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4화
134. 134화
“이제 끝난 거 같은데……. 제대로 된 사유 좀 설명해 주시죠?”
진성은 일반인이나 다름없어진 학장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학장은 허무하게 자신의 기운이 모조리 소멸하자 허허허 거리면서 멍하니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진성과 그 세계수의 정령왕이 학장과 남궁한을 금세 제압해 버리자 뒤에서 넋을 놓고 있던 성현은 매우 놀랐다. 저런 정령왕도 있구나, 하면서도 진성이 B랭크 실력을 가진 헌터가 아님을 계속해서 느끼고 있던 것이다.
상위 실력자, 아니, S랭크 실력은 이미 넘지 않았을까? 아무리 봐도 절대 B랭크, 아니, A랭크 실력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도 B랭크로 되어 있으니 참…….
“성현아. 너 학장님께 물어볼 게 있지 않냐?”
진성은 뒤에서 넋 놓고 있던 성현을 부르며 손짓하였다. 진성은 가까이 다가온 성현에게 학장님에게 궁금했던 것을 모두 물어보라고 이야기했다.
성현이 뭐부터 질문해야 할지 몰라서 생각 중이었는데 진성은 일단 퀘스트가 완료되었는지 확인을 위해 퀘스트 창을 열어 보았다.
-긴급 퀘스트
등급 SS 이상 (진행 중)
특징:지배의 군주 소속 조현재 학장을 제압하십시오!
보상:지배의 군주 정보×1, 어둠의 씨앗 3개
실패 시:레벨 20 하락 및 지배의 군주가 진성 님을 직접 찾아옵니다.
남은 시간:11분 11초
“어라? 시스템……. 이거 완료된 거 아니야?”
퀘스트를 완료한 줄 알고 열어 본 건데, 남은 시간이 11분 11초에 멈춰 있던 것이다.
-아직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강진성 님. 그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쓰러뜨리세요.
“굳이 쓰러뜨려야 해? 전투 의지는 상실한 거 같은데.”
시스템은 그저 그를 쓰러뜨리라고 하였다.
여태까지 진성이 많은 적을 쓰러뜨려 왔기에 그런 걸까? 최소 기절은 시켜야 하는 건가? 이미 전투 의지가 꺾인 사람인데?
시스템의 요구에 조금 난처해졌다.
“야야, 시스템. 대화 끝나고 보자. 시간은 계속 멈춰 있는 건 맞지?”
-네, 그렇습니다. 강진성 님. 하지만 방심하지 마세요.
“뭘 방심하지 말라는 거야? 상황은 이미 끝났는데? 이상한 말 하네, 진짜.”
진성은 시스템과 한창 대화 중이었고 진성의 옆에서 세린이는 둥둥 날아다니고 있었다.
성현은 학장님 앞에서 조금 멈칫하였지만, 이내 마음을 정리하고 질문을 하기 시작하였다.
“학장님……. 제가 보육원을 졸업하고 떠나고 그 후에 무슨 일이 있으셨길래 이렇게까지 변질하신 거예요?”
“무력함을 느꼈다고 해야 하나……. 이 헌터 세계에서는 힘이 없으면 힘들다네, 성현 군.”
“자세히 이야기해 주세요. 학장님.”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 성현 군…….”
“처음부터 전부 끝까지 이야기해 주세요. 왜, 무엇 때문에 학장님이 손에 피를 묻혀가면서 이렇게까지 하는지 알고 싶어요.”
“그래. 얘기는 해 주겠네. 성현 군.”
조현재는 아이들이 떠난 보육원을 혼자서라도 지탱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사람들과 정치인들을 설득시켜왔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마지막 아이들의 졸업 이후, 다른 보육원과 합친 곳에 신도시를 개발해야 하니 그 땅에서 나가라고 하며 원장을 괴롭혀왔다.
주변인들을 협박하기도 했지만 굴하지 않고 어떻게든 5년 동안 버텨냈다. 보육원을 처음 졸업한 한 아이가 돈에 눈이 멀어 신도시 개발 쪽에 합류한 것이다.
겉으로는 조현재 원장을 달랬지만 뒤에서는 개발을 추진해 왔고, 조현재 원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새에 보육원 건물이 철거된 것이다. 조현재는 그 자리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
그럼에도 조현재 원장은 보육원 1기였던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의 추억의 장소가 없어진 그는 그 장소를 되찾고자 주변에 협력을 구하러 다녔지만, 일반인이고 사회에 아무런 지위가 없는 그를 도와주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렇게 절망의 연속이 되었고……. 힘들어 지쳐 쓰러져 가는 그때, 여의도에 헌터 아카데미가 신설되고 보육원을 졸업했던 1~2기 아이들이 유명한 헌터가 되어 자신들의 보육원 원장님이었던 조현재 원장을 아카데미 학장님으로 추천하였다.
