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5화
135. 135화
시스템의 말이 끝나자마자 황금색 기운이 진성을 감싸고 진성은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이게 페널티인 건가?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지.”
진성의 몸에 압력이 가해지고 있었다. 진성은 점차 몸이 무거워졌고, 학장의 힘이 더욱 강력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정화 스킬을 얻었다.
-정화 스킬을 쓰세요.
“정화?”
-강진성 님이 정화 스킬을 1회 사용하셨습니다!
진성의 몸을 둘러싸고 있던 황금색 기운이 폭주하여 터지기 일보 직전인 학장의 몸에 스며들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학장의 눈에서 흐르던 피눈물도 멈추고, 원래의 좋은 상태로 돌아가고 있었다.
-정화가 진행 중입니다. 57%
몬스터 소리를 내던 학장은 점차 안정되어 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좋아지는 게 보였다.
-정화가 진행 중입니다. 95%
“이제 5% 남았네…….”
정화 스킬을 시전 중인 진성은 온몸의 힘이 빠지고 마력도 크게 줄고 있었다.
점점 어질어질해진다고 해야 하나?
-정화가 모두 끝났습니다. 100%
“끝났네.”
학장은 온전한 상태로 돌아와 잠을 자듯이 쓰러졌고 진성 또한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아빠?”
성현을 치료하고 돌아온 세린이는 놀라 진성에게 다가갔다. 자신이 아빠의 친구를 치료하는 동안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하였다.
-세계수의 정령왕 강세린 님. 진성 님은 저의 만류에도 정화 스킬을 얻으셨습니다.
“정화 스킬이요?”
-네. 세린 님도 알다시피 정화 스킬은 엄청난 기운을 소모합니다. 진성 님의 몸에 큰 페널티가 가해져 잠시 기절한 것뿐입니다. 세린님과 진성 님을 집에 보내드리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 주세요. 시스템.”
-네, 텔포 진행하겠습니다.
진성과 세린은 시스템의 텔포를 이용해 집에 돌아갔고 성현만이 남아 현장을 수습하였다.
성현은 기절해 버린 학장님을 부축해서 그 현장을 떠났고 그곳에는 버려진 남궁한만 쓰러져 있을 뿐이었다.
* * *
모두가 떠나고 쓰러진 남궁한만 있는 그 장소에 새로운 인물 두 명이 공간을 찢고 나타났다. 그들 중 한 명이 남궁한을 보곤 말을 꺼냈다.
“제 동생이 실패한 거 같습니다. 군주님……. 죄송합니다.”
그는 같이 온 그에게 사과하며 쓰러진 남궁한을 밟았다.
“그를 깨워라.”
“네, 군주님.”
기절해 버린 남궁한을 깨우라고 지시하는 인물이 바로 지배의 군주 가로쉬였었다.
그의 지시를 받는 인물은 남궁한의 친형 남궁천이었는데 기절한 남궁한의 어딘가를 손으로 짚으니 약 1분 후 남궁한이 기침 소리를 내며 깨어났다.
“여, 여긴?”
“일어나라. 남궁한.”
“혀, 형?”
남궁한은 자신의 앞에 형인 남궁천이 있자 매우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일어남과 동시에 지배의 군주 가로쉬까지 이 장소에 있는 걸 알아 버렸다.
“구, 군주님……. 죄, 죄송합니다.”
남궁한은 가로쉬를 보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빌었다.
“감히 실패해? 학장을 데려오는 간단한 임무에 실패하다니…….”
“그, 그게 군주님. 시스템의 선택을 받은 그 강진성이라는 인물 때문에 이렇게 된 겁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두 번의 기회는 없다.”
지배의 군주 가로쉬의 말에 남궁천은 자신의 동생을 쳐다보며 말했다.
“동생아. 이만 죽어라.”
“아, 안 돼! 사, 살려……. 크헉.”
남궁천은 자신의 검을 꺼내 남궁한의 몸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그의 몸에 박힌 검에서 나온 불꽃이 남궁한의 몸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남궁한은 그렇게 검은 불꽃에 불타 죽어갔다.
“군주님……. 제가 동생의 임무를 이어받겠습니다.”
“알겠다. 배신한 학장을 죽이고 강진성의 위치를 알아내라.”
“네, 군주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가로쉬가 떠난 후, 남궁천은 동생이 불타 죽은 자리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동생아……. 너의 복수는 내가 갚아주마.”
남궁한은 이미 검은 불꽃에 삼켜져 그 자리엔 육체가 타버린 가루만 남아 있었다.
남궁천은 동생의 가루들을 조금이나마 더 보고는 그 자리를 떠나 학장을 추적하기 시작하였다. 남궁천은 자신의 부하들을 모조리 호출하여 학장을 먼저 노리기로 했다. 학장은 자신보다 약한 존재였기에 쉽게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 * *
한편, 진성과 세린이는 시스템의 배려 덕분에 텔포를 타고 집에 도착하였는데…….
