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6화
136. 136화
“일단 자고 내일부터 쉬운 퀘스트부터 차근히 해 보자.”
진성은 어차피 실패한 퀘스트이니 일단 자신이 먼저 할 수 있는 것부터 진행해야겠다며, 빠르게 잠을 청했다. 복잡한 생각이 마구 들었으나 일단 자고 보자는 심정이었다.
다음 날.
온몸이 근육통이 걸린 것처럼 아파져 왔지만 어떻게든 진성은 일어났다.
“어우……. 왜 이리 찌뿌둥하지?”
역시 능력치 감소 현상 때문에 그런 것일까? 몸이 평소보다 무거워진 느낌이었다.
몸이 조금 아프지만, 잠자리에서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고 퀘스트 창을 열어 보았다. 기존에 받은 두 개를 제외하고 쉬운 퀘스트부터 다시 할 생각이었다.
다시 초심을 찾아서 성장하고 그다음 상급 농부로 전직하면 딱 알맞았기에…….
“어디 보자……. 제일 쉬운 퀘스트가 뭐가 있을까?”
일일 퀘스트 창을 살펴보던 중 자신이 각성하고 초반에 열심히 했던 조깅 퀘스트가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또 다른 퀘스트로는 기본 운동을 완료하면 능력치를 주는 퀘스트도 있었고, 제작 퀘스트 등 다양했다.
“제작 퀘스트도 해 볼까?”
연금술사 헌터를 직업으로 갖고 있지 않아도 기본 제작 퀘스트는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성이 초심을 찾으려고 기본 퀘스트부터 하려고 하자 그것이 좋은 모습으로 보인 것인지 시스템이 진성에게 말을 건넸다.
-진성 님이 초심을 찾으실 수 있게 제가 지원을 하겠습니다.
“어떻게? 기본 퀘스트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갑자기 조용히 있다가 말 거는 시스템이 조금 의심이 되었지만, 그래도 시스템은 정화 스킬을 얻게 해 주었다. 자신이 선택하긴 했지만 시스템은 진심으로 자신을 말렸기 때문이다.
-일명 ‘초심을 찾아라.’ 퀘스트입니다. 차근차근 몇 개 내려 드릴 테니 다시 처음부터 진행해 보시겠습니까?
“이번엔 제대로 주는 거야? 저번처럼 이상한 퀘스트들은 아니고? 엄청 고난도 퀘스트라던가…….”
여태까지 시스템이 줬던 퀘스트들은 진성에게 무척이나 힘든 난이도였다. 이번에도 그런 퀘스트를 줄까 봐 의심이 들어 물어본 것이다.
-진성 님의 능력치가 이제 일반 헌터들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그에 맞춰 낮은 퀘스트부터 드리겠습니다. 의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 한 번 믿어볼게……. 퀘스트 줘 봐.”
-네, 그럼 초심자 퀘스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겠습니다.
어떤 퀘스트부터 줄까? 진짜 힘든 것만 아니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띠링!
-퀘스트:초심을 찾아라! 1
등급:F
진성 님의 초심찾기 퀘스트입니다.
특징:드워프 하멜과 하이 엘프 아이린에게 기초 단련을 받으세요.
기한:30일
“어라? 생각보다 간단한 퀘스트잖아? 기초 단련이라면 체력 단련인데?”
-이제 진성 님은 다시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눈높이에 맞춰서 드리겠습니다. 그 둘에게 열심히 단련을 받으시고 능력치를 서서히 상승시키면 됩니다.
“웬일로 네가 이런 기초 중의 기초 퀘스트를 주냐?”
-다 진성 님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이상한 소리 하네……. 아무튼, 고마워 시스템. 열심히 할게.”
-네. 열심히 다시 성장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 시스템은 진성 님을 믿습니다.
“자꾸 진지한 소리 하니까……. 좀 불안해지는데?”
자신의 능력치 감소 이후 불안해서 그런 것일까? 시스템이 퀘스트 줄 때도 장난을 전혀 안 치고 진지하게 쉬운 것부터 주기 시작했다.
일단 잔말 말고 시작해 봐야겠다.
“오늘부터……. 밭에 가서 열심히 단련 받으면 되나?”
-네, 그렇습니다. 진성 님. 30일 동안 단련을 받으시고 보상을 받으시면 됩니다.
“퀘스트에 보상 얘기는 없던데?”
-퀘스트를 차차 진행해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일단 알았어……. 시스템.”
진성은 집에서 나와 자신의 밭으로 향했다.
시스템의 말대로 밭에 도착하자마자 하멜과 아이린을 찾았다. 그리고 그 둘에게 시스템의 퀘스트 창을 공유해서 보여주고는 자신을 단련시켜달라고 말하자 하멜과 아이린은 각각 말을 하였다.
“호오? 시스템님이 저런 퀘스트를 줄 줄이야……. 알겠습니다. 저희 드워프 일족의 체력 단련하는 법을 알려 드리죠.”
