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1화
131. 131화
김재환 비서실장이 그들을 교육에 들어가고 있을 때쯤……. 진성은 주차장에서 떠나 본관 운동장을 지나가고 있었다
운동장에는 여전히 거슬리는 수사본부 텐트가 몇 개 보였으나 빠르게 지나가야겠다는 생각에 걸음을 재촉했는데 한 텐트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들어보니 성 교관님과 이 교관을 의심하는 경찰들의 질문이었다.
“그 제이콥이라는 자와 어떻게든 엮어보려고 하나 보네.”
진성은 그들의 대화를 밖에서 들었다. 성 교관님은 화를 내면서 텐트에서 나왔고 이 교관 또한 뒤이어 나왔다. 그러던 와중에 텐트 바로 앞에서 엿듣고 있던 진성과 마주치자 그들은 ‘크흠, 다 들었는가?’라고 말하며 경찰들의 욕을 하기 시작했다.
“불쾌합니다. 진짜 성 교관님……. 저 경찰들 어떻게 안 됩니까?”
이 교관은 너무도 불쾌하였다. 자신들은 학생들을 구하려고 그 훈련용 던전에서 분발했는데 경찰들은 자신들을 그 정체 모를 헌터의 공범으로 보고 몰아가니 기분이 너무 안 좋았던 것이다.
“일단 참게나. 이 교관……. 우리가 그 경찰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없네.”
“제길…….”
“이제 우리 조사는 끝났으니 박 교관 차례라네. 강 교관…….”
“아……. 그런가요?”
“우리는 먼저 반으로 돌아갈 테니 자네 친구 조사가 끝나면 같이 돌아오게나.”
“네, 성 교관님.”
“이제 가자고. 이 교관.”
“네. 성 교관님.”
성 교관과 이 교관은 수사본부 텐트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지 빠른 걸음으로 운동장에서 사라졌다. 별관으로 도망치듯이 가 버린 것이다.
진성은 텐트 밖에 혼자 남았다. 텐트 안쪽에서는 박 교관 즉, 자신의 친구가 조사할 차례였기 때문에 같이 가기 위해 기다렸다.
진성이 텐트 밖에서 대화를 엿듣고 있다는 걸 경찰 일부는 알았으나 진성에게 손을 댈 수가 없었다. 한울기업 강 회장의 손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증거도 하나도 없었기에 조심스럽게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안쪽 텐트에서는…….
“자네가 박성현이라는 교관인가?”
조사를 진행하는 경찰관이 말하자 박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대답하였다.
“어디 보자. 아카데미 교관으로 온 지 얼마 안 되었군?”
“네. 그게 문제라도 있나요?”
“그건 문제는 없지, 다만…….”
“다만……?”
“최근 자네 계좌로 수상한 금액이 입금되었는데 말이야……. 그것도 그 정체 모를 헌터를 만나기 전에 입금이 불분명한 돈이 들어왔단 말이지.”
“그게 무슨 소리죠?! 제가 그 헌터와 짜고 치고 제 제자까지 죽였다는 건가요?”
성현은 이 상황이 정말 웃기지도 않았다.
자신이 그 헌터와 공범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내가 제자까지 죽여가면서 돈을 원했다고?
질문의 수위가 너무 강했다. 그래서 그런지 매우 화가 났다.
경찰들 쪽에서 성과가 나지 않으니 마지막 조사대상인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해서 꼬투리를 잡는 건가? 어떻게든 범인을 찾으려고 하는 건 이해하겠는데……. 이건 아니었다.
“자자, 진정하고……. 다음 질문에 대답해 주시죠.”
성현을 계속 압박하면서 몰아가고 있던 것이다.
“전 공범이 아닙니다……. 단단히 착각하고 있나 본데.”
“알고 있으니까 다음 질문에 대답해 주시죠.”
그 경찰관은 다음 질문을 하였다.
제자가 죽었다 되살아난 것은 다행이지만 왜 그 훈련용 던전에서 그 헌터를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않았는지 물어보았던 것이다.
“그건 다른 학생들을 지켜야 했기에 제대로 힘을 못 쓴 겁니다.”
“흐음……. A랭크 정령사인데도 말인가? 그 상황이면 충분히 반격할 수 있다고 보는데.”
“아무리 제가 A랭크 정령사라고 하지만 수련도 경험도 부족한 상황이고……. 그 헌터는 매우 강했습니다.”
“옆에 있던 이 교관하고 성 교관이라는 사람은 대응한 거로 아는데 왜 자네만 공격을 주저한 건가? 아무리 학생들을 지키려고 했다지만……. 너무 소극적이었는데?”
“아무튼, 전 공범이 아닙니다.”
조사하던 경찰관은 옆 동료에서 눈짓을 주었다. 그 동료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즉, 진실이라는 얘기였다.
