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7화
137. 137화
-축하합니다. 진성 님 공포 저항만 획득하는 게 아니라 모든 상태 이상 저항을 획득하신 걸 축하합니다. 특별한 패시브입니다. 진성 님은 운이 좋군요.
“허억허억……. 하루 만에 이걸 어떻게 다 할 수 있냐?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아침 체력 단련부터 시작해서 오후엔 정화 스킬 단련 그리고 정신 단련이 살기에 맞서서 견디는 거라니……. 이걸 앞으로 29일간 해야 한다고? 끔찍하다. 괜히 정화 스킬을 얻었나? 어차피 실패할 퀘스트였는데…….
-진성 님이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이렇게 무리하는 겁니다. 지배의 군주 가로쉬가 언제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힘내 주시기 바랍니다.
“휴우……. 그래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열심히 해야지.”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진성 님도 많이 지치신 거 같으니 내일 마저 하겠습니다.
“그런데 시스템……. 내가 이틀 후면 아카데미에 다시 출근해야 하는데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해?”
-정신 단련과 정화 스킬은 아카데미 수련장에서 혼자 하시면 되고 체력 단련은 드워프 하멜이 못 시켜주겠지만, 아카데미에서혼자 해 보시길 바랍니다.
“아……. 알아서 하라는 거구나?”
-그리고 진성 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뭔데? 시스템?”
-아카데미에 지배의 군주 가로쉬에게 협력하는 자가 있습니다.
“그거 학장님 아니었어?”
-한 명의 조력자가 또 있습니다. 그를 찾아서 제압해 주시기 바랍니다.
“산 넘어 산이네……. 학장님 같은 괴물이 또 있다는 거 아니냐?”
-학장님 같은 실력자는 아니겠지만……. 지금 능력치가 감소한 진성 님의 능력으로는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상급 실력자일 겁니다. 조심하세요.
“큰일이네……. 성현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나?”
-제일 좋은 방법은 도움을 받는 방법입니다. 진성 님의 땅에 대해서 잘 알고 입이 무거운 조력자를 찾아 도움을 받으셔도 됩니다.
“알았어……. 진짜 일거리 많네……. 휴우.”
시스템은 진성을 아이린이 있는 장소로 되돌려주었고 아이린은 진성에게 ‘수고하셨어요.’라고 말을 건넸다.
“아이린도 수고 많았어……. 내일도 같은 시간대에 훈련하러 오면 되지?”
“네, 진성 님.”
아이린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진성은 썩은 표정이 잠깐 되었지만 어쩌랴…….
엘프 거주지에서 나온 진성은 터덜터덜 힘겹게 세계수로 돌아왔다. 세계수에서 세린이 진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 괜찮아요?”
세린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진성을 바라보았다. 진성은 괜찮다고 말을 꺼냈지만, 몸이 후들거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너무 힘들면 집에 가서 쉬세요. 아빠.”
“응……. 오늘은 일찍 갈게……. 내일도 와서 해야 하니까.”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아빠.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면 저를 소환해도 되니까요.”
세린이의 말은 앞으로의 싸움에 자신을 소환해서 싸우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았는데 진성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괜찮다고 하였다.
“세린아……. 아빠는 이만 갈게.”
“네, 아빠. 내일 봬요.”
“그래, 세린아.”
진성은 밭을 떠나기 전에 걱정스러운 표정의 세린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웃으며 밭을 떠났다.
오늘따라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매우 무거웠다. 극심한 마력 소모와 체력 소모 때문에 몸이 만신창이었던 것이다.
“휴……. 힘들다. 빨리 가서 씻고 자야지.”
보통 걸어서 밭에서 집까지 10~15분 정도의 거리였는데, 오늘은 매우 지친 상태라 30분은 걸어야 할 판이었다.
어떻게든 간신히 집에 도착한 진성은 기절하기 직전이었지만, 욱신거리는 지친 몸으로 씻고 겨우 밥을 먹고 침대에 풀썩 쓰러졌다.
“이렇게 힘든 건 유격훈련 이후로 처음이네…….”
어우, 삭신이야…….
온몸이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내일도 같은 걸 반복해야 하니 눈앞이 깜깜해졌다.
“일단 잠이나 자자……. 너무 피곤하네.”
몸이 지쳐 있어서 그런 걸까? 딱 지금 눈을 감으면 바로 곯아떨어질 것 같았다.
진성의 생각대로 잠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자 바로 꿈나라로 가 버린 것이었다. 진성이 코를 골며 자는 동안 알림 몇 개가 떴다.
-체력 단련의 효과로 힘 3 상승합니다.
-체력 단련의 효과로 민첩 6 상승합니다.
-체력 단련의 효과로 체력 50 상승합니다.
라는 알림이 몇 개 정도 떴지만, 코를 골면서 자는 진성은 전혀 알지 못했다.
다음 날.
“어우, 몸이야…….”
폰의 알람 소리에 간신히 일어난 진성이었는데 일어나자마자 눈앞에 떠오른 몇 개의 알람을 발견했다.
