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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132화 (132/209)

제132화

132. 132화

“이봐, 위험하다고.”

“제발 비켜 주세요.”

성현은 자신을 가로막는 본관 교관들의 제지에도 무작정 본관 상층으로 들어가려고 하였다. 본관 교관들은 필사적으로 성현을 막았다. 아무래도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마라. 박 교관! 본관 교관 중 실력이 높은 일부가 상담실로 들어갔으니까.”

어떤 교관이 성현을 진정시키기 위한 말을 꺼냈지만, 성현은 막무가내였다. 결국 본관 교관들은 성현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길을 내어주었다.

“진성아, 가자.”

“어……. 그래.”

교관들은 성현과 진성이 들어간 이후에 본관 입구 출입을 금했다. 다른 학생들과 일부 경찰들이 못 들어가게 철저하게 막는 것이다.

진성과 성현이 한 층, 한 층 올라갈수록 위에서 들려오는 폭음이 점점 커져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학장님이 무사하셔야 하는데.”

“걱정하지 마, 성현아. 무사하실 거야.”

진성은 걱정이 많아 보이는 성현에게 안심시키듯이 말했지만, 불안하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들려온 폭음이 군주와 관련된 듯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둘은 5층까지 도달하였다. 복도로 나와 보니 맨 끝에 있는 상담실 쪽 복도에 경찰로 보이는 3~4명이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었다.

“전투가 있었던 걸까?”

성현은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일단 가 보자.”

상담실로 향하는 복도 전체에는 피 냄새가 진동했고, 상담실의 문은 파괴된 채였다. 안쪽을 슬쩍 들여다보니 교관들 일부와 경찰들이 피투성이로 쓰러져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진성은 그나마 온전한 상태의 교관에게 다가가서 물었고, 그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며 힘겹게 말을 꺼냈다.

“학장님이……. 크윽.”

“잠시,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진성은 인벤에서 치유 포션과 붕대를 꺼내 그 교관을 치료해 주었다.

진성이 그를 치료할 동안 성현은 상담실을 이 잡듯이 뒤졌지만, 학장님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학장님은 여기에 없는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진성아! 아무래도 학장님은 없었던 것 같아.”

“그래? 그건 다행이긴 한데……. 일단 나 좀 도와줘.”

“알았어.”

성현은 진성을 도와 주변에 쓰러져 있는 교관들과 경찰들에게 치유 포션을 먹이면서 붕대로 상처 부위를 감는 등, 치료에 열중하였다.

그들 중 경찰 한 명이 치유 포션에 깨어나 진성과 성현이 동료 경찰인 줄 알고 말을 했다.

“학, 학장이라는 그 사람이 범인이야.”

그 말에 성현과 진성은 깜짝 놀라 그에게 물었다.

“뭐라고요?”

“지원을 요청해야 해! 일반인인 줄 알았는데 헌터였어……. 크헉.”

경찰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기절해 버렸다.

그 경찰의 말에 성현은 멘탈 붕괴 상태였다. 성현은 그럴 리 없다며, 잘못 본 것 아니냐며 학장님이 범인일 리가 없다고 중얼거렸다.

진성과 성현이 올라간 뒤, 폭음이 들려오지 않자 입구를 지키던 일부 교관들이 상태를 살폈다. 복도와 상담실 안쪽의 중상자들을 부축해서 옮기거나 그 자리에서 치료를 도왔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래?”

“그러게 말이야.”

다른 교관들은 처참한 상황에 동료 교관이나 상처를 입은 경찰들도 치료했다.

“아무래도 조사를 해 봐야겠어.”

아까까지만 해도 멘탈 붕괴였던 성현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어떻게 하려고? 학장님 흔적은 찾을 수도 없는데.”

“다 방법이 있어……. 정령을 이용하면 돼.”

“정령?”

“그래…….”

성현은 그 자리에서 불의 하급 정령 샐러맨더를 소환하였고, 소환된 샐러맨더에게 여기서 빠져나간 사람을 추적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샐러맨더가 스윽 상담실 내부를 둘러보고는 흔적을 따라 복도를 나갔다.

“쫓아가자! 진성아.”

“어……. 알았어.”

진성과 성현은 현장에 있던 다른 교관들에게 치료를 부탁하고는 상담실을 빠져나갔다. 현장이 워낙 정신없던 터라 그들이 다른 일을 하러 간다고 생각한 교관들은 군말 없이 중상자들을 치료했다.