“시스템님이 이제 진성 님에게 진심으로 퀘스트를 주려고 하나 보네요. 저는 진성 님에게 체력 단련이라기보다는 정신 단련과 정화 스킬을 제어하는 법을 알려 드릴게요.”
즉 드워프 하멜이 기초 체력 단련을, 하이 엘프 아이린은 정신과 스킬 제어하는 법을 각각 알려주기로 한 것이다.
진성은 이제야 진짜 헌터 기초부터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자신이 그전에는 퀘스트를 완료하고 성장만 하고 경험은 전혀 없던 것이다. 그냥 하루아침에 먼 치킨이 된 기분이었기에…… 이런 스승이 필요했다.
“그럼 진성 님, 기초 단련부터 시작해 봅시다.”
드워프 하멜이 진성에게 말을 하며 자신을 따라오라고 하였다.
“어……. 그럼 부탁할게. 하멜.”
“네, 진성 님. 맡겨만 주시죠! 철저하게 단련시켜 드리겠습니다.”
하멜은 진성을 데리고 드워프 거주지에 도착했고 진성에게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팔과 다리에 착용하게 하고는 밭 20바퀴를 매일 달리라고 하였다.
진성은 하멜의 말대로 팔,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달았다. 무거웠지만 군말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진성이 땀 흘리며 자신의 밭을 열심히 도는 모습을 본 세린이가 열심히 응원하였다.
“허억허억……. 이렇게 힘들었던가?”
진성은 20바퀴를 돌고 세계수 그늘 쪽에 풀썩 쓰러졌다.
“자자, 진성 님. 아직 쉴 때가 아닙니다. 이리 오시죠.”
드워프 하멜은 지쳐 쓰러져 있는 진성을 강제로 끌고 와서 윗몸일으키기, 철봉에 매달리기 등을 약 3시간 이상 동안 시켰다.
진성은 완전 녹초가 돼서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으어……. 진짜로 못하겠다……. 이거 도움이 되는 거 맞아?”
“네, 당연합니다. 진성 님. 남자라면 몸 아니겠습니까? 일단 이렇게 30일간 꾸준하게 해 주면 헌터 능력치가 대폭 상승할 것입니다. 그러니 열심히 하시길 바랍니다.”
“끄응……. 알았어.”
“자, 일단 30분 휴식하고……. 다시 운동하시죠.”
“어…….”
드워프 하멜은 굉장히 신이 나 보였다. 반면에 진성은 죽을 맛이었다.
헌터가 돼서도 이렇게 격렬한 운동을 해야 하다니……. 첫날부터 이러면 쓰러지는 거 아닌가?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와 드워프 하멜에게 오전 내내 운동으로 단련을 받은 진성은 약 1시간 동안 세계수 그늘 아래 뻗어 있었다.
“어휴, 힘들다…….”
진성은 상태창을 잠시 열어 보았다. 첫날 한 단련으로 능력치가 조금이라도 상승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열어본 것이다.
[이름:강진성
나이:25
레벨:40
랭크:B
명성도:1,000
직업:중급 농부
칭호:세계수의 가호를 받는 자+정령 나무의 주인
능력치:힘 30 민첩 25 마력 500 체력 250
고유스킬:황금손(작물의 성장을 3배 빠르게 적용합니다.)
세계수의 가호(+체력 100 마력 100)
정령 나무의 주인(정령 친화력 Up)
패시브:동식물 등의 정보를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스킬:정화 Lv.1 (어둠의 기운을 정화합니다.)]
“전혀 안 올랐잖아? 하긴…… 첫날인데.”
아마 ‘며칠은 해야 오르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 이 단련을 29일 더 해야 하는 것 때문에 절망적이었다.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하지 않았던 자의 최후였다.
“아, 평소에 기본적인 운동은 계속할 걸……. 군대에서도 이렇게 빡세게 하지 않았는데…….”
진성이 군시절에는 비각성자들에게는 체력 단련보다는 잔심부름을 많이 시켰었다. 오히려 각성한 자들에게는 철저한 단련과 훈련이 있었고.
“휴우……. 오후는 정신 단련인가?”
차라리 정신 단련이 더 나을 것 같았다. 체력 단련은 너무도 힘들었기에 정신 단련을 끝내고 집에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진성이 세계수에서 좀 더 쉬고 있을 때 하이 엘프 아이린이 그에게 다가왔다.
“진성 님. 이제 갈까요?”
“그래……. 에휴.”
세계수 앞에 널브러져 있던 진성이 힘겹게 일어나 아이린을 따라 엘프들의 거주지로 향했다.
엘프 거주지 내부의 제일 조용한 수련장으로 와서 아이린과 마주보고 앉은 진성은 ‘이번에는 힘든 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 중이었다.
“자, 이제 시작해 볼까요? 진성 님.”
“그래……. 정신 단련 말이야……. 뭐부터 해야 하는 거야?”
“정말 간단한 거예요.”
“음?”
아이린은 어둠의 기운으로 가득해 보이는 몇 가지 식물들을 주섬주섬 꺼냈다.