“어라?”
알림들을 슬쩍 확인해 보니 다 능력치가 조금씩 오른 것이다. 확인차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강진성
나이:25
레벨:40
랭크:B
명성도:1,000
직업:중급 농부
칭호:세계수의 가호를 받는 자+정령 나무의 주인
능력치:힘 35 민첩 31 마력 600 체력 300
고유스킬:황금손(작물의 성장을 3배 빠르게 적용합니다.)
세계수의 가호(+체력 100 마력 100)
정령 나무의 주인(정령 친화력 Up)
패시브: 동식물 정보 및 생각, 상태 이상 저항
스킬:정화 Lv.5 (어둠의 기운을 정화합니다.)]
“어! 진짜 능력치가 올랐네? 겨우 하루 고생했는데 오른다고?”
첫날 빡세게 달려서 그런가? 오르긴 하는구나……. 남은 29일간 고생해야겠네.
“오늘 쉬고 싶지만, 가야지…….”
-오늘도 열심히 힘내주시길 바랍니다. 어제는 강하게 했으니 오늘은 조금 더 쉽게 진행하겠습니다.
“그, 그래.”
그러면 나야 고맙지…….어젠 너무 빡셌어…….
시스템과 대화를 잠깐 나눈 진성은 씻고 밥을 간단히 먹고 집에서 나와 밭에 도착하였다.
“아빠?”
“응……. 세린아.”
세린은 하루 만에 아빠의 얼굴이 꽤 피곤해 보여 걱정이 되었다.
“아빠, 오늘 쉬어야 하는 거 아니예요?”
“괘, 괜찮아……. 세린아.”
“너무 무리하면 안 돼요.”
“응, 알고 있어……. 오늘은 쉬엄쉬엄할 거야.”
진성은 세린을 쓰다듬고는 이따가 보자는 말을 하곤 드워프 거주지로 향했다.
오전은 어제와 같은 체력 단련이었으나 시스템도 어제보다 강하게는 안 시킬 생각인지 하멜에게 오늘은 쉬엄쉬엄 단련하라고 지시했다.
하멜과 진성은 오전 동안 체력 단련을 하였고 오후에는 엘프 거주지로 가서 아이린에게 정화 스킬 단련을 하고 마지막으로 시스템의 복제 파멸 군주의 살기를 견디는 단련을 하였다.
* * *
오늘도 무사히 모든 걸 끝낸 진성은 후들거리며 세계수로 간신히 와서 쉬었다.
“수고하셨어요. 아빠.”
“응……. 그래, 어제보단 그래도 덜 힘드네. 오늘은.”
이제 남은 건 28일인가…….
곧 아카데미 출근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일모레 출근인데 내일까지 이 훈련을 했다가는 출근을 못 할 판이었다. 내일은 조금 쉴까? 라는 생각이 들고 있던 것이다.
“시스템……. 내일은 좀 쉬면 안 될까?”
-안 됩니다. 조금이라도 하셔야 합니다. 진성 님.
시스템은 딱 잘라 거절하였다. 결국, 내일도 해야 하는 것이었다.
“에휴, 내 팔자야…….”
어쩔 수 없지. 내일은 오늘보다 더 짧게 해야겠다. 오늘의 성과는 정화 스킬 레벨 5에서 7까지 올렸던 것이니……. 자고 일어나면 또 능력치가 상승해 있으려나?
어제 상태 이상 저항 패시브를 획득해서 그런지 오늘 파멸의 군주 복제본의 살기를 조금 더 견딜 수가 있었다. 패시브가 생기기 전에는 10분도 버티기 힘들었는데 오늘은 30분은 견딘 것이다.
단계를 밟아 열심히 성장하는 기분이었다.
“오늘도 일찍 돌아가야겠다.”
시간을 보니 이른 시각이긴 하였지만, 내일은 오늘보다 덜 힘들게 분명하니 일찍 돌아가서 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지금 돌아가려고 하는 것이다.
“시스템……. 내일은 오늘보다 좀 적게 해도 괜찮아?”
-네, 진성 님. 하루라도 빼 먹으면 손해입니다. 대신 내일은 오늘보다 적게 시키겠습니다.
“그래, 말은 통하니 다행이다.”
시스템이 고집부려서 내일도 오늘만큼 해야 한다고 말했다면 아마 출근할 때 꽤 지장이 있을 것이다. 시스템이 순순히 양을 줄여도 된다고 허락해 줬으니 다행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세린아, 오늘도 아빠 일찍 들어갈게……. 내일 보자.”
“네, 아빠. 들어가세요.”
“그래…….”
진성은 아직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딸 세린이에게 환한 웃음을 보여 주며 ‘나중에는 적응돼서 괜찮아질 거야.’ 하면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다.
“네, 아빠.”
진성은 배웅하는 세린이에게 손을 몇 번 흔들고는 집으로 걸어갔다. 밭이 보이지 않을 때쯤 진성은 다시 축 늘어져서 좀비처럼 걸어 간신히 집에 도착하였다.