“시스템. 저와 아빠를 밭으로 텔포해 주세요.”
-어떻게 하시려는 겁니까? 세린 님.
“아이린에게 부탁해서 성녀의 손길을 쓰게 할 거예요.”
-아……. 그러고 보니 하이 엘프 성녀 아이린이 있었군요. 알겠습니다, 세린 님.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시스템은 세린과 쓰러진 진성을 세계수 앞으로 텔포시켜 주었다.
세계수에 도착한 세린은 정령들을 호출해서 엘프 성녀 아이린을 데리고 오라고 하였다.
잠시 후, 아이린이 정령들의 호출로 세계수의 앞에 도착했다.
“무슨 일인가요? 세린 님.”
“아빠에게 성녀의 손길 스킬을 써 주세요.”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건가요?”
세린은 짧게나마 상황을 설명하였고 모두 들은 아이린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꺼냈다.
“결국 빠르게 그 스킬을 익힌 거군요? 정화 스킬은 사용자의 몸에 크게 부담을 일으키는데…….”
“바로 성녀의 손길 스킬을 쓸 수 있나요? 아이린?”
“조금 준비 과정이 필요하긴 해요…….”
“그럼 빨리 준비해 주세요. 아이린.”
“네, 세린 님.”
아이린은 엘프들에게 명령해서 무녀의 복장과 도구들을 갖다 달라고 하였고 기절해 버린 진성을 보며 중얼거렸다.
“너무 무리하셨네요……. 진성 님. 이렇게 될 줄 알았지만요.”
하이 엘프 성녀 아이린은 미래를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진성이 상급 농부로 전직하고 그다음에 천천히 정화 스킬을 익힐 줄 알았던 것이다.
만약 상급 농부로 전직하고 순서대로 정화 스킬을 익혔다면……. 스킬을 받고도 몸에 무리가 가진 않았을 것이다. 정화 스킬은 아직 그릇이 덜 완성된 진성에겐 무거운 스킬이다. 그래서 이렇게 큰 페널티를 받은 것이다.
정화 스킬을 쓸 때마다 능력치가 조금 감소하기는 하는데…….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아이린 님, 가져왔습니다.”
“아! 고마워요.”
엘프들이 무녀의 복장과 도구들을 가져다주었고 바로 갈아입은 아이린은 진성의 앞에 도구들을 펼치고 고대의 언어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뒤늦게 그 소식을 듣고 온 드워프 하멜은 쓰러진 진성을 보자마자 단번에 무슨 상황인지 알았다.
“정화 스킬의 부작용인가…….”
드워프 하멜도 아직 그릇이 완성되지 않은 사용자가 정화 스킬을 익히면 몸에 크게 부담이 가서 기절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아이린이 고대의 언어로 주문을 외우는 시간은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구경하고 있던 엘프들이나 드워프 하멜 그리고 정령들은 숨을 죽이고 지켜볼 뿐이었다.
약 2시간이 지났을까? 진성의 몸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몸 전체를 무지개색 기운이 감싸고 있던 것이다.
시간이 좀 더 지나자 진성이 눈을 뜨고 일어났다.
“어라?”
“아빠?”
세린이가 깨어난 진성을 향해 날아왔고 진성은 얼떨결에 세린을 안았다.
“내가 기절을 했던 건가?”
“네, 아빠!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어떻게 된 거니?”
세린은 시스템에게 요청해서 텔포로 여기까지 왔고 하이 엘프 성녀 아이린의 주문으로 다시 일어난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아……. 그렇게 된 거구나……. 세린아, 그럼 내 친구하고 학장님은 어떻게 됐어?”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아마 무사히 돌아갔을 거예요.”
“그렇겠지?”
진성은 아까 자신이 기절하기 전보다 몸의 상태가 조금 좋아진 것을 느꼈고 침을 삼키며 자신의 상태창을 열어 보기로 했다. 얼마나 큰 페널티를 받았는지 확인해 보기 위함이었다.
진성은 긴장한 상태로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강진성
나이:25
레벨:40
랭크:B
명성도:1,000
직업:중급 농부
칭호:세계수의 가호를 받는 자+정령 나무의 주인
능력치:힘 30 민첩 25 마력 500 체력 350
고유스킬:황금손(작물의 성장을 3배 빠르게 적용합니다.)
스킬:정화 Lv.1 (어둠의 기운을 정화합니다.)
세계수의 가호(+체력 100 마력 100)
정령 나무의 주인(정령 친화력 Up)
패시브:동식물 등의 정보를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모든 수치가 떨어졌구나…….”
