 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래, 빨리 줘. 이왕 주는 거 선심 써서 좋은 거 줘라.”
-장거리 조깅으로 인해 체력 100 상승하였습니다.
-장거리 조깅으로 인해 민첩 15 상승하였습니다.
-장거리 조깅으로 인해 정화 스킬 레벨이 1 올랐습니다.
“오? 정화 스킬 레벨 오르는 건 기대 안 했는데……. 아무튼, 고맙다. 시스템.”
민첩과 체력 그리고 정화 스킬 레벨업이라……. 운이 좋네. 체력은 짜게 준거 같고, 뭐, 민첩 15면 많이 준거니까…….
적당히 폰으로 시간을 보내던 진성은 어느새 오전 10시가 가까워져 개인 대화창에 한 개의 알림이 뜬 것을 발견했다.
“오……. 그분이 보셨나 보네.”
약 15분 후에 1번 출구에 도착한다는 채팅이었고, 진성은 5분 뒤에 카페에서 나가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슬슬 나갈 준비 해야지.”
하늘지기라는 그 사람은 본관 어느 교관일까? 본관 쪽 교관이면 꽤 실력자라는 이야기인데……. 누굴까?
별관 쪽 교관들은 대부분 아는데 본관 쪽은 친한 교관이 없어 얼굴이 익숙지 않았다.
“슬슬 1번 출구로 가자.”
하늘지기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하던 진성은 정신을 다시 차린 뒤 카페에서 나와 1번 출구로 향했다. 바로 건너편이라금방 도착하였다.
그리고 폰으로 다시 대화창을 살펴보았다. 하늘지기에게 다시 채팅이 왔는데 1번 출구 안쪽의 음료수 자판기 앞에 서 있겠다는 채팅이 왔다. 진성은 알겠다고 채팅을 보내고 1번 출구 안쪽으로 들어왔다.
지하철역 안쪽에 자판기가 있었고, 그 앞에 검은 후드티를 입고 모자를 눌러쓴 한 인물이 보였다.
진성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자판기의 그 인물에게 서서히 접근하였다. 그리고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군주의 부하가 아니길 빌면서 말이다.
[이름:서강후
나이:24살
직업:아카데미 교관(암살자 헌터)
등급:A 랭크
생각:빨리 오셔야 할 텐데……. 이 시간에도 군주의 부하들은…….
특징:A랭크 실력자이며 곧 AA랭크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확실히 군주의 부하는 아니구나. 다행이다.”
진성은 정보창을 확인해 보고 그가 군주와 관련 있는 사람은 아닌 건 확인하고 바로 그에게 접근하여 말을 걸었다.
“저……. 혹시 하늘 지기님인가요?”
“아, 네. 맞습니다. 그러면 당신이 손님 7317님인가요?”
“네, 맞아요.”
“그럼 잠시 이쪽으로 오시죠.”
하늘지기 닉네임의 그는 주변을 의식하면서 진성과 구석진 통로 쪽으로 향했다.
진성은 그를 따라갔고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통로에 다다랐다.
“그, 저는 별관 쪽 강진성 교관이라고 하는데…….”
“아! 이번에 새로 오셨다는 그분이군요……. 일단 저는 1년째 본관 교관으로 근무 중인 서강후 교관이라고 합니다.”
“네……. 본론으로 들어가죠. 아무래도 서로 시간도 없을 것 같고요.”
“네, 군주라는 단어에 대해 물어 보셨죠? 얼마만큼 아시나요?”
서강후는 자신의 앞에 있는 이 강 교관이 군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진성은 조금 뜸을 들이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학장님 관련 사건은 저와 박성현 교관이 같이 추적해서 밝혀낸 사건입니다. 학장님의 대화 끝에 지배의 군주 가로쉬라는 자에게 이 일을 제안받은 걸 확인했고요. 그 외의 군주가 더 있는 걸로 파악하고 있어요.”
“꽤 많이 알고 계시는군요……. 저는 지배의 군주만 알고 있는 터라……. 다른 군주가 있다고요? 몇 명이나 되는 거죠?”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지배, 파멸, 운명, 흡혈, 죽음. 이렇게 5명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5명이라……. 흐음.”
서강후 교관은 꽤 고민을 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건 겨우 지배의 군주뿐인데 강 교관은 그 외 4명을 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강 교관과 협력하는 게 맞는 거 같다. 아카데미도 군주의 손길이 뻗치기 시작하였으니…….
“아무래도 저보다 정보를 많이 알고 계신 것 같으니……. 이건 모르실 거 같아서 알려 드리겠습니다. 강 교관님.”
“어떤 건가요?”
“지배의 군주 가로쉬의 거처를 알 만한 자를 압니다.”
“네, 네에??”
진성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이 서 교관이라는 사람은 지배의 군주와 어떤 관련이 있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궁금했지만 그의 말을 좀 더 들어 보고 싶었다.
“쉿……. 조용히 해 주세요……. 사실 저 말고도 아카데미 교관 중에 군주라는 단어를 알고 있는 사람이 몇 명 더 있긴 한데……. 문제는…….”
“문제는?”
“최근에 지배의 군주 부하라는 자가 와서 군주에 대해 알고 있는 교관 두 명을 납치해 갔습니다. 어떻게 됐는지는 파악이 안 됩니다. 군주에 대해서 알고 있는 다른 교관 세 명은 자신도 언제 납치될지 모른다고 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거든요. 약간 손 떼려는 분위기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