“아아, 만신창이다…….”
지금 몸이 자신의 몸 같지도 않았다. 흐물거리는 게 참…….
집으로 들어온 진성은 땀에 절은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잠시 방에 들어와 누웠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잠은 오지 않았다.
같은 패턴이라면 아침에 또 능력치가 상승해 있을 거라는 건데…….
“이번에는 얼마나 상승하려나?”
오후 5시는 아직 잠을 자기에는 빠른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헌터 커뮤니티 한울에 들어가 볼까?”
한동안 켜지 않았던 노트북을 켜고 헌터 커뮤니티에 접속하였다. 채팅방에 들어가기 전에 새로운 이슈가 있는지 살펴보는데 역시나 자신의 예상대로 아카데미 테러에 관한 뉴스가 도배되어 있다시피 했다.
“새로운 결과라도 나왔나? 학장님이 자수했을 거 같은데…….”
상위 목록에 있는 글을 눌러보니 학장님은 자수했고 현재 조사받는 중이라고 나왔다.
이에 관해서 네티즌들의 의견이 분분했는데 학장님이 어떤 세력에 의해 협박을 받아 강제로 협력했던 것이라는 내용과 반대로 학장이 나쁜 마음을 품고 제자들을 공격하여 죽이고 사실 아카데미를 다 먹으려 한 행동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서로의 의견이 오가며 싸우고 있던 것이다.
진성은 그 외 다른 글들을 눌러서 보았으나 모든 기사글에는 ‘지배의 군주’라는 단어가 없었다.
“왜지? 분명 나올 법도 한데…….”
경찰들이 일부러 얘기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군주들의 조력자들이 군주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게 막고 있는 것인가?
분명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일단 채팅방 분위기도 볼까?”
진성은 채팅방에서도 아카데미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지 궁금해서 채팅방에 입장하였다. 한울 커뮤니티 전체 채팅방이라 인원에 제한 없이 입장할 수 있었는데 입장하고 보니 꽤 많은 대화가 오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손님7317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A급법사:어서오세요~지금 여러 가지 토론 중이라 방금 오신 손님분들 혼란스러우실 수도 있어요.
-하늘지기:아무튼 말을 이어서 말하자면 일단 학장님은 죄가 없습니다.
-속초전사:무슨 근거로 죄가 없다는 거죠?
-하늘지기:물론 죄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그분도 속은 겁니다. 그 세력에 의해
-F급테이머:그 세력이 뭔데요?
-하늘지기:제가 말할 수 있는 얘기는 학장님은 속은 것이며,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를 감시하며 헌터들을 농락하는 그 세력 때문에 이 지경이 온 겁니다.
-속초전사:아니 무슨 소리 하는 거죠? 근거를 말해달라니까 동문서답이시네 참나…….
-이근택:그 세력은 저도 압니다……. 그건 바로
-속초전사:바로? 뭐죠…….
-이근택:나다 인마! 내가 사실 대한민국의 어둠의 지배하는 세력이라고!
김미영팀장:운영진님~ 여기 어그로 한 명 추가요!
-이근택님이 강제 퇴장당하셨습니다.
-F급테이머:어그로 칼 퇴장 ㅋㅋㅋㅋ
꽤나 분위기가 어지러웠다.
여기서도 학장님이 죄가 없다. 뭐다, 떠들었고, 그 의견에 동조하는 헌터들, 반대하는 헌터들이 있었다.
진성은 저번부터 하늘지기 저 사람의 정체가 궁금했다.
저번에도 아카데미 교관이라고 말을 했던 거 같은데 인증도 한 거 같고……. 그 세력까지만 말하는 걸로 봐선 군주 세력을 알고 있는 자일까? 한 번 1대1 대화로 물어볼까? 라는 생각이 들어 진성은 하늘지기 아이디를 클릭해서 1대1 대화창에 말을 걸어보기 시작하였다.
-손님7317:저기 혹시……. 하늘지기님 그 세력이란 게 ㄱㅈ 인가요?
진성은 초성으로 두 글자를 말해 보았다. 하늘지기라는 사람이 군주에 대해서 알고 있는 자라면 뭔가 얘기를 할 것이고 어그로면 무슨 소리 하는 거냐며 따지거나 욕할 것이기에…….
-하늘지기:역시 알고 있는 분이 있었군요……. 네 군주라는 단어 맞습니다.
-손님7317:저, 저도 아카데미 교관인데 혹시 본관에서 일하는 교관이신가요?
-하늘지기:네 본관에서 일하는 교관입니다. 손님7317님은 본관 얘기하시는 거 보니 별관 쪽 교관이신가 보군요?
-손님7317:네……. 혹시 정보 공유를 위해 만날 수 있으신가요?
-하늘지기:네 가능합니다. 내일 시간 되시면 여의도역 1번 출구 오전 11시까지 오시고 다시 1대1 대화 요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손님7317:네 꼭 가겠습니다. 내일 뵙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