생각보다 엄청나게 다운된 것이다. 명성도까지 크게 깎여나갔다. 이 정도면 일반 B랭크 헌터보다 조금 강할 것이다. 고유 스킬 조차 50배에서 3배로 떨어졌으니 큰 타격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레벨도 절반이나 떨어진 상태였다.
“능력치 다시 올리려면 꽤 고생하겠네…….”
크게 한숨을 내쉰 진성에게 세린은 걱정하지 말라며 위로하였다.
“아무튼, 고마워. 세린아……. 아이린도 고맙고.”
“아빠가 빨리 깨어나서 다행이에요.”
“별말씀을요.”
“이제야 정신이 드셨군요? 진성 님.”
드워프 하멜도 진성에게 다가와서 말을 건넸다. 정령들과 엘프들도 다가왔다.
“이 정화 스킬 혹시, 쓸 때마다 능력치가 깎이는 건 아니겠지?”
“진성 님. 제가 알고 있는 선에서는 사용할 때마다 능력치가 소폭 감소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양날의 검이지요.”
드워프 하멜이 진성의 물음에 답변을 해 주었다.
“그래? 하지만 어둠의 기운을 확실하게 소멸시킬 수 있는 거 아니야?”
“네, 맞습니다. 그리고 정화의 스킬을 쓰실수록 정화 레벨이 증가하며 나중에는 능력치 소모가 안 되고 마음껏 쓰실 수 있을 것입니다. 진성 님.”
“후우……. 그동안은 열심히 노력해서 능력치 엄청 올려놔야겠네…….”
이제 몬스터나 적에게 한방 컷이 안 되니……. 진성은 시스템이 주는 퀘스트들을 열심히 해서 능력치를 올려야겠다고 중얼거렸다.
“이제 다들 돌아가세요. 진성 님은 쉬셔야 하니까요.”
아이린이 주변에 있는 엘프들과 드워프 하멜 그리고 정령들에게 이야기하였고 그들은 진성이 무사히 깨어난 것에 만족을 하고 하나둘 자리에서 떠났다. 북적거리던 이들이 모두 떠나자 진성의 주변에 남은 건 아이린과 세린뿐이었다.
“진성 님. 며칠 간은 푹 쉬세요.”
“알았어. 아이린.”
“그럼 저는 이만.”
아이린은 무녀 도구를 챙기고 세계수에서 떠나 자신의 거주지로 돌아갔고, 이제 세린이만 진성의 곁을 지켰다.
“아빠~ 집에 가서 쉬세요.”
“알았어! 아무래도 당분간 아카데미 못 나간다고 전화는 해 둬야겠네.”
진성은 문자로 성 교관님에게 몸이 아파 며칠만 쉰다고 보내었고 성 교관에게 빠르게 답장이 왔다. 아카데미는 걱정하지 말고 며칠간 푹 쉬다가 출근하라고 말이다. 쉬어야 하는 이유를 물어보지도 않았다.
“세린아……. 아빠는 내일 올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퀘스트는 하려고.”
“그래도 무리하지 마세요. 아빠…….”
“괜찮아! 몸이 무겁긴 하지만 아마 오늘 푹 쉬면 내일은 더 괜찮아질 거야~”
“아빠. 그럼 내일 봬요.”
“그래, 세린아! 아빠는 내일 올게.”
자신을 걱정하는 세린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확실히 능력치가 일반 헌터가 되어 버리니까 몸이 무겁긴 하네.”
정화 스킬을 얻기 전에는 몸을 아무리 움직여도 가벼웠는데 이젠 보통 헌터들이나 다름없어졌다. 능력치가 감소한 것은 꽤 아쉬웠지만, 그래도 정화 스킬이라는 큰 무기를 얻었다.
“빨리 돌아가서 푹 쉬어야겠다.”
진성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옷을 갈아입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크게 배고프지 않아 저녁은 먹지 않고 그저 방 안에서 쉬다가 일찍 자려고 했다.
“일단 학장님은 성현이가 데리고 갔을 것이고……. 내가 빨리 회복해야 지배의 군주에 맞서 싸우는데…….”
아? 그러고 보니 시간 초과로 퀘스트 하나 실패했는데 그건 어떻게 됐으려나?
진성은 퀘스트 창을 열어 보았다.
-긴급 퀘스트 (실패)
등급 SSS 이상!
특징:지배의 군주 소속 조현재 학장을 제압하십시오! 현재 학장은 폭주하여 폭발하기 직전입니다.
보상:지배의 군주 정보×2, 어둠의 씨앗 10개
실패 시:레벨 40 하락 및 지배의 군주가 진성 님을 직접 찾아옵니다.
“역시나 실패네……. 그럼 조만간 나를 찾아온다는 소리네?”
아무래도 여유를 부리며 쉬면 안 될 것 같았다. 내일까지만 쉬고 작은 퀘스트부터 진행하면서 능력치를 빠르게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진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