“이 식물들을 정화하는 연습을 계속해서 하시면 돼요. 아! 이건 연습이니까 능력치 감소는 안 되실 거예요. 다만…….”
“다만?”
“마력 소모는 심하실 수도 있어요.”
“마력이야 뭐……. 다음 날 되면 차오르니까.”
진성은 아이린이 꺼낸 어둠의 기운이 가득한 식물들에게 정화 스킬을 시작했다. 마력을 소량으로 해서 사용해 보았는데 정화 스킬이 들어먹지 않는 것이 아닌가.
“어, 어라?”
“진성 님, 마력을 좀 더 쓰시고 식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어……. 알았어.”
간단하게 정화 스킬만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전혀 먹히지 않자 당황했다. 아이린의 말대로 마력량을 더 올리고 정화 스킬을 쓰며 해당 식물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식물 정중앙에 어둠으로 가득 찬 덩어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덩어리 같은 곳에 정화 스킬을 집중해 보세요?”
“아, 알았어.”
진성은 덩어리가 모여 있는 그 중심에 정화 스킬을 쓰며 집중하자 덩어리는 점차 없어져 갔다.
약 5초 지났을까? 식물은 정화되어 깨끗해졌다.
“오! 이렇게 하는 거구나.”
띠링!
-정화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어, 어라? 이거 한 번 했다고 레벨이 오르네?”
“앞으로 계속해서 연습해 주세요. 진성 님. 이 식물들은 다 시스템님이 만들어 주신 것들이라 진성 님이 연습하시기에 딱 좋아요.”
“아이린……. 정화 스킬 레벨이 오르면 구체적으로 뭐가 좋은 거야?”
“레벨이 오를수록 마력 소모는 적어지고 아주 빠른 속도로 정화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정화 레벨이 높아지신다면 능력치 감소도 없고요.”
“그래? 그럼 진짜 열심히 해야겠네……. 이게 숙련도가 있는 건가?”
“네, 숙련도가 더욱 높아지면 군주들과의 싸움에서도 유리해질 거예요.”
“오오. 그렇구나……. 열심히 해야지.”
아이린은 시스템에게 받은 식물들 그리고 물건 등을 진성의 앞에 나란히 놓았고 진성은 열심히 정화 스킬을 쓰면서 각 물건의 식물들의 핵을 찾아 어둠의 덩어리를 파괴해 나갔다.
약 2시간을 집중해서 모든 걸 끝냈다.
“축하해요. 진성 님. 정화 스킬 레벨이 몇 정도 올랐나요?”
“어, 고마워……. 아마 레벨이…….”
진성이 상태창을 열어 확인해 보니 정화 스킬이 렙 5가 되어 있었다.
“스킬 레벨 5네, 보니까…….”
“앞으로 30일간 꾸준히 노력해서 MAX까지 올려 보아요.”
“그 MAX 레벨이 몇인데?”
“그건 잘 모르겠어요. 진성 님.”
일단 정화 스킬은 어떻게 하는지 알았고……. 정신 단련이 있다고 하던데 이게 끝인가?
“정신 단련은 제가 시켜 드리려고 했는데……. 시스템님이 직접 하시겠다고 하네요.”
“시스템이?”
-네, 진성 님. 정신 단련을 원하십니까?
“후우……. 까짓거 해 보지 뭐.”
-그럼 정신 단련에 돌입합니다.
진성의 주변이 일그러지면서 어느새 혼자만 이상한 공간에 남게 되었다.
“어?”
-진성 님에게 제일 필요한 건 파멸의 군주에 대한 공포심을 없애는 일입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파멸의 군주 전성기 때의 살기를 진성 님에게 보내겠습니다.
“뭐라고??”
전성기 때라니……. 잠깐, 저번에 거기서 본 그 살기가 전성기가 아니라는 건데?
진성의 눈앞에 바로 박주원이 나타났다. 복제본이라곤 하나 파멸의 군주 박주원이 바로 나타나고 진성에게 엄청난 살기 즉, 공포감이 조성되자 진성은 벌벌 떨었다.
-그의 살기를 견뎌내셔야 합니다. 그래야 실제로 마주했을 때의공포심이 현저히 줄어들 것입니다.
“자, 장난 아니잖아?”
-복제본이라서 이 정도인 겁니다. 진성 님. 공포심을 완전히 없애진 못하겠지만 견뎌야 합니다.
“크으…….”
바로 앞에 있는 복제본 파멸의 군주 살기는 너무도 무서웠다. 마치 진짜 파멸의 군주가 자신을 보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이게 전성기 때의 살기라니…….
진성의 온몸은 땀으로 축축해져 갔고, 거친 숨소리를 내며 간신히 버텼다. 엄청난 압박감이 진성의 몸을 짓누르고 있던 것이다. 겨우 5분도 안 되었는데 무섭다.
시스템은 약 10분간 공포를 주었고 그다음에 10분을 쉬게 하였다. 그걸 약 열 번을 반복하였다.
열 번이 끝나자 진성의 눈앞에 하나의 알림이 떴다.
-패시브 상태 이상 저항을 획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