아카데미 교관들을 죄다 조사했는데 공범이 한 명도 없다고? 이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 정체 모를 헌터가 훈련용 던전에 대해 엄청 잘 알고 있었다는 건데……. 교관 중에 분명 범인이 있다고 생각해서 조사한 것인데, 마지막 조사대상인 박 교관이라는 자도 공범이 아니면 대체 누구인가……?
“……이만 돌아가시죠! 박 교관.”
경찰들은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하는지 난감했으나 박 교관은 확실하게 공범이 아닌 것 같아 돌아가자고 말한 것이다.
“네……. 그럼.”
성현은 기분이 매우 나빴지만 일단 수사본부 텐트에서 나왔다. 텐트 앞에 자신을 기다리던 진성과 마주쳤다.
“어……. 진성아……. 다 듣고 있었냐?”
“뭐……. 그렇지.”
“아무튼, 난 공범 아니다……. 혹시나 해서 말해 두는 거야.”
“그건 잘 알지. 일단 같이 돌아갈래?”
“그래…….”
진성은 성현과 함께 운동장을 떠나 별관으로 향했다.
수사본부 텐트에서 나온 경찰관 몇 명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러다가 공범 못 찾는 거 아닙니까? 박 경위님.”
“그러게 말이다……. 하아, 미치겠네.”
“아카데미 교관들은 모두 조사가 끝난 겁니까?”
“방금 나간 저 박 교관을 포함하면 끝이지…….”
“그런데 박 경위님……. 아카데미 교관이 공범이 아니라면 의심되는 다른 인물이 있습니다.”
“그게 누군가?”
“교관을 제외하면 훈련용 던전 내부를 잘 아는 관리자, 즉, 학장 또는 교수 중에 있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니, 교수들과 학장이 남아 있었군……. 일단 조사해 보게나.”
“네, 박 경위님.”
아카데미 일부 학생들과 교관들을 전부 조사했는데 공범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교수들이나 학장 그쪽에 공범이 있다는 소리다. 그런데 이들까지 다 조사해도 공범이 나오지 않으면 그것도 문제였다.
경찰들은 분주하게 움직여 남은 조사대상인 교수들과 학장을 조사하기 시작하였고, 자신들도 조사대상인 줄 모르는 교수들은 수업 준비에 한창이었다.
진성과 성현은 별관에 도착하였고 별관 복도에는 여전히 많은 학생이 자습 시간을 만끽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진성아……. 이상하지 않냐?”
“뭐가?”
“경찰들 말로는 분명 훈련용 던전에 잘 알고 있는 교관 중에 범인이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내가 마지막 조사대상이었고 그런데도 범인이 나오지 않는다? 그게 참 이상하단 말이야……. 우리나라 경찰들도 바보가 아닐 텐데……. 요즘 웬만하면 다 걸리거든?”
“그렇긴 하네…….”
“그럼 교수 중에 범인이 있다는 건데, 설마……. 그들 중에 공범이 있는 건 아니겠지?”
“설마…….”
아카데미 교관들과 다르게 교수들은 교관들보다 세 배 이상의 돈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진성아, 아까 너도 들었겠지만 내 계좌에 이상한 돈이 들어왔다고 했거든?”
“어…….”
“아무래도 찝찝해……. 그 돈의 출처를 조사해 봐야겠어……. 진성아, 혹시 도와줄 수 있냐?”
“음……. 그러면 내가 성 비서한테 얘기해 볼게.”
“그래, 고맙다…….”
“조사해 보고 나중에 알려줄게. 오늘은 일단 학생들 진정부터 시키자고.”
“어……. 그래야지.”
진성과 성현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어갔고 어느새 자신의 반에 도착하였다. 반에 도착하니 학생들이 반겨주었다. 특히 진성을 말이다. 아무래도 아까 그 학부형들에게 끌려가다시피 했으니 걱정을 했던 것이다.
“괜찮으세요? 강 교관님?”
“괜찮아요.”
“휴우, 다행이다.”
학생들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던 것이다.
그 상황을 모르는 성현은 자신이 없을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지? 라는 표정이었다. 다른 학생이 성현에게 모든 이야기를 해 주자 성현은 놀라면서 진성에게 ‘야, 괜찮냐?’라고 말했다.
“물론 괜찮지……. 잘 해결했으니까.”
“아, 그러냐? 하여간 그 재벌 도련님 학생들은 참……. 답이 없네 거기까지 할 줄은 몰랐다. 내 학생들이지만 미안하다, 진성아.”
“괜찮아, 그럴 때도 있는 법이지.”
“그래서 그 도련님 학생들은 어떻게 됐냐?”
“우리 기업 비서실장님인가 그분이 모두 데리고 가던데?”
“설마……. 김재환이라는 분이냐?”
“어……. 그런데?”