“흔적을 보니 아카데미에서 빠져나간 지 오래된 것 같아……. 다만 빠져나간 사람이 학장님이냐, 아니면 진짜 범인이냐, 라는 건데 나는 후자였으면 좋겠어.”

“네가 말하는 학장님이 그런 성격이라면 공범은 아니지 않을까? 너무 걱정 하지 마. 성현아.”

“제발 학장님이 범인이 아니기를……. 일단 찾아보면 알겠지.”

아카데미를 빠져나가기 전에 성현은 성 교관님에게 연락을 취해 범인을 쫓는다고 말하고는 진성과 같이 흔적을 추격했다. 성 교관님은 누군지 몰라도 공범을 꼭 잡아달라고 하였고 학생들은 자신이 돌보겠다며 간단하게 통화를 끝냈다.

“어디로 이어지는 걸까? 이 흔적은…….”

“글쎄.”

아카데미에서 빠져나온 둘은 샐러맨더 뒤를 쫓아 달려가고 있는데 일단 여의도에서 벗어난 것은 확실하였다.

대체 샐러맨더가 어디까지 갈까?

“이거, 길이 용산으로 이어지는 것 같은데?”

진성이 대략적인 위치를 검색해 보니 샐러맨더의 방향이 용산 쪽이었던 것이다.

“용산이라고?”

성현의 얼굴이 뭔가 점점 안 좋게 바뀌고 있었다.

“왜? 성현아?”

“내가 보육원에서 나고 자랐다고 했잖아……. 그곳이 용산이야.”

“설마. 우연이겠지.”

“그, 그렇겠지?”

둘은 어느새 용산에 도착했다. 성형은 추격하는 데 불길함이 느껴졌다. 우연인 줄 알았는데 샐러맨더가 가는 방향이 정확히 자신이 있던 보육원 위치였던 것이다.

“아닐 거야……. 그럴 리가 없어.”

중얼거리는 성현을 보자 진성은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듯싶었다.

진짜로 학장님이 공범인 걸까? 그렇다면 왜 아카데미 전체를 배신한 걸까? 누구한테 협박당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샐러맨더를 따라가자 어느새 용산의 구석진 곳에 도착하였다. 그곳은 한별 보육원이라는 간판이 걸린 낡은 폐가가 있었다.

설마가 진짜일 줄이야.

학장님이 공범인듯하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범인일 수도 있었기에 보육원 안쪽으로 들어가기로 하였다.

“여기구나……. 한별 보육원.”

“일단 샐러맨더는 여기래…….”

한별 보육원은 성현을 마지막으로 폐쇄된 곳이라고 한다. 그때는 후원을 받지 못해 돈이 없던 터라 다른 보육원과 합친다는 목적하에 이곳을 폐쇄하고 이사를 하였던 것인데…….

성현에게 이곳은 추억의 장소였다.

“들어가자…….”

버려진 지 꽤 된 곳인데, 건물이 원체 낡았던 터라 무너지기 직전 같았다.

샐러맨더를 정령계로 보내고 성현과 진성은 보육원 원장실로 향했다. 성현의 말로는 학장님이라면 분명 여기에 있을 거라고 하였다. 여기에 없으면 학장님이 범인이 아니라는 소리였기에 이곳을 먼저 조사하자는 성현의 말에 진성은 고개를 끄덕이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학장님이면……. 왜 그랬는지 물어보고 제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저기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데?”

조금 열린 원장실 문을 통해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 둘은 원장실로 다가가면서 제발 학장님이 아니기를 빌었지만 문 앞에 다다르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학장님이라니…….”

성현은 문을 확 열었다. 목소리로 학장님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목소리가 같은 다른 사람이기를 빌면서 문을 열어 확인해 본 것이다.

“성현 군, 왔는가?”

“학장님…….”

학장은 원장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몸 주변에는 다량의 피가 묻어 있어 짙은 피 냄새가 났다. 다친 것은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경찰들의 피 같았다.

“왜……? 왜 그러신 겁니까?”

“왜 이렇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네, 성현 군.”

성현은 분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몸을 떨면서 주먹을 꽉 쥐고, 꽤 안 좋은 상태였다. 진성은 돌발상황을 대비해서 인벤에서 곧장 무기를 꺼낼 준비를 했다.

학장님의 겉모습은 꽤 평온해 보였다.

“모든 일의 공범은 진짜 학장님인 건가요?”

진성이 물어보자 학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네, 내가 공범이라네.’라고 대답하였다.

“왜 그런 짓을……?”

“다 이유가 있었네. 학생들이 휘말린 것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네.”