그렇게 학장의 일이 시작되었다. 그는 학장 일을 하면서도 그 장소를 되찾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했지만, 주변에서 만류할 정도였다.
아카데미 학장이 되어 힘이 조금 생겼음에도 여전히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렇게 실망감 속에 빠진 자신에게 힘을 주겠다며 찾아온 이가 있었다. 그가 바로 지배의 군주 가로쉬였던 것이다. 난데없이 찾아와 힘을 주겠다고 하여 조현재 학장은 그를 의심했으나……. 너무 간절했던 터라 덥석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헌터가 된 것이다.
어둠의 기운을 받아 헌터가 되었는데 아무도 학장이 헌터가 된 것을 감지 못했다. 시스템에게 선택받은 강진성조차 감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이라네……. 그 후에는 가로쉬에게 조종당해 내 의지는 거의 없었고 학생들에게 피해를 엄청 준 거지.”
“학장님…….”
학장은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학장의 지위까지 올라와서 정체도 모를 이에게 도움을 받아 헌터가 되어 어둠의 기운에 조종을 받아 아카데미 학생들을 함정에 빠뜨렸을 때도 양심에 전혀 찔리지 않았다고 한다.
학장님은 지배의 군주, 가로쉬라는 자에 의해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성현은 자신이 좀 더 빨리 성장했더라면 학장님을 도와 줄 수 있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보육원 상황이 그렇게 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너무나 여유롭게 헌터 단계를 밟아왔다. 즉, 자신도 외면해 왔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모든 건 내 잘못이라네. 성현 군.”
“그 어둠의 기운에 완전히 조종당하신 건가요?”
“그래. 그렇지.”
성현과 학장이 이야기를 나누었고, 진성은 시스템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뒤쪽에 쓰러진 남궁한은 어느새 정신을 차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었다. 기절한 척 연기하면서…….
“이거, 노인네가 다 불어 버리네……. 죽여야겠어.”
남궁한은 군주 가로쉬 이름을 언급하면서 적들에게 정보를 주는 조현재를 보고 분노하였다.
비록 조현재와 힘의 격차는 크지만, 군주 가로쉬에게 받은 아이템을 사용하면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조심스럽게 인벤에 손을 넣어 뭔가를 꺼내 깨뜨렸다. 그 아이템에서 어둠의 기운이 흘러나와 조현재에게 스며들었다. 학장은 성현과 대화를 하다 갑자기 픽 하고 쓰러졌다.
“학장님?”
성현은 학장의 상태를 살피고자 그의 몸을 흔들었고 진성은 갑자기 일어난 일에 대해서 놀라 쓰러진 학장에게 달려왔다.
“아빠! 저 나쁜 사람 깨어났어요!”
세린이가 남궁한을 가리키면서 진성을 불렀다.
“흐흐흐, 너흰 다 죽었다! 군주님에게 받은 아이템을 썼거든.”
“아이템?”
진성은 남궁한의 아이템을 썼다는 말에 조금 긴장했다.
가로쉬가 저자에게 무슨 아이템을 준 것일까? 아이템 쓰는 것도 못 봤는데…….
-그래서 제가 아까 방심하지 마시라고 말한 것입니다. 강진성 님. 에휴…….
시스템이 진성에게 한심하다는 듯이 말을 건넸다.
“아니, 이럴 줄 알았나? 난 저 학장님을 조심하라고 말한 줄 알았지…….”
-지배의 군주 가로쉬의 부하 남궁한이 어둠의 기운이 농축된 아이템을 썼습니다. 조심하세요.
“그니까 무슨 아이템이냐고!”
시스템에게 물어봐도 답변이 없자……. ‘좀 알려주면 덧나나?’라고 말하며 전투태세를 갖췄다.
“크하하하하하, 가로쉬 님의 힘을 느껴봐라……. 힘의 차이를!”
“넌 조용히나 해.”
진성은 남궁한에 빠르게 접근해서 남궁한의 몸을 삽으로 있는 힘껐 때렸고, 그는 기절하였다.
“이번엔 제대로 기절했겠지?”
“네! 아빠. 당분간 저 나쁜 사람은 깨어나지 못할 거에요.”