성현은 부들부들 떨었다. 진성은 ‘어라, 이 녀석, 왜 그러지?’라는 표정을 짓자, 성현이 몸이 떨리면서 말을 꺼냈다.
“너 진짜 한울기업 비서실장, 그분 명성을 모르는구나?”
“단순히 비서실장 아니야?”
“아니……. 헌터계에서도 유명해……. 그분에게 걸리면 딴사람이 된다는 소리까지 있거든……. 아무래도 정신 쪽 계열의 헌터 같은데……. 아무튼, 사람이 개조돼서 나온다니까.”
“그래? 난 들어 본 적이 없어서…….”
“하긴……. 넌 거의 문산에만 계속 있어서 그런가……. 아무튼, 어마무시한 분이라고?”
성현은 그 말에도 진성이 이렇다 할 반응이 없어 답답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고 빨리 경찰들이나 다 철수했으면 좋겠다……. 뭔가 스트레스가 팍팍 쌓인다고 해야 하나?”
“그건 나도 동감이야…….”
진성과 성현은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학생들은 매점에서 사 온 과자를 나눠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오늘은 시간을 날로 먹고 있었다.
쿠르르쾅!
본관 쪽에서 크게 폭음이 들렸다.
“어, 뭐지?”
성현은 진성과 다른 얘기를 하다가 폭음이 크게 들리자 놀라 창문 쪽에서 본관 건물을 바라보았는데 본관 제일 위쪽 층이 박살이 난 것이다. 운동장에서 경찰들이 소란스럽게 고함을 치며 무기들을 꺼내고 있었다.
“잠깐……. 저기 건물 부서진 곳, 학장님 상담실 아니야?”
“어라……. 그러네. 대체 무슨 일이지?”
진성과 성현 그리고 학생들도 창문에서 본관 쪽 건물을 쳐다보며 놀라고 있었는데……. 바로 옆 반에서 이 교관이 성현이네 반에 왔다.
“박 교관! 강 교관?”
“어? 이 교관님……. 대체 이게 무슨 일이죠?”
“지금 빨리 학생들을 대피시켜!”
“무슨 일인지 알려주셔야죠?”
“학장님이 공범일 수도 있어!”
“네? 뭐라고요??”
성현은 이 교관의 말에 공황 상태가 되어 ‘그럴 리가 없는데…….’ 하며 중얼거렸다.
“아무튼 빨리 학생들을 대피시키라고! 이럴 시간 없어!”
진성은 일단 이 교관의 말에 성현의 몸을 흔들어 정신을 차리게 한 다음 학생들은 전부 대피시켰다.
각 반의 교관들이 복도로 나와 학생들을 후문이 있는 별관 뒤의 주차장으로 유도하였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그러게.”
다른 교관들도 학생들을 정신없이 대피시키고 있었다.
성현과 다른 교관들은 학장님이 공범이라는 소식에 다들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성 교관이 다가와서 ‘자네들, 뭐 하는 건가! 빨리 학생들을 먼저 대피시키게나!’ 하면서 호통을 쳤다.
“아……. 죄송합니다. 성 교관님.”
“빠르게 대피시키겠습니다.”
“자자, 여기로! 어서!”
교관들은 성 교관의 호통에 빠르게 학생들을 대피시켰다.
“진성아. 본관까지 가 보자……. 난 도저히 믿을 수 없어. 학장님이 공범이라는 것을……. 분명 경찰들이 강압적 조사를 했을 거야.”
진성은 성현의 진지한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성현을 따라갔다.
성현은 왜 이렇게 학장님을 믿는 것일까? 친척이라도 되는 것일까?
“학장님은 내 은인이야. 절대로 그럴 분이 아니야.”
성현은 학장님은 그 정체 모를 헌터와 공범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학장님이 은인이라고?”
“어……. 진성아. 내가 예전에 얘기했겠지만 나 보육원 출신이야……. 고아거든.”
“어. 그건 알고 있어……. 설마 그 보육원 원장님이 학장님이야?”
“맞아……. 날 어렸을 때부터 돌봐준 분이고, 나한테는 아버지 같은 분이야. 절대로 그럴 분이 아니라고.”
“그렇구나…….”
“학장님은 피해자일 게 분명해.”
성현은 절대로 학장님이 공범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진성은 학장님이 공범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철저히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성은 성현을 따라가면서도 눈치를 보기 시작하였다. 학장님이 공범이 아니기를 바랐다.
본관에 접근하자 본관 교관들이 진성과 성현을 말렸다.
“이봐! 박 교관, 강 교관! 위험해…….”
“맞아! 학장님은 괜찮으실 거야……. 본관의 선배 교관 몇 분이 가셨으니까 안심하라고.”
그들이 말렸지만, 성현의 고집을 이기기는 힘들었다.
“혹시 경찰들도 일부 들어갔나요?”
진성이 물어보자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찰 여섯 명 정도가 상담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