“학장님, 왜 이렇게 변하신 거죠? 과거에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지 않습니까?”

“원래 모든 사람은 변하는 법이라네, 성현 군.”

오늘따라 학장님의 말이 차가웠다. 성현이 알고 있는 과거의 인자한 학장님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미 인생을 포기한 사람이랄까? 아카데미에서는 과거의 모습을 유지했었는데……. 자신이 속은 걸까?

“나를 잡으러 온 것인가? 아니라면 나는 이만 가야겠네.”

학장은 의자에서 서서히 일어났다. 하지만 성현은 ‘제대로 저한테 다 설명해 주실 때까지 못갑니다!’라고 말하면서 그의 앞길을 막아섰다.

“비켜 주게나. 안 그러면 자네도 다쳐……. 성현 군.”

“저는 들어야겠습니다! 왜 아카데미를 배신한 것인지!”

“후우……. 자네와는 싸우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야.”

학장의 분위기가 점점 어둠의 기운으로 바뀌고 있던 것이다.

진성은 꽤 긴장하였다. 군주의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성의 앞에 알림이 떴다.

띠링!

-긴급 퀘스트

등급:SS 이상

특징:지배의 군주 소속 조현재 학장을 제압하십시오!

보상:지배의 군주 정보×1, 어둠의 씨앗 3개

실패 시:레벨 20 하락 및 지배의 군주가 진성 님을 직접 찾아옵니다.

“헐……. SS 이상? 엄청 강해 보이는데.”

실패에는 레벨 20 하락과 지배의 군주가 직접 찾아오는 것인데……. 레벨 하락이야 상관없지만,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에 지배의 군주가 온다면 자신을 죽이거나 방해한다는 것인데…….

이건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이 퀘스트를 완료하면 지배의 군주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성현아. 아무래도 학장님을 막아야겠어……. 여기서 저분이 빠져나간다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지 몰라.”

“알고 있어…….”

성현은 마음 상태가 복잡했지만, 진성의 말에는 공감하였다. 과거에는 고아들을 자신의 자식처럼 잘 챙겨주던 그런 분이 지금은 타락해서 아카데미 학생들과 교관들을 위험에 빠뜨린 것이다.

자신들이 여기서 학장님을 막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더 다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학장님. 당신을 제압하겠습니다.”

성현은 물의 하급 정령 운디네와 불의 하급 정령 샐러맨더를 소환하고 손에 너클을 꼈다. 진성은 자신이 애용하는 무기, 강화된 중급 농부의 삽을 꺼내 공격에 대비하였다.

그 둘의 모습에 학장님은 기운을 몸에 두르고 엄청난 빠른 속도로 성현의 정령들에게 공격을 하였다. 학장의 무기는 어둠의 기운을 뭉쳐 만든 검으로, 그걸로 정령을 베었다.

“피해! 샐러맨더!”

성현의 외침에 샐러맨더는 피했지만, 검에 베이고 말았다. 샐러맨더는 고통스러워했다. 어둠의 기운이 벤 곳으로부터 샐러맨더를 삼키고 있었다.

“샐러맨더!?”

공격당하고 아픔을 느끼는 샐러맨더에게 달려간 성현은 상처를 살펴보았다. 어둠에 침식되어가고 있었다. 자신의 힘으론 샐러맨더를 치료할 수가 없었다.

“진성아! 조심해.”

“알았어.”

진성은 샐러맨더가 당한 것을 보고 학장이 엄청 강한 것을 알게 되었다. 잘못하면 자신도 다칠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군주들의 부하를 쉽게 쓰러뜨려 왔는데 이번에는 쉽게 쓰러뜨릴 수 없을 듯했다.

“자네가 안 들어오겠다면 내가 가겠네.”

학장은 샐러맨더를 공격하고 나서 멈칫거리는 진성에게 달려들었다. 어둠의 기운으로 만들어 낸 검으로 진성을 베었는데 진성은 삽으로 그 검을 간신히 막아 내었다.

그 검을 둘러싼 기운이 진성의 삽에 달라붙었다. 삽도 침식되는 것 같아 진성은 재빨리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아무래도 쉽지 않겠어…….”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저 침식 때문에 공격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삽을 살펴보니 검에 닿은 부분이 어둠의 기운으로 감싸여 있었다.

“왜 그러나? 아까까지만 해도 자신이 있던 것 같은데…….”

학장이 진성과 성현을 도발했다. 성현은 샐러맨더를 치료하려고 했지만, 어둠의 기운이 점점 커지면서 샐러맨더 전체를 감싸자 역소환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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