“이제 학장님이 문제구나……. 성현아, 물러서.”
성현은 진성의 말을 못 들었는지 쓰러져 있는 학장님을 깨우고 있었다.
학장님의 몸은 어둠의 기운이 스며들어 붉은색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고, 성현도 지금 학장님이 매우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피해!”
진성이 성현에게 외쳤지만 피하지 못한 성현은 학장에게 정통으로 맞아 원장실 벽에 부딪혔고, 벽이 부서지면서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성현아!?”
진성은 옆에 있던 세린에게 성현이를 돌봐달라고 얘기하였고 바로 학장에게 달려들었다. 삽으로 공격을 했는데 학장은 진성의 삽을 한 손으로 잡아 버렸다.
“엄청난 힘……!”
학장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몸이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엄청난 근력이었다. 진성의 중급 농부 삽은 아무리 사용해도 내구도가 크게 깎이지 않았는데 학장이 삽을 꽉 쥐자 내구도가 깎이기 시작한 것이다. 힘 vs 힘의 대결이었다. 둘 다 밀리지 않고 있었다.
“크윽…….”
그런 진성에게 하나의 알림이 떴다.
-긴급 퀘스트
등급 SSS 이상!
특징:지배의 군주 소속 조현재 학장을 제압하십시오! 현재 학장은 폭주하여 폭발하기 직전입니다.
보상:지배의 군주 정보×2, 어둠의 씨앗 10개
실패 시:레벨 40 하락 및 지배의 군주가 진성 님을 직접 찾아옵니다.
남은 시간:19분 59초
“갑자기 난이도가 확 올라갔잖아??”
아까까지만 해도 분명 SS 이상이었는데 지금은 SSS 이상?! 거기에 9분이 더 추가되었다.
19분 만에 저 사람을 제압하라고? 시간이 부족했다. 힘으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크르르르르.”
학장님은 인간의 언어 대신 괴상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마치 짐승이랄까? 아니, 몬스터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남궁한이 무슨 아이템을 썼길래 학장이 저렇게 변하는 것일까?
“시스템. 이거 막을 방법 없어? 내 힘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데.”
진성이 삽으로 학장을 막고 있음에도 엄청난 힘 때문에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합니다. 다만 진성 님도 페널티를 감수하셔야 합니다.
“무슨 페널티인데?”
-진성 님이 정화의 스킬을 얻으시면 폭주하는 저 사람을 막을 수 있지만, 페널티는 진성 님의 정보창의 능력치들이 모두 하락합니다.
“하락한다고……. 어느 정도로?”
-일반 헌터와 같은 능력치가 되어 버립니다. 그래도 정화 스킬을 얻으시겠습니까?
현재 남은 시간은 19분……. 저 스킬을 얻어서 쓰면 내 능력치가 전부 하락하여서 일반 헌터와 같게 되어 버린다고? 이걸 얻어야 하나…….
진성은 고민이 되었다. 능력치야 떨어지면 다시 올리면 되긴 하지만 문제는 얼마나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고, 능력치 이외에도 스킬도 전부 초기화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페널티가 있는 셈인데…….
진성이 이렇게 고민하는 동안 시간을 흘러갔고 학장은 더욱 폭주하여 온몸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며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진성은 아직도 고민하고 있었다. 여기서 이 학장을 막지 못하면 그가 폭발하여 이 주변 일대는 모두 피해를 받을 것이다.
자신의 능력치를 희생하느냐, 아니면 폭발하게 내버려 두느냐가 문제였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강진성 님. 올바른 판단 부탁합니다. 시스템으로선 정화 스킬 얻으시는 걸 원치 않습니다. 진성 님은 앞으로 더욱 성장하여야 합니다. 다른 군주들을 막으려면 더 강한 능력치가 있어야 합니다. 차라리 이 퀘스트를 포기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시스템은 진성에게 이 퀘스트를 포기하라고 말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시스템이 진성을 말리는 것이다. 정화 스킬을 절대로 얻지 말라고.
“시스템, 네가 이 정도로 말리는 걸 보면 엄청난 페널티라는 것인데……. 그런데 말이야. 사람 목숨이 더 중요하지 않겠냐? 페널티는 감수해야지.”
-저는 분명 강진성 님을 말렸습니다. 후회하실 수도 있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아니……. 이제 남은 시간도 얼마 없고 내가 학장님을 막지 못하면 이 일대는 다 피해받을 거야……. 그러니 내가 희생할 수밖에 없지.”
-알겠습니다. 강진성 님의 뜻대로 정